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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자본주의적 기업가활동



[책 설명]

1. 보이드 코헨

제목에서 상상할 수 있듯이 (여러분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최근의 교류로 알고 있지요) 이 책은 자본주의가 전반적인 번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의문을 제기하며, 분산적 테크놀로지에 의해 향상된 더 민주적인 조직화·가치창조·포획의 새로운 (그리고 오래된) 형태들이 공동체적 기업가활동(entrepreneurship)(([옮긴이] entrepreneurship’은 ‘entrepreneur’(기업가)에 접미사 ‘-ship’이 붙은 것이다. ‘-ship’은 일반적으로 추상명사로 만드는 기능을 하지만, 영여에서는 추상명사와 구체명사가 자유롭게 호환되어 사용되기 때문에, ‘-ship’이 붙으면 오히려 상황에 따라 여러 구체명사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 ‘entrepreneurship’이 추상명사일 때에는 ‘기업가임’ 혹은 ‘기업가로서의 존재’ 등의 의미인데, 기업가라는 존재는 기업가로서의 정신도 가져야 하고 능력도 가져야 하며 기업가로서 활동도 해야 하는 등 여러 측면들이 있을 것이다. ‘entrepreneurship’이 구체 명사로 쓰이면 이 여러 의미들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따라서 맥락을 잘 보아야지 기계적으로 ‘기업가정신’으로 옮겨서는 안 된다. 여기서는 맥락을 보아 주로 ‘기업가활동’으로 옮겼다. 참고: ‘entrepreneurship’은 실제로는 드물지만 잠재적으로는 기업가들 전체를 통칭할 수 있다. ‘leadership’이 ‘지도층’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와 같다. ‘-ship’은 미디어를 통칭하는 단어인 ‘mediascape’의 ‘-scape’와 어원이 같다.))이라는 대안적인 경제모델을 도입할 수 있다는 것을 제안합니다. 이 책의 여러 장들은 다음과 같은 주제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 플랫폼 협동조합주의, 대안적 통화(通貨), 분산된 자율적 조직, 탈자본주의 기업가활동에서의 벤처자본의 중요성의 감소. 흥미롭다고 생각되는 마지막 장에서는 이 모든 것을 도시 수준에서 총괄하여 탈자본주의 경제가 어떻게 기본소득 및 팹시티들(fab cities)(([옮긴이] fab city’란 지역에서 생산하고 전지구적으로 연결된 자기충족적 도시들을 나타내는 새로운 어번 모델이다. fab.city 참조.))과 결합되어 작동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2017년 4월 저자의 전자메일)

2. 출판사의 책 설명

‘우리는 99%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오큐파이 운동은 미국에서 그리고 정도는 다르지만 세계의 여러 민주 국가들에서 가동되는 시장 기반의 자본주의가 돌이킬 수 없이 망가졌다는 인식에 대한 반응으로 출현했다. 일반 시민은 체제가 부유한 자들을 더 부유하게 하기 위해 세워졌다는 확신을 점점 더 가지게 되었다. 지니 계수(Gini Index)와 같은 소득 불평등 관련 데이터는 대중의 인식이 정확한 것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근 우리는 탈자본주의라고 지칭하기도 하는 새로운 경제적 모델에 대한 요구가 늘고 있음을 목격해왔다.

탈자본주의 사회의 주창자들은 더 큰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러시코프(Rushkoff)는 지식 사회가 어떻게 더 큰 소득 분배와 모든 사람의 소득의 증가를 낳기보다 실제로 부가 1%의 수중에 축적되는 악화된 상황을 가져오고 있는지를 탐구했다. 러시코프와 마슨(2016)은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 같은 메가플랫폼 디지털 P2P 독점체들의 출현을 탄식한다. 이 독점체들은, 야심있고 벤처자본의 지원을 받는 기업들이 소유하는 P2P 플랫폼들이 반드시 더 나은 평등을 낳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기어코 전지구적인 지배를 추구하여 결국 나의 동료이지 <셰어러블>(Shareable)의 창립자인 고렌플로(Neal Gorenflo)가 ‘죽음의 별 플랫폼들’(‘platform deathstars’)(([옮긴이] 음의 별’(Death Star)은 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조그만 행성 정도의 크기를 가진 거대한 이동 구조물이다.))이라고 부른 것이 되었다.

그러나 러시코프는 자본주의에 위기를 가져왔다는 이유로 실리콘밸리의 경영자들과 투자자들을 실제로 비난하는 것은 거부한다. 그 대신 그는 그들 ‘자신이 다른 모든 디지털 거대 기업들을 제치고 지배하려는 승자독식형 경쟁에 빠져있다. 커지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것이다’(pp.3-4)라고 주장한다.

만일 우리가 이미 탈자본주의 사회로 이행하는 중이라면 이것이 기업가들에게 (실리콘밸리만이 아니라 전지구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 책은 전 세계의 기업가활동에 대한 우리의 지식에 대해 탈자본주의 사회가 가지는 함축을 이해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며, 탈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기업가들이 창업을 하는지, 무슨 목적으로 그리고 창업투자자들이 어떤 역할을 하면서 혹은 하지 않으면서 창업을 하는지에 대해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전제하는 생각들 가운데 다수를 문제 삼는다. 더 나아가 이 책은, 대안적 통화(지역, 암호화폐, 시간 은행), 블록체인을 도입한 분산된 자율 조직들(Distributed Autonomous Organizations, DAOs)의 출현과 같은 주제들에 각각 장을 할애하여, 출현하는 실제 이야기들을 탐구하고 탈자본주의적 기업가활동(post-capitalist entrepreneurship, PCE)의 여러 형태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데 강하게 초점을 맞출 것이다. 또한 이 책은 시장 자본주의와 PCE 사이의 연속성에 착목하는 혼성(混成)적 접근법들을 탐구할 것이다. 공유경제 내에 있는 플랫폼 협동조합들이나 베네핏 기업들(예를 들어 B랩 인증 기업들)이 그 대상이다.

[각 장의 내용 요약]

1장 커먼즈 기반 기업가활동을 향하여

기업가활동에 대한 고전적 접근법들이 가지고 있는 전제는, 기업가들이 지적 재산을 발전시키고 보호함으로써 경쟁에서의 우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탈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지적 재산을 보호하는 것 대신에 그 자리에 가치창조 및 추출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법이 들어선다. 탈자본주의 기업가들은 전문지식을 보호하려고 하기보다 혁신과 가치창조를 열린 과정으로 본다. 즉 그것을 통해 공동체(디지털 형태든 물리적 형태든 양자 모두이든)가 혁신과정에 참여하고 공동체가 공동으로 개발하는 도구들에 무제한 접근할 수 있는 그러한 과정으로 본다. 소비자들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참여자들이 되어 다른 이들의 작업을 바탕으로 삼아 그 위에 다음 작업을 해나간다. 자원(디지털, 물리적, 자연적)의 공유나 공동생산에서 이루어지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협동을 나타내는 커먼즈 개념은 탈자본주의적 활동을 틀짓는 방식으로서 추진력을 얻었다. 자본주의가 자원과 보호되는 지적 재산의 희소성을 장려하는 반면에 PCE는 풍요와 접근을 장려한다. 이 장은 탈자본주의적 기업가활동을 틀짓는 방식으로서의 커먼즈를 탐구하는 데 할애되어 있으며, 커먼즈 기반 PCE를 가능하게 하는 몇몇 새로 출현하는 패러다임들과 도구들 살펴볼 것이다.

2장 신생 베네핏 기업들

나는 전통적인 자본주의 모델을 통해 규모를 키우려고 하는 신생 기업들이 곧 혹은 아마 중기적으로라도 사라지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들과 PCE 사이의 어떤 혼성적 모델에 해당하는 일련의 과도적 접근법들을 목격하리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과도적 접근법들을 탐구하기에 제일 좋은 사례는 미국 등지에서 법적 지위를 점점 더 굳혀가고 있는 신생 베네핏 기업들(for-benefit startups)(([옮긴이] for benefit’은 ‘for-profit’(영리)과 ‘nonprofit’(비영리)이라는 기존의 기업 구분의 어디에도 딱 들어맞지 않는 기업, 즉 수익을 남기지만 명시적인 사회적 사명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기업을 지칭하는 말로 사용된다. 아직 좋은 번역어를 찾지 못했는데, 여기서는 일단 ‘베네핏’으로 음역하기로 한다. ‘for benefit’은 자기 이득만 취하지 않고 사회에 ‘선행’(benefit)을 베푸는 것을 지향한다는 의미이다.))이다. B랩인증 기업들(B Corporations, B Corps)(([옮긴이] B Corporations’는 B랩 인증을 받은 영리기업들을 말한다. B랩 인증은 전지구적 비영리 조직인 B랩(B Lab)이 기업의 사회적 지속가능성 및 환경수행 기준,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준 등을 얼마나 충족시키는지를 평가하여 발행하는 인증이다.))은 자발적으로 스스로를 법적으로 구속하여 사회적·환경적 수행의 높은 기준을 충족시키는 회사들이다. 이 장은 B랩인증 기업들(현재 전 세계에 약 2000개가 있으며 계속 늘고 있다)의 출현과 B랩인증 기업들의 지위를 확립하는 과정에 수반되는 것을 탐구하고 법적 구속력을 가진 시장 외적 목표들을 자신들의 전략과 운영에 수용한 몇몇 흥미로운 기업가들의 사례를 부각시키는 데 할애될 것이다.

3장 대안 통화와 장소 기반의 PCE

화폐란 무엇인가? 둘 이상의 거래자들 사이의 가치교환 메커니즘일 뿐이다. 일국의 정부와 지방 정부가 지원하는 지폐 형태의 통화(‘명목화폐’라고 불린다)가 존재하기 이전에 금 및 기타 금속들이 교환을 촉진하는 데 사용되었다. 금 이전에는 가치 있는 물건들을 서로 교환하는 물물교환 같은 제도들이 많이 존재했다. 우리는 세계 전역에서 지역 지폐통화에서 디지털 암호화폐, 시간 은행, 선물 경제에 이르는 광범한 대안적 통화들이 부활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이 장은 대안적 통화들을 활용하거나 창조하거나 지원하는 기업가활동을 탐구하는 데 할애된다.

4장 ‘죽음의 별 플랫폼들’에서 테크놀로지에 의해 구현되는 플랫폼 협동조합주의로

우리는 사람들과 사업체들을 서로 연결하는 플랫폼들의 사용이 급속하기 증가하는 것을 목격해왔다. 여기에 공유경제라는 이름을 붙이기는 했지만, 이 기업들 가운데 다수는 공동체를 개선하기보다 착취 행태와 피해주기로 인해 비난을 받았다. 에어비앤비, 우버, 딜리버루(Deliveroo) 등은 규제를 회피하고 ‘독립계약자들’―이들은 실상 최소임금, 각종 혜택, 건강관리를 못 받는 고용인들이다―을 고용했다는 이유로 세계 전역에서 소송을 당했으며 심지어는 금지되기까지 했다. 이로 인해 공유경제와 거기 속한 기업가들은 악명을 얻었다. 사실 <셰어러블>의 고렌플로와 같은 사람은 이 기업들을 ‘죽음의 별 플랫폼들’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공유보다는 커먼즈 접근법을 수용하는, 수 천 개의 다른 공유경제 기획들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어떤 것은 테크놀로지 기반이기도 하고 또 어떤 것은 테크놀로지와 무관하거나 낮은 수준의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한다.) 이 장에서 나는 내 동료인 파블로 무뇨즈(Pablo Muñoz)와 함께 수십 개의 공유경제 비즈니스모델들을 연구한 후에 개발한 공유경제 모델 나침반(the sharing business model compass)과 공유경제모델 캔버스를 소개할 것이며, 공유경제 기업들의 창출에의 흥미로운 대안적 접근법으로서 플랫폼 협동조합주의의 성장을 소개할 것이다.

5장 분산된 자율적 조직

기술적으로는 여전히 자본주의적 모델 내에서 작동하는 플랫폼 협동조합 너머에는 지난 몇 년 사이에 출현한, 분산된 자율적 조직(a distribut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이라 불리는 새로운 PCE 모델이 있다. DAO는 기본적으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1장 참조)와 플랫폼 협동조합(4장 참조) 사이의 잡종이다. DAO는 엄밀하게 말하자면 기업이 아니며 공동체를 통해 개발되고 개선된 소프트웨어에 기반을 둔다. 그러나 가령 지식 공유를 위한 오픈소스 도구인 위키피디아와 달리 DAO는 피어들 사이의 교환을 촉진하는 오픈소스 도구이다. 우버가 끼지 않아서 운전자들이 거래가치의 100%를 얻을 수 있는 우버를 생각해보라. 이는 과학소설도 아니다. 애초에 3장에서 살펴본 디지털 통화를 뒷받침하기 위해 구상된 블록체인 같은 분산된 원장들에 의해서 주로 가동되는 DAO들이 이렇게 우리가 말하고 쓸 때에도 속속 출현하고 있다. 지역의 생태계와 P2P 상호작용을 뒷받침하는 데 전지구적 분산 테크놀로지를 활용함으로써 DAO들이 지역과 전지구적 수준 모두에서 작동할 수 있을까? 갈등은 어떻게 해소될까? 중개자 없이 P2P 플랫폼들이 돌아가는 것이 정말로 가능할까? DAO 플랫폼을 개발하고 유지하는 협동집단을 위한 새로운 수익모델들이 있을까? 이 장에서 나는 새로 생기는 DAO의 사례들에 대해 일정한 통찰을 제공하면서 이 물음들 가운데 일부에 답하거나 아니면 적어도 조명해보는 작업은 하려고 한다.

6장 PCE 세계에서 벤처자본은 죽는다

승자독식형 자본주의는 미국에서 계속 추동세력으로 남겠지만, 99%의 운동과 점점 더 충돌하게 될 것이다. 기업가들이 더 이상 세계를 소유하려 하지 않을 때, 벤처자본모델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PCE 세계에서는 어떻게 신생 기업들이 재정을 조달할 것인가? 이 장에서 나는 신생 기업들에게 재정을 제공하는 일을 하는, 벤처자본과는 다른 새로운 광범한 대안들을 탐구하면서 일련의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에 강하게 초점을 맞추고 심지어는 PCE를 위한 완전히 가벼운(lean)(([옮긴이] 여기서 ‘lean’은 불필요한 것이 다 빠졌다는 의미이다. 몸에 해로운 기름기가 빠졌다는 식으로 이해해도 될 것이다. 여기서는 이해하기 쉽게 ‘가벼운’으로 옮겼다. 데이빗 플레밍(David Fleming)은 그의 유작 Lean Logic: A Dictionary for the Future and How to Survive It(2016)에서 ‘leanness’(홀쭉함)를 중요한 개념으로 다듬어냈다. ‘leanness’는 현대 자본주의 경제와는 다른 특징―자기증강보다는 자기창조로서의 인간의 살림, 다양성, 지역특수성, 정신지향성 등―을 통합적으로 가리킨다.)) 창업 방법론을 수용할 것이다. 나는 또한 점증하는 ‘느린 화폐 운동’에 대해 논의하고 강한 사회적·환경적 사명을 따르는 기업들에 투자하려고 하는 점점 더 수가 늘어나는 영향력 있는 투자자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또한 시민 기업가들이 지역 자치정부들이 혁신 프로그램들에 주는 지원금을 타서 그들의 기획에 재정을 대는 방식들에 대해 논의할 것이다.

7장 미래로 돌아가다

이 책 전체를 통해 나는 탈자본주의 경제에서 이루어지는 광범한 대안적인 조직화 형태들을 탐구했다. 각 장이 별도의 주제들에 초점을 맞추도록 되어있고 탈자본주의적 기업가들이 거주하는 지리적 장소에 주의를 기울인 적이 별로 없지만, 이 장에서는 특정의 장소(도시들)가 이 책에서 논의된 모든 PCE 형태들을 기본소득이나 팹시티들과 같은 다른 탈자본주의적 논제들과 아울러 수용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에 시선을 돌려, 미래로 돌아가서 지나간 시대의 개념들을 블록체인이나 3D 인쇄와 같은 새로운 테크놀로지들과 혼합하여 우리의 경제를 그 바탕에서부터 재구성해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