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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거버넌스를 위한 도구로서의 크라우드법



[편집자 설명]

2018년 3월 13–17일 거버넌스랩(겁랩)은 24명의 크라우드법 전문가들을 세계 전역에서 초청하여 입법과 정책입안 과정의 모든 단계에서 더 많은 다양한 견해와 전문지식을 도입하는 새로운 방식들을 발전시키는 작업을 함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모임은 이탈리아의 벨라지오에 있는 록펠러 재단의 유명한 벨라지오 센터에서 열렸다. 아래 글은 크라우드법 컨퍼런스 참여자들이 작성하는 일련의 블로그 게시글들 가운데 첫째 글이다.

꼬모(Como) 호숫가에 있는 벨라지오의 아름다운 경치는 모든 자연 풍경을 넘어선다. 그곳은 기온이 내려가 흰 눈이 알프스 꼭대기를 덮고 고요한 호수와 산 사이에 안개가 멈추어 있을 때 아름답다. 그곳은 라리아노 삼각지대(Larian triangle) 전체를 덮은 따스한 햇살이 불러낸 청둥오리들이 호수 위에서 장난칠 때에도 아름답다. 벨라지오의 경치가 데이터 과학자들, 정치이론가들, 학자들, 열린 거버넌스 실무자들이 크라우드법의 리스크, 혜택, 기회를 숙고하는 지난주의 모임에 배경을 제공해주었다(야외에서 모임을 가질 때에는 말 그대로 배경이 되었다.) 크라우드법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여 도시의 입법에 시민의 참여를 증진시킨다는 첨단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한다. 크라우드법은 시민에게 정보와 자문을 제공하기, 시민을 참여시키기, 시민과 협동하기, 시민으로 하여금 지역자치 수준에서 입법 작업을 할 수 있게 하기를 핵심으로 한다. 이는 테크놀로지에 의해 가능하게 되는 입법참여 메커니즘이다.

민주주의는 벨라지오와 무척 닮았다. 민주주의 제도의 변천, 그 흥망성쇠의 과정 전체를 통해서 민주주의는 거버넌스의 (처칠의 말을 풀자면, 지금까지 시험해본 모든 것들 가운데) 최고 형태로 남아있다. 그런데 민주주의는 4, 5년마다 공적 대표자들을 뽑는 선거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훨씬 더 넘어서는 어떤 것이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민중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에 민중이 참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참여가 민주주의의 혜택을 향유하기 위해 우리가 지불하는 통화(通貨)이다. 참여 없이는 민주주의가 상실된다.

그런데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바뀌지 않는 것은 멸종되게 마련이다. 이는 유기체들이나 사고방식들 모두에 공히 적용된다. 우리가 주위의 사람들과 상호작용을 하는 방식에서부터 일하는 방식, 노는 방식, 세상과 주위의 사건들을 인식하는 방식에 이르는 우리 삶의 모든 측면에 테크놀로지의 진전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한 테크놀로지의 진전은 산업, 전문업, 지식 분야들 전체를 변형시키고 있다. 그런데 테크놀로지 혁신이 가져오는 변화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여전히 불확실해하는 영역이 거버넌스 분야이다.

나는 ‘거버넌스 분야’(governance field)라는 용어를 민주적 제도, 정책형성, 입법 같은 분야들을 포괄하는 넓은 말로 사용한다. 모바일 뱅킹, 인공지능이 뒷받침하는 기반시설 설계, 의료에서의 가상현실의 사용이 우리의 삶의 표준적인 특징이 되었지만, 가령 선거에서 전자 혹은 온라인 투표의 활용은 극히 미미하다. 정부가 온라인·오프라인 메커니즘들을 사용하여 정책 형성에의 참여를 증진하는 방식과 관련하여 수백 개의 사례들이 있고 최상의 방법(best practice)으로 기록된 것도 있지만, 지역 자치 행정의 수준에서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입법과정 전체(문제 포착, 방안 포착, 초안 작성, 결정, 실행 및 평가)에 통합하는 경우는 적고 그나마 지속적이지 않다. (이는 이 시리즈의 다른 게시글들에서 자세히 다룰 것이다.) 기존의 법적 틀이 빠르고 갑작스러운 테크놀로지 변화에 느리게 반응해서 규제 대상으로 의도된 분야들을 온전히 포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테크놀로지가 대중의 입법 참여를 증진하는 유일한 (혹은 심지어는 선호되는) 매체는 아니라는 주장이 강하게 존재한다. 그런데 대중 참여를 위한 전통적인 메커니즘들(대부분 오프라인)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 그리고 자신들의 입장을 입법 당국에 보낼 수 있게 하거나 자치정부의 소재지에 직접 가서 입법인들과 만날 수 있게 하는 정보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유리한 경향이 있다. 모바일폰 보급률의 전지구적으로 급속한 성장(([원주1] 통계 포털인 스터티스타(Statista)에 따르면 지구 전체에서 모바일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수는 2017년에 47억7천만 명이며 2019년에는 5십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67%의 모바일폰 보급률에 해당한다. 모든 모바일폰 사용자들의 50%는 현재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데이터는 https://www.statista.com/statistics/274774/forecast-of-mobile-phone-users-worldwide에서 얻을 수 있다.))은 테크놀로지를 사용하여 입법과정에 광범하게 참여할 수 있게 하는 더 큰 기회가 생겼음을 의미한다. 불평등이 존재할 때 테크놀로지는 그 해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으며 민주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어서 더 포용적인 입법을 가능하게 한다.

만일 거버넌스 영역이 테크놀로지의 변화를 활용하는 데 실패한다면 이 영역은 닳고 시들어서 멸종될 것인가? 거버넌스라는 개념 자체는 멸종된다고 할 수 없지만, 거버넌스에 대한 여러 접근법들은 만일 현대화되지 않는다면 시간이 갈수록 부적절해질 것이다. 내 생각에 이는 민주주의 제도에도 해당된다.

다행히도 민주주의 제도의 증진을 위해서 어떻게 테크놀로지를 사용할 것인가를 함께 실험하는 많은 개인들, 조직들, 정부들이 있다. 이 실험은 정부들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가 전 세계적으로 급속히 하락하는 시기에 이루어지고 있다. 정부들, 시민사회 그룹들, 시민테크놀로지 주창자들과 함께 일하는 <열린 정부 파트너십>(the Open Government Partnership, OGP) 같은 다중이해관계자 기획들이 공사(公事)의 실행과 줄어드는 공적 자원의 관리를 위해 시민들과 정부 사이의 더 깊고 더 임팩트 있는 협동을 추구하는 놀라운 새로운 플랫폼들을 창조하고 있다. 전 세계의 정부들은 가령 온라인 자문을 통해서든 공동체 채점카드(community score cards)(([옮긴이]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그 서비스에 대해 점수를 매기는 제도))나 e서비스를 통해서든 시민들의 욕구를 더 잘 이해하고 충족시키기 위해서 새로운 형태의 참여 및 피드백 메커니즘들을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거버넌스랩의 의장인 노벡(Beth Noveck) 교수의 요청으로 벨라지오에 모인 그룹은 전지구적 프로젝트 맵핑에서, 기획들의 효율성 연구 그리고 크라우드법 실행의 규범들과 표준들의 개발에 이르는 과정 전체에서 이 중요한 작업을 추동할 운동을 양성하는 방법들을 숙고했다. 노벡 교수에 따르면

테크놀로지는 입법 조직들이 작동하는 방식을 공개하고 입법자들이 선거일만이 아니라 다른 날에도 시민들에게 책임감을 가지게 만들 가능성을 제공합니다. 대체로 닫힌 방 안에서 작업하는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에 의해 실행되며 입법의 영향을 받는 시민들의 견해의 직접적인 수용이 거의 없는 전통적인 입법방법에 대한 대안을 크라우드법이 제공해줍니다. 이는 전통적 방식과 달리, 산출된 결과물의 질을 증진시키는 목적으로 올바르게 설계된다면 매 단계―문제설정, 해결책 포착, 연구 및 초안 작성, 규제 실행, 결과 모니터링―마다 더 많은 전문지식을 입법과정에 효율적으로 도입할 기회들이 존재한다는 가설에서 출발합니다. 동시에 잘못 설계되면 결과에 관계없이 참여가 의사결정을 불구로 만들고 정부에 대한 불신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합니다.(([원주2] Beth Simone Noveck, Director, The Governance Lab, e-mail communication with author, 13 November 2017.))

크라우드법의 몇 개의 잠재적인 함정들에 대한 노벡 교수의 경고가 중요하다. 크라우드법을 실행하는 것은 시간과 자원을 비용으로 치르며 더 중요하게는 보통 사람들의 소원과 기대를 비용으로 치른다. 크라우드법 기획의 실행 및 이 기획에의 참여와 관련하여 정부들에게나 시민들에게 하는 가치제안(value proposition)은 잘 구체화되어야 하고 실험적 기획들에서 얻는 증거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

크라우드법이 시민들에게 주는 혜택은 쉽게 주장할 수 있는 반면에 크라우드법이 어떻게 기존의 시민참여과정을 강화할 수 있으며 어떻게 정부들이 시민참여의 연속성(정보 제공에서 자문 및 시민의 참여를 거쳐 시민과의 협동 및 시민에의 권리부여로 움직이는 과정)을 제고하는 것을 도울 수 있는가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다. 거버넌스를 증진하는 아이디어들―가령 참여예산, 입법의 개방성 등―의 광범한 생태계 내에서 크라우드법이 차지하는 위치 또한 더 분석될 필요가 있다. 크라우드법 옹호자들은 (정보 및 참여에의) 접근의 제한이 공법에서 인정되는 문제와 더 씨름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을 입법과정의 절차 전체에 위치시키는 것이 크라우드법의 이상이지만, [현재로서는?] 시민 참여의 제한의 윤곽이 구체화되고 정부 측의 크라우드법 실행자들에게 지침이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가입한 76개국과 준국가적 주체들(자치도시, 자치지역, 주정부 혹은 위임정부)이 현재 활동계획들을 작성하고 있는 OGP는 크라우드법을 위한 이상적인 인큐베이터이다. 특히 “테크놀로지가 시에서의 더 많은 입법참여를 촉진하는 방법, 혜택, 잠재적 리스크, 측정기준”(노벡 교수)에 대한 지식과 초기의 교훈들을 잘 보관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크라우드법과 의회/입법의 개방성의 증진이라는 OGP의 과제 사이에는 분명한 시너지 관계가 있다. 크라우드법 개념은 OGP에 참여하는 나라들과 준국가적 주체들에게 입법과정을 더 개방적이고 협동적으로 만들 혁신의 가능성을 시험할 도구를 제공한다.

꼬모 호수의 한 구석에 있는 작고 조용한 곳에서 부화된 아이디어가 세계에 울려 퍼져 입법과정을 영원히 근본적으로 변형시킬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이는 좋은 일이다. 아마도 근본적인 재편성이야말로 민주주의와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을 복구하는 데 필요한 것이리라. ♣

 




크라우드법과 입법의 미래


  • 저자  :  겁랩 (GovLab)
  • 원문 : “Legislature 2.0: CrowdLaw and the Future of Lawmaking” (2018.5.21) /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
  • 분류 : 번역
  • 옮긴이 : 정백수
  • 설명 : 아래는 P2P재단의 블로그에 올라있는 겁랩(GovLab)의 2018년 5월 21일 자 글 Legislature 2.0: CrowdLaw and the Future of Lawmaking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는 재게시된 일자이고 원래 작성일은 작년으로 추정된다.) 겁랩은 거버넌스 방식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뉴욕대학교 소속의 연구소이다. 이탈리아에 있는 랩겁(LabGov, Laboratory for the Governance of Commons)과는 다른 곳이다.

 

입법2.0 — 크라우드법과 입법의 미래

 

 

정부에 대한 신뢰도가 역대 최저인 상황에서, 주로 정당의 아젠다에 의해 지배되고 대체로 닫힌 방 안에서 작업하는 전문가들과 정치인들에 의해 실행되는 전통적인 대의제 입법 모델들의 정당성과 효율성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입법 기관들의 작동방식에 전문지식과 견해의 새로운 원천을 도입하고 입법자들을 선거 당일보다 더 많은 날에 국민에게 더욱 책임을 지게 만들 가능성을 테크놀로지가 제공해준다. 지역 입법기관과 국회가 대중을 참여시키기 위해서 인터넷에 시선을 돌리는 사례들이 이미 세계 전역에 24건 이상 존재한다. 우리는 그러한 공개적이고 참여적인 입법을 ‘크라우드법’(crowdlaw)이라고 부른다.

 

웹싸이트 Crowd.Law

입법기관들이 대학에서 행하는 연구에 돈을 대지만, 자신들이 작업을 하는 방식을 연구하고 재발명하는 데에는 거의 투자하지 않는다. 그래서 뉴욕대학교(New York University)에 있는 거버넌스랩(Governance Lab, 겁랩)은 테크놀로지가—특히 개인들과 집단들의 참여를 가능하게 하는 테크놀로지가—입법과정에 앞으로 미칠 영향을 이해하기 위해서 크라우드법 연구 기획(CrowdLaw Research Initiative)과 웹사이트(“CrowdLaw”)를 시작하고 있다. 우리가 더 높은 입법 투명성을 가능하게 하는 테크놀로지와 구분되는 것으로서 집단지성 도구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 도구들이 점점 더 다양해지는 견해들과 전문지식을 입법과정으로 돌릴 수 있고 그럼으로써 입법의 질과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는 쌍방 대화의 잠재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초점은 단지 더 직접적이기만 할 뿐이 아니라 더 많은 정보를 가진 민주주의를 창출하는 것에 두어진다. 우리의 작업은 모든 종류의 전문지식이 사회에 널리 분산되어 있다는 가설, 그리고 더 많은 정보를 입법과정에 도입하여 그 과정을 항상 진행되는 대화와 협동의 과정을 만드는 데 테크놀로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Crowd.Law 웹사이트는 다음의 것들을 포함한다.

 

1. 크라우드법의 심층 분석과 설명

2. 세계전역에 존재하는 크라우드법 기획의 25개 사례들에 대한 짧은 사례연구

3. 크라우드법의 주도적인 이론가들 및 실무자들의 트위터 목록

4. 크라우드법에 관한 정선된 참고문헌 목록

5. 크라우드법 과정 및 플랫폼 설계안들의 심층적 추천

6. 시민의 입법참여를 입법하기 위한 모델 언어

 

이 작업은 12개 이상의 나라에 속한 크라우드법 실무자들이 가진 3번의 온라인 회의((원주1 “Toward More Inclusive Lawmaking: What We Know & Still Most Need to Know About Crowdlaw,” The Governance Lab, June 4, 2014, http://thegovlab.org/toward-more-inclusive-lawmaking-what-we-know-still-most-need-to-know-about-crowdlaw/. “Expanding Insights — #Crowdlaw Session 2 Highlights Need for Experimentation & Collaboration,” The Governance Lab, June 24, 2014, http://thegovlab.org/expanding-insights-crowdlaw-session-2-highlights-need-for-experimentation-collaboration/. “#CrowdLaw — On the Verge of Disruptive Change… Designing to Scale Impact,” The Governance Lab, December 4, 2015, http://thegovlab.org/expanding-insights-crowdlaw-session-2-highlights-need-for-experimentation-collaboration/ ))와 예일로스쿨의 <거버넌스 혁신 클리닉>(Clinic on Governance Innovation)에서 한 학기 지속된 대학원 연구프로젝트에 의해 이루어졌다.

 

2018년에 예상되는 크라우드법 활동

Crowd.Law의 개설은 시작일 뿐이다. 이를 필두로, 크라우드법 시행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깊게 하고 입법혁신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 공동체를 구성하며 추가적인 크라우드법 실험을 시범적으로 행하고 그 작동을 연구하기 위한 일련의 활동들이 올해에 이루어질 것이다.

 

이 목적으로 11월 17일 마드리드 자치지방의회와 마드리드 시의회가 크라우드법에 관한 워크숍을 뉴욕대학교의 겁랩 및 하버드 스터디그룹인 <테크놀로지상의 아고라 설계에의 도전>과 함께 가질 것이다. (이 스터디그룹은 스페인의 지자체 및 자치지방 수준에서 크라우드법에 관한 잠재적 파일럿 프로젝트들을 조사할 목적으로 구성되었다.)(([옮긴이]스페인의 의회제도에 관해서는 http://commonstrans.net/?p=744의 글 각주 2번을 참조))

 

오는 봄, 겁랩과 뉴욕대 탠던공대에서 ‘도시를 다스리기’(Governing the City) 세미나에 참여하는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공적인 일에의 더 많은 참여가 가지는 혜택과 리스크를 포착하려는 노력의 표현으로서 어떻게 법안이 법이 되고 다시 그 법이 시행령으로 실행되는지를 맵핑하기 위해서 거대 메트로폴리스의 시의회와 관련된 연구에 착수할 것이다.

 

겁랩은 록펠러 재단의 지원으로 전 세계에서 정치 및 법 이론가들, 국회의원들, 의회법 학자들, 플랫폼 설계자들, 입법 실무자들을 3월에 이탈리아에 있는 록펠러 벨라지오 컨퍼런스 센터에 모아서 입법에의 시민참여에 관한 이론과 실천을 탐구하고 증거에 입각한 연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서 크라우드법을 실행하는 의회들에 의한 데이터 수집과 공유를 위한 기준을 마련할 것이다.

 

왜 크라우드법인가?

오늘날 시민은 이익집단 로비스트들을 제외하고는 거버넌스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한다. 입법과정의 취약성에 관한 방대한 문헌들이 존재하는데, 이 문헌들은 법의 낮은 질의 원인들을 설명한다. 해커(Jacob Hacker)와 피어슨(Paul Pierson)이 『승자 독식형 정치』(Winner Take All Politics)(2011)(([옮긴이] 『부자들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라는 다소 초점이 다른 제목의 한국어본이 있다. 영어 원본의 부제—‘어떻게 워싱턴은 부자를 더 부유하게 만들고 중산층에 등을 돌렸는가?’(How Washington Made the Rich Richer–and Turned Its Back on the Middle Class)—이다.))에서 결론짓듯이, 1970년대에 <위대한 사회>(Great Society) 프로그램들(([옮긴이] 1964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가난의 제거와 인종 정의를 위해서 미국에서 행한 일련의 사회 정책들))과 싸우기 위해서 출현한 재계의 수십억 달러 로비 기계가 정치적 과정을 장악하고 중산층보다 최상층을 우선시하는 입법 아젠다를 계속적으로 밀어붙였다. 해커와 피어슨의 책은 미국 사회에서 정치로부터 ‘모든 사람’을 배제시킨 것과 그 결과로 나타난 불평등을 기록하고 있다. 쇤브로드(David Schoenbrod)는 그의 『DC 컨피덴셜』(DC Confidential)(([옮긴이] 이런 제목은 LA Confidential(소설이 원작이고 이것을 영화로 만든 것이 더 유명하다)이 효시인 셈인데, 이 제목의 “Confidential”은 당시 스캔들을 다루는 잡지 Confidential에서 따왔다. 따라서 DC Confidential은 워싱턴의 알려지지 않은 추악한 이면을 다루겠다는 의미가 된다.))에서 정치가들이 잘못된 입법에 대한 비난과 책임을 미래세대에 전가하면서 자신의 신망을 얻기 위해 사용하는 ‘다섯 가지 속임수’를 지적한다. 다른 연구는 이렇게 결론짓는다. “평균적인 미국인들의 선호는 공공정책에 아주 작은, 영에 가까운, 통계적으로 사소한 영향만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원주[2] Gilens, M., & Page, B. (2014). Testing Theories of American Politics: Elites, Interest Groups, and Average Citizens. Perspectives on Politics, 12(3), 564–581. doi:10.1017/S1537592714001595.))

 

아직 모르는 것은, 투표함 너머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참여가 실제로 입법과정의 정당성((원주[3] Sidney Verba, Kay Lehman Schlozman and Henry Brady, Voice and Equality: Civic Voluntarism in American Politics (Cambridge, MA: Harvard University Press, 1995).))과 질((원주[4] Nam, “Suggesting frameworks of citizen-sourcing via Government 2.0,” 18.))을 높이고 그 병폐를 고칠 수 있는가이다. 이 두 목표는 하나는 모든 목소리가 들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데 초점을 두고 다른 하나는 전문지식을 제고하는 데 초점을 두기 때문에 종종 상충한다는 것을 주목할 가치가 있다. 어느 쪽이 더 중요한가에 대해서 정답은 없는데, 입법 및 정책입안과 관련된 대부분의 시민참여 실험은 지금까지 전자에 초점을 두고 후자를 배제해왔다. 그 결과로 입법결과에서의 중요한 향상을 낳은 바는 없다. 실험할 새로운 파일럿 기획들을 세울 때는 두 목표 모두를 입법과정의 여러 상이한 단계들에서 달성하는 식으로 플랫폼과 과정을 설계해보는 것이 결정적인 점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의회가 어떤 이슈를 잡을지를 결정하는 단계(아젠다 설정)에서는 공동체의 관심사들과 문제들을 제기할 기회, 그리고 다룰 문제들을 시민들이 제안하고 우선순위를 매기고 비판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핀란드의 <시민 이니셔티브 행동>(Citizen’s Initiative Act)이 그러한 사례인데, 여기서는 시민이 새로운 입법을 제안할 수 있다. 이 단계에서 시민참여는 시민이 전문지식을 기여함으로써 정보를 제고하고 입법과정에 경험을 도입할 잠재력을 가진다.

 

입법기관들과 규제기관들이 어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의 내용에 도달한 단계(제안 작성)에서는, 분산된 전문지식을 입법자들과 실무자들 및 간헐적인 청문회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수준 너머로 끌어올림으로써 혁신적 접근법을 포착할 기회가((원주[5] John Wilkerson, David Smith and Nicholas Stramp, “Tracing the Flow of Policy Ideas in Legislatures: A Text Reuse Approach,” American Journal of Political Science 59:4 (January 2015): 943–956.)), 그리고 동시에 제안된 해결책들에 대한 시민의 선호와 견해를 재는 과정을 창출할 기회가 생길 수 있다. 프랑스의 <의회와 시민>(Parlement & Citoyens)은 시민들이 의원이 제안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제안을 제출할 수 있게 한다. 시민들의 제안은 그 다음에 종합되고 토론을 거쳐서 법안 작성에 통합된다.

 

스페인의 뽀데모스에서부터 덴마크의 대안당에 이르는 새로운 정당들 다수는 지지자들의 견해를 평가하고 지자들의 요구에 더 잘 응하려는 노력의 표현으로 유권자들에게 정당 강령을 작성하도록 권유하는 데 새 테크놀로지를 사용했다.

 

만일 의회가 모니터링 업무를 예를 들어 카메라폰을 가진 시민들에게 분산시킨다면 이는 입법의 후속비용과 입법이 시민들의 삶에 주는 이익을 평가하고 더 큰 경험적 엄밀함(바로 이것이 보통 결여되어 있는 것이다)을 입법에 도입하는 능력을 극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원주[6] “Initial Findings from Pará,” MIT Center for Civic Media, last modified May 2017, http://promisetracker.org/2017/05/23/initial-findings-from-para/. 원주[7] Janet Tappin Coelho, “Rio de Janeiro Citizens to Receive New App to Record Police Violence in City’s Favelas,” Independent, March 5 2016, http://www.independent.co.uk/news/world/americas/rio-de-janeiro-citizens-to-receive-new-app-to-record-police-violence-in-citys-favelas-a6914716.html 원주[8] Martina Björkman Nyqvist, Damien de Walque and Jakob Svensson, “The Power of Information in Community Monitoring,” J-PAL Policy Briefcase (2015). Available at: https://www.povertyactionlab.org/sites/default/files/publications/Community%20Monitoring_2.pdf 원주[9] Dennis Linders, “From e-Government to We-Government: Defining a Typology for Citizen Coproduction in the Age of Social Media,” Government Information Quarterly 29:4 (October 2012): 446–454. Available at: http://www.academia.edu/27417288/From_e-government_to_we-government_Defining_a_typology_for_citizen_coproduction_in_the_age_of_social_media 원주[10] Tiago Piexoto and Jonathan Fox, “When Does ICT-Enabled Citizen Voice Lead to Government Responsiveness?” Institute of Development Studies Bulletin 41:1 (January 2016): 28. Available at: http://pubdocs.worldbank.org/en/835741452530215528/WDR16-BP-When-Does-ICT-Enabled-Citizen-Voice-Peixoto-Fox.pdf))

 

그런데 시민참여가 더 많아지는 바로 그만큼 더 현명한 혹은 더 정의로운 법이 만들어지는지는 자명하지 않다. 이와 반대되는 방향을 가리키는 수많은 사례들이 있는데, 여기에는 최근의 유명한 국민투표들이 포함된다. 입법과 관련된 정보의 질을 개선하지 않고 의사결정을 개방하는 것은 일부 사람들에게 다른 사람들에 비해 더 많은 힘을 부여하는 결과로 끝날 수 있고 특수한 이익 세력이 부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더 많은 직접적인 참여는 시민들의 자유에 부정적인 결과를 미치는 포퓰리즘적 지배를 낳을 수도 있다. 시민참여가 아무리 해도 유용한 것이 되기 어렵고 최악의 경우에는 번거로운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입법기관들이 시민참여의 실행을 느리게 진행시키는 데는 일리가 있다.

 

이러한 리스크에 맞서고 좋은 점들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입법기관이 어떻게 시민과 함께하면서 입법과정의 일부로서 정보를 수집·분석·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정보와 가이드를 줄 체계적인 실험과 평가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더 나아가 만일 우리가 통상적인 대의민주주의 모델 혹은 국민투표 너머로 입법방식을 진화시키고자 한다면, 더 많은 참여가 입법의 정당성과 효율성을 개선하는 일을 어떻게 도울 수 있는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