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닝을 위한 다섯 가지 자율주의 원리
- 저자 : Guido Ruivenkamp, Andy Hilton
- 원문 : Introduction to Perspectives on Commoning : Autonomist Principles and Practices
- 분류 : 일부 내용 번역
- 번역자 : 정백수
- 설명 : 아래는 ‘커머닝’에 관한 여러 저자들의 글 모음집인 Perspectives on Commoning : Autonomist Principles and Practices(2017)의 “Introduction”(책 편집자인 Guido Ruivenkamp, Andy Hilton 집필) 가운데 한 절(‘Five autonomist principles for commoning’)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책에는 저작자표시–비영리 4.0 국제(CC BY-NC 4.0)이 적용된다.
키워드 : 커머닝(commoning), 커먼즈(commons), 커머니즘(commonism), 공통적인 것(the common), 자율주의(autonomism), 관점주의(perspectivism), 다중(multitude), 일반지성(general intellect), 대중지성(mass intellectuality)
우리는, 이 책에 모아 놓은 글들이 때로는 명시적으로 또 때로는 행간에서 제기하는 공동의 관심사들로서 다섯 개의 이슈 혹은 테마들을 뽑아볼 수 있다. 이 다섯은 자율주의적 관점에서 커먼즈(commons)에 접근하는 데 결정적인 중요성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이 다섯으로 충분하다는 말은 아니지만, 이 목록은 커머닝(commoning)을 위한 다섯 가지 자율주의 원리를 짚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첫째, 저자들은 일반적으로 현재의 거시적 사회경제의 광범한 맥락을 부각시킨다. 이들 가운데 몇 명은 인지자본주의와 비물질노동으로 특징지어지는 현 시기에 구체적으로 상응하는 이론들과 실천들에 주목한다(Boutang, 2002; Hardt & Negri, 2004: 109; Gorz, 2010). 각 저자들은 비록 상이한 이론적·실제적 수준에서 제기되는 다양한 주제들에 상이하게 접근하지만 모두 자본의 작동을 나름으로 일정하게 비판하며 지배적인 신자유주의적 패러다임을 명시적 혹은 묵시적으로 거부한다. 저자들은 현 시대의 종획 현상들이 보이는 개인주의적인 삶의 양태와 그에 수반되는 일반화된 상품화를 넘어서는 생각들과 기획들을 짚어내고 설명한다. 아주 포괄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에 실린 다양한 글들은 모두 내재적 접근법을 따르는데 이 접근법에서는 커머닝의 이론과 실천이 내부로부터 그리고 현 시기의 투쟁과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 탐구된다.
둘째, 일반적으로 저자들은 공유된 자원으로서의 커먼즈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피한다. 저자들은 오히려 커먼즈를 사회성의 새로운 형태의 창출로 인식한다. 커먼즈를 살기·일하기·사유하기·느끼기·상상하기의 새로운 집단적 실천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이 실천은 현재의 자본주의가 부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다양하게 종획하는) 형태를 거스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따라서 저자들은 일반적으로 커먼즈를 사적 혹은 공적 통치체제에 의한 규제와 보호를 필요로 하는 사물(재화)로 간주하지 않으려 한다. 실로 자본주의 대 사회주의라는 현재의 고전적인 대립이 가지는,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의 이분법은 거의 사용되지 않으며 심지어 참조되지도 않는다. 커먼즈는 오히려 사회변형으로서 그리고 심지어는 사회변형의 지렛대로서, 인지자본주의의 협동적이고 소통적인 생산형태들 내에 서로 연결되어 있는 기회들로서 인식 된다. 이것들은 다시 실제적 사회적 관계들의 파열을 (균열을)(Holloway, 2010) 통해 드러나거나 가능하게 되며 자본주의적 생산 및 소비의 관행들에 대한 대안들의 발전을 통해 실현된다.
셋째, 커머닝의 실천을 통한 사회변형을 이렇게 탐색하는 것은 커머닝에 대한 이론적 개념화가 객관주의적 접근법이 아니라 관점주의적 접근법을 통해 정식화되는 비전과 제시 방식을 함축한다. 관점주의적 접근법이란 지식의 발전이 이루어지고 정치적인 것이 구축되는 사회적 맥락을 적극적으로 변화시킬 가능성들과 기획들의 탐색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접근법이다. 실제적인 것을 넘어서 가능한 것을 찾기에 집중한다는 이러한 생각은 관점주의적 지식의 탐색자들로 하여금 실제적 효력을 가진 진실들을 추구하도록 이끈다(Negri, 1991; Virno, 2004). 말하자면 가능한 사회변형을 위한 실제적이고 구체적인 실천들에 대한 통찰을 발전시키도록 이끈다. 따라서 경험적 서술은 추상적으로 분리된 것(객관적 추상으로 관념화된 것)으로 상상되는 것이 아니라 주체의 관점에 의해 결정되는 의도와 직결되어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특히 다중의 주체적 관점에서 사회변형의 실천과 커머닝의 투쟁 및 실천을 본다. 다중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행동능력을 발휘하는 개인들(특이성들)의 집단적 주체성으로서 인식된다. 다중은 특히, 확장하는 인지자본주의가 행하는 종획과 강탈에 맞서며 실질적인 대안들을 구축할 기회를 추구하는 집단적 주체성으로서 인식된다. 이 다중 개념이 자율주의적 관점주의의 준거로서 사용된다. 이 관점주의에서 공통적인 것은 자본에 대한 대안으로서 발전된다. 정말이지 우리는 이 책에 제시된 여러 생각들이 우리의 일상적 생활 조건에서 커머니즘적 실천이 이루어지는 사회로의 이행을 실현할 가능성들을 성찰하고 일궈내는 일을 촉발할 수 있었으면 한다.
더 커머니즘적인 미래를 위해 사회를 변형하는 다중의 힘을 이렇게 추구하는 것과 연관되어 이 책에 실린 글들에서 명백하게 드러나는 넷째 테마는 삶정치적 생산으로 특징지어지는 현 시기에 대안적인 삶의 상황과 일하기의 상황을 창출하고 자율과 저항을 유지할 수 있는가? 있다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가?를 이해하려는, 저자들 전체에 걸쳐서 보이는 노력이다. 그러한 변형을 실현하는 다중의 구성적 힘에 관하여 두 가지 대립되는 입장을 짚어낼 수 있다. 물론 그 중간에 해당하는 많은 입장들이 출현하고 있지만 말이다.
하트와 네그리가 표명했고 이 책에 글을 실은 다양한 기고자들이 참조하는 더 낙관적인 첫째 비전에 따르면, 지식 생산의 증가된 공통성과 자율적 노동의 내재성으로 인하여 비물질노동과 다중이 자본의 지배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조건들이 출현한다. 우리가 자동화·정보·소통(이는 삶정치적 생산의 토대로서 점점 더 네트워크들 안에서 네트워크들을 통하여 협동적으로 발전하고 비물질노동에 의하여 형성되고 관리되며, 그 내에서 노동자 자신들이 생산수단의 담지자가 되었다)으로 특징지어지는 새 시기에 진입함에 따라 이 네트워크들 및 그에 따른 생산 수단들은 더 이상 자본에 의해 제공되지 않고 노동 내에 머물러 있게 된다. 이 비전에서는 이제 바로 산 노동과 그 속성들이 가장 중요한 발전의 힘이 된다. 이 힘은 일반지성이 아니라 포스트포디즘 시기 노동자들의 대중지성을 나타낸다. 이는 실제적으로 지식·아이디어·소통의 생산이 노동의 내부에 있고 자본의 외부에 있는 협동 형태들을 통해 일어남을 의미한다. 그리하여 종획을 조직화하고 노동이 생산한 부를 전유하려는 시도들을 내적으로 붕괴시킨다. 따라서 커머니즘적 미래가 노동의 자율성과 협동성의 내재성을 통해서 천천히 실현되고 있다는 결론을 낼 수 있다. 이는 더 이상 자본의 통제기술과 전략에 귀속될 수 없는 것이며 따라서 다중의 해방을 위한 조건을 제공하기도 하는 것이다.
둘째 비전은, 인지노동이 점점 더 자율적이 되어 더 이상 자본의 지배를 돕지도 않고 자본의 지배 아래 놓이지도 않게 되는 해방의 궤적이 임박해 있다는 이러한 생각을 거부한다. 생산이 점점 더 협동적이고 소통적인 형태를 띠기 때문에 인지노동의 자율성이 점점 증가한다는 이런 생각 대신에 이 둘째 비전은 반대되는 궤적에 주목한다. 즉 특히 인지노동의 정신과 욕망을 통제하는, 그 영혼을 통제하는 새로운 정보 및 소통 테크놀로지 덕분에 자본측이 인지노동 시대의 삶, 일, 사회적 심리를 통제하는 힘이 증가한다고 보는 것이다(Berardi, 2009). 따라서 자본이 인지노동에서 가치를 추출하는 것은 포디즘적 생산에서처럼 특정의 착취 영역에 더 이상 국한되지 않으며 천천히 우리의 삶 전체를 포괄하고 채우고 이끌고 식민화한다. 기술-사회적 지배의 대상이 된 것은 인간자본으로서의 노동만이 아니라 욕망으로서의 인간 전체라는 것이다. 포획된 것은 바로 이것, 즉 사회적 리비도 그 자체와 그것이 표현되는 모든 방식(지성·상상·사회성 등)이다. 이 비전에서 자본이 인간의 욕망을 형성하는 정보 및 소통 테크놀로지를 통해 인지노동에 발휘하는 힘은 불가역적으로 보이며, 제국의 권력망을 돌파하는 다중에 기반을 둔 낙관적 비전의 실현을 막는다(지금은 간헐적인 승리만이 가능하며 이 승리들은 안전밸브 메커니즘처럼 작동할 수 있을 뿐이다).
비록 명백하게도 훨씬 더 황량하지만 이 둘째 비전이 모든 행동을 부정하거나 인간활동의 자율성과 창조력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필요는 없고 그렇게 해석되어서도 안 된다. 이 둘째 비전은 오히려, 욕망의 맥락을 더 잘 짚어내고 그럼으로써 정동·아이디어·상상의 영역들과 같은 다양한 심리 영역들을 지배하는 타율적인 기술 권역들(정보·소통·바이오테크놀로지의 영역들)이라는 실제적 맥락 속에서 이 자율성이 형성되는 방식들을 더 잘 구분할 수 있도록 적절한 깊이를 가진 반응을 끌어내고자 하는, 힘이 좀 많이 들어간 호소로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다중의 저항 및 자율성과 이에 대한 분석을 재혁신할 수 있는 의식을 최소한 가지자는 호소이다. 따라서 이 둘째 비전은 새로운 대중지성이 다시 발전하여 (현금의 지식 경제의 하이테크 영역들의 일반지성과의 관계에서) 스스로를 재창출 할 수 있는 길들을 찾아보자는 호소로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비전들과 해석들 그리고 적극적인 결과들을 낳을 잠재력을 이렇게 선택하는 것은 몇몇 기본적인 문제들을 함축한다. 다중은 새로운 공통성들이 수립될 사회적 공간들을 생성할 수 있는가? 인지자본은 그러한 기획들을 어느 정도로 흡수할 수 있고 대중지성을 자신의 구조들 안에 어느 정도로 봉쇄해 놓을 수 있는가? 이 책에 실린 글들 전체에 걸쳐서 보이는 것은 비결정론적 테제일 것이다. (인지노동의 힘의 내재적인 강화와 함께, 그러나 또한 자본에 의한 그리고 자본을 위한 전복 및 조작과 함께) 자본에 기반을 두지 않은 대안적인 발전의 기회들이 생겨나리라는 것이다. 이 기회들을 잡을 수도 있고 놓칠 수도 있다. 사실 이는 자율을 정치적 힘으로 구현하는 것에 발맞추어 선택과 가능성 즉 미래의 다수성을 강조한다. 이른바 후기 자본주의 시기에 인지노동이 차지하는 위치를 가늠해보는 두 입장인 유토피아론과 디스토피아론은 이렇듯 현재의 그리고 앞을 내다보는 참조점들의 두 극단을 제공할 수 있다. 이 두 극단 사이에서 우리는 커머닝을 위한 가능성들을 탐색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다섯째 테마로 이어진다. 자본(인지자본의 모순)과 (이후에는 변이될) 국가 내에서 혹은 상품의 세계 외부(커먼즈 내에 실현될 것)에서 혹은 양쪽 모두 다(안과 밖)에서 전개되는, 다중에 의한 다양한 커머닝 실천과 사회적 공간의 창출에 대한 관심이 그것이다. 다중의 커머닝 실천의 관점에서 이 세 위치들을 주목하고 전략적으로 고찰할 때 그 전체적 효과는 공통적인 것의 결합된 비전의 출현(또한 개방된 다원성의 출현)이며 여기서 그 축적된 효과는 그저 전적인 파열이나 탈출이 아니라 파열을 포괄하면서 자유로운 공간들을 확대하는 지속적인 전개과정으로 나타난다.
이는 점진적으로 세상을 바꿔나가면서도 혁명적 계기를 요구하는, 특정의 단기적 성공을 가치화하면서도 거기에 의존하지는 않는 그러한 과정이다. 이는 과정으로서의 진보이며, 자본에 적대적이고 자본과 양립 불가능하지만 또한 자본 안에서 발전하고 그래서 자본에 의해 조건지어진다. 여기서 커머닝은, 특수한 맥락에서 설계되고 사람들이 커먼즈를 드나들고 자본주의/국가주의의 맥락들(환경, 회로)을 드나들면서 일상적으로 수행하는 새로운 실천으로서 나타난다. 이러한 실천이 이 책의 글들이 고찰하는 커머닝 활동과 분석들의 범위를 나타낸다.
References [위에 번역된 부분에 해당하는 것만 발췌함—정리자]
Berardi, F. (Bifo) (2009). The Soul at Work: from Aleination to Autonomy. Los Angeles, CA: Semiotext(e).
Boutang, Y. M. (2002). L’eta del Capitalism Cognitive. Innovazione, proprieta e Cooperazione delle Moltitudine. Verona: Ombre Corte.
Gorz, A. (2010). The Immaterial. Knowledge, Value and Capital. Calcutta: Seagull Books.
Hardt, M. and Negri, A. (2004). Multitude. War and Democracy in the Age of Empire. New York: Penguin Press.
Holloway, J. (2010). Crack Capitalism. London: Pluto Press.
Negri, A. (1991). Marx beyond Marx. Lessons on the Grundrisse. Brooklyn, NY: Autonomedia/Pluto.
Virno, P. (2004). A Grammar of the Multitude. Los Angeles/New York: Semiotext(e).
[참고]
이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Introduction
Guido Ruivenkamp and Andy Hilton
1 The Prefigurative Power of the Common(s)
Mathijs van de Sande
2 Realising the Common: The Assembly as an Organising Structure
Elise Thorburn
3 Instituting the Common: The Perspective of the Multitude
Sonja Lavaert
4 Insolvency/Autonomy: What is the Meaning of Autonomy in the Semiocapitalist Age?
Franco Bifo Berardi
5 The Conditions of the Common: A Stieglerian Critique of Hardt and Negri’s Thesis on Cognitive Capitalism as a Prefiguration of Communism
Pieter Lemmens
6 Grounding Social Revolution: Elements for a Systems Theory of Commoning
Massimo De Angelis
7 Commodification and the Social Commons: Smallholder Autonomy and ‘Rurban’ Relations in Turkey
Murat Ozturk, Joost Jongerden, Andy Hilton
8 The Square as the Place of the Commons
Ruud Kaulingfreks and Femke Kaulingfreks
9 Transition towards a Food Commons Regime: Re-commoning Food to Crowd-feed the World
Jose Luis Vivero-Pol
10 Seeds: From Commodities towards Commons
Guido Ruivenkamp
11 Peer-commonist Produced Livelihoods
Stefan Meret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