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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먼즈 이행과 P2P (4)



 

3. 커먼즈 정치란 무엇인가?

 

커먼즈와 P2P는 우리 시대에 집중적으로 일어나는 사회적·생태적 위기들을 어떻게 다룰 수 있고 우리의 사회적·생태적 안녕을 어떻게 복원할 수 있는가?

 

왜 우리에게 P2P 정치가 필요한가?

거의 40년이 된 신자유주의는 최근 브렉시트나 트럼프의 당선에서 보듯이 현대 서구 정치의 우선회에 의해 뒤집어졌다. 긴축 정치, 복지국가에 대한 약탈, 그리고 증가하는 시민들의 소외는 이해할 만한 좌절을 낳았고 이것을 우익 포퓰리즘이 이용하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정치참여는 익숙한 것(후기 단계의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느린 죽음과 예측할 수 없는 것(놀랍게 부상하는 대안 우파/극우)의 급속한 발생 사이의 선택에 국한되는 듯 보였다.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선거무대와 국가정치의 구조적 제한들은 체제 내에서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큰 한계를 부여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P2P 동학을 활용하고 커먼즈를 구축하는, 친화성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들과 공동체들이 그 숫자와 가시성의 측면에서 부상하고 있다. 소규모 혁신들이 거버넌스, 농업, 서비스 공급, 과학, 연구 및 개발, 교육, 금융, 통화(通貨)의 분야들에서 진정하게 지속 가능한 자원관리와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결속을 모델화하고 있다. 장소에 기반을 둔 이러한 노력들은 인터넷의 사용을 통하여 세계 전역에서 기록·복제되어 그 원천이 되는 지식 커먼즈를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예시적 접근법들이 합리적인 대안을 구축하는 데 들어갈 핵심 요소들이긴 하지만, 이 접근법들은 보통 기존의 체제의 제한 내에서 발전한다. 신자유주의가 가져온 종획을 통해서나 아니면 더욱 우선회하면서 점점 더 권위적이 되고 배타적이 되는 우파 정치를 통해서나 시민들이 기대하거나 열망하는 ‘정상성’(normality)―일자리 안정, 연금, 실업지원, 공정한 노동시간과 조건―은 계속 침식될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로 위에서 서술한 저 생산 공동체들의 작동을 위해 가용하다고 생각되는 공간도 불가피하게 위축될 것이다.

바로 이 때문에 커먼즈 운동은 정치 영역에 관여해야 한다. 복지국가 모델의 최선의 질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것을 근본적으로 다시 상상된 정치로써, 사회적 가치창출과 공동체에 의해 조직되는 실천을 촉진하는 정치로써 넘어서기 위해서이다. (여기서 “정치적”이란 대의정치만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 사람들 즉 일반 시민들의 실행할 수 있는 권리들도 가리킨다.) 이는 대안들을 구축하고자 하는 사람들과 기존의 정치적 경로들을 해킹함으로써 변화를 가능하게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 사이를 나누는 잘못된 이분법을 부순다. 균형 잡힌 정치체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예시적 행동노선과 제도적 행동노선이 모두 필요하며, 다행히도 이러한 정치적 접근법이 이미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을 살펴보기 전에 먼저,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특징들이 어떻게 시민사회의 조직을 형성할 수 있고 거버넌스의 방법과 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총체적으로 혁신할 수 있는지를 검토해보자.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원리들이 커먼즈 정치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이전 장(「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P2P 경제를 형성하는가?」)에서 우리는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생태계는 보통 세 단체―① 생산 공동체 ② 커먼즈 지향적 기업가 연합들 ③ 비영리 지원단체들―를 통해 발현됨을 보았다. 이 세 요소가 만일 더 광범한 사회로 확대되어 적용된다면 어떻게 나타날지 상상해보자.

CBPP 생산 공동체 기업가 연합 비영리 지원단체
사회적 삶 시민 사회 시장 조직들 국가

우리가 보았듯이, 지원단체들은 자신들이 속한 생태계의 공동의 이익에 복무한다. 이 단체들은 기반시설에 대한 요구를 책임지며 적절한 도메인들에 구속력 있는 규칙들을 부과할 수 있다. 이 단체들은 개인들 사이의 계약에 기반을 두지 않으며 상이한 이해관계자들로 구성된 자율적으로 다스려지는 제도들이다. 이 단체들은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국가를 미시적 수준에서 속사(速寫)로 찍은 사진에 해당한다.

이것을 거시적 수준에 적용하면 커먼즈 중심 사회에서 ‘파트너 국가’로 진화한 국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여기서는 국가 당국이 커먼즈 기반 기여 체계들을 위한 기반시설들을 만들고 유지함으로써 시민 사회에 의한 직접적 가치창출을 국가 영토의 규모에서 가능하게 한다.

오늘날 국가 측의 행동을 촉진하는 것은 미래의 온전한 파트너 국가를 예시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다. 시민-커머너들과 그들의 사회운동은 기존의 국가형태를 파트너 국가형태로 전환시킬 것이다. 이 국가는 시민들의 개인적·집단적 자율을 인정할 것이다. 마치 시민권 운동, 참정권 운동, 노동 및 여성운동들이 그 동안 국가를 새로운 사회적 요구에 응하도록 강제했듯이 말이다.

우리가 불평등한 계급 사회에 사는 한 국가에 기반을 둔 메커니즘이 필요할 것이다. 사회운동들―이 경우에는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으로의 전환에서 출현하는 운동들―은 국가에 압박을 행사할 것이다. 만일 이 사회운동들이 대세가 되면, 이것이 현재의 ‘시장 국가’(market state)에서 커먼즈 부문의 이익을 대변하는 ‘파트너 국가’로의 변형을 낳을 수 있을 것이다. 이상적으로는, 이 국가와 커먼즈 기반 시민 사회가 인간의 평등의 재출현을 위한 조건을 창출할 것이므로, 국가는 사유화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점차 “공통화”(commonified)될 것이며 철저하게 변형될 것이다.

이는 전부가 아니면 아예 포기하는 식의 제안이 아니며, 모든 종류의 규모에서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전지구적 사회의 거시적 수준에서 일어나는 실제적인 체제 차원의 변화는 결국에는 이러한 새로운 형세(configuration) 아래에서의 새로운 사회 조직화를 필요로 할 것이다. 이 전략은 기존의 형세 내에서 작동한다는 점에서는 개혁주의적(reformist)이지만, 혁명적이기도 하다. 현재의 추출적 체제가 어떤 시점에서는 새로운 형세로의 상전이(phase transition)를 거칠 것이 틀림없다는 이해에 기반을 두기 때문이다. ‘혁명적 개혁’은 기존의 체제에 받아들여질 만한 것이겠지만, 또한 그 체제를 변형할 조건을 창출하기도 한다. 기본 소득이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기본 소득은 노동이 상품화될 필연성을 부술 수 있으며 커먼즈를 산출하는 자발적인 활동을 향하는 시간과 노력을 해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커먼즈를 가능하게 하는 파트너 국가라는 우리의 비전은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경제적 경향에 기반을 둔다. 이 경향을 포착해 그려주기 위해서, 현재의 정치적 현실에서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논리가 어떻게 참신하고 실행 가능한 대안들을 제시하는 새로운 네트워크화된 정치운동들로 진화하고 있는지를 간단하게 살펴보자.

 

어번 커먼즈의 발생

세계 전역의 진보적 도시들이 커머닝을 가능하게 하고 커머닝에 힘을 부여하고 있다. 이 ‘반란 도시들’(Rebel Cities)은 시민들이 자신들과 자신들을 둘러싼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지도하기보다는 커머너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보통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관련되는 일을 직접 관리하는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헨트(Ghent), 볼로냐, 암스테르담, 바르셀로나, 벨로오리존테(Belo Horizonte), 나폴리, 몬트리올, 릴, 마드리드, 브리스틀 같은 도시들은 각 지역 맥락에서 적절한 많은 행동들 외에도, 투명성 높이기, 시민들이 참여하는 예산책정을 가능하게 하기, 사회적 돌봄 협동조합들의 창출을 촉진하기, 공터를 공동체 정원으로 바꾸기, 기술과 도구를 공유하는 프로그램들을 공동창출하기를 실행하고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시민이 주도하는 자치도시연합들(municipalist coalitions)일 것이다.((이에 대해서는 http://commonstrans.net/?p=744의 ‘어번 커먼즈의 발생’ 부분도 참조하라. 서로 겹치는 내용도 있다.)) 여러 자치도시연합들이 스페인의 읍들과 도시들에서 출현했으며 모든 주요 인구 중심지들의 선거에서 승리했다. 이 노력들을 다 합쳐서 보면 , 커먼즈 논리가 P2P에 의해서 가능하게 되는 민주적·참여적 관계들과 결합되면 오늘날의 정치 장(場)에서 새로운 목적의식을 되살리고 불어넣을 수 있음을 알 수 있게 된다. 목전의 과제는 출현하는 새로운 정치 운동을 현지의 동학(local dynamics)의 특징들을 보존하면서도 더 높은 복잡성의 수준―지역적(regional), 일국적, 초국적 수준―에서 발전시키는 데 있다.

[* 스페인의 자치도시연합들에 대한 사례연구는 주석에서 밝힌 다른 게시글에 더 자세하게 나와 있으므로 생략함.]

 

커먼즈 이행 :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거버넌스의 정치적 어휘를 구축하기((이 절의 내용도 http://commonstrans.net/?p=744의 ‘커먼즈 이행 : 아래로부터의 사회적 거버넌스의 정치적 어휘를 구축하기’ 부분과 겹친다. 조금씩 다르게 쓴 부분들도 있는데, 이 다르게 쓰기 자체가 인식을 정밀하게 다듬으려는 노력의 표현이므로 이 점을 생각하면서도 비교하여 읽는 것도 추천할 만하다. (물론 같은 원문을 다르게 번역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같은 사람이 같은 원문을 늘 똑같게 번역하라는 법은 없으므로 이 또한 번역자의 그때그때마다의 노력의 표현으로 읽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커먼즈의 상상계는 정치적 과정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공동체들의 창조성과 참여에 관여함으로써 효과적인 정치 행동에 쓰일 수 있는 일체감을 양성할 수 있다. 커먼즈의 통합적 내러티브는 시장국가와 시장경제의 협소한 관료주의 외부에서 시민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를 권유한다.

윤리적 시장들의 경우에서처럼, 커먼즈 이행을 정치 장에 적용하는 것은 세 구분되는 진보적 경향들의 최선의 실천들을 활용하는 자유롭고, 공정하며 지속 가능한 정치적 내러티브―개방성(해적당), 공정성(신좌파), 지속 가능성(녹색당)―의 창출을 수반한다. 우리 시대의 과제에 부합하는 새로운 정치적 비전을 구축하는 최적의 플랜은 이 세 경향들 사이에 다리를 놓는 것을 포함한다.

커먼즈는 본성상 포용적이기 때문에 정치에 적용되었을 때 해당 개인들과 공동체들에 의한 풀뿌리 수준의 정치참여를 가능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위에서 설명한 대로 이 새로운 내러티브는, 기존의 제도들만이 아니라 변화를 만드는 사람들과 시민사회 조직들이 접근할 수 있는, 이미 존재하는 (규모를 키울 수 있는) 최선의 실천들에 토대를 두어야 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이 실천들을 어떻게 확대하고 개선하여 지속적인 문화적 변화를 불러일으킬지에 대한 몇몇 요점들을 제시할 것이다. ♣ 

 




커먼즈 이행과 P2P (3)



 

P2P와 커먼즈 경제를 가속화하는 10개의 방법

 

그러면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이 현재의 경제를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래의 10개의 아이디어는 새로운 생산 공동체들에서 이루어지는, 그리고 공유된 자원을 바탕으로 살림을 창출할 수 있는 윤리적 기업가 연합에서 이루어지는, 새로 출현하는 실천들에 대한 우리의 연구의 결과이다. 이 아이디어들은 새로운 윤리적 경제의 복원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실천들을 강조한다. 이 10개의 아이디어는 이미 일정 형태로 실행되고 있지만 더 광범하게 사용되고 통합될 필요가 있다. 아래의 표는 세 부문을 담고 있다. ① 자유로움―개방되고 공유 가능하며 모두가 동등하게 접근할 수 있음 ② 공정함―모든 인간들과 사회적으로 유대를 맺음 ③ 지속 가능함― 우리를 자연의 지배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자연의 일부로 생각하며 자연을 파수하고 복원하는 일에서 우리가 져야 할 책임을 받아들임.

1. 공유된 지식에 기반을 둔 개방된 사업모델을 실천하기.자유로움공유될 수 있는 것을 공유하기. (희소한 자원으로부터만 시장가치를 창출하기.) 이 공유된 커먼즈를 바탕으로 혹은 그와 병행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2. 열린 협동조합주의를 실천하기.공정함 협동조합들은 커먼즈 친화적인 시장 조직들이 취할 수 있는 잠재적 형태 가운데 하나이다. 핵심은 기여하는 커머너들을 위한 살림을 생성할 수 있는 탈기업적 형태를 선택하는 것이다.
3. 기여에 기초한 공개 회계를 실천하기.공정함 기여에 기초한 회계 및 이와 유사한 해결책들은 훨씬 더 광범한 공동체에 의해 공동창출된 가치를 기여자들 가운데 소수―시장과 더 밀접한 관계를 맺은 사람들―만이 포획하는 상황을 피한다. 공개 회계는 또한 가치의 (재)분배가 모든 기여자들에게 투명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장한다.
4. 카피페어 라이선스를 통해 공정한 분배와 이익공유를 보장하기.공정함 지식 공유를 허용하면서 상업화의 권리에 대해서는 호혜(상호성)의 응답을 요구하는 카피페어 라이선스의 사용이 사회적·환경적 비용을 내화하고 있는 윤리적 경제 조직들을 위한 동등한 활동의 장을 창출할 것이다.
5. ‘커먼페어’(commonfare)((‘복지’를 의미하는 ‘welfare’의 앞 세 글자 부분을 ‘common’으로 대체한 것이다. 한 웹사이트의 설명에 따르면, ’커먼페어‘는 ‘공통적인 것의 복지’(welfare of the common)로 풀어 쓸 수 있으며 “사람들 사이의 협동에 기반을 둔 참여적 형태의 복지 공급”이다. (http://pieproject.eu/))를 통해 유대를 실천하고 삶과 노동의 위험을 완화시킨다.공정함한때 복지국가(welfare state)에 함입되어 있던 중요한 유대 메커니즘들이 붕괴되고 있다. 분산된 유대 메커니즘들 즉 ‘커먼페어’의 관행을 재건하는 것이 긴급하다.
6. 오픈소스 순환경제를 위해서 개방적이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들을 사용하기.지속 가능함계획된 노후화는 오류가 아니라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들의 특징이다. 지속 가능한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기 위해 개방되고 지속 가능한 디자인들을 사용하는 것이 윤리적 기업가 조직들에게 크게 권장된다.
7. 열린 공급망과 개방된 회계를 통해 생산의 상호조정을 향해 움직이기.지속 가능함네트워크의 실질적 생산현실이 열린 공급망을 통해 공통의 지식이 될 때에는 과잉생산을 할 필요가 없다.
8. 코스모-지역화(cosmo-localization)를 실천하기.지속 가능함“가벼운 것은 전지구적이고 무거운 것은 지역적이다”가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원리이다. 지식은 전지구적으로 공유되고 생산은 요구에 의해, 실질적 욕구에 기반을 두고, 분산된 공동작업 공간들과 미시공장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9. 물리적 기반시설을 공동으로 사용하기.지속 가능함기계들을 포함한 우리의 생산수단이 공동으로 사용되고 가치를 창출하는 사람들 모두에 의해서 자립적으로 소유될 수 있다. 플랫폼 협동조합들, 데이터 협동조합들, 그리고 분산된 소유권의 ‘페어셰어’(fairshares) 형태들이 생산의 기반시설들을 공동으로 전유하는 것을 돕는 도구들이 될 수 있다.
10. 생성적 자본을 공동으로 사용하기.지속 가능함생성적 형태의 자본은 추출적 은행들에 지불되는 복리 이자에 기반을 둔 추출적 화폐공급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세계, 인류 그리고 환경이 필요로 하는 것은 자유롭고 공정하며 지속 가능한 실천들에 의해서 추동되는 경제체계이다.




커먼즈 이행과 P2P (2)



 

2.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P2P 경제를 형성하는가?

‘economy’(경제)라는 말의 그리스 어원은 가내 자원의 관리를 가리킨다. 건강한 가정에서 볼 수 있는 돌봄 지향적 상호작용을 어떻게 더 큰 규모로 확대하여 네트워크화된 공동체들이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의 자원을 파수하는 경제로 만들 수 있을까?

 

생산양식으로서의 P2P의 역사

 

관계에 기반을 둔 P2P의 동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여명기부터 존재해왔으며 원래 유목적인 수렵채취 사회에서 우세한 관계형태였다. 그 후 부족들의 연대로 구성된, 씨족에 기반을 둔 사회형태에서는 상호성이 P2P를 제치고 우세한 위치를 차지했으며, 나중에는 전자본주의 국가들과 제국들을 특징짓는 위계에 기반을 둔 자원배분이 우세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개과정 내내 커먼즈와 P2P 논리는 유럽 봉건제나 아시아 제국들의 경우에서처럼 매우 중요한 기능들을 보유했다.

 

일단 산업자본주의 단계에 도달하자 (그리고 나중에는 국가사회주의 제체들에서) P2P와 커먼즈 동학은 실질적으로 주변화되었다. 그러나 거기서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늘날 풍성한 P2P 기반의 테크놀로지 덕분에 커먼즈와 P2P는 그 동학이 결합되면 전지구적 수준으로까지 규모가 커질 수 있는 부활을 맞고 있다. 이러한 비전에 따르면 커먼즈와 P2P는 국가와 시장 기반 모델들의 가능성을 넘어서는 복잡한 사회적 인공물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P2P에 의해 가능하게 되는 관계들은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commons-based peer production, CBPP)의 출현을 낳았다. 이는 법학자 요하이 벤클러(Yochai Benkler)가 만들어낸 용어로서 가치를 창조하고 분배하는 새로운 방식을 가리킨다. P2P 기반시설은 개인들로 하여금 소통하고 스스로 조직하고 궁극적으로는 비(非)경합적 사용가치를 지식·소프트웨어·디자인의 디지털 커먼즈라는 형태로 공동으로 창조할 수 있게 해준다.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리눅스 같은 오픈소스 기획들, 아파치 HTTP 서버, 모질라 파이어폭스(Mozilla Firefox)나 워드프레스, 그리고 위키하우스, 렙랩(RepRap), 팜핵(Farm Hack)과 같은 오픈디자인 공동체들을 생각해보라.

 

핵심 개념 :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에서는 기여자들이 열린 기여 시스템들을 통해서 공유된 가치를 창조하며, 참여 실천들을 통해서 공동의 작업을 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공유 자원들을 창조한다. 열린 투입, 참여적 과정, 커먼즈 기반 산출로 구성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자본의 축적이 아니라 커먼즈의 축적이 이루어지는 주기이다.

 

가치창조의 새로운 생태계로서의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은 우리에게 가치창조의 새로운 생태계의 출현을 보여준다. 이 생태계는 세 단체로 구성된다. ① 생산 공동체 ② 커먼즈 지향적 기업가 연합(들) ③ 비영리 지원단체.

이 급속히 발전하는 생산양식을 남김없이 서술하기는 불가능한데, 아래의 표가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 생태계들의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잘 알려진 사례들 가운데 다섯을 설명해준다.

 

생산 공동체리눅스모질라GNU위키피디아워드프레스
기업가 연합Linux
Professional Institute,
Canonical 등
Mozilla corporation 등Red Hat, Endless SUSE 등Wikia Company 등Automatic Company 등
비영리 지원 단체리눅스 재단모질라 재단프리 소프트웨어 재단위키미디어 재단워드프레스 재단

이제 이 단체들 각각과 그 특성들을 서술해보자.

 

 

1. 생산 공동체

 

생산 공동체는 어떤 기획에의 기여자들 전부로 구성되며 그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조정하는 방식을 포함한다. 이 단체의 구성원들은 보수를 받을 수도 있고 생산되는 사용가치에 대한 특수한 관심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공유될 수 있는 자원을 생산한다.

 

 

2. 기업가 연합

 

커먼즈 지향적 기업가 연합은 공통의 자원에 기반을 두고 시장을 위한 부가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이윤이나 생계의 확보를 시도한다. 기여자들은 참여하는 기업들에 의해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커먼즈 자체는 시장의 외부에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희소하지 않고 풍성하기 때문이다.

 

기업가들, 공동체, 그리고 (이것들이 의존하는) 커먼즈 사이의 관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관계가 생성적(generative)이냐 아니면 추출적(extractive)이냐 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극을 가리키지만 현실에서 모든 조직들은 두 극을 일정 정도로 포함하게 된다. 생성적 관계와 추출적 관계 사이의 차이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사례는 산업형 농업과 퍼머컬처의 차이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토양이 더 메말라지고 덜 건강해지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토양이 더 비옥해지고 건강해진다.

추출적 소유생성적 소유
1. 금융적 목적: 단기간에 이윤을 극대화하기1. 삶의 목적 : 장기적으로 삶의 조건들을 창출하기
2. 부재 구성원 : 소유가 기업의 삶과 분리되어 있다.2. 토착 구성원 : 소유가 당사자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3. 시장에 의한 거버넌스 : 자본시장에 의한 자동조종 통제3. 사명에 의해 통제되는 거버넌스 : 사회적 사명에 헌신하는 사람들에 의한 통제
4. 카지노 금융 : 주인으로서의 자본4. 이해관계자 금융 : 친구로서의 자본
5. 상품 네트워크 : 가격과 이윤에만 초점을 두는 교역5. 윤리적 네트워크 : 생태적·사회적 규범들을 집단적으로 유지

추출적 기업가들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추구하며 보통 생산 공동체의 유지에 충분한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 한 사례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같이 창조하는 공동체들―페이스북은 그 가치창조와 실현에서 이 공동체들에 의존한다―과 이윤을 나누지 않는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교환에서 수익을 징수하지만 수송이나 숙박 기반시설의 창출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다. 이 조직들은 사용되지 않는 자원들을 이용하는 서비스들을 개발하지만, 추출적 방식으로 작동한다. 더 나쁜 것은 이들이 경쟁적 사고방식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 시스템에의 참여자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으로 임대를 하기 위해 새 건물을 짓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에 덧붙여, 추출적 기업들은 매우 많은 사회적 혹은 공적인 기반시설들(가령 우버의 경우에는 도로들)을 무임승차 식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달리 생성적 기업가들은 그들이 같이 생산하고 같이 의존하는 공동체들과 커먼즈를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최선의 경우는 기업가들의 공동체가 생산 공동체와 실제로 동일한 집단인 경우이다. 기여자들이 생계를 버는 수단들을 직접 구축하는 한편, 커먼즈를 산출하고 잉여를 자신들의 복지와 (그들이 공동으로 산출하는) 전반적인 커먼즈 체계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하고 생성적인 공동체들이 메타경제적 네트워크들(meta-economic networks))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

핵심 개념 : 메타경제적 네트워크들

공동체 지향적 사업에서부터 그 사업에 의해 향상되는 공동체들에 걸쳐 있는 메타경제적 네트워크들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커먼즈를 생성하는 협력적인 유대(紐帶) 구조들과 결합시키는, 친화성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들이다. 상호신용체계, 아이들 돌봄 협동조합, 공동체 은행, 새 생산물 배급센터들, 교육, 그리고 법 상담소 등이 결합된 연합체계를 상상해보라. 사람들이 사회 지향적 기획들에서 함께 작업하는 두드러진 사례들로는 까딸로니아 통합 협동조합(the Catalonian Integral Cooperative, CIC, 스페인 까딸로니아), 상호부조 네트워크(the Mutual Aid Network,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 현재 국가의 경계를 넘어 확대 중이다) 그리고 엔스파이럴(Enspiral, 뉴질랜드, 현재 모든 곳에서 복제되고 있다)이 있다. 엔스파이럴에 대해서는 아래 사례연구를 참조하라.


3.
비영리 지원단체

 

셋째 단체는 비영리 지원단체이다. 많은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 생태계들이 생산 공동체들과 기업가 연합들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협동의 기반시설을 뒷받침하고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을 위한 능력을 강화할 독립적인 거버넌스 단체 또한 포함한다.

 

이 단체들은 보통 비영리인데,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과정 자체를 지도적으로 이끌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의 지원단체인 위키미디어 재단은 위키피디아 생산자들의 생산을 강제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는 기획들의 기반시설과 네트워크들을 종종 관리하는 프리&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재단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달리 전통적인 NGO나 비영리 조직들은 희소성을 원리로서 ‘인정하는’ 세계에서 움직인다. 이들은 문제를 포착하고 자원을 찾으며 이 자원을 지도의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할당한다. 커먼즈와 연관된 지원단체들은 풍요의 관점에서 움직인다. 이들은 문제들을 인지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고자 하는 기여자들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단체들은 기여 공동체들과 기업가 연합으로 하여금 (당면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공하는)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 과정에 관여할 수 있게 해주는 협동 기반시설을 유지한다. 지원단체들은 라이선스제도를 통해 커먼즈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참여자들과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을 관리하는 것을 돕고 기금을 모으며 커먼즈에 필요한 일반적 능력구축을 (가령 교육이나 자격증명을 통해) 촉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