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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판, 변형, 사유

철학·이론 디디에 에리봉, 비판, 사유, 지식인, 푸코 Leave a Comment

  • 분류 : 번역
  • 옮긴이 : 정백수
  • 설명 : 1981년 미떼랑(François Maurice Adrien Marie Mitterrand)의 프랑스 대통령 당선 직후 에리봉(Didier Eribon)이 프랑스 일간지 <리베라시옹>에 싣기 위해 푸꼬와 나눈 대담의 일부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디디에 에리봉

이 정부와 함께 작업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미셸 푸꼬

우리는 찬성과 반대의 양자택일이라는 딜레마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요컨대 대면하면서 자신의 입장을 유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정부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종속도 아니고 총체적 순응도 아닙니다. 정부와 함께 작업하면서도 말을 안 들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는 양자가 병행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리봉

그럼 ‘비판자 미셸 푸꼬’ 이후에 이제 ‘개혁주의자 푸꼬’를 보게 되는 것인가요? 어떻든 ‘지식인들이 행하는 비판은 아무 데도 이르지 못한다’는 비판이 종종 가해져왔습니다만.

 

푸꼬

먼저 ‘아무 데도 이르지 못한다’는 점에 대해서 대답하겠습니다. 지금 논의 대상에 오른 여러 문제들의 출현을 위해 작업한 수백,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작업이 아무 것도 산출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은 매우 잘못입니다. 당신은 20년 전에 사람들이 정신병과 심리적 정상성의 관계, 감옥의 문제, 의료권력의 문제, 양성 관계 등의 문제들을 오늘날처럼 숙고하고 있었다고 생각하세요?

다음으로, ‘개혁 그 자체’란 없습니다. 개혁은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들과 독립적으로 허공에서 산출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 변형을 실행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 다음으로 무엇보다, 비판과 변형 사이에, ‘이론적’ 비판과 ‘현실적’ 변형 사이에 대립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물(사태)의 현재 상태가 좋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비판의 본령이 아닙니다. 비판의 핵심은 우리가 받아들이는 실천들이 어떤 유형의 증거들, 어떤 유형의 익숙함들, 즉 획득되었으나 반성되지 않는 사고방식들에 의존하는가를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회적인 것을 실재적인 것의 유일한 심급으로 신성시하고 인간의 삶과 인간관계에서 필수적인 어떤 것— 나는 사유를 말하고 있습니다—을 그저 구름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기를 그쳐야 합니다. 사유는 담론의 체계들과 구조들 너머에 그리고 그 이전에 존재합니다. 사유는 종종 숨어있지만 항상 일상적인 행위들을 추동하는 어떤 것입니다. 가장 어리석은 제도들에도 소량의 사유가 항상 존재합니다. 조용한 습관에도 사유가 항상 존재합니다.

비판은 그 사유가 모습을 드러내도록 하는 데, 그리고 바꾸려는 데 그 본령이 있습니다. 사태가 사람들이 믿는 것만큼 분명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그래서 자명하던 것이 더 이상 자명하게 여겨질 수 없게 만드는 것입니다. 비판을 행한다는 것은 너무 쉽던 행동을 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입니다.

이렇게 이해된다면 비판은 (근본적 비판은) 그 어떤 변형에도 필수적입니다. 동일한 사유양태 안에 머무는 변형, 동일한 사유를 사물의 실재에 더 잘 맞추는 방식일 뿐인 변형은 피상적인 변형에 불과할 것입니다.

다른 한편, 사람들이 이전에 생각하던 대로 생각하는 데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자마자 변형은 매우 절실한 동시에 매우 어렵고 또한 전적으로 가능하게 됩니다. 그래서 비판의 때가 따로 있고 변형의 때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비판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고 변형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며, 접근 불가능한 급진성에 갇힌 사람이 따로 있고 현실에 필요한 양보를 해야하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 나는 심층적인 변형의 작업이 연속적인 비판이 이루어지는 공개적이고 항상 소란스러운 분위기에 행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에리봉

그러한 변형에서 지식인이 프로그램을 짜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푸꼬

변형은 갈등, 대립, 투쟁, 저항이 존재하는 과정의 결과 말고 다른 것일 수 없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개혁은 무엇이지?’하고 처음부터 자신에게 말하는 것, 이것은 내 생각에 지식인이 추구할 목적이 아닙니다. 그는 바로 사유의 영역에서 작업하기 때문에 그의 역할은 사유의 해방이 이 변형을 사람들이 실행하고 싶을 정도로 충분히 절실하게 만드는 방향을 향하여, 그리고 현실 속에 깊이 각인될 정도로 충분히 실행하기 어렵게 만드는 방향을 향하여 얼마나 나아갈 수 있는지를 보는 것입니다.

갈등을 더 가시화하고 그 갈등을 단순한 이해의 충돌이나 한갓 제도적 방해보다 더 본질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이 갈등과 충돌로부터 힘의 새로운 관계가 출현하는데 이 관계의 잠정적인 측면이 개혁이 될 것입니다.

개혁의 기획이 무엇이든 그 바탕에서 사유의 사유 자신에 대한 작용이 일어나고 있지 않다면, 그리고 사유의 양태들 즉 행동의 양태들이 실제로 변경되지 않는다면 그 기획은 항상 동일한 것이 될 행동 및 제도 양태들에게 잡아먹혀서 소화될 것이라는 점을 우리는 압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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