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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힐러리를 패배시킨 것이지 여성들을 패배시킨 것이 아니다

삶정치 Leave a Comment

  • 저자  :  Naomi Klein
  • 원문 : “Trump Defeated Clinton, Not Women” (2016.11.16) 
  • 분류 : 내용 정리
  • 정리자 : 정백수 

세계의 많은 여성들에게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도날드 트럼프의 승리는 민주주의의 좌절일 뿐만 아니라 여성들의 좌절인 듯이 느껴질 것이다.

유권자들은 차분하고 침착하며 높은 자격을 갖춘 여성보다 정부 경험이 하나도 없는 허풍쟁이 남성을 선택했다. 많은 사람들이 말하기를, 이러한 부당한 일의 근본 원인은 성차별주의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이는, 권력이 존재하는 높은 영역을 여성으로부터 막아주는 유리천장이 아직은 부서질 수 없음을 말해주는 증거라는 것이다.

성차별을 말하는 반응은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이는 틀렸을 뿐만 아니라 불필요하게 여성들의 사기를 저하시킨다.

물론 여성후보나 비(非)백인 후보가 트럼프처럼 경험이 없으며 화를 터뜨리고 성희롱과 이혼 경력을 자랑하면 당선될 수 없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여성들과 소수자들에 대해 추악한 말을 내뱉으면서도 당선되었다는 것은 여성혐오와 백인우월주의의 깊고 지속적인 경향이 미국에 존재함을 말해준다.

그러나 우리는 이 모든 것을 인정하면서도, 힐러리가 올랐던 높이에 도달하는 모든 여성들이 같은 운명을 맞이하리라는 생각을 거부할 수 있다. 힐러리는 대통령이 될 자격 이상의 황금빛 경력을 가진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점은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게 만든다. 힐러리의 삶의 사실상 모든 측면들이 그녀를 트럼프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치명적으로 공격하는 데 부적절하게 만든다.

이번 선거에서는 자신이 짓밟힌 노동계급의 영웅이라는 트럼프의 주장이 가진 크나큰 위선과 불합리성을 거듭해서 외칠 수 있는 민주당 후보가 필요했다. 토론에서 힐러리는 트럼프의 아웃소싱과 탈세의 역사를 폭로할 때 점수를 얻었다. 그러나 그때쯤 트럼프는 이미 한여름을 다 들여서 힐러리가 과두세력과 사적인 파티들을 즐긴 점을 조롱하고 힐러리의 삶의 스타일을 미국의 보통사람들의 그것과는 근본적으로 거리가 먼 것으로  제시한 상태였다. (거리가 먼 것이 사실이다.)

요컨대 힐러리는 많은 옳은 메시지를 전했지만, 그녀 자신은 그릇된 메신저였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재단과 대학에 많이 활용할 수 있는 추문들이 있었다. 그런데 클린턴 재단 또한 사적 기업들, 해외 정부들, 공직자들 사이의 관계가 다양하게 뒤얽혀 있어서 힐러리의 공격은 자신에게로 되돌아오기가 매우 쉬웠다.

다보스 계층 외부에 있는 여성이 트럼프와 겨뤘더라면 어땠을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유권자들에게 이 옵션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 트럼프의 여성과 관련된 경력이 있다. 여성의 동의 없는 성적 행동에 대한 공개적인 발언, 여성들의 몸을 마치 고기인 양 평가해온 것, 결혼생활에 충실하지 못하고 이혼과 결혼을 반복한 것. 이 모든 것 또한 힐러리로서는 활용하기에 별로 적합하지 않은 점들이다. 그녀가 여성이어서가 아니라, 트럼프가 매우 공개적이고 굴욕적인 방식으로 지적했듯이, 빌 클린턴이 계속해서 성희롱으로 고발되었기 때문이다. 힐러리가 그를 고발한 사람들의 평판을 나쁘게 하기 위해서 남편과 협동한 모습이 카메라에 기록되어 있다.

이 개인적 위기의 시기들에 힐러리가 한 행위는 이해할 만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남편의 행동에 그녀가 책임이 있는 것도 분명 아니다. 그러나 어느 당이 이겼느냐와 관계없이 여성을 마구 대하는 자가 백악관에 거주하러 들어갈 참이라는 사실은 남아있다. 만일 자신의 감시 아래에서는 이런 종류의 막장 드라마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음직하게 맹세할 수 있는 여성 후보와 트럼프가 대면했더라면 선거 결과가 어땠을까?

성차별주의를 힐러리의 패배를 본격적으로 규정하는 설명으로 끌어올리는 일의 가장 큰 문제가 여기에 있다. 성차별주의에 기반을 둔 설명은 힐러리가 부리는 기계와 그녀의 실패한 정책들을 책임으로부터 면제시켜 준다. 이런 설명은, (기후변화에서 경찰의 폭력 및 극심한 불평등에 이르는) 위기들이 아무리 긴급하더라도 끝없는 전쟁을 욕망하고 시장 친화적인 점진적 변화에서 안락감을 느끼는 태도가 하는 역할을 지워버린다. 이런 설명은 월가에서 포근함을 느끼고 (노동자들을 희생시키면서 기업들에게 이익을 안겨준) 무역협정들이 뒤에 남겨놓은 파멸에 안락함을 느끼는 힐러리의 태도에 대한 혐오를 지워버린다.

이런 설명에서는 오로지 성차별이 핵심이다. 이는 민주당의 2016년의 재난급 실수들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을 확실하게 만드는 가장 분명한 길이다. 다만 다음에는 남성이 대통령 후보자 명단의 맨 위에 올라있겠지만.

이런 판을 비판 없이 그대로 방치한다는 것은 온갖 배경과 이데올로기를 가진 미국 여성들의 온전한 잠재력에 가해지는 강력한 제한을 받아들임을 의미한다. 지금 가장 높은 유리 천장에 영원히 막힐 것이라는 메시지가 모든 여성들을 폭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장벽이 보기보다 부서지기 쉬운 것으로 의미심장하게 입증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말라는 식이다.

힐러리가 트럼프 같은 자에게 패배를 당했다는 사실은 불명예로 남아있지만, 이 불명예가 역사에서 그녀의 젠더의 패배로 받아들여지기에는 힐러리가 너무나도 흠이 많은 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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