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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닝을 통해 예술을 큐레이팅하기―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의 최빛나

 


  • 저자  : David Boiler
  • 원문 :  Binna Choi of the Casco Art Institute: Curating Art through Commoning
  • 분류 :  번역
  • 옮긴이 : 루케아
  • 설명 :  아래 글은 데이빗 볼리어의 홈페이지(http://www.bollier.org)의 2023년 2월 1일 게시글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블로그의 글들에는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가 적용된다.

여러 해 전에 나는 네덜란드에 있는 한 예술기관을 알게 되었는데, 이 기관은 “커먼즈를 지향하는 것”이 자신들의 임무라고 공식적으로 선언해서 나로서는 매우 흥미로웠다. 위트레흐트 소재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Casco Art Institute)가 바로 이렇게 선언한 기관이다.  ‘커먼즈를 지향한다’는 그들의 슬로건은 예술과 커머닝이 정확히 어떻게 관련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예술기관이 어떻게 커머닝의 세계에 진입할 것인지에 관한 물음들을 즉각 제기한다.

나는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의 디렉터인 최빛나씨를 팟캐스트 시리즈 <커머닝의 프런티어>(Frontiers of Commoning)의 35회 대담에 초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로 했다. 2008년부터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를 이끌어 온 한국인 최빛나는 비중 있는 전시회를 위해 예술작품을 큐레이팅하고 있으며 더치 아트 인스티튜트(Dutch Art Institute)의 교수를 역임했다. 그녀는 2022년 싱가포르 비엔날레, 2016년 광주 비엔날레의 큐레이터(예술감독)였으며 다가오는 2025년 하와이 트리엔날레의 예술감독으로 선정되었다.

최빛나는 예술창작과 작품 전시회에 커머닝의 윤리와 실천들을 도입했다. 그녀와 동료들은 커머닝을 다양한 예술가들로 구성된 팀이 예술을 함께 창작하고 함께 활동할 수 있도록 조직하는 원리로서 받아들였다.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측은 다음과 같이 자신들의 커먼즈 철학을 설명한다.

예술은 상상력에 기반을 둔 행동하기와 존재하기의 양태로서, 사람들을 이어주고 치유하며 사람들의 마음을 열고 사람들을 새로운 사회비전으로 이동시킨다. 커먼즈는 공동체 문화가 살아있도록 유지하는 공유된 자원들이기에 예술은 사실상 커먼즈에 내재해 있으며, 커먼즈는 예술을 존재하게 할 것이다. 예술과 커먼즈 때문에 우리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이분법 너머에 있는 세계관을 그릴 수 있으며 ‘우리가’ 욕망하는 대로 함께 살아가는 새로운 패러다임―탈식민적, 포스트자본주의적, 모권중심적, 혹은 연대 경제 등 뭐라 불리던―을 함께 형성하는 것이다. 우리가 거기에 이름을 부여한다.

실제로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것은 카스코 인스티튜트가 눈길을 끄는 전시회들과 마케팅을 통해서 그 평판을 높이는 데 열중하는 브랜드화된 기관이기보다는 예술가 중심의 기관임을 의미한다. 최빛나와 카스코 인스티튜트 소속 예술가들은 참여적이고 비위계적이며 평등주의적인 팀으로서 일한다. 모든 사람들이 작업실 공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다음 프로젝트나 전시회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그리고 카스코 인스티튜트가 지역 공동체와 관계를 맺기 위하여 어떻게 그 예술적 상상력을 사용할지에 관하여 이야기한다.

그러한 한 가지 프로젝트는 <잊혀진 기술을 간직한 농장 박물관 여행하기>(Traveling Farm Museum of Forgotten Skills)라는 전시회로 위트레흐트 근처 현대적인 교외지역 개발지에 둘러싸인 오래된 농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다. 저지대 교외의 스프롤 현상이 이전에 그곳에 있었던 많은 농지를 잡아먹었고, 한 농부가 여전히 소유하고 있었지만 낡아빠지고 아무도 살지 않는, 허름한 농가만 남게 되었다.

최빛나와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예술가들은 공동체가 가령 다음과 같이 묻는 방식으로 그 공간의 역사를 탐색하게끔 하는 예술 프로젝트를 개발하기로 했다. 농장이 왜 비어있는가? 농장은 어디로 옮겨갔는가? 거의 모든 농업농장과 목축농장이 이 지역에서 사라진 상황에서 레이드슈 라인(Leidsche Rijn) 지역주민들의 식량은 실제로 어디서 오는가?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는 한때 그 지역을 위해 식량을 생산한 옛날 식 농사 관행을 소개하기 위한 전시회를 열기 위해 (위트레흐트 공무원들이 성가신 것으로 여기는) 그 농장을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받았다. 카스코 예술가들은 열 달 동안 농가에서 함께 살았고 경작하고 식량을 모으면서 그 역사와 현재 상황을 통해서 땅과 다시 관계를 맺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 주민들에게 농장의 잊혀진 과거를 숙고하고 앞으로 땅을 사용하는 것에 관하여 자신들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했다.

안타깝게도 이 프로젝트는 소유주가 집과 땅을 팔기로 결정하면서 너무 일찍 폐기되었다. 현재 그 장소는 팬케익 식당과 쇼핑센터가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도 한동안은 전시회가 공동체에 중요한 주제들—공동체의 역사, 식량자원 및 땅의 미래—에 예술적인 자극을 주었다.

곧 시작될 1년에 걸친 프로그램 <배운 것을 버리기 센터>(Unlearning Center)는 사람들이 예술과 문화에 관한 낡은 전통적 관념을 버리고 다음과 같이 묻게 할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문화적 기관들을 어떻게 구축할 수 있는가? 어떻게 예술과 문화는 우리가 커먼즈를 상상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가? 곧 열릴 또 하나의 전시회인 <커먼즈 예술>(Commons Art)은 커먼즈 문화에 기여하는 사회참여적인 예술 프로젝트들의 돌봄과 유지과정을 지원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제공할 것이다.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프로젝트에 의해 생산된 예술을 종래의 예술기관들이 나타내고 싶어하는 ‘고급예술’보다 다소 못한 것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간혹 예술관과 예술계에 있는지를 최빛나에게 물었다. 여기서 ‘고급예술’이란 비평가들과 문화적 규범에 의해 알려진 회화와 조각이나 황량한 하얀 전시회장에서의 공식적인 전시들 혹은 예술과 일상을 분리하는 시나리오들 등을 의미한다.

최빛나는 주안점을 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관계의 구축이라고 대답했다.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우리와 예술가들의 관계는 가족관계와 같습니다. 우리는 이 관계의 망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더 초점을 맞추어야하는 것은 이 관계를 더 잘 돌보는 방법입니다. 우리가 ‘좋은 생산물 만들기’보다는 관계의 실천을 토대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세상은 훨씬 더 나아질 것입니다.

대화를 통해 어떻게 커머닝이 다양한 형태의 예술제작, 예술작품 전시회들 및 기관의 파수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지를 들여다보는 멋진 경험을 했다. 내가 최빛나와 나눈 이야기는 여기서 들을 수 있다.

* [옮긴이] 카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홈페이지의 설명에 따르면, ‘카스코’(casco)는 네덜란드어로 변화를 위한 기본 구조, 집단적 예술프로젝트 및 조직적 실험으로 공동으로 탐구하고 연구하기 위한 기본 구조가 존재하는 장소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