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벽에 맞선 도시들
- 저자 : 까를로스 델끌로스(Carlos Delclós)
- 원문 : “Cities Against the Wall” (2017.7.21) /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
- 정리자 : 윤영광
- 아래는 본래 블로그 <Culture Shapes Bones>에 실린 글로서 스페인 도시자치주의 지방정부들의 지난 2년을 돌아보는 Carlos Delclós의 글 “Cities Against the Wall“을 상세히 정리한 것이다. 엄밀한 의미의 번역이 아니므로 인용이 필요한 경우는 원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블로그 <Culture Shapes Bones>의 다른 글에서는 ‘municipalism’이 ‘자치도시주의’로 옮겨졌는데, 이 글에서는 ‘도시자치주의’로 옮겨져 있다. 번역어는 달라도 둘은 같은 것이다.)
장벽에 맞선 도시들
스페인의 도시자치주의 운동이 통치권한을 부여 받은지 2년이 지났다. 이 운동은 지금 전지구적 자본의 강압들에 맞서 어떻게 싸우고 있는가?
이제 좌파 진영에서는 잘 알려진 이야기가 되었다. 2년 전 소수의 시민 플랫폼들이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사라고사, 카디스, 산티아고 등을 비롯한 스페인 주요 도시들의 지방선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지역 사회운동 출신의 저명한 인물들을 필두로 해서, 그들은 포데모스를 비롯한 다양한 좌파 조직들을 결합하여 민주주의적 혁명과 진배없는 것을 약속하는 선거운동을 벌였다. 참혹한 경제 붕괴와 부패 스캔들의 여파 속에서, 그들은 스페인에 악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정당성의 위기에 급진적인 도시자치주의(municipalism) 프로그램으로 대응했다. 그것은 2011년에 그 심장과 머리를 획득한 인디그나도스(indignados, 분노한 사람들) 운동의 상향식(bottom-up) 정치가 흐를 수 있는 수로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들이 처음으로 부여받은 통치기한의 중간지점에 다다른 지금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기에 알맞은 때인 것 같다. 거리에서 제도로의 도약이, 이들이 선거에 참여하는 일의 정당성의 뿌리인 사회운동들의 요구를 진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었는가? 그랬다면 그것은 어떻게 가능했는가? 이 시기에 해방적인 체제변화의 가능성들이 성장하고 증식했는가, 아니면 신자유주의적 획일성이 그것에 반대하는 이들의 한 세대 전체를 전향시켜서 자신의 구조 속으로 흡수해버렸는가? 복잡한 질문들이다. 답을 시작하기 위해서, 우리는 우선 전지구적 자본주의의 현 단계에서 이 도시들이 직면한 어려움들의 크기를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먼저 정치인이 된 많은 활동가들이 자신들의 정당성을 보증하는 인장(印章)과도 같은 이슈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것은 어엿한 주거에 대한 권리다.
거대한 화폐의 장벽
바르셀로나에서 산츠(Sants)나 그와 유사한 노동계급 거주지역을 돌아다니다 보면, 아파트 구입을 제안하는 광고 전단을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어떤 것은 손으로 쓴 것이고, 또 어떤 것은 프린트된 것이다. 이 전단들은 이름과 전화번호 외에는 담고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어떤 것은 아예 익명으로 되어있다. 그러나 이처럼 전단지들의 외양이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그것들은 동일한 전화번호들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
독립주간지 <La Directa>가 발간한 탐사 보고서에 따르면, 이 전단지들의 출처는, 많은 경우 세입자들이 여전히 거주하고 있는 주거지역들을 통째로 사들이고 있는 소수의 기업들이다. 이 기업들은 세입자들로 하여금 집을 떠나도록 설득하고는 건물을 리모델링해서 더 높은 가격에 팔거나 임대한다. 기업들이 세입자들을 설득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현금을 제공하기도 하고, 집세를 엄청나게 올리기도 하며, 단순히 임대차계약 갱신을 거부하기도 한다. 세입자들이 저항하면, <Desokupa(“점거해산”)> 같은 회사들을 고용해서 강제로 추방해버린다. 파시스트 덩치들에게 돈벌이가 되는 오락거리를 제공하는 것인데 그 과정에서 종종 법을 어기기도 한다. 이런 관행은 미디어에서 소수의 부도덕한 기업이 이익을 내기 위해 법망의 구멍과 모호한 부분을 이용하는 지역적인 문제로 그려지곤 한다. 그러나 문제는 바르셀로나를 훨씬 넘어선다. 위와 같은 기업들은 모든 스페인 대도시들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엄청난 임대료 거품의 특공대들이다. 스페인의 유력 부동산 사이트인 <Idealista>에 따르면 스페인 전역에 걸쳐 2016년 한해에만 임대료가 15.9% 상승했으며, 2017년의 첫 3분기 동안 바르셀로나, 산 세바스티안, 카나리아 및 발레아레스 제도 등지에서는 전년 대비 상승률이 20%에 육박하고 있다. 소규모 지구 단위에서의 상승률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 바르셀로나 산트 마르티(Sant Martí) 지구와 산트 안드레우(Sant Andreu) 지구에서는 임대료가 전년 동월 대비 30% 넘게 상승했다.
이러한 가파른 임대료 상승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과적으로 장기 거주민들이 자신들의 동네로부터 쫓겨나고 있는데, 이는 부동산 서비스 회사인 <Cushman & Wakefield>가 “거대한 화폐의 장벽”이라 이름붙인 것, 즉 대략 4,350억 달러에 달하는 전지구적 부동산 투기 자본에 의한 것이다. 전(前) UN 주거권 특별보고관 Raquel Rolnik이 묘사한 바대로, ‘거대한 화폐의 장벽’은 식민화를 떠올리게 하는 방식으로 물질화되기 위해 이곳저곳을 떠도는 금융자본의 구름이다. 그녀는 <바르셀로나 현대문화센터(the Center for Contemporary Culture of Barcelona)>에서 한 최근의 강연에서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일부러 ‘식민화’라는 용어를 씁니다. 그것이 영토 점령과 문화적 지배를 수반하기 때문이지요. 이 식민화는 오직 하나의 목적만을 갖습니다. 금융자본에게 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는 새로운 미개척지를 열어젖힘으로써 임대료를 추출하는 것이 바로 그것입니다.”
물론 식민화의 비유가 노예제와 대량학살의 폭력을 삭제한다는 점에서 문제적이긴 하지만, 분명한 것은 해외투자에 목마른 정부들이 이 자본을 자신들의 나라에 유치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자본은 주민들의 삶에는 아무 관심이 없는 데도 말이다. 스페인은 최근 리츠(REITs), 즉 부동산투자신탁(real estate investment trusts)의 신흥시장으로 떠오름으로써 ‘화폐의 장벽’을 끌어들였다. 리츠는 수입을 발생시키는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기업들인데, 이때 부동산은 주거용일 수도 있고 상업용일 수도 있다. 그렇게 발생하는 수입의 대부분은 임대료에서 발생하며 투자자들에게 배당금으로 지불된다.
스페인에서 리츠는 2009년 사회주의 정권 하에서 합법적 형식으로 도입되었다. 처음에 리츠는 19%의 법인세율 때문에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그러나 2012년에 마리아노 라호이(Mariano Rajoy)가 이끄는 우파 정부가 리츠에게 이 세금을 면제시켜주었다. 나라 전체에 걸쳐 임대료가 상승한 것은 바로 이러한 조치가 이루어진 이후였다. 에어비앤비(Airbnb) 같이 임대료를 추출해내는 플랫폼들의 부상 ― 이것은 주거용 부동산과 상업용 부동산 사이의 구분, 혹은 공식적 경제와 비공식적 경제 사이의 구분을 흐린다 ― 을 비롯한 여러 발전들과 더불어, 중앙정부의 조치는 무엇보다 스페인 경제위기를 불러일으킨 바로 그 부문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어주었다. 그것의 끔찍한 결과들을 관리하는 일은 지방 정부들에게 남겨지게 되었다.
국가와 시장에 의해 궁지에 몰리다
스페인에서 영토와 임대료를 찾아다니는 ‘거대한 화폐의 장벽’인 금융자본과 시(市)정부 간의 갈등이 가장 심한 곳은 바르셀로나라고 해도 무방하다. 이는 놀라운 일이 아닌데, 스페인의 주거운동과 도시자치주의의 물결이 태어난 곳이 바로 바르셀로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바르셀로나는 사회운동과 선거 플랫폼 간의 연결이 가장 튼튼하고, 활동가들과 시의원들 사이의 구분이 가장 흐릿한 곳이기도 하다. 바르셀로나 지역에서 이것은 화젯거리도 되지 않는 흔한 이야기다. 그러나 외부의 관찰자들에게는 평상시에 이것이 어떤 모습을 띨 지를 생각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최근 <바르셀로나 엔 꼬무(Barcelona En Comú)> 소속 시의원인 갈라 핀(Gala Pin)은 정책의제를 다루는 카탈루니아 지방의 아침방송 <Els matins>에 나가서 <La Directa>의 조사보고서가 확인한 부동산 불량배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MK Premium>의 공동 설립자를 상대했다. 열띤 토론의 와중에 그녀는 <MK Premium>이 하는 일을 violencia inmobiliaria, 즉 ‘부동산 폭력’으로 규정했다. 그녀의 단어 선택은, 그녀가 시의원이 되기 전에 참여했던 주거 플랫폼인 <주택담보대출 피해자 플랫폼(Plataforma de Afectados por la Hipoteca)>(PAH)의 화법과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러한 단어 선택으로 인해 그녀는 우파 야당으로부터 선동가라는 비난을 받았고 <MK Premium>에 의해 명예훼손으로 고소되었다.
주거운동을 향한 핀의 우호적인 태도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를 넘어선다. 그녀는 종종 강제퇴거를 가시화하고 그것을 막기 위한 노력을 북돋기 위해 그녀의 많은 소셜미디어 팔로워들을 활용한다. 전형적인 게시글은 이런 식이다. “내일 5건의 강제퇴거가 있습니다. 우리는 노력하고 있지만, 저지하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요합니다. 오전 9:30, Arc del Teatre가(街)입니다.”
이러한 게시글들은 선동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다름 아닌 <바르셀로나 엔 꼬무>의 감시 하에 이루어지는 강제퇴거들에 대한 비난을 선제적으로 모면하려 하는 것이라는 이유로 일부 급진좌파 서클들로부터 비판받아왔다. 핀을 비롯한 이러한 접근법을 사용하는 다른 시의원들은 단지 제도적 힘의 한계에 대해 솔직하고, 그 한계가 부당할 때 그것을 넘어서도록 사람들에게 요청하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러한 접근법이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많은 강제퇴거를 저지했고, 세입자와 건물주를 중재하기 위해 시정부가 혁신한 주택사무소들의 네트워크는 그보다 훨씬 더 많은 퇴거들을 중단시켰다.
“Occupy and Resist.” A squat in Barcelona. Photo by Oriol Salvador.
이것은 사회운동, 지방의회, 공공행정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이, 상위 국가기관과 경제세력들의 강압에 맞선 저항을 강화하기 위해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그리고 지방정부가 아래로부터의 압력에 더 많이 열려있게 된 도시로 바르셀로나가 유일한 것도 아니다. 가령 마누엘라 카르메나(Manuela Carmena)가 이끄는 <아오라 마드리드(Ahora Madrid)>는 도시의 참여제도를 시민발의 제안들에 개방했으며, 다른 도시들과 마찬가지로 시의 재원 중 일부를 참여예산에 할당했다. 진보적 녹색연합인 <Compromís>가 <발렌시아 엔 꼬무>와 <스페인 사회당>의 지원을 받아 시를 운영하고 있는 발렌시아는 보행자와 자전거를 중심으로 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이동성 모델로의 대규모 이행을 시작하는 중이다. 사라고사에서는 현재 전력망을 통해 공급되는 전기의 100%가 재생에너지를 통해 생산되며, 전력소비량은 15% 가까이 감소되었다.
이 도시들은 사회복지지출을 늘리고 공공주택을 확대하면서도 균형예산을 유지하고 일부의 경우에는 심지어 적자를 감소시킴으로써, 긴축에 대해 “대안이 없다”는 EU의 도그마가 틀렸음을 입증했다. 또한 이들은 더 많은 난민을 받아들이도록 중앙정부를 압박하는 중이며, 일부는 서류상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이들에게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라호이의 인종주의적인 ‘2012 의료개혁’에 저항하고 있다.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의 시정부들은 인권침해를 지적하고 그에 맞선 상징적·법률적 조치들을 취함으로써 이민자구금시설을 폐쇄하고자 하는 의사를 반복적으로 표현해왔다.
물론 이것은 혁명적인 조치들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고려할 때 이 조치들은 녹색 도시계획 및 참여적 거버넌스와 결합된 사회민주주의 프로그램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신자유주의적 테크노크러시와 초민족주의적(ultra-nationalist) 극우로 양극화된 유럽의 현재 정치 상황에서 이것은 결코 가볍게 볼만한 것이 아니다. 지난 수십 년간 이루어진 가장 기본적인 사회적 진보들에 대한 이러한 방어를 더욱 눈여겨보도록 하는 것은, 그것이 매우 파편화되어 있는 정치체제에서 소수파 지방정부들에 의해 수행되어 왔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공은 국가권력과 시장의 변덕 앞에 취약하다. 좌파 정부가 있는 도시들에 내핍을 강제하는 데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크게 감소시키기 위해 2013년에 통과시킨 법안을 시행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재무부 장관 크리스토발 몬토로(Cristóbal Montoro)는 이미 그렇게 하고자 하는 의도를 매우 분명히 나타냈다. 한편, 임대료 거품은 계속해서 팽창하여 주민들을 집으로부터, 나아가 도시 중심으로부터 밀어내고 있다. 이러한 위협들에 의해 궁지에 몰린 도시들은 요새를 지키기 위한 노력을 제한할 여유가 없다. 그들은 또한 경계를 넓히기도 해야 한다.
갈등과 협력의 역학
2017년 6월초, 몇몇 구역의 시위대들이 바르셀로나 중심에 있는 대학광장(Plaça Universitat)에서 합류했다. 3,000명의 시위대는 거기서 출발하여 “거대한 화폐의 장벽”의 표적이 된 지역들인 산트 안토니(Sant Antoni), 포블레 세크(Poble Sec), 라발 지구(Raval)를 느릿느릿 행진했다. 몇몇 지점에서 시위대는 특정한 주택블록 앞에 멈춰 섰는데, 그곳들은 세입자들이 그들을 쫓아내려 하는 투기꾼들에게 저항하고 있는 곳이었다. 행진의 끝에서 시위대는 8년 동안 버려져 있었던 아파트를 열고 들어가서 점거해버렸다.
시위행진은 새로운 부동산 거품에 맞서 점점 성장하고 있는 투쟁 서클에서 가장 최근에 등장한 행동 방식이었다. 이 투쟁 서클은 <“바르셀로나는 판매용이 아니다”(Barcelona No Està en Venda)>라는 플랫폼이 조직했는데, 불법적인 관광객용 아파트와 상승하는 임대료로 인한 추방과 싸우기 위해 지난 2년 사이에 출현한 여러 지역의 모임들을 결합한 것이다. 그것은 아나코-생디칼리즘적인 <노동총동맹(CGT)>, <바르셀로나 주민협의회 연합(Barcelona Federation of Neighborhood Associations)>, <지속가능한 관광을 위한 주민회의(Neighborhood Assemblies for Sustainable Tourism)>, <주택담보대출 피해자 플랫폼(PAH)> 뿐만 아니라 2017년 초에 만들어진 <지역 임차인 연합(Sindicat de Llogaters)>까지 포함했다.
이러한 행동들은 공적 토론의 의제를 설정하여 정부와 정당들로 하여금 그 의제 가운데 우선적인 것들을 실행하도록 압박했다. 이들은 기성 언론으로부터 발언권을 빼앗아 왔는데, 언론들은 바르셀로나시와 에어비엔비 그리고 관광업 로비세력 사이에서 최근에 벌어진 갈등에 “관광공포증(touristophobia)” ― 스페인 신문 <El País>가 도입한 용어 ― 이라는 프레임을 덮어씌우려 했다. 사회운동들은 반(反)관광이라는 프레임 ― 이 프레임은 인종주의, 계급차별주의, 외국인혐오의 함의를 갖고 있다 ― 에 말려들지 않고, 갈등의 초점을 부동산 거품과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춰 왔다. <바르셀로나 엔 꼬무>도 대부분의 경우 이러한 프레임을 채택해 왔다. 투기꾼들을 어떻게 겨냥할 것인가와 관련하여 운동의 일부 부문들과 의견이 충돌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운동과 좌파 정당들 사이의 이러한 갈등과 협력의 역학은 바르셀로나에서 특히 뚜렷하게 관찰된다. 도시의 오랜 상향식 조직화의 역사가 두터운 사회 구조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 엔 꼬무>에게 길을 열어준 제도적 전회(institutional turn)에 있어서 가장 큰 위험요소는 저명한 활동가들이 거리에서 제도로 이동함으로써 “두뇌유출”과 같은 현상이 발생하여 사회운동이 약화되는 것이었다. 그러나 제도적 전회 이후 일어난 사회적 갈등들을 살펴보면 그러한 우려와는 다소 다른 시나리오가 진행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르셀로나 엔 꼬무>는 그것의 구성원들이 속했던 사회운동의 요구들을 공공정책제안으로 번역하는 데 상대적으로 효과적이었다. 노점상이나 공공운수 노동자들의 운동과 같이 그들이 이전에 거의 경험하지 못했던 운동의 요구들을 다루는 데는 그보다 덜 효과적이었다. 그 결과 이러한 운동들이 현재 바르셀로나의 사회적 적대 구조에서 주도세력으로 등장했다. 그들이 생산해내는 긴장이 어떻게 해소될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반면 마드리드의 사회운동과 지방자치 플랫폼 사이에서는 협력이 훨씬 덜하고 대립은 훨씬 더하다. <아오라 마드리드>의 예비선거 제도가 <바르셀로나 엔 꼬무>보다 더 개방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오라 마드리드>를 낳았던 조직들의 연합은 <바르셀로나 엔 꼬무>의 경우보다 훨씬 더 분열되어 있다. 게다가 그들이 합의추대한 후보인 현(現)시장이자 전(前)판사 마누엘라 카르메나는 다른 도시의 지방자치 플랫폼을 이끄는 이들보다 한층 더 제도적인 배경을 갖고 있다.
카르메나는 여러 경우들에서 당의 프로그램에 반대해왔다. 그러는 가운데 그녀는 <가네모스(Ganemos)>나 <포데모스(Podemos)>의 반자본주의 분파와 같은 <아오라 마드리드> 내(內) 급진 조직들이 제기하는 비판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그녀의 개인적인 열성지지자들과 스페인 지방자치 거버넌스의 “대통령중심제적” 모델을 활용했다. 이러한 분열의 가장 충격적인 징후는, <아오라 마드리드>가 잉태된 점거건물이었던 <El Patio Maravillas>가 관광객용 아파트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운동과 제도의 분열은 “화폐의 장벽”을 위해 길을 닦아준 셈이다.
목적이 있는 도시자치주의
스페인의 도시자치주의 플랫폼들에게 있어서 문제는 도시자치주의가 그 자체만으로는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거버넌스의 한 형식이다. 그것의 내용은 자본주의적일 수도 있고 코뮤니즘적일 수도 있다. 전체주의적일 수도 있고 자유주의적일 수도 있다. 민족주의적일 수도 있고 국제주의적일 수도 있다. 개방된 채로 남겨지면 그것은 단순히 자본으로 가득 찬 하나의 브랜드이거나 다른 행정적 권력에게 비난을 전가하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더욱이, 도시자치주의에 대한 과도하게 단순한 이해는 상이한 유형의 지방자치체들 사이에 존재하는 갈등과, 수십 년간의 도시화와 지구화가 만들어낸 권력 불균형들을 무시해버릴 위험을 품고 있다. 도시의 추출주의(extractivism)의 결과로 전지구적 북(Global North)에서 출현한 심대한 문화적·정치적 균열 ― 이것은 진보적인 성장하는 도시들을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원주민중심적인 촌락들과 대립시킨다 ― 을 고려할 때 특히 더 그렇다.
신자유주의적인 현상황의 협소한 한계 및 유독한 관계들과 결별하고 단순히 행정적·영토적 자기이익의 재생산을 위한 수단이 되는 일을 피하기 위해, 해방적 도시자치주의는 앞을 보고 걸어갈 수 있게 해줄 전망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다름 아닌 사회운동들이 이것을 제공한다. 온갖 부정의들에 대한 사회운동의 비판에, 세계가 되어야 할 모습과 현(現)사회질서가 억압하는 가치와 실천들이 있다. 좌파적 관점에서 말하자면, 이것들은 상호부조와 연대에 다름 아니다.
가치들을 실천들로 물질화하는 것은 기술적인 과제라기보다는 문화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과제이다. 반대로 거버넌스의 논리는 대개 기술적이다. 거버넌스 자체는 통제와 예측가능성을 중심으로 한다. 저 통제와 예측가능성의 논리에 포섭되지 않기 위해서는, 새로운 대표자들이 자신에게 권력을 가져다 준 운동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도시자치주의 대표자들은 자신들이 인계받은 제도적 구조의 틈들에서 성장하는 모든 운동들을 양성해야 한다. “화폐의 장벽”이 콘크리트로 메우려 하는 것이 바로 이 틈들이기 때문이다.
2년 전 스페인 도시자치주의 플랫폼들의 선거 승리에서 아름다운 점은, 바로 그 승리가 거버넌스의 기술적 논리에 의해 예측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지방자치제도의 문지기들이 저 승리를 민주주의의 오류로 여기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도시자치주의 플랫폼들은 현재 저 구조를 해체하여, 지금까지 억압되거나 지워지거나 착취되거나 무시되어 왔던 사람들, 운동들, 기억들에게 그것을 개방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 장차 그들의 과제는 투기꾼들에게는 더 큰 불확실성을 만들어내고, 도시에 거주할 것을 희망하는 이들에게는 더 작은 불확실성을 만들어내는 일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