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를 커먼즈로 다루기
- 저자 : David Bollier
- 원문 : A Bold Agenda for Treating Land as a Commons (2019년 6월 11일) /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
- 분류 : 번역
- 옮긴이 : 민서
토지소유권(land ownership)이라는 특권은 너무 크고 광범위해서 보통은 그 특권을 불변하는 삶의 사실─정치는 도저히 다룰 수 없는 어떤 것─로 받아들인다. 그렇기 때문에 『가디언』(The Guardian)지의 뛰어난 칼럼니스트인 조지 몬비오(George Monbiot)와 여섯 명의 전문가로 이루어진 팀이 발행한 멋진 새 연구보고서에 마음속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인사를 할 만하다. (로빈 그레이Robin Grey, 톰 케니Tom Kenny, 로리 맥팔레인Laurie Macfarlane, 아나 파월-스미스Anna Powell-Smith, 가이 슈럽솔Guy Shrubsole 그리고 베스 스트랫퍼드Beth Stratford가 연구보고서의 여섯 공동저자들이다.) 연구보고서인 『다수를 위한 토지: 우리의 근본 자산이 사용, 소유, 통치되는 방식을 바꾸기』(Land for the Many: Changing the Way our Fundamental Asset is Used, Owned and Governed)는 토지에의 접근과 토지 사용을 민주화하는 철저하고도 포괄적인 안을 마련하고 있다.
몬비오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이 나라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 속으로 충분히 깊이 파고들면 바로 토지에 닿을 것이다. 급증하는 불평등과 배제, 제대로 된 집을 빌리거나 구입하는 데 드는 엄청난 비용, 주택자산 거품으로 촉발되는 반복되는 금융위기, 야생생물과 생태계의 붕괴, 공공 편의시설 부족─이 모든 것들의 바탕에 토지가 소유되고 관리되는 방식이 깔려있다. 그러나 이 점은 정치 논의에서는 거의 부각되지 않는다.
연구보고서에는 영국노동당이 다음 총선에 대비하여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참조할 만한 권고사항들이 담겨있다. 토지가 투기자산으로 다루어지는 것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보고서는 세계 전역에서 유사한 개혁들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템플릿으로 평가될 수 있다. (보고서를 요약한 몬비오의 칼럼은 여기서 볼 수 있다.)
토지가 어떻게 커먼즈로 발전•활용•보호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일련의 철저하고도 포괄적인 제안들이 담겨 있는 이 보고서가 나에게 꽤 인상적이었다.
몇몇 간결하고 강력한 절에서는 토지소유권 데이터를 더 개방하여 이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공동체가 주도하는 토지 개발 및 소유를 촉진하는 방식(예를 들어 “공동체의 구입권”), 그리고 시민사회적 목적과 문화적 목적을 위해 시민이 토지에서 ‘만행(漫行)권’(right to roam)을 성문화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투기개발을 제한하고 농업과 임업을 부활시키는 한 가지 효과적인 방식은 공동체 토지신탁(community land trusts)을 창출하고 세제 특혜와 보조금을 제한하는 것이다.
토지와 관련된 노골적인 금융 현실은 꽤 염려스럽다. 영국에서 “땅값은 1995년 이후로 544%가 상승했으며 이것은 실질소득에서의 성장을 훨씬 앞지른다”라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많은 사람들에게 주택은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비싸다. “20년 전에 노동에 종사하는 평균적인 가족은 주택 보증금을 지불하기 위해 3년 동안 저축을 해야 했다. 오늘날에는 19년 동안 저축을 해야 한다”라고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사람들로 하여금 집을 금융자산으로 여기도록 조장하는 조세법들 및 기타 정책들이 대부분 비난을 살 수 있다. 이것이 주택에 대한 극심한 투기를 부채질해서 가격을 상승시키며 부자들(토지소유자들)에게 이익을 주고 세입자들을 빈곤하게 만든다. 마찬가지로 투기와 조세혜택 때문에 부유한 토지 소유자들이 소유 토지를 늘리는 반면에 소규모 농부들은 농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게 된다. 적어도 영국 농장의 1/5이 지난 10년에 걸쳐 문을 닫았다.
정치가들은 일반적으로 너무 몸을 사려서 이 문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발의하지 못한다. 그들의 생각에 이 일은 주요한 핵심 유권자인 부자들을 격분하게 만들 뿐이고 부에 이르는 길로서 집으로 돈을 벌고자 열망하는 중산층의 일부를 떨어져나가게 할 뿐이다. 그러나 토지와 연관된 투기 광풍을 잠재우고 모든 사람들에게 이익을 줄 수 있는 어떤 것을 만들기 위해 토지의 취득과 관리를 공동으로 하는 방식들은 사실상 많이 있다.
『다수를 위한 토지』(Land for the Many)는 ‘거시건전성 도구들’(macroprudential tools)─체계 수준의 위험(systemic risk)의 금융평가─의 변화를 권고하는데, 이는 은행이 부동산 구입용 대출은 횟수를 더 줄이고 경제의 생산부문들을 촉진하는 대출은 횟수를 더 많이 늘리도록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보고서는 또한 부동산을 임대할 의도가 있는 구입자들에게 대출을 해주는 것에 규제를 둘 것을 힘주어 권고하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토지에 더 접근할 수 있고 구입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드는 건강한 다른 방식들로는, 예를 들어 토지 누진 재산세 매기기, 토지소유주들을 대상으로 한 조세감면의 축소 그리고 허용될 수 있는 임대료 증가의 상한선을 임금 인상률이나 소비자 물가지수 가운데 더 낮은 쪽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로 정하는 것이 있다.
이윤을 추구하는 개발은 생태계, 야생생물 및 미래 세대들에게 장기적으로 대재앙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보고서는 <공공개발기업들>(Public Development Corporations)의 창출을 요구한다. 이 기업들은 공익을 위해 토지를 구입하고 개발하는 권한을 가질 것이다.
나는 앞으로 집을 살 사람들이 집을 구입하도록 돕는 비영리기관인 <공동토지신탁>(Common Ground Trust)을 창출하자는 아이디어가 특히 마음에 든다. <공동토지신탁>은 구입자의 요청에 따라 주택 부지를 구입해서 그 토지를 커먼즈를 위한 신탁형태로 보유할 것이다. 평균적으로 토지는 주택가격의 70%에 해당하므로 <공동토지신탁>에서 주택 부지를 취득할 경우에 주택 구입자들이 선불로 내는 금액은 크게 줄 것이다. 몬비오를 위시한 공동저자들은 “그 대신에 구입자들은 토지 임대료를 <공동토지신탁>에 지불한다”라고 쓰고 있다. 집 구입자들은 주택의 가격 상승분을 수익으로 거둘 수는 있지만 토지는 사실상 시장에서 빠져나갈 것이고 그 가치를 커먼즈에서 보유하게 될 것이다. 보고서는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토지를 공동소유로 끌어들임으로써 토지 임대료가 개인 토지소유주들 및 은행으로 유입되지 않고 사회화될 수 있다. 부채에 의한 수요 및 투기수요는 통제되지 못하거나 불안정하게 가치가 하락할 위험 없이 억제될 수 있다.”
『다수를 위한 토지』는 주요한 성취이다. 『다수를 위한 토지』는 토지개혁을 위한 진보적인 사례를 공고히 하고 법과 정책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를 직설적인 언어로 설명한다. 물론 정치 영역에서 토지를 커먼즈로 다루도록 만드는 일은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불합리한 불평등들, 생태학적 해악들, 농업의 쇠퇴 그리고 토지소유의 현 체제와 연관된 너무 비싼 주택가격을 생각하면 이런 대화는 벌써 이루어졌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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