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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추출(extractive) 경제에서 생성(generative) 경제로 나아갈 것인가?



 

어떻게 추출(extractive) 경제에서 생성(generative) 경제로 나아갈 것인가?

 

오늘날 우리의 정치경제학에서 답변되지 않은 커다란 질문들 가운데 하나는 “무엇이 가치를 구성하는가?”이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가치란 시장 교환에서 발생하며 가격으로 표현된다고 간주한다. 이는 가치에 관한 매우 단순한, 그리고 조야한 정의이다.

가치가 이런 것이라면, 본질상 무형적이며 사회적이거나 생태적인 그리고 가격이 없는 많은 종류의 가치, 예컨대 육아와 노인부양, 생태계 지킴이 활동, 온라인에서의 피어생산(peer production) 그리고 커머닝(commoning)과 같은 활동의 가치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러한 형태의 가치를 우리의 정치경제학과 문화에서 뚜렷하게 가시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작업에 착수해야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

이러한 복잡하지만 긴요한 주제에 뛰어든 두 개의 새로운 보고서가 있다. 첫 번째는 아래에서 논의될 것으로, 「커먼즈 경제에서의 가치: 공개적이며 사회기여분에 기초한 회계의 발전상황」(Value in the Commons Economy: Developments in Open and Contributory Value Accounting)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미셸 보웬스(Michel Bauwens)와 바실리스 니아로스(Vasilis Niaros)에 의해 작성된 이 49쪽짜리 보고서는 디지털 네트워크에서 사회적으로 창조되는 가치에 초점을 맞춘다. 이 보고서는 <하인리히 뵐 재단>(Heinrich Boell Foundation)과 <P2P 재단>(P2P Foundation)에 의해 어제 공동 발행되었다.

가치를 어떻게 새로이 개념화할 것인가에 관한 또 다른 중요한 보고서 ̄이 주제에 관해 3일간 이루어진 <커먼즈전략그룹>(Commons Strategies Group) 워크숍의 결산물 ̄는 며칠 내에 배포되어 이 블로그에 소개될 것이다.

<P2P 재단>의 보고서는, “사회는 (노동과 자본에 의해) 시장 체제에서 생산되는 가치에 기반한 시스템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의해 생성되는 사회적이며 창조적인 가치와 같은 “한층 더 넒은 가치 흐름들을 인정하는 시스템으로 변동하고 있다”고 선언한다. 이러한 새로운 종류의 가치의 부상, 즉 전형적인 시장 구조의 외부에서 활동하는 커머너들에 의해 생성되는 사용가치의 부상은 우리로 하여금 ‘가격=가치’라는 단순한 등식 너머로 향하도록 강제한다.

미셸 보웬스와 사회학자 아담 아르비드쏜(Adam Arvidsson)은 이것을 우리 시대의 “가치 위기(value crisis)”라고 부른다. 오픈 플랫폼에서 이루어지는 커먼즈에 기초한 피어생산은 사람들이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창조할 수 있도록 한다. 예컨대 오프소스 소프트웨어, 위키(wiki)들, SNS를 통한 공유, 그리고 창조적 협업 등등을 보라.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러한 가치를 포획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은 이 활동에 참여하는 사람들 가운데 오직 소수뿐이다. 페이스북, 구글, 트위터와 같은 기업들은 그들의 사유화된 플랫폼을 사용하여 공유의 조건을 엄격히 통제하고, 개인에 관한 대량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판매하며, 이러한 가치를 원천적으로 생산한 커머너들에게는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다.

이는 매우 추출적이며 (재)생성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어떻게 오픈 플랫폼을 커먼즈를 지원하고 재생성적인 사회적 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변형할 수 있을까?

<P2P 재단>의 이 보고서는, “공유 경제”와 같은 기만적인 용어와 디지털 협업의 구조적 현실에 관한 각종 신비화에 의해 종종 불명료하게 되는 주제에 떨어진 반가운 한 방울의 맑은 물과 같다.

보웬스와 니아로스의 보고서는 우리가 겪고 있는 “가치 위기”의 이론적 성격을 분석하는 장으로 시작하여, <엔스파이럴 네트워크>(Enspiral network), <센소리카>(Sensorica), <백피드>(Backfeed)에 의해 개척된 대안적인 가치체제에 관한 세 개의 강력한 사례연구로 나아간다. 보고서의 결론은 경제·정치적 기반구조의 변화를 위한 일련의 정책 제안으로 끝난다.

 

가치 위기

 

보웬스와 니아로스에 따르면 “가치 위기”의 진짜 뿌리는 “현대 자본주의의 가치화 활동(value-practices)이 더 이상 가치가 무엇인지 규정할 수 없다”는 사실에 있다. 주지하듯이 주식 시장에서의 가치평가를 통해서는 어떤 기업이 얼마큼의 신뢰할만한 (금융적) 가치를 가지고 있는지를 결정할 수 없다. 너무나 많은 가치가 사회적인 무형자산, 예컨대 소비자의 호감도, 브랜드 평판, 사람들 사이의 공유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공장건물, 설비 및 사무실 집기 등의 전매 가치를 합산하려고 할 수 있겠지만, 기업을 가치 있게 만드는 모든 사회적 믿음들과 활동들에 각각의 가치를 할당할 수 있는 믿을만하고 합의된 방법은 없다.

기분좋은 아이러니가 아닌가! 현대 자본주의는 소프트웨어 코드, 개인에 관한 데이터, 사용자가 생성한 정보, 비디오 등등 인류가 이제껏 본 적 없는 공유 가능한 문화적 풍요를 자유롭게 전유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고 상품화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풍부한 사회적 가치를 인위적으로 희소하게 그리고 따라서 판매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커머너들이 자신이 창조한 사용가치를 지키고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는데, 이 사용가치를 기업들이 추출적인 시장의 생산 및 소비의 회로로 끌어들이고자 공격적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로를 “추출적”이라 하는 것은 회사들이 이 가치를 공짜로 쓰길 원하며 사회 공동체에 보상하고자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거대한 추출의 힘(많은 자본, 지적재산권법, 서비스 제공 계약 등등)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대 기업들은 안정적인 이윤의 흐름을 창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가치 주권(Value Sovereignty)을 향하여

 

<P2P 재단> 보고서의 초점은 어떻게 추출적인 디지털 경제에서 재생성적인(regenerative) 디지털 경제로 이동할 것인가에 있다. 따라서 초점은 세 개의 디지털 커뮤니티가 어떻게 자본주의 시장의 압력을 넘어서 그들의 “가치화 활동”을 지키고 “가치 주권”을 만들어내려 노력하고 있는지에 놓인다. 이 커뮤니티들은 낡은 경제에서 새로운 경제로의 가치 흐름을 생성해냄으로써 그리고 사회적 기여분을 올바르게 존중하는 새로운 회계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을 통해 “역 포섭(reverse co-optation)”을 이루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한 프로젝트는 <엔스파이럴>으로서 이는 대부분 뉴질랜드에 기반을 둔 기업가들 및 다른 독립체들로 구성된 고도로 참여적이고 사회적 사명을 중심으로 하는 연합체이다. 보웬스와 니아로스에 따르면 “<엔스파이럴>은 자신이 커먼즈의 생산과 공통선(common good)에의 지향 둘 모두에 헌신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스스로를 ‘열린 협동조합’으로 부른다”. 그것이 사용하는 혁신적인 방식 가운데 하나는 “수익 상한선 제한제(capped returns)”인데 이는 <엔스파이럴> 기반시설의 투자자가 수익으로 받을 수 있는 양에 한계를 두는 것이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한 회사가 주식을 발행하면 거기에는 그에 동반되는, 미리 협의된 가격에 그 주식을 재매수할 것을 요구하는 콜옵션이 걸린다. 일단 그 회사가 이 주식들 모두를 재매수하고 나면, 모든 미래의 이윤을 자신의 사회적 사명에 자유롭게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메커니즘을 통해서, 외부적이고 어쩌면 추출적이될 수도 있었을 자본은 ‘포섭되고(subsumed)’ 훈육되어 ‘협력적 자본’이 된다.”

<센소리카>는 커먼즈와 시장형태를 결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하는 열린 협동 네트워크이다. 그것은 구성원들이 시장기반 프로젝트에 기여한 정도를 추적하기 위한 정교한 “회계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이 시스템은 수입을 각각의 구성원이 한 역할에 비례하여 할당하는 데 사용된다. <센소리카>는 새로운 종류의 (시장에 의해 추동되는) 포섭(co-optation)의 사례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타입의 (사회적 사명에 기초한) 커먼즈의 사례가 될 것인가? 아마도 양자가 혼합된 형태일 것이다.

세 번째 사례 연구는 탈중심적인 생산의 기반구조로 블록체인 원장(ledger)에 의지하는 <백피드>를 향한다. <백피드>는 커먼즈보다는, 함께 일해 시장에 판매하는 개인들의 집단에 가깝다. 그러나 그 협력적인 조직구조는 그것을 “가치 주권”을 가진 커뮤니티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해줄 잠재력을 갖고 있다. 다른 많은 조직들 또한 블록체인을 통해, 시장에서 팔기 위해서건 내부의 사용가치를 위해서건, 커뮤니티의 자원을 협력적으로 통제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정책 제안

 

이 <P2P재단>의 보고서의 결론은 이러한 사례 연구에서 묘사된 종류의 가치 체제(value regimes)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될 일련의 정책을 제안하는 것으로 끝난다. 그것은 새로운 종류의 생계 수단을 창조하기 위한 열린 협동조합(open cooperatives)을 제안하고 자본주의 기업의 가치 포획(value capture)에 맞서며 생성적 연합체들 사이에 연대를 키워내기 위한 “호혜에 기반한 면허제(reciprocity-based licensing)”의 사용을 제안한다. 이 보고서는 또한 오픈 소스 “순환 경제”의 촉진에 도움이 될, 열린 공급망과 공통적 네트워크 자원에 관한 계획수립을 요청한다. (“디자인은 전지구적으로, 생산은 지역적으로”)

보웬스와 니아로스는 낡은 경제에 대항할 수 있는 힘과 자율적 협력생산 공동체에 대한 지지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종류의 정치적 협력을 그린다. 그들은, 새로운 형태의 초국적 협력은 말할 것도 없고, 지역적 수준의 “커먼즈 회의소”와 “커먼즈 지향적 기업가 연합” 또한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좌파가 케인즈 경제학 모델과 신자유주의 위기의 관리라는 틀을 넘어서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보웬스와 니아로스는 교전 수칙을 변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커먼즈에 기반한 피어생산의 새로운 모델을 가리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