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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커먼즈와 집단적 소유권

 



 

경찰의 잔인함에 격분하여 미 전역의 도시들에서 최근 발생한 소요의 근저에는 노예 제도의 종식 이래 흑인의 삶을 제한해 온 부·토지·권력에서의 근본적 불평등이 놓여 있다.

일찍이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이 약속받은 “40에이커와 노새”는 결코 주어진 바 없었다. 토지의 재분배도, 강탈된 노동으로 강탈된 토지에서 추출한 부에 대한 보상도 없었다.

흑인들은 이전의 노예들이 그들의 자유를 고지받게 된, 노예해방선언 2년 후인 1865년 6월 19일을 준틴스(Juneteenth)로 기념한다.(([옮긴이] 1865년 6월 19일 고든 그랜저(Gordon Granger) 장군이 이끄는 북군이 텍사스주 갤버스톤에 상륙하여 남북전쟁과 노예제의 종식을 고지했다.))흑인에 대한 경찰의 계속되는 살인에 항의하던 시기에 찾아온 올 6월 19일은 흑인이 토지소유권과 이러한 소유권이 가져다주는 경제력을 어떻게 박탈당했는지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 토지뿐만 아니라 경제적·문화적·디지털 공유자원에도 기반하고 있는 확대된 “흑인 커먼즈”(black commons) 개념은 보상수단의 하나로 기능할 수 있다. 도시계획조경건축 분야의 교수인 우리의 연구가 제안하는 바는 흑인 커먼즈 개념이 경제발전을 장려하고 공동의 부를 창출함으로써 노예제도의 인종주의적 유산을 제거하는 작업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토지수탈

흑인 소유의 미국 토지 비율은 실제로 지난 100여 년간 감소해왔다.

정점이었던 1910년 미국 전체 농부의 약 14%였던 흑인농부1600만 에이커에서 1900만 에이커의 땅을 소유했다. 2012년쯤 농업 공동체의 1.6%에 불과한 흑인은 360만 에이커의 땅을 소유했다. 또 다른 연구는 1920년과 1997년 사이 흑인농부가 98% 감소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백인농부 소유 에이커가 증가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농무부(United States Department of Agriculture, USDA)의 1998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러한 감소는 법·직위·대부 자원으로부터 흑인농부를 배제시킨 193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의 뉴딜과 농무부의 차별적 관행에서 비롯된 긴 차별의 역사 ―“기록이 잘 되어 있는” 역사― 때문이었다.

차별적 관행은 토지 유만이 아닌 자산소유에도 영향을 미쳤다. 흑인의 41.8%가 주택을 소유했던 반면 백인의 79.1%가 주택을 소유하고 있던 2017년 인종별 주택소유 격차는 50년 사이 최고로 높았다. 이 격차는 자산구매를 위한 모기지, 주택개량을 위한 대출을 흑인 거주자에게 허용하지 않은, 금융차별(([옮긴이] 금융차별(redlining)은 빈민에게 대부·모기지·보험 등을 거부하거나 높은 이자율을 매기는 관행을 말한다.))같은 인종차별적 주택공급 관행이 합법적이었을 때의 격차보다 훨씬 더 큰 것이다.

소유권의 결핍은 흑인 중산층을 빈털터리로 만들었고 흑인을 계속해서 괴롭혀온 불구적인 경제적 격차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하다. 부를 늘리고 그것을 후세대에 물려주는 것을 더 어렵게 했으니 말이다.

2017년 보고서에 따르면 보스턴 도시권(([옮긴이] 보스턴 도시권(Greater Boston)은 매사추세츠주의 수도인 보스턴과 그 주변 지역을 포괄하는 메트로폴리스 지역을 의미한다.))의 비이민 흑인가구 순자산의 중앙값은 8달러에 불과했지만 백인가구는 247,500달러였다. 이는 “제약을 포함하는 계약, 금융차별 및 기타 대출관행으로 인한 포괄적인 주택공급·대출차별” 때문이었다.

1983년부터 2013년 사이 전국적으로 흑인 부의 중앙값은 1,700달러로 75% 감소했으나 백인은 116,800달러로 14% 증가했다.

 

자유농장

오늘날의 토지소유권과는 매우 다르게 보일지 모르는 집단적 소유권이라는 이념은 미국에서 오랜 역사를 가진다. 노예제 시절에도 노예주는 노예가 된 아프리카인의 생계 농업을 위해 한 뙈기 땅을 내주었다. 자메이카의 사회이론가 씰비아 윈터(Sylvia Wynter)는 이 땅을 “플롯”(the plot)이라 불렀다.

윈터는 어떻게 이 땅 부지가 노예들이 그들만의 사회질서를 확립하고 전통적인 아프리카 민속과 식습관을 유지할 수 있는 공동의 지역으로 변모했는지를 설명해왔다. 참마·카사바·고구마를 키우면서 말이다. 플롯은 종종 “참마밭”으로 불렸으며 이 주식(主食)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식량, 토지, 권력, 문화적 생존의 연결은 본질적으로 전복적이었다. 노예제의 잔혹한 제약 속에서 집단적으로 성장하는 실천들을 지원하는 물리적 공간을 전유함으로써 흑인들이 또한 보여줬던 것은 그들의 생존과 저항을 가능하게 할 공통적인 정신적 공유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역사가 샤를라 M. 펫(Sharla M. Fett)에 따르면, 본초학(本草學)과 의학, 조산학(助産學) 그리고 흑인의 기타 치료관행은 “종교 및 공동체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저항행위로 여겨졌다.

노예제의 종식과 함께 이 플롯들은 사라졌다.

집단적 토지소유권의 원칙은 노예제 이후의 흑인 사회에서 발전했다. 이는 남부에서 가장 가난한 흑인 농부들의 경제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고안된 협력모델인, 시민권 조직가 패니 루 해머(Fannie Lou Hamer)의 자유농장의 핵심이었다.

패니 루 해머(1964년)

해머가 보기에 억압에 직면하여 정의를 실현하려는 싸움이 필요로 했던 것은 공동체를 위한 토지소유와 자원제공을 통해서 성취할 수 있는, 일정정도의 자립이었다.

흑인 커먼즈를 경제적 역량강화의 수단으로 보는 이 생각이 W.E.B. 두보이스(W.E.B. DuBois)의 1907년 “흑인 사이의 경제적 협력“의 주안점을 형성했다. 두보이스가 믿었던 것은 짐 크로(([옮긴이] 짐 크로(Jim Crow)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 흑인으로 분장하여 흑인 가곡 등을 부르는 쇼를 통해서 대중화된 가상의 흑인이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에 시행된 짐 크로 법(Jim Crow Laws)은 미국 남부주에서의 인종적 분리를 강화한 지역법이었다. )) 시대의 극단적 분리가 흑인 간의 문화적 유대 속에서 경제적 역량강화를 확립할 필요를 낳았으며 이는 협력적 소유권을 통해 달성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신용조합 및 협동조합

부의 축적만이 흑인 커먼즈의 소망된 결과였던 것은 아니었다.

1967년 사회평론가 해럴드 크루즈(Harold Cruse)는 “정치·경제·문화의 새로운 역동적 종합”을 창출할 “신제도주의”를 주장했다. 그의 견해에 따르면 경제 벤처사업들은 흑인 공동체의 더 큰 열망에 정치적·문화적·경제적으로 기반을 둘 필요가 있었다. 이것은 흑인 커먼즈를 통해 달성될 수 있었다.

정치경제학자 제시카 고든 넴바드(Jessica Gordon Nembhard)는 흑인 신용조합과 상호부조펀드에 대해 언급하면서 “다른 유색인종 및 저소득층과 마찬가지로 흑인들은 미국 역사 전반에 걸쳐 협력적 소유권과 민주적 경제참여로 큰 혜택을 보아왔다”고 말했다.

비영리단체인 슈마허 신경제센터(Schumacher Center for a New Economics)는 흑인 커먼즈 아이디어를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8년 성명에서 센터는 “여태까지는 토지에 접근하지 못했던 흑인들이 저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게 한다는 구체적 목적을 가지고서, 흑인 커먼즈에서 매입·기증된 토지를 한데 모으기 위한 국가적 수단으로 기능하는” 공동체 토지신탁제도를 채택할 것을 제안했다.

한편, 공유지분주택제도와 공동체토지신탁은 계속 증가하여 흑인가족이 재산을 소유하고 인종적·경제적 정의를 진전시키며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한 이주를 경감시키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디지털 커먼즈

코로나바이러스의 대유행이 미친 불균등한 영향과 경찰의 잔혹성이 낳은 소요가 부각시켜온 것은 깊숙이 각인되어 있는 구조적 인종차별주의였다. <흑인의 삶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흑인의 삶을 위한 운동>(Movement for Black Lives)과 같은 단체들은 집단행동을 중심으로 갱신된 활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디지털 시대에 이 집단행동이 어떻게 성취될 수 있는지에 대한 청사진을 보여주고 있다. 동시에, 흑인들은 또한 매우 인기 있는 온라인 댄스파티인 디제이 디 나이스(D-Nice)의 클럽 쿼런틴(Club Quarantine)과 같은 행사를 통해 문화 커먼즈를 형성하고 있다. 이 행사의 성공은 공동체 구성을 촉진하기 위하여 미래의 경제적 협력을 가리키는 온라인 플랫폼을 사용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어반패치>(Urban Patch)와 같은 단체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바로 이것이다. 이 비영리 단체는 크라우드소싱한 기금을 사용하여 인디애나폴리스의 도심지역에 공동체 공간을 만들고 과거의 흑인 커먼즈를 반영하는 집단적 경제개발을 장려한다.

미국의 오랜 인종차별주의 역사는 수 세대에 걸쳐 흑인을 억압해왔다. 그러나 지금 이 유산을 탐구해보는 것은 집단적 흑인행동, 흑인소유권 사상을 되돌아볼 수 있는 비할 바 없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를 활용하여 그저 부를 위한 토지소유권을 넘어서는, 공동체와 경제를 창조할 기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