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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우드법과 입법의 미래


  • 저자  :  겁랩 (GovLab)
  • 원문 : “Legislature 2.0: CrowdLaw and the Future of Lawmaking” (2018.5.21) /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
  • 분류 : 번역
  • 옮긴이 : 정백수
  • 설명 : 아래는 P2P재단의 블로그에 올라있는 겁랩(GovLab)의 2018년 5월 21일 자 글 Legislature 2.0: CrowdLaw and the Future of Lawmaking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는 재게시된 일자이고 원래 작성일은 작년으로 추정된다.) 겁랩은 거버넌스 방식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뉴욕대학교 소속의 연구소이다. 이탈리아에 있는 랩겁(LabGov, Laboratory for the Governance of Commons)과는 다른 곳이다.

 

입법2.0 — 크라우드법과 입법의 미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역대 최저인 상황에서, 주로 정당의 아젠다에 의해 지배되고 대체로 닫힌 방 안에서 작업하는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에 의해 실행되는 전통적인 대의제 입법 모델들의 정당성과 효율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입법 기관들의 작동방식에 전문지식과 견해의 새로운 원천을 도입하고 입법자들을 선거 당일보다 더 많은 날에 국민에게 더욱 책임을 지게 만들 가능성을 테크놀로지가 제공해준다. 지역 입법기관과 국회가 대중을 참여시키기 위해서 인터넷에 시선을 돌리는 사례들이 이미 세계 전역에 24건 이상 존재한다. 우리는 그러한 공개적이고 참여적인 입법을 ‘크라우드법’(crowdlaw)이라고 부른다.

 

웹싸이트 Crowd.Law

입법기관들이 대학에서 행하는 연구에 돈을 대지만, 자신들이 작업을 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재발명하는 데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그래서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에 있는 거버넌스랩(Governance Lab, 겁랩)은 테크놀로지가—특히 개인들과 집단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테크놀로지가—입법과정에 앞으로 미칠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 크라우드법 연구 기획(CrowdLaw Research Initiative)과 웹사이트(“CrowdLaw”)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더 높은 입법 투명성을 가능하게 하는 테크놀로지와 구분되는 것으로서 집단지성 도구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 도구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는 견해들과 전문지식을 입법과정으로 돌릴 수 있고 그럼으로써 입법의 질과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쌍방 대화의 잠재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초점은 단지 더 직접적이기만 할 뿐이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가진 민주주의를 창출하는 것에 두어진다. 우리의 작업은 모든 종류의 전문지식이 사회에 널리 분산되어 있다는 가설, 그리고 더 많은 정보를 입법과정에 도입하여 그 과정을 항상 진행되는 대화와 협동의 과정을 만드는 데 테크놀로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Crowd.Law 웹사이트는 다음의 것들을 포함한다.

 

1. 크라우드법의 심층 분석과 설명

2. 세계전역에 존재하는 크라우드법 기획의 25개 사례들에 대한 짧은 사례연구

3. 크라우드법의 주도적인 이론가들 및 실무자들의 트위터 목록

4. 크라우드법에 관한 정선된 참고문헌 목록

5. 크라우드법 과정 및 플랫폼 설계안들의 심층적 추천

6. 시민의 입법참여를 입법하기 위한 모델 언어

 

이 작업은 12개 이상의 나라에 속한 크라우드법 실무자들이 가진 3번의 온라인 회의((원주1 “Toward More Inclusive Lawmaking: What We Know & Still Most Need to Know About Crowdlaw,” The Governance Lab, June 4, 2014, http://thegovlab.org/toward-more-inclusive-lawmaking-what-we-know-still-most-need-to-know-about-crowdlaw/. “Expanding Insights — #Crowdlaw Session 2 Highlights Need for Experimentation & Collaboration,” The Governance Lab, June 24, 2014, http://thegovlab.org/expanding-insights-crowdlaw-session-2-highlights-need-for-experimentation-collaboration/. “#CrowdLaw — On the Verge of Disruptive Change… Designing to Scale Impact,” The Governance Lab, December 4, 2015, http://thegovlab.org/expanding-insights-crowdlaw-session-2-highlights-need-for-experimentation-collaboration/ ))와 예일로스쿨의 <거버넌스 혁신 클리닉>(Clinic on Governance Innovation)에서 한 학기 지속된 대학원 연구프로젝트에 의해 이루어졌다.

 

2018년에 예상되는 크라우드법 활동

Crowd.Law의 개설은 시작일 뿐이다. 이를 필두로, 크라우드법 시행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입법혁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공동체를 구성하며 추가적인 크라우드법 실험을 시범적으로 행하고 그 작동을 연구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들이 올해에 이루어질 것이다.

 

이 목적으로 11월 17일 마드리드 자치지방의회와 마드리드 시의회가 크라우드법에 관한 워크숍을 뉴욕대학교의 겁랩 및 하버드 스터디그룹인 <테크놀로지상의 아고라 설계에의 도전>과 함께 가질 것이다. (이 스터디그룹은 스페인의 지자체 및 자치지방 수준에서 크라우드법에 관한 잠재적 파일럿 프로젝트들을 조사할 목적으로 구성되었다.)(([옮긴이]스페인의 의회제도에 관해서는 http://commonstrans.net/?p=744의 글 각주 2번을 참조))

 

오는 봄, 겁랩과 뉴욕대 탠던공대에서 ‘도시를 다스리기’(Governing the City) 세미나에 참여하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공적인 일에의 더 많은 참여가 가지는 혜택과 리스크를 포착하려는 노력의 표현으로서 어떻게 법안이 법이 되고 다시 그 법이 시행령으로 실행되는지를 맵핑하기 위해서 거대 메트로폴리스의 시의회와 관련된 연구에 착수할 것이다.

 

겁랩은 록펠러 재단의 지원으로 전 세계에서 정치 및 법 이론가들, 국회의원들, 의회법 학자들, 플랫폼 설계자들, 입법 실무자들을 3월에 이탈리아에 있는 록펠러 벨라지오 컨퍼런스 센터에 모아서 입법에의 시민참여에 관한 이론과 실천을 탐구하고 증거에 입각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크라우드법을 실행하는 의회들에 의한 데이터 수집과 공유를 위한 기준을 마련할 것이다.

 

왜 크라우드법인가?

오늘날 시민은 이익집단 로비스트들을 제외하고는 거버넌스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입법과정의 취약성에 관한 방대한 문헌들이 존재하는데, 이 문헌들은 법의 낮은 질의 원인들을 설명한다. 해커(Jacob Hacker)와 피어슨(Paul Pierson)이 『승자 독식형 정치』(Winner Take All Politics)(2011)(([옮긴이] 『부자들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라는 다소 초점이 다른 제목의 한국어본이 있다. 영어 원본의 부제—‘어떻게 워싱턴은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고 중산층에 등을 돌렸는가?’(How Washington Made the Rich Richer–and Turned Its Back on the Middle Class)—이다.))에서 결론짓듯이, 1970년대에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프로그램들(([옮긴이] 1964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가난의 제거와 인종 정의를 위해서 미국에서 행한 일련의 사회 정책들))과 싸우기 위해서 출현한 재계의 수십억 달러 로비 기계가 정치적 과정을 장악하고 중산층보다 최상층을 우선시하는 입법 아젠다를 계속적으로 밀어붙였다. 해커와 피어슨의 책은 미국 사회에서 정치로부터 ‘모든 사람’을 배제시킨 것과 그 결과로 나타난 불평등을 기록하고 있다. 쇤브로드(David Schoenbrod)는 그의 『DC 컨피덴셜』(DC Confidential)(([옮긴이] 이런 제목은 LA Confidential(소설이 원작이고 이것을 영화로 만든 것이 더 유명하다)이 효시인 셈인데, 이 제목의 “Confidential”은 당시 스캔들을 다루는 잡지 Confidential에서 따왔다. 따라서 DC Confidential은 워싱턴의 알려지지 않은 추악한 이면을 다루겠다는 의미가 된다.))에서 정치가들이 잘못된 입법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면서 자신의 신망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다섯 가지 속임수’를 지적한다. 다른 연구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평균적인 미국인들의 선호는 공공정책에 아주 작은, 영에 가까운, 통계적으로 사소한 영향만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원주[2] Gilens, M., & Page, B. (2014). Testing Theories of American Politics: Elites, Interest Groups, and Average Citizens. Perspectives on Politics, 12(3), 564–581. doi:10.1017/S1537592714001595.))

 

아직 모르는 것은, 투표함 너머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참여가 실제로 입법과정의 정당성((원주[3] Sidney Verba, Kay Lehman Schlozman and Henry Brady, Voice and Equality: Civic Voluntarism in American Politic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5).))과 질((원주[4] Nam, “Suggesting frameworks of citizen-sourcing via Government 2.0,” 18.))을 높이고 그 병폐를 고칠 수 있는가이다. 이 두 목표는 하나는 모든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을 두고 다른 하나는 전문지식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에 종종 상충한다는 것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에 대해서 정답은 없는데, 입법 및 정책입안과 관련된 대부분의 시민참여 실험은 지금까지 전자에 초점을 두고 후자를 배제해왔다. 그 결과로 입법결과에서의 중요한 향상을 낳은 바는 없다. 실험할 새로운 파일럿 기획들을 세울 때는 두 목표 모두를 입법과정의 여러 상이한 단계들에서 달성하는 식으로 플랫폼과 과정을 설계해보는 것이 결정적인 점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의회가 어떤 이슈를 잡을지를 결정하는 단계(아젠다 설정)에서는 공동체의 관심사들과 문제들을 제기할 기회, 그리고 다룰 문제들을 시민들이 제안하고 우선순위를 매기고 비판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핀란드의 <시민 이니셔티브 행동>(Citizen’s Initiative Act)이 그러한 사례인데, 여기서는 시민이 새로운 입법을 제안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시민참여는 시민이 전문지식을 기여함으로써 정보를 제고하고 입법과정에 경험을 도입할 잠재력을 가진다.

 

입법기관들과 규제기관들이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내용에 도달한 단계(제안 작성)에서는, 분산된 전문지식을 입법자들과 실무자들 및 간헐적인 청문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준 너머로 끌어올림으로써 혁신적 접근법을 포착할 기회가((원주[5] John Wilkerson, David Smith and Nicholas Stramp, “Tracing the Flow of Policy Ideas in Legislatures: A Text Reuse Approach,”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59:4 (January 2015): 943–956.)), 그리고 동시에 제안된 해결책들에 대한 시민의 선호와 견해를 재는 과정을 창출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프랑스의 <의회와 시민>(Parlement & Citoyens)은 시민들이 의원이 제안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제안을 제출할 수 있게 한다. 시민들의 제안은 그 다음에 종합되고 토론을 거쳐서 법안 작성에 통합된다.

 

스페인의 뽀데모스에서부터 덴마크의 대안당에 이르는 새로운 정당들 다수는 지지자들의 견해를 평가하고 지자들의 요구에 더 잘 응하려는 노력의 표현으로 유권자들에게 정당 강령을 작성하도록 권유하는 데 새 테크놀로지를 사용했다.

 

만일 의회가 모니터링 업무를 예를 들어 카메라폰을 가진 시민들에게 분산시킨다면 이는 입법의 후속비용과 입법이 시민들의 삶에 주는 이익을 평가하고 더 큰 경험적 엄밀함(바로 이것이 보통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을 입법에 도입하는 능력을 극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원주[6] “Initial Findings from Pará,” MIT Center for Civic Media, last modified May 2017, http://promisetracker.org/2017/05/23/initial-findings-from-para/. 원주[7] Janet Tappin Coelho, “Rio de Janeiro Citizens to Receive New App to Record Police Violence in City’s Favelas,” Independent, March 5 2016, http://www.independent.co.uk/news/world/americas/rio-de-janeiro-citizens-to-receive-new-app-to-record-police-violence-in-citys-favelas-a6914716.html 원주[8] Martina Björkman Nyqvist, Damien de Walque and Jakob Svensson, “The Power of Information in Community Monitoring,” J-PAL Policy Briefcase (2015). Available at: https://www.povertyactionlab.org/sites/default/files/publications/Community%20Monitoring_2.pdf 원주[9] Dennis Linders, “From e-Government to We-Government: Defining a Typology for Citizen Coproduction in the Age of Social Media,” Government Information Quarterly 29:4 (October 2012): 446–454. Available at: http://www.academia.edu/27417288/From_e-government_to_we-government_Defining_a_typology_for_citizen_coproduction_in_the_age_of_social_media 원주[10] Tiago Piexoto and Jonathan Fox, “When Does ICT-Enabled Citizen Voice Lead to Government Responsiveness?” Institute of Development Studies Bulletin 41:1 (January 2016): 28. Available at: http://pubdocs.worldbank.org/en/835741452530215528/WDR16-BP-When-Does-ICT-Enabled-Citizen-Voice-Peixoto-Fox.pdf))

 

그런데 시민참여가 더 많아지는 바로 그만큼 더 현명한 혹은 더 정의로운 법이 만들어지는지는 자명하지 않다. 이와 반대되는 방향을 가리키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여기에는 최근의 유명한 국민투표들이 포함된다. 입법과 관련된 정보의 질을 개선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개방하는 것은 일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힘을 부여하는 결과로 끝날 수 있고 특수한 이익 세력이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더 많은 직접적인 참여는 시민들의 자유에 부정적인 결과를 미치는 포퓰리즘적 지배를 낳을 수도 있다. 시민참여가 아무리 해도 유용한 것이 되기 어렵고 최악의 경우에는 번거로운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법기관들이 시민참여의 실행을 느리게 진행시키는 데는 일리가 있다.

 

이러한 리스크에 맞서고 좋은 점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입법기관이 어떻게 시민과 함께하면서 입법과정의 일부로서 정보를 수집·분석·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와 가이드를 줄 체계적인 실험과 평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더 나아가 만일 우리가 통상적인 대의민주주의 모델 혹은 국민투표 너머로 입법방식을 진화시키고자 한다면, 더 많은 참여가 입법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일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