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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과 커먼즈



 

[게시자 설명]

P2P재단은 오큐파이 운동에 대한 그의 보고에서 시작해서 2014년 에콰도르에서 진행한 우리의 FLOK 프로젝트(일국의 국가기관의 초청으로 착수한 최초의 커먼즈 이행 프로젝트)에 그가 방문한 것에 이르기까지 네이선 슈나이더의 작업을 여러 해 동안 뒤쫓았다. [FLOK은 “Free/Libre Open Knowledge”의 약자이다― 정리자] 그 다음 네이선은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와 함께 플랫폼 협동조합 운동을 시작하고 컨퍼런스들을 여는 데서 주된 역할을 했다. 그는 지금 콜로라도의 보울더(Boulder)에서 교사를 하고 있으며 또한 협동조합 운동에 대한 그의 보고를 계속 진행하고 있고 종교 분야에서 진보적 활동을 하고 있다. 그의 최근 책 『모든 것이 모두를 위해서』(Everything for Everyone)의 한 장은 에콰도르에서의 경험을 서술하는 데 할애되어 있다. 아래는 협동조합 운동의 과거, 현재, 미래와 이 운동이 커먼즈의 부활과 어떻게 교차하는지를 다룬 이 흥미로운 책에 관한 인터뷰이다.

 

미셸 바우엔스

이게 당신의 첫 책은 아닙니다. 당신이 책을 써온 행로에 대해서 독자들에게 간단하게 개괄해주실 수 있나요? 책들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협동조합 전통의 미래에 대한 새 책을 낳게 된 통찰과 동기에는 어떻게 도달하게 된 것인지 궁금합니다.

 

네이선 슈나이더

좀 뜻밖의 행로였던 것 같습니다. 먼저, 신에 대한 주장들에 관한 책을 썼고, 그 다음에는 ‘월 가를 점령하라’에 대해 상세하게 썼으며, 지금은 협동조합에 대한 책이군요. 그런데 이 모든 것들이 제 머릿속에서는 어떻든 말이 됩니다. 저에게 최우선의 과제는 항상 사람들이 그 최고의 포부를 현실화하는 모습을 포착하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모험적 상상력과 함께 그것을 실천하는 대담성을 가진 사람들에게 끌립니다.

이번 책은 ‘오큐파이’를 다룬 책인 『고마워, 아나키』(Thank You, Anarchy)에서 자연스럽게 파생되었습니다. 2012년과 2013년에 투쟁이 잦아든 이후 제가 관심을 가진 활동가들 가운데 일부가 협동조합 일에 관여하는 모습이 제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월 가를 점령하라’ 싸움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게 된 첫 사업은 노동자 협동조합인쇄점이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허리케인 샌디가 강타한 뉴욕 지역들에서 협동조합을 창출하는 것을 돕고 있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 협동조합을 한다는 생각은 행복감을 주었습니다. 민주적 가치들을 보유하면서 생계를 버는 한 방식인 것이었죠. 저도 이 행복감을 좀 경험했는데, 이는 제가 이 협동조합의 전통이 얼마가 길고 깊은지를 깨달으면서 더 진지한 매료로 전환되었습니다.

 

바우엔스

플랫폼 협동조합에 관여하게 된 경위에 대해서 말해주시겠어요?

 

슈나이더

이런 활동을 하던 꽤 초기에, 저는 테크놀로지 영역에서 협동조합 활동을 할 기회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프리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에 좀 관여해왔습니다. 그래서 테크놀로지를 일종의 커먼즈로서 생각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실리콘밸리의 이른바 ‘공유경제’― 그 당시 주류였죠―가 실제로는 공유와 그다지 관계가 없다는 사실을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던 2014년경에 중대한 국면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파리에 있는 위셰어(OuiShare) 네트워크, 셰어러블(Shareable)의 고렌플로(Neal Gorenflo), 그리고 물론 P2P재단의 인도 아래 저는 몇몇 기업가이자 활동가인 사람들이 진정한 공유경제, 공유가 회사 자체에 내장된 경제를 그려보려고 한다는 것을 알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오픈소스 소프트웨어가 놓치고 있던 해킹이었습니다. 오픈소스 사람들은 지적 재산권 관련법을 해킹했지만 투자자에 의해 통제되는 추출적 기업은 건드리지 않고 있었습니다. 이제 자본주의적 회사의 논리를 다시 생각할 때이며, 오랜 협동조합 전통이 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적절한 장소 같았습니다.

2014년 말에 저는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던 숄츠와 팀을 이루었고 그 다음 해에 뉴욕의 뉴스쿨(New School)에서 최초의 플랫폼 협동조합 컨퍼런스를 조직했습니다. 반응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운동의 씨앗을 품고 있었던 것이지요. 플랫폼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새 스타트업들이 저에게 접근하면 할수록 저는 증거 같은 것에 입각하여 조언을 할 수 있기 위해서 역사에 눈을 돌려야 했습니다. 그러면 그럴수록 배우고 가져올 것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우엔스

협동조합주의와 커먼즈 사이의 관계는 어떻게 보시나요? 양자가 융합될 수 있을까요?

 

슈나이더

저는 협동조합을 일종의 커먼즈로산업 시기의 국가와 시장에게 명료하게 그 모습을 드러낸 커머닝의 한 방식으로 봅니다. 그런데 오늘날 많은 커먼즈 활동가들의 비전과 비교해 볼 때 협동조합 전통은 꽤 보수적입니다. 나는 이 보수주의를 좋아합니다. 그것이, 마찬가지로 재발명의 필요가 있는 ‘바퀴 개수 줄이기’에 기여합니다. 이야기꾼으로서 저는 더 첨단의 커머너들에 대하여 이야기를 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짊어질 과제가 너무 어렵고 새로워서 이념이 투철하지 못한 사람은 오랫동안 붙어있게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협동조합은 사람들을 커먼즈의 급진적인 비전에 입문시키는 한 방식입니다. 여기에는 비자, AP통신 그리고 동네에 있는 신용조합 같은 귀에 익은 것들도 포함되지요. 그런데 저는 협동조합들로 충분하다고 주장하지는 않으렵니다. 협동조합은 더 다양하고 광범한 커머닝으로 나아가는 출발점, 관문이지요.

또 다른 문제가 있습니다. 협동조합들은 모두 구식 재산 및 소유권과 연관됩니다. 저는 ‘재산은 절도다’와 같은 식의 아나키즘에 마음이 갑니다만, 또한 커머너들이 영주들이 소유권을 포기하지도 않았는데 먼저 공유경제의 정신에 따라 소유권을 포기하는 것은 실수라고 생각합니다. 그건 봉건제입니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리눅스 코드에 대한 소유권을 포기했으며 현재 그것이 역사상 가장 효과적인 기업감시도구인 안드로이드 OS를 가능하게 합니다. 삐께띠가 보여주듯이 자본 소유권이 (임금소득보다 더) 경제적 불평등의 추동력입니다. 협동조합 전통은 소유권을 더 균등하게 분배하는 방식입니다. 이것이 우리를 재산이 덜 중요한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에 더 좋은 위치에 놓이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커먼즈를 통해서 우리의 욕구를 더 많이 충족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커머너들은 강한 힘을 가진 상태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우엔스

당신의 책의 한 장에서 당신은 당신과 대담을 한 사람들 가운데 한 명의 경험과 에콰도르의 ‘FLOK 사회’ 프로젝트를 평하고 있습니다. 그 경험에 대한 당신의 평가는 어떤지요?

 

슈나이더

한 나라 규모의 커먼즈 이행을 만들어보려는 노력이었던 FLOK의 경험은 저에게 매우 유익했습니다. 그것은 커머닝이 단순히 일련의 고립된 실천들로서 제시되기보다 포괄적인 사회적 비전으로서 제시되는 것을 볼 기회였습니다. 협동조합들은 당연히 그 모든 일에서 중대한 요소였습니다. 물론 에콰도르 정부의 후속조치는 매우 제한되었습니다만 그 과정은 커먼즈 이행을 위한 자원을 산출했고 이것이 그 모든 일의 핵심을 포괄적인 방식으로 표현하는 데 더없이 소중했습니다. 저에게 그것은 굉장한 교육이었습니다. 모두가 그런 경험을, 세계의 미래를 위한 계획을 짜는 데 참여하는 경험을 때때로 가져야 합니다.

 

바우엔스

당신의 활동은 당신의 신앙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이 시대에 진보적 기독교인이 될 수 있나요? 당신은 기독교 전통의 특정 요소들과 연결되어 있나요?

 

슈나이더

협동적 전통을 더 많이 알수록 그것이 종교적 전통들과 결부되어 있다는 것을 더욱더 발견하게 됩니다. 저는 이것을 특히 저의 가톨릭 전통에서 봅니다. 이 전통은 북미 협동조합은행들과 몬드라곤 노동자 협동조합들과 같은 사례를 산출했습니다. 이와 유사한 사례들이 다른 많은 신앙들에서도 발견될 수 있습니다. 협동이 종교로 환원된다거나 종교에 의존한다고 말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우리 세계의 다른 많은 주된 세력들의 경우처럼 종교도 삶에 활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이런 작업을 통해 몇몇 새로운 성인들을 후원자들로서 발견하게 되어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중세 프란치스코회의 공동 설립자인 아시시의 클라라(Clare of Assisi)는 수녀들이 자치할 권리를 가져야한다는 것을 강조했으며 모든 목소리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습니다. 20세기 초 미국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라이언(John A. Ryan)은 협동조합 일을 통해 이루어지는 덕성 교육을 언급한 바 있습니다. 신부인 맥나이트(Albert J. McKnight)는 범아프리카주의적 비전을 남부협동조합연맹(Federation of Southern Cooperatives)의 발전에 적용했습니다. 영어에 갇혀있는 우리에게는 몬드라곤 협동조합들을 창시한 신부인 호세 마리아 아리스멘디아리에따(José María Arizmendiarrieta)의 저작을 더 많이 번역할 필요가 절실합니다. 이 분들은 신이 우리에게 우리의 공동체를 같이 다스릴 수 있고 또 그럴 자격이 있는 존엄을 부여했다는 뿌리 깊은 믿음에서 협동적 경제에 몰두했던 것입니다.

 

바우엔스

새로운 세계로의 ‘상전이’가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으로 보시나요? 인류가 이 과정을 완수하리라고 어느 정도 낙관하시나요?

 

슈나이더

제 책의 부제[‘다음 경제를 형성하는 급진적 전통’―정리자]가 암시하는 바와 달리 전 예측을 잘 못해요. 그러나 제가 아는 것은, 만일 우리가 현재보다 더 풍요로운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실행하고자 마음먹는다면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과거를 보면 이것이 분명해집니다. 언제가 미래에 우리가 과거를 회상하면서, 방대한 불평등과 독재적 기업들, 때때로 이루어지는 투표 등으로 구성되는 현재의 현실을 떠올리며 웃는 일이 분명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우리가 더 탁월한 민주주의 형태들을 선택해 나갈 가능성만큼이나 민주주의를 완전히 포기할 가능성도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패션을 커먼즈의 생태계로서 다시 상상하기



 

패션계에 글로벌 패션 시장을 개조하길 원하는 디자이너들, 패션하우스들, 학자들, 그리고 활동가들의 꽤 큰 집단이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놀랍게도 옷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유통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명하려는 상당한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낮은 급여, 남용되는 노동력, 막대한 양의 폐기물, 혐오스러운 마케팅 전략에 의존하는 글로벌 시스템에 염증을 느낀 많은 패션 활동가들이 실용적인 대안들을 개발하고자 한다.

나는 최근 이 주제에 관해 한 주요 패션 콜로키움에 강연을 요청받았다. 네덜란드의 아른헴에서 열린, 약 500명의 사람들이 참여한 이 행사는 <스테이트 오브 패션>(State of Fashion)이라 불리는 연례 전시회와 아트이지 예술대학교(the ArtEZ University of the Arts)의 후원을 받았다. 이 콜로키움은 그 임무를 이렇게 말했다. “패션 시스템을 철저히 탐구하고 파열시키고 재규정하고 변형시키기 위해서는 디자인에 의해 추동되는 연구뿐만 아니라 가치에 더욱 기반을 둔 비판적인 사고가 절실히 필요하다.” “윤리, 포용력, 그리고 책임 있는 소비자주의를 더욱 적극적인 방식으로 반영하는 패션 현실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공동으로 조사하는 것”이 목적이다.

[나는 ‘새로운 럭셔리를 위한 연구’라는 콜로키움 제목에 조금 혼란스러웠다. 이 행사는 사회 혁신을 귀하거나 고급스러운 것으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내 생각에는 ‘럭셔리’라는 개념이 패셔니스타들의 열정적 DNA에 너무 각인되어서 쉽게 바꾸지 못하는 것 같다.]

나는 패션 산업을 개조하기 위한 접근들의 광범위함에 감명 받았다. 가장 강력한 노력이 <패션 혁명>(Fashion Revolution)이라고 불리는 한 집단에 의해 행해지고 있었다. 전지구적 시민단체인 이 집단은 12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한, 방글라데시에 있는 라나플라자 의류공장 붕괴 참사 이후 활동을 시작했다. <패션 혁명>은 영화 <트루 코스트>(The True Cost)가 보여주는, 실제의 (높은) 의류 비용과 관련된 폐해가 앞으로 일어나는 것을 막고자 패션 공급망을 더욱 투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패션 혁명>은 또한 2000년부터 2014년까지 세계적으로 의류 생산을 두 배나 증가시키는 데 기여한 패션 산업의 한 부문인 ‘패스트 패션’(fast fashion)을 비판했다. 패스트 패션 산업은 엄청난 양의 폐기물을 배출했다. 구매한 옷 중 약 40%의 옷들은 거의 혹은 전혀 입지 않는다. 사람들은 평균적으로 옷을 3.3번 입는다. 그리고 소매 의류의 약 삼분의 일은 팔리지 않아 결국 태워지거나 폐기된다. 매년 약 4000억 제곱미터 규모의 직물 폐기물이 나오고 있다.

‘지속가능한 패션’은 많은 연설자들에 의해, 소중히 간직할 수 있고 오래 입을 수 있도록 디자인된 옷을 가리키기 위해 사용되는 말이다. 옷에 대한 감정적인 애착을 탐색하고 어떻게 지속가능한 디자인과 오래가는 미학을 개선시킬 수 있는지를 연구하는 크리스틴 하퍼(Kristine Harper)는 옷의 ‘심미적인 지속가능성’(aesthetic sustainability)을 언급했다. ‘리커버링 디자이너’(recovering designer)인 오르쏠라 데 까스트로(Orsola de Castro)는 어떻게 “사랑받는 옷들이 오래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속 가능한 패션의 또 다른 선구자는 오스클렌(Osklen)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자 브라질의 인스티뚜또-E(Instituto-E)의 설립자인 멧사바트(Oskar Metsavaht)이다. 그는 옷에 쓰일 수 있는 지속가능하고 재활용 가능한 새로운 종류의 소재를 개발하려는 회사의 적극적인 노력을 그린 단편 영화를 보여줬다. 오스클렌은 또한 새로운 종류의 공급망과 ‘의식있는 소비’(conscious consumption)를 창출했다.

네덜란드 아른헴의 아트이지 예술대학교로 옮기기 이전에 뉴욕의 파슨스 디자인 학교(Parsons School of Design)에서 패션 분야의 대안적 교과과정을 개발한 가첸(Pascale Gatzen) 교수와 같은 사람들 덕분에 이런 종류의 아이디어들이 오늘날 패션 교육에 스며들고 있다. 가첸은 패션에 대한 그녀의 철학을 이렇게 설명한다. “더 아름답다거나 아니면 우리를 더욱 행복하게 하기 때문에 선택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가장 큰 이윤을 내기 위해 이루어집니다. 당신이 옷을 입는 방식이 곧 당신이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위치시키는 방식입니다. 우리가 어떻게 패션을 되찾아 사회 변화를 위한 촉매제로 만들 수 있을까요?”

가첸은 옷만들기 기술을 회복시키기를 열망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옷을 디자인하는 것과 만드는 것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습니다. 나는 학생들이 만들기를 통해 디자인할 것을 장려합니다. 재료, 아이디어, 그리고 우리의 손과 몸에서 나오는 감각 사이의 역동적인 관계를 조절하는 과정을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지요.” 이러한 생각을 확대하기 위해 가첸은 허드슨 벨리에 손으로 직접 짠 재킷을 생산하는 <빛의 친구들>(the Friends of Light)이라 불리는 직물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근처 농장의 양으로부터 자란 양모를 사용하기 때문에 모든 재료들이 그 지역의 것이고 생산 과정은 세심하고 통합적이다. 그만큼 공을 들이므로 각 재킷을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160시간이다.

문제가 없지는 않다. 옷이 노동집약적이고 독창적일수록 더 비싸지기 마련이다. 이는 하이패션윤리나 상업 모델로 변질될 위험성이 있다. 친환경 패션은 ‘럭셔리’가 돼서는 안 된다. 비록 비용이 더 많이 들더라도, 혁신적인 생산 방법들을 시도하고 의류 디자인과 생산의 기술적 감각을 복원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을 저가, 저품질의 ‘패스트 패션’ 중독으로부터 떼어낼 가치가 있다.

지금까지 보았듯이 사회를 생각하는 패션이 감당해야 할 진짜 과제는 초자본주의에 의해 추동되는 현재의 지배적인 시장으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 병행 경제를 발전시키는 것이다. 이것만이 글로벌 패션 기업들의 무자비한 포섭과 럭셔리의 무자비한 우상화를 피할 수 있는 대안적인 운영 논리와 윤리를 개발하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그러한 계획들이―무엇이 되었든 처음에는 가장 기본적인 규모로―개발될 수 없다면 사회 혁신은 수제 의류와 같은 작은 시장에 갇히거나 럭셔리 시장에 국한될 것이다. 그리고 진짜 사회 혁신은 얄팍한 마케팅을 위해 징발되고 말 것이다.

대안 패션 활동가들이 그들의 비전, 생산 방법, 유통 장치, 재정, 그리고 마케팅을 충분한 규모로 발전시킬 수 있을까? 나는 이러한 구조적 시스템 문제에 진지하게 관심이 집중되는 것을 보고 싶다. 부분적인 혁신은 부분적인 효과만 낳을 것이다.

나는 강연에서 “패션을 커먼즈의 한 생태계”로 상상하려고 했다. 나는 커먼즈의 기본적인 생각을 소개하고 패션을 커먼즈의 연합체로서 다시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여러 일반적인 전략들을 제안했다. 알트-패셔니스타들(Alt-fashionistas)은 그들의 협력, 공급망, 문화적 비전과 같은 공유된 부와 커머닝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를 표시하는” 새로운 방식을 발전시키면서 시작할 수도 있다. 그들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실질적 실험을 바탕으로 그들 자신의 재정 시스템과 유통 및 마케팅 기반시설을 구축해야 한다. 그들은 낡은 어휘들을 버리고 커먼즈의 언어를 배우려고 해야 한다. 콜로키움 기조 강연의 비디오를 보려면 여기로 가면 된다. 나의 강연은 20:43부터 41:14까지 진행된다.




긱 경제에 저항하기: 협동형 음식배달 플랫폼의 출현



 

영국의 노동 가구 중에서 7백만 명의 사람들은 빈곤하며 실질 임금은 지난 10년 동안 10.4%가 하락했다(유럽의 다른 어떤 곳보다 더 하락했다). 그런데 영국에서 가장 부유한 1,000명의 사람들은 브렉시트 이후 수십억씩 돈을 더 벌었다.

플랫폼 기업들이 빈곤임금(poverty wage)을 지불함으로써 빈부 격차를 벌리는 데 일조하고 있고 부당하게 높은 자산 가격과 낮은 생산성으로 거품을 산출하고 있다. 영국에서 다섯 번째 부자인 알리셰르 우시마노프(Alisher Usmanov)는 처음에 철강과 철광석으로 돈을 벌었지만 지금은 <스포티파이>(Spotify,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와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에 투자함으로써 재산을 늘린다. <딜리버루>(Deliveroo, 영국의 온라인 음식배달 회사)는 자체 식당을 소유하지도 않고 배달원을 고용하지도 않지만 영국에서 두 번째로 큰 푸드 체인점인 <웨더스푼>(Wetherspoon) 이상의 가치가 있다.

2017년에 <딜리버루>의 회사 손실액은 300% 이상 증가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도 회사 창업주는 450만 파운드를 이사들에게 주식보너스로 지급하고 자신의 봉급도 넉넉하게 22.5% 인상했다. 이와 달리 <딜리버루>의 배달원들은 최저임금, 병가 및 공휴일 추가근무수당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주식 소유권에서 오는 이윤이 소수에게로 가고 임금은 정체되는 상황에서, 노동자와 자본 소유주들 간의 빈부 격차는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이제 소득의 공정한 몫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소유권의 공정한 분배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때인데, 이 후자의 문제에서 주도적인 사례가 될 수 있는 것이 협동형 음식배달 플랫폼이다.

 

유럽의 배달원들

2016년에 일어난 영국 <딜리버루> 배달원들의 첫 번째 파업 이후 그 물결이 프랑스, 스페인과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와 네덜란드로 퍼졌으며, 바로 2주전(([옮긴이] 이 글의 게재 날짜가 2018년 3월 22일이므로 3월 초에 해당한다.))에는 볼로냐에서 파업이 일어났다. 독일에서 배달원들은 작년에 무정부주의적-생디칼리슴적인 <자유노동자연합>(Free Workers Union, FAU)과 함께 조직화를 시작했다.

FAU는 ‘배달연합’(Deliverunion) 캠페인의 활성화에 기여할 수평적인 열린 공간으로서 기능했으며 직접행동에 100명이 넘는 배달원들을 모으고 킬로미터 당 보너스급여를 쟁취했다. 유급 간부나 조직자들이 없는 상태이므로 초등학교 교사들 및 간병인들 같은 다른 부문의 구성원들이 지원을 해 주었는데, 이는 노동조합이 자체적으로 행동하거나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그들의 이름과 그들의 자원으로 행동하고 있다는 것을 상기시켰다.

FAU는 그 나름의 온라인 플랫폼을 창출하기 위해 일단의 개발자들을 끌어 모았는데 배달원들은 이 플랫폼에 접속해서 그들의 단체협약에 포함시킬 내용을 토론하고 그와 관련된 투표를 할 수 있다. 플랫폼이라는 도구로 인해 배달원들은 노동조합 모임에 물리적으로 참석하지 않고도 요구 사항을 표현하고 결정을 내리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다. 이 도구는 또한 인원을 모아서 파업에 관한 투표를 하고 노동자 전체에게 메시지를 재빨리 퍼뜨릴 수 있게 해준다. 디지털 플랫폼이 고객의 요구가 있을 때 즉시 고객을 배달원과 연결시킬 수 있다는 것은 이 플랫폼들이 ‘파편화된’ 노동자들의 조직화를 촉진하는 데 훌륭하게 사용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협동형 디지털 플랫폼들의 잠재력

조직화된 배달원들 사이에 이러한 협력적인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그들 나름의 음식배달 플랫폼을 공동 개발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이것이 P2P재단에게서 사용 허가를 받고 앱 개발자들과 앱을 사용하고자 하는 모든 배달원이 협력하여 관리하는 오픈소스 음식배달 앱인 ‘coopcycle.org’에 깔려 있는 생각이다. 유럽 전역에서 모인 음식배달원들로 구성된 포럼에서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이 앱을 실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고 스페인의 배달원들은 바르셀로나에서 그들 나름의 협동형 버전의 <딜리버루> 앱을 만들어 내놓기 직전이다.

회사의 이익이 회사를 실제로 ‘이끌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돌아가게 하고 노동자들이 더 나은 근로조건, 안전한 계약, 병가 중 급여, 그리고 무엇보다 존중을 누릴 수 있게 하는, 공동으로 소유되는 이 배달 플랫폼들은 <푸도라>(Foodora), <딜리버루>, <우버 잇츠>(Uber Eats) 등에 대한 의미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공동소유권은 이익을 나누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민주적인 거버넌스와 책무는 물론 노동자들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데 있어서의 투명성 및 배달원들의 일상 업무를 지시하는 알고리즘 기능의 투명성을 의미할 것이다.

협동형 사업은 또한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다. <딜리버루>가 각 주문에 대해 터무니없이 높은 30% 수수료를 레스토랑에 청구하는 반면에 협동형 모형에서는 일단 핵심비용이 충당되면 이 요금을 줄일 수 있다. 예를 들어 협동형 모형에서는 주문이 15파운드를 초과하기만 하면 배달원의 임금과 다른 지출을 부담할 정도가 되고 이는 그 액수를 넘어서는 주문들은 더 저렴해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협동적으로 운영되는 이들 음식배달 플랫폼들은 실리콘밸리와는 다른 비전—소수의 부자들에게 단기간의 투기 이익을 내줄 벤처 자금을 끌어들이려는 집착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제시할 것이다. 플랫폼 경제가 곧 사라질 리는 없을 터이며 독점적인 디지털 플랫폼들은 노동자들의 몫을 더 한층 줄일 것이다. 하지만 스페인•프랑스•독일에서 출현하는 사례들은 긱 사업체 고용주들에게 반격을 가하고 배달 플랫폼 활동의 미래에 희망의 빛을 제공하기 위해 노동조합과 협동조합의 힘이 어떻게 연합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블록체인 경제 : 초보자를 위한 제도적 크립토경제 안내


  • 저자  :  Chris Berg, Sinclair Davidson, Jason Potts(([정리자] 저자들은 블록체인 테크놀로지가 사회, 경제, 정치, 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세계 최초의 사회과학연구센터인 RMIT Blockchain Innovation Hub에 속해 있다.))
  • 원문 : “The Blockchain Economy: A beginner’s guide to institutional cryptoeconomics (2017.09.27)
  • 분류 : 내용 정리
  • 정리자 : 정백수 

블록체인의 중요성에 대한 대부분의 설명이 비트코인과 화폐의 역사에서 시작하는데 화폐는 블록체인의 최초의 사용사례일 뿐이며 이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 될 가능성은 낮다. 블록체인은 무엇보다 탈중심화된, 분산된, 디지털 형태의 원장이다. 회계와 연관된 원장이 혁명적 테크놀로지로 서술되는 것은 희한한 일일 수 있지만, 블록체인이 중요한 것은 원장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늘 원장이 중심이다

규칙들에 의해 구조화된 데이터로 단순하게 구성되는 원장은 회계거래 기록 이상의 일을 한다. 우리는 사실에 관한 합의가 필요할 때마다 원장을 사용한다. 원장이 근대 경제를 뒷받침하는 사실들을 기록한다.

원장은 소유권을 확인해준다. 쏘토(Hernando de Soto)((Hernandde Sotto, The Mystery of Capital: Why Capitalism Triumphs in the West and Fails Everywhere Else, Basic Books, 2007.))는 가난한 사람들이 원장에서 확인되지 않은 재산을 소유할 때 어떻게 고생하는지를 서술했다. 회사(firm)는 단일한 목적을 가진, 소유권·고용·생산관계의 네트워크로서 하나의 원장이다.

원장은 신분을 확인해준다. 사업체들은 정부 원장에 등록된 신분이 있어서 그 존재와 조세법 아래에서의 지위가 추적될 수 있다. 탄생·사망·결혼의 등록이 개인들의 삶의 주요한 순간들을 기록하며 이 정보를 신분을 확인하는 데 사용한다.

원장은 지위를 확인해준다. 시민권은 누가 국민으로서 권리를 가지고 있고 의무를 지는지를 기록하는 원장이다. 선거인명부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혹은 의무화하는) 원장이다. 고용도 고용된 사람들에게이 노동의 보수에 대한 청구권을 부여하는 원장이다.

원장은 권위를 확인해준다. 원장은 누가 국회의원석에 앉을 수 있고 누가 은행계좌에 접근할 수 있으며 누가 아이들과 함께 일할 수 있고 누가 제한구역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확인해준다.

가장 근본적인 수준에서 원장들은 경제적·사회적 관계들을 맵핑한다.

사실에 관한 합의, 즉 무엇이 원장에 있는지에 대한 합의와 원장이 정확하다는 믿음은 시장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토대들 가운데 하나이다.

소유, 점유, 원장

결정적이지만 놓치기 쉬운 것이 소유(ownership)와 점유(possession)의 구분이다. 점유는 소유를 함축하지만 소유 자체는 아니다. 여권의 예를 들면, 디지털 이전의 세계에서 여행자가 소지한(점유한) 여권은 그의 여행할 권리의 소유가 원장에 등록되어 있음을 가리킨다. 요즘의 여권은 당국이 소유를 직접 확인하도록 해준다. 관련 당국이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해서 어떤 여행객이 여행의 자유를 가지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보여주었듯이 화폐도 원장이다.

은행권이라는 토큰의 점유는 곧 소유를 의미한다. 19세기에 은행권의 소지자는 그 은행권이 나타내는 가치를 인출할 권리가 있었다. 은행권들은 그것을 발행한 은행에게 직접적 채무였으며 은행 원장에 기록되어 있었다. 점유가 곧 소유를 가리키는 체제는 은행권들이 절도되거나 위조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 시대의 법정 통화는 중앙은행에서 금으로 교환받을 수 없다. 그러나 그 관계는 남아있어서, 지폐의 가치는 통화의 안정성과 그것을 발행한 정부의 안정성에 대한 합의에 의존한다. 은행권들은 부가 아니다. 지폐는 원장에 있는 관계에 대한 요구이며 그 관계가 붕괴하면 지폐의 가치도 붕괴한다. 짐바브웨, 유고슬라비아, 바이마르 공화국의 사례를 보라.

원장의 진화

그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원장 테크놀로지는 지금까지 별로 변화를 겪지 않았다. 원장은 문자 소통의 여명기에 등장한다. 원장과 글쓰기는 고대 근동(近東)에서 생산·교역·부채를 기록하기 위해서 동시에 발전했다. 설형문자를 넣어 구운 진흙판이 식량, 세금, 노동자들 등의 단위를 세세히 기록했다. 분산된 원장처럼 기능하는 동맹들의 구조화된 네트워크를 통해 최초의 국제적 공동체가 마련되었다.

14세기에 복식부기(double entry bookkeeping)의 발명과 함께 원장에 최초의 주요한 변화가 일어났다. 복식부기는 차변과 대변을 모두 기록함으로써 다수의 (분산된) 원장들을 가로질러 데이터를 보존했고 원장들 사이의 정보의 조정을 허용했다.

원장 테크놀로지의 다음 단계는 19세기 대기업들과 거대 관료제의 발생과 함께 이루어졌다. 이 중앙집중화된 원장들이 조직의 규모와 범위의 극적인 증가를 가능하게 했으나 중앙집중화된 기관들에 대한 신뢰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20세기 후반에 원장은 아날로그 형태에서 디지털 형태로 이동했다. 호주의 여권은 1970년대에 디지털화되었으며 중앙집중화되었다. 전산 가능하며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가 더 복잡한 분산, 계산, 분석 및 추적을 가능하게 한다.

그러나 데이터베이스 역시 여전히 신뢰에 의존한다. 디지털화된 원장은 그것을 유지하는 조직의 신뢰 가능성만큼만 신뢰 가능하다. 블록체인이 해결한 것을 바로 이 문제이다. 블록체인은 원장을 유지하고 확증하는 신뢰받는 권위 있는 중앙에 의존하지 않는 분산된 원장이다.

블록체인과 자본주의의 경제적 기관들

근대 자본주의의 경제적 구조는 원장들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발전했다.

2009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윌리엄슨(Oliver Williamson)은, 사람들이 시장, 회사 혹은 정부들에서 해당 조직의 상대적 거래비용에 의거하여 생산하고 교환한다고 주장했다. 윌리엄슨의 거래비용 접근법은 어떤 기관이 원장을 관리하고 왜 그러는지를 이해하는 데 열쇠를 제공한다.

정부들은 권위·특권·책임·접근의 원장들을 유지한다. 정부들은 시민권, 여행의 자유, 납세의무, 사회안전권, 재산소유의 데이터베이스를 유지하는 신뢰받는 주체이다. 원장이 시행되기 위해서 강압이 요구되는 경우 정부가 필요하다.

회사들 또한 원장들을 유지한다. 고용과 책임, 물리적 자본과 인간 자본의 소유와 배치, 공급자들과 고객들, 지적 재산과 기업 특권을 기록하는 사유화된 원장들이다. 회사는 종종 ‘계약들의 연계’라고 불린다. 그러나 회사의 가치는 그 연계가 질서와 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나온다. 회사는 사실상 계약과 자본의 원장이다.

회사 및 정부들은 자신들의 업무를 더 효율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드는 데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다. 다국적 회사들 그리고 회사들의 네트워크들은 거래를 전지구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으며 블록체인이 이를 거의 즉각적으로 가능하게 한다. 정부들은 블록체인의 변경 불가능성을 사용해서 재산권이나 신분기록의 정확성과 조작 불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다. 블록체인 응용프로그램들을 바탕으로 잘 설계된 허가 규칙들은 시민들과 소비자들에게 자신들의 데이터에 대한 더 많은 통제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또한 회사들 및 정부들과 경쟁하는 위치에 있는 제도 차원의 테크놀로지이다. 그래서 블록체인은 회사들을 대체할 수도 있다. 계약과 자본의 원장은 이전에 없던 방식으로 탈중심화되고 분산될 수 있다. 신분, 허가, 특권, 권리의 원장들이 정부의 지원 없이 시행될 수 있는 것이다.

제도적 크립토경제학

제도적 크립토경제학(institutional cryptoeconomics)은 암호기술에 의해 안전해지고 신뢰와 무관해진 원장들이 제도의 차원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한다. 고전주의 및 신고전주의 경제학자들은 경제학의 목적이 희소한 자원의 생산과 분배를 연구하고 그 생산과 분배를 받쳐주는 요인들을 연구하는 데 있다고 보았다. 제도적 경제학은 경제를 규칙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본다. 규칙들(법, 언어, 재산권, 규제, 사회적 규범, 이데올로기)이 흩어져 있는 기회주의적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활동을 서로 연계하도록 해준다. 규칙들이 교환을 (경제적 교환만이 아니라 사회적, 정치적 교환/교류도) 촉진한다.

크립토경제학이라 불리게 된 것은 블록체인을 받쳐주는 경제적 원칙들과 이론 그리고 대안적인 블록체인 실행에 초점을 둔다. 블록체인 메커니즘 설계의 경우에는 게임이론과 인센티브 설계를 고려한다.

이와 달리 제도적 크립토경제학은 블록체인과 크립토경제가 결합하여 가져올 제도적 경제학에 초점을 둔다. 그 사촌격인 제도적 경제학에서처럼 경제는 교환을 연계하는 시스템으로 간주된다. 그런데 제도적 크립토경제학은 규칙을 보기보다는 규칙들에 의해 구조화된 데이터인 원장을 본다.

제도적 크립토경제학은 원장들을 지배하는 규칙들, 그 원장들을 서비스하기 위해서 발전한 사회·정치·경제적 제도들, 그리고 블록체인의 발명이 어떻게 전 사회에 걸쳐서 원장들의 패턴을 변화시킬지에 관심이 있다.

블록체인의 경제적 귀결

제도적 크립토경제학은 블록체인 혁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그리고 우리가 예측하지 못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해할 도구를 우리에게 갖춰준다.

블록체인은 실험적 테크놀로지이다. 블록체인이 어디에 사용될 수 있는가는 기업가의 관점에서의 질문이다. 일부 원장들이 블록체인 위로 이동할 것이다. 일부 기업가들은 원장들을 블록체인 위로 이동하려고 시도하지만 실패할 것이다. 모든 것이 블록체인의 사용 사례가 되지는 못한다. 블록체인의 킬러 앱은 아직 없다. 원장들, 암호기술, P2P네트워킹의 결합이 미래에 어떤 것을 낳을지 예측할 수 없다.

이런 과정은 극히 파열적이 될 것이다. 추측컨대 전지구적 경제는 블록체인을 받쳐주는 사실들의 재구조화·해체·재조직과 관련된 긴 불확실성의 시기를 맞게 될 것이다.

블록체인의 최선의 사용이 ‘발견’되어 이미 원장에 대한 서비스를 하는 기관들이 깊이 자리를 잡고 있는 현실 세계의 정치적·경제적 체계에서 실행되어야 한다. 이 둘째 부분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원장들은 파급력이 크고 블록체인의 가능한 응용프로그램들도 매우 포괄적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를 제어하는 가장 근본적인 원칙들의 일부가 손에 잡힐 듯이 드러날 것이다.

제도의 창조적 파괴

우리는 이전에 이런 혁명들을 겪어 보았다. 보통 비트코인의 발명과 블록체인을 인터넷과 비교한다. 블록체인을 인터넷 2.0이라고 부르거나 인터넷4.0이라고 부른다. 인터넷은 우리가 상호작용하고 사업을 행하는 방식을 혁신한 강력한 도구이다. 그러나 이 비교는 블록체인을 덜 쳐준 편이다. 인터넷은 우리로 하여금 더 잘, 더 빨리, 더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교환하도록 해주었다. 그러나 블록체인은 전과 다르게 교환하도록 해준다. 블록체인에 합당한 더 좋은 은유는 기계적 시간의 발명이다.

기계적 시간 이전에 인간의 활동은 자연의 시간―아침에 들리는 닭의 울음과 저녁에 천천히 땅거미가 지는 것―에 의해 규제되었다. 경제사가 앨런(Douglas W. Allen)이 주장하듯이 문제는 가변성이었다. “시간의 측정에 너무나도 많은 가변성이 존재해서 많은 일상적인 활동들이 유용한 의미를 가지기 힘들었다.” “시간 측정의 가변성의 감소가 가져다주는 효과는 모든 곳에서 감지되었다”라고 앨런은 쓴다. 기계적 시간은 그 이전에는 불가능했을 뿐만 아니라 상상조차 못했던 경제적 조직화의 전적으로 새로운 범주들을 열어젖혔다. 교역과 교환이 먼 거리를 가로질러 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가능해졌다. 하루를 구조화할 수 있게 되었고 노동한 시간의 양에 따라 보수가 주어질 수 있게 되었다. 노동자들은 자신들이 공정하게 보상을 받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용주나 피고용인이나 어떤 계약이 수행되는 것을 확증하는 독립적 도구인 표준을 볼 수 있었다.

완결된 스마트 계약과 미완결된 스마트 계약

윌슨과 (그와 마찬가지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스(Ronald Coase)는 계약을 경제적 조직화의 핵심적 위치에 놓는다. 계약이 제도적 크립토경제학의 중심부에 놓여있다. 바로 여기서 블록체인은 가장 혁명적인 함축을 가진다. 블록체인 위에서 이루어지는 스마트 계약은 계약에 의한 합의가 자동적·자율적으로 그리고 안전하게 실행되도록 한다. 스마트 계약은 계약의 실행을 유지하고 시행하고 확인하는 일을 하는 사람들 전체―회계사들, 감사들, 법률가들, 그리고 많은 법 제도들―를 제거하게 될 수 있다.

그러나 스마트 계약은 알고리즘의 세부에 의해서 제한된다. 경제학자들은 완결된(complete) 계약과 미완결(incomplete) 계약 사이의 구분에 초점을 두어왔다. 완결된 계약은 모든 가능한 상황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적시한다. 미완결 계약은 뜻밖의 일이 일어나는 경우 계약조건의 재협상을 허용한다. 완결된 계약들은 실행하기가 불가능하며 미완결 계약들은 돈이 많이 든다. 블록체인은 스마트 계약을 통해서 많은 미완결 계약과 연관된 정보비용과 거래비용을 낮춤으로써 경제활동의 규모와 범위를 확대시킨다.

이 일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의 정확한 세부는 기업가들이 풀어야 할 문제이다. 현재 오라클들―정보를 스마트 계약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로 변환해주는 신뢰할만한 주체들―이 블록체인의 알고리즘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해준다. 블록체인 혁명에서 실질적으로 얻을 이득은, 미완결 계약들을 블록체인 위에서 실행되기에 충분히 완결된 계약으로 전환시킬 더 낫고 더 강력한 오라클들을 발전시키는 데 있다고 본다. 중세의 상인혁명은 상인 법정들[국제상관습법Lex mercatoria, merchant law을 집행한다―정리자]의 발전에 의해 가능해졌다. 실질적으로 신뢰를 받는 오라클들에 해당하는 이 법정들이 교역자들로 하여금 사적으로 계약을 실행할 수 있게 했다. 블록체인의 경우에 이런 혁명은 아직 오지 않은 듯하다.

정부는 어디로?

블록체인 경제는 세금, 규제, 서비스 제공 등 많은 면에서 정부의 통치과정에 압박을 가한다. 대중과 상호작용하는 금융기관들의 경우 그 안전성과 건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건전성 통제(prudential control)가 발전했다. 보통 이 통제(예를 들어 유동성과 자본 요건들)는 예금주들과 출자자들이 은행의 원장을 볼 수 없다는 사실에 의해 정당화된다. 예금주들과 출자자들은 회사의 관리에 기율을 부과할 수 없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쓰임새 가운데 하나는 예금주들과 출자자들이 은행의 지불준비금과 대출을 계속 모니터하여 자신들과 은행 경영진 사이의 정보비대칭을 실질적으로 제거하게 해주는 것이다.

블록체인의 변경 불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근거 없는 뱅크런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장한다. 규제자의 역할은 블록체인이 정확하고 안전하게 구축되어 있다는 것을 공인하는 데 국한된다.

블록체인의 더 나아간 쓰임새는 크립토뱅크―빌리는 사람과 빌려주는 사람을 직접 연결함으로써 단기로 빌리고 장기로 빌려주는 자율적인 블록체인 응용프로그램―이다. 스마트 계약 알고리즘으로 구축된 크립토뱅크는 공적 블록체인 원장을 가진 은행만큼이나 투명한 속성을 가지면서도 규제자들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크립토뱅크는 스스로 청산할 수 있다. 크립토뱅크가 지급불능이 되면 그 바탕에 있는 자산이 자동적으로 출자자들과 예금주들에게 지급된다.

카우언(Tyler Cowen)가 타바록(Alex Tabarrok)은 많은 정부 규제가 정보비대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된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는 정보가 어디에나 두루 퍼져있는 세계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문제이다. 블록체인 응용프로그램들은 이 정보의 편재(遍在) 경향을 주목할 만하게 증가시키며 그 정보를 더 투명하고 영속적이며 접근 가능하게 만든다.

블록체인은 ’렉텍‘(regtech)이라고 불리는 것에서 효용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감사, 준법감시, 시장 감시라는 전통적인 규제 기능들에 테크놀로지를 적용한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블록체인 세계에서 새로운 소비자 보호나 시장 통제를 요구하는 새로운 경제적 문제들이 생길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 같은 기본적인 경제적 형태들의 재구조화와 재창출은 규제의 시행 방식만이 아니라 규제가 해야 하는 일에 대해서도 압박을 가할 것이다.

대기업들은 어디로?

블록체인 경제가 대기업에 미칠 영향도 마찬가지로 크다. 기업의 사이즈는 종종 기업 위계의 비용을 감당할 필요에 의해 추동된다. 이 비용은 미완결 계약과 대규모 투자의 기술적 필요에 기인한다. 이런 모델은 출자자 자본주의가 기업 조직의 지배적인 형태임을 의미한다. 블록체인 위에서 더 복잡한 계약을 할 능력은 기업가들과 혁신가들이 자신들의 인간 자본 및 이윤에 대한 소유권과 통제를 동시에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성공적인 사업을 하는 것과 금융자본에의 접근 사이의 관계는 시간이 갈수록 약해졌는데, 이제는 단절될 수도 있다. 인간 자본주의의 시대가 동터오고 있다.

기업가들은 가치 있는 앱을 만들 수 있고 그것을 그 기능을 필요로 하는 누구라도 쓸 수 있게 개방할 수 있을 것이다. 기업가는 이에 대한 대가로 지갑에 마이크로페이먼트가 축적되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설계자는 설계한 것을 개방하고 최종 소비자들이 3D 프린터에 그 설계를 다운받아서 거의 즉각적으로 생산물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사업모델을 채택하면 현재보다 더 (많은) 지역화된 제조가 이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생산자들이나 설계자들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개인이 경제에서 하던 역할을 제한할 것이다. 물류회사들은 계속 번성할 것이지만, 운전자 없는 수송의 출현이 이 산업에도 파열을 가져올 것이다.

사업이 파열되면 회사의 조세 기반 또한 파열된다. 정부가 사업체에게 세금을 물리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판매(소비)세에 그리고 심지어는 인두세[한국의 경우에는 주민세가 이에 해당된다―정리자]에 큰 압박이 가해질 수도 있다.

결론

블록체인 및 그와 연관된 테크놀로지 변화는 현재의 경제적 조건을 대대적으로 파열시킬 것이다. 산업혁명은 사업모델이 위계와 금융 자본주의에 기반을 두는 세계를 도입했다. 블록체인 혁명은 인간 자본주의 및 개인의 더 큰 자율성에 의해 지배되는 경제를 보게 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 기업가들과 혁신가들이 언제나 그랬듯이 시행착오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다. 우리가 기여하는 바는 파열이 일어날 때 그것을 분명하게 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모델을 명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점이다. ♣

[정리자의 덧글]

이 글의 저자들은 예를 들어 ’인간 자본주의‘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데서 볼 수 있듯이 블록체인의 혁명성을 제도 차원에서 보면서도 그 관점이 확연히 탈자본주의적이지는 않은 듯하다. 그러나 어떤 글이든 중요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면 어휘나 관점을 문제로 삼을 필요는 없다. 이 글의 저자들이 블록체인을 ’국제상관습법‘의 새로운 버전으로 본 부분은 네그리와 하트가 『다중』(2004)과 『공통체』(2009)에서 ’국제상관습법‘(lex mercatoria)을 언급한 대목을 참조하면서 읽으면 유익할 듯하다. 『공통체』의 해당 대목은 이렇다.

아무도 가게를 돌보지 않는다는 말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전지구적 자본이 정치적·법적·제도적 규제와 지원 없이 기능하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전지구적인 자본주의적 권력구조는 실제로 기능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시스템의 서로 다른 층위들을 가로질러 기워 연결된 잠정적이고 임시변통적인 성격의 것이다. 다른 곳에서 우리는 전지구적 경제의 관리와 규제의 지형에서 발전되고 있는 특수한 메커니즘들의 일부—예를 들어 일국적 법체계가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는 계약들을 관리하기 위해서 옛 국제상관습법lex mercatoria을 재해석한 새로운 법적 관례—를 탐구한 바 있다. (382-383)

그리고 『다중』에서 네그리와 하트는 자신들이 포착해낸 이 “옛 국제상관습법을 재해석한 새로운 법적 관례”를 “자본의 자기지배”라고 부른 바 있다. 그런데 네그리와 하트는 블록체인의 존재조차 알 수 없었던 이 시점에서 (최초의 블록체인이 구상된 것은 2008년도이다) 다른 요인들을 고려한 것만으로 이미 이렇게 말했다.

그렇지만, 새로운 ‘국제상관습법’ 안에서 발전된 이 ‘계약을 통한 법률’의 일반성과 기업화된 법률회사들의 관리 역량이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 사실상 자본의 자기지배(self-rule)라는 꿈은 매우 제한적이다. (『다중』, 233)

이제 위 게시글의 저자들에 따르면 블록체인 혁명은 국가를 불필요하게 만듦으로써 “자본의 자기지배(self-rule)라는 꿈”을 한편으로는 돕고 다른 한편으로는 회사들을 대체함으로써 이 꿈을 물거품으로 만들 잠재력을 가진 어떤 것이다. 이 상반되는 두 경향의 공존이 어떤 귀결을 낳을 것인가에 대해서 위 게시글의 저자들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며 “기업가들과 혁신가들이 언제나 그랬듯이 시행착오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나라면 여기에 걸려있는 매우 중요한 싸움의 결과는 다중/커머너들의 투쟁에 달려있다고 말할 것이다. 블록체인의 등장은 자본과 국가의 홈그라운드였던 법, 관례, 규제, 계약의 영역이 계급투쟁의 지형으로 편입되었음을 의미한다. 여기서 계급투쟁이란 이익의 분배(이윤 대 임금/복지의 비율의 결정)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싸움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상이한 두 삶형태― 사적인 것(자본)과 공적인 것(국가)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삶와 공통적인 것(커먼즈)과 특이성(자율적이고 자유로운 다중)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삶,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노동력으로서의 삶과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삶―사이의 싸움을 가리킨다. 이 싸움은 앞으로 인류 전체의 운명을 결정할 중요한 싸움이며 그 싸움의 의미에 걸맞은 자기인식이 긴요한 싸움이다. 따라서 돈을 더 많이 번다든가 생활수준이 더 높아진다든가 복지가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데 국한될 수 없는 싸움이다. 위 게시글의 저자들이 말한 “기업가들과 혁신가들”을 다중 혹은 커머너에서 배제하자는 말은 결코 아니다. 이들의 행동은 만일 그것이 자본과 국가를 대체하고 자율과 협동으로 나아가는 것이라면 당연히 다중 혹은 커머너로서의 행동으로 간주될 것이다. 다중 혹은 커머너는 일단의 개인들(개별자들)을 하나의 집단으로 포괄하는 보편자가 아니라 개인들의 집단적 행동의 특정 성격을 표현하는 개념이다. 사실 네그리와 하트는 『집회』(Assembly, 2017)에서 생산의 지형에서 계급투쟁을 전개할 주체들로 ‘다중의 기업가’를 제시해놓고 있고(http://commonstrans.net/?p=982) 커먼즈 활동가 바우엔스 등도 이윤의 축적이 아니라 커먼즈의 축적을 목적으로 하는 가치창출의 새로운 생태계를 제시하고 있다(http://commonstrans.net/?p=732).

 




페미니즘과 혁명: 과거를 되돌아보고, 앞날을 내다보며


  • 저자  :  Julie Matthaei(([옮긴이] 줄리 매사이(Julie Matthaei) : 웰즐리 대학(Wellesley College) 경제학 교수. 페미니즘 경제학과 젠더•인종•계급에 관련된 정치경제학을 가르친다. 그녀는 <미국연대경제네트워크>(U.S. Solidarity Economy Network)의 공동 설립자이자 이사이며, 근간 도서 『불평등에서 연대로: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경제를 공동으로 창출하기』(From Inequality to Solidarity: Co-Creating a New Economics for the Twenty-First Century)의 저자이다.))
  • 원문 : “Feminism and Revolution: Looking Back, Looking Ahead (2018.06) / CC BY-NC_ND 4.0
  • 분류 : 번역
  • 옮긴이 : 민서

 

반세기 전에 ‘제2물결’ 페미니즘이 퍼지고 난 후 페미니즘 운동은 점차 더 포괄적이고 조직적으로 되었다. 초기에 맑스주의-페미니스트들은 진정한 여성해방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를 뛰어넘는 것이 필요하며 따라서 한때 페미니스트와 반계급주의자의 입장에서 정치는 필수적이라고 주장했다. 곧 그들 역시 인종•민족성•성적 지향성 및 여타 정체성과 사회적 위치의 원천들에서 발생하는 억압을 인정하는 이론과 실천을 확장하라는 도전에 직면했다. 이 도전에 응하는 것이, 상호교차성(intersectionality)에 뿌리를 두고 있고 페미니즘 운동 내부에서 그리고 여타 운동들과의 관계에서 발현되는 연대정치를 낳았다. 중요하게도 이 새로운 정치는 연대경제에서 새로운 실천과 사회제도를 창출함으로써 개인들이 급진적인 사회변화에 참여하는 방식을 제공한다. 확고하고 포괄적인 페미니즘은 모든 종류의 억압을 없애는 ‘거대한 이행’에 필요한 더 큰 연대정치와 연대경제를 구축하는데 여전히 필수적이다.

 

1. 서론

누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싸움을 이끌 것인가? <거대한 이행 기획>(The Great Transition Initiative, GTI)은 세상을 공정하고 지속가능하게 바꿀 수 있는 “전지구적 시민운동”의 출현을 10년이 넘도록 확인했다. 이 운동이 하나의 온전한 운동이 될지는 두고 볼 일인데, 과거 50년에 걸친 페미니즘의 진화가 귀중한 교훈을 제공한다.

미국 맑스주의-페미니스트이자, 반인종차별주의자 및 생태경제학자로서 나는 이론과 실천 측면에서 이 진화의 일부분이었다. 1970년대 초 제2물결 페미니즘에 꼭 필요한 부분으로서 우리 맑스주의-페미니스트들은 가부장제와 자본주의가 억압적인 시스템과 서로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인식할 것을, 다시 말해 이 두 가지를 극복하지 않고는 해방을 달성할 수 없다는 것을 강력히 주장했다. 단지 여성다움이라는 정체성에 기반을 둔 정치나 노동계급 혁명을 중심으로 하는 맑스주의적 계급정치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었다.

곧 우리와 여타 페미니스트들은 우리의 렌즈를 더 확장해야 할 필요성에 맞닥뜨렸다. 젠더•계급•인종•섹슈얼리티•민족성 등등의 정체성들은 상호간에 결정하고 있다는 통찰력이 새로운 개념인 상호교차성(intersectionality)을 낳았다. 일부 사람들은 정체성과 억압의 형태들이 상호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분열을 초래하는 것으로 판명되리라고 우려했지만 분열에서 시작한 것이 새로운 형태의 정치 즉 연대정치를 낳았다. 연대정치는 운동들을 가로질러 그리고 운동들 내부에서 사람들을 결속시킬 수 있고 어떤 성공적인 전지구적 시민운동에라도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 사실 이 동학은 현장의 다양한 사회 운동들에서 이미 나타나고 있고 연대경제에 기반을 둔 새로운 실천과 제도의 발전에 영감을 주고 있다.

 

2. 페미니즘, 맑스주의와 만나다

1970년대 초에 제2물결 페미니즘(참정권 획득에 초점을 맞춘 제1물결과 대조해서 이름 붙여진 것)이 미국과 그외 지역에서 폭발적으로 일었다. 의식을 고양하는 집단에서 만난 여성들은 풀뿌리 조직들을 형성하여 사무직 조직화에서부터 미디어 개혁에 이르는 광범위한 페미니즘 투쟁에 참여했다. 주류 페미니즘 조직들은 재생산권을 보장하는 데, 그리고 유급노동자로서 남성과 동등한 권리 및 기회를 획득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

그러나 제2물결 페미니즘 운동에는 또한 활동적인 좌파인 맑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이 포함되었으며 그들은 자본주의와 혁명에 대한 맑스주의 이론을 발판으로 삼으면서도 이를 비판했다. 맑스주의/사회주의 페미니스트들은 맑스주의의 이론적 틀이 자본가들이 여성을 노동자로서 억압하는 것을 분석하지만 가정과 일터에서 남성들이 여성을 억압하는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이상적으로는 노동계급 운동을 혁명적으로 표현하는 노동조합이 여성들의 평등과 관련하여 복잡한 과거를 가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19세기에 노동조합들은 여성을 고임금직에서 배제하고 가정에 묶어두는 것을 옹호했다. 전통적인 남성들처럼 전통적인 맑스주의자들은 페미니스트들이 맑스주의와 연결될 때에는—전통적인 아내들처럼—그들의 정체성을 잃는다고 생각했다.((원주1. 미국에서 나온 두 주목할 만한 선집들로는 Zillah Eisenstein, Capitalist Patriarchy and the Case for Socialist Feminism (New York: Monthly Review Press, 1979)와 Lydia Sargent, Women and Revolution: A Discussion of the Unhappy Marriage of Marxism and Feminism (Boston: South End Press, 1981) 참조. 영국에서는 Annette Kuhn and AnnMarie Wolpe, Feminism and Materialism: Women and Modes of Production (London: Routledge, 1978)가 유사한 주제들을 탐구했다.))

맑스주의-페미니스트들은 또한 맑스주의의 혁명이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했다. 맑스주의 이론은 노동자들을 혁명적인 사회 변화의 주체로 보고, 계급투쟁을 그 발동기로 보았으며, 사회주의 계획 경제를 목표로 여겼다. 이 변화의 비전이 너무 강력해서 소련에서 민주주의의 개탄스러운 부재가 분명해진 이후에도 초기의 맑스주의/사회주의-페미니스트들은 억압에 저항하는 여성들과 함께 조직화하는 것을 계급을 기반으로 하는 노동자 주도의 혁명을 쟁취한 이후로 연기하라는 말을 들었다. 남성 좌파들에 따르면 페미니스트들의 조직화는 노동계급을 갈라놓을 것이고 그로 인해 자본주의를 영속시킬 것이었다.

하지만 우리 맑스주의-페미니스트들은 혁명 이후까지 기다릴 생각이 없으며 맑스주의나 더 나은 사회주의 미래와 연결되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도 않았다. 우리는 페미니즘이 고조되자 근본적인 변화를 느꼈고 사회주의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로 작정했다. 우리는 두 가지 진실을 보았다. 다시 말해 여성해방은 자본주의 체제 내부에서 이루어질 수 없으며 우리의 해방을 위한 싸움을 사회주의 혁명 이후로 미룰 수도 없었다. 가정주부들은 유급노동자로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결혼에서 겪던 젠더 억압에서 풀려나와 고용주에 의한 계급 및 젠더 억압을 겪게 되었다. 젠더 불평등과 지배구조가 페미니즘 운동으로 어떻게든 없어지더라도 여성들은 계속해서 노동자로서 억압받게 될 것이다.

동시에 맑스주의-페미니스트들은 적어도 지금까지 실행된 바의 사회주의 혁명으로는 여성의 억압이 없어지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소련과 유고슬라비아 같은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여성들의 경험에 기초해서 이런 결론을 내렸다. 우리가 겪은 경험은 미국의 좌파남성들도 마찬가지로 성차별주의자라는 것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사회주의-페미니스트로서 우리는 페미니즘적·반(反)계급주의적 조직화에 몰두했고 탈자본주의적, 사회주의-페미니즘적 체제라는 한층 폭넓은 비전 쪽으로 나아가는 데 몰두했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버클리•시카고•뉴헤이븐에서의 사회주의-페미니즘적 여성들의 연합을 창출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가했는데 학자들과 활동가들은 자본주의를 페미니즘적•반계급주의적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변형시키는 것을 지지하기 위해 그곳에 한데 모였다.((원주2. 사회주의 국가에서의 여성을 다룬 것으로는 Hilda Scott, Does Socialism Liberate Women?: Experiences from Eastern Europe (Boston: Beacon Press, 1974) 참조. 사회주의-페미니즘 조합의 발생에 대해서는 “The Berkeley-Oakland Women’s Union Statement,” in Capitalist Patriarchy and the Case for Socialist Feminism , ed. Zillah Eisenstein (New York: Monthly Review Press, 1979) 참조.))

우리는 맑스주의 이론을 좀 고쳐서 여성의 경제적 위치를 분석하고 해명하는 데 더 잘 사용될 수 있도록 했다. ‘가사노동 논쟁’에서 우리는 집안일이 생산적 노동이 되어 자본가를 위해 잉여가치를 만들어내는지 아닌지를 검토했다(논쟁에 대한 명확한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맑스의 유물론 분석—‘생산과 재생산의 양식’을 구체화하는 분석—을 사용하여 가정관리와 육아라는 여성의 무급 노동을 자본주의의 물질적 토대의 일부로서, 따라서 혁명적인 조직화에 핵심이 되는 것으로서 분석했다. 이 논의들은 ‘가사노동에 임금’을 요구하는 운동을 활성화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이 논쟁이 하나의 이론적 틀을 중심으로 한 합의를 만들어내지는 못했을지라도 여성의 무급 돌봄 노동을 경제적·사회적 삶의 핵심적인, 그러나 저평가된 측면으로서 부각시키고 확증했다.((원주3. Julie Matthaei, “Marxist-Feminist Contributions to Radical Economics,” in Radical Economics , eds. Susan Feiner and Bruce Roberts (Norwell, MA: Kluwer-Nijhoff, 1992), 117–144. 이 생각들은 가령 Nancy Folbre, The Invisible Heart: Economics and Family Values (New York: New Press, 2001)에서 더 발전된다.))

맑스주의-페미니스트들은 사회 전반적인 계급 억압 및 젠더 억압이 현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어떤 때는 두 가지가 일제히 작동하고 다른 때에는 자본주의 발전이 결혼한 여성들을 유급노동자로 끌어들일 때처럼 그 둘이 서로를 침식한다.((원주4. Heidi Hartmann, “The Unhappy Marriage of Marxism and Feminism: Towards a More Progressive Union,” in Women and Revolution , 1–42와 Ann Ferguson and Nancy Folbre, “The Unhappy Marriage of Patriarchy and Capitalism,” Women and Revolution , 313–338 참조.)) 두 억압 모두 맑스주의와 페미니즘이라는 두 갈래 운동에 의해 분석되고 극복될 필요가 있었다. 우리는 남성지배에 저항하는 여성을 조직화하고 계급지배에 저항하는 노동자를 조직화함으로써 서로 엮여있는 두 가지 경제 시스템인 자본주의와 가부장제에 대항하는 이중의 투쟁을 주장했다. 이런 유형의 분석 —가부장제와 자본주의 둘 다를 공존하면서 서로 얽혀있고 억압적인 시스템으로 인정하는 분석—이 ‘이중체계이론’(dual systems theory)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이중체계이론을 채택하면서 맑스주의-페미니스트들은 혁명이나 체계 변화에 대한 맑스의 기본적인 분석을 받아들여 확장했다. 우리는 경제적 변형을 억압받는 집단에 의한 투쟁으로 추동되는 혁명 과정으로 바라보는 맑스의 견해에 찬성했다. 급진적인 페미니스트들이 혁명의 주체인 노동자를 여성으로 대체했지만 맑스주의-페미니스트들은 계급투쟁을 혁명의 핵심적 측면으로 받아들였고 여성을 두 번째 피억압 집단으로 노동자에 포함시켰다. 우리는 여성들이 해방되기 위해 급진적인 변형을 필요로 하는 두 개의 억압 시스템—자본주의와 가부장제—을 개념화했다.

 

3. 상호교차성과 정체성에 기반을 둔 혁명적 정치의 붕괴

이중체계이론이 맑스주의와 페미니즘 사이의 ‘하이픈을 녹여버리는’ 것처럼 보였을지라도 맑스주의-페미니스트들(그리고 모든 페미니스트들)은 곧 유색인 반(反)인종주의 여성들의 분명한 도전에 직면했다. 유색인 페미니스트들은 ‘자매애’ 내지 여성에 기반을 둔 정체성 정치라는 백인 페미니스트들의 개념들을 혹독하게 비판했다. 그들은 페미니즘 운동 내에서의 인종주의를, 특히 백인 여성들이 지도자 지위를 독점하는 것과 백인 여성들의 관점에서 ‘여성의 문제들’을 정의하는 것을 지적했다.((원주5. 선구적인 책들에는 Cherie Moraga and Gloria Anzaldua, This Bridge Called My Back (London: Persephone Press, 1981)과 bel hooks, Feminist Theory: From Margin to Center (Cambridge, MA: South End Press, 1984)가 포함된다.))

설상가상으로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들도 페미니즘 운동에서 동성애 공포증에 항의하고 있었다. 두 집단은 백인과 이성애 페미니스트들에게 인종차별주의와 동성애 혐오에 반대한다고 솔직하게 자기입장을 밝힐 것과 그들의 실천, 강령 및 이론에 이러한 입장을 포함시킬 것을 요구했다.

여성의 억압을 자연에 대한 지배와 연결시키는 에코페미니즘은 맑스주의-페미니즘적 담론에 또 다른 차원의 복잡성을 추가했다. 에코페미니스트들은 여성되기의 확장으로서 생태운동에 참가할 것을 여성들에게 호소했고 많은 사람들이 이 요청에 따랐다. 풍부한 내용의 좌파 에코페미니즘적 분석이 발전했다. 캐롤린 머천트(Carolyn Merchant)는 『자연의 죽음』(The Death of Nature)에서 자연의 지배는 서구 과학이 출현할 때 여성의 대상화 및 여성에 대한 지배와 밀접하게 결부되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7 뛰어난 저서인 『에코페미니즘』(Ecofeminism)에서 마리아 미스(Maria Mies)와 반다나 시바(Vandana Shiva)는 기본적인 생활필수품들을 공급하는 것을 중심으로 운동들의 연합을 제안하면서 계급, 젠더, 남/북, 흑인/백인 그리고 인간/자연 사이에 일어나는 지배와 폭력을 상호연결된 현 세계체제의 부분들로서 종합적으로 분석해냈다.((원주7. Maria Mies and Vandana Shiva, Ecofeminism (London: Zed Books, 1993).))

지구상의 선진지역(Global North)과 지구상의 후진지역(Global South) 사이의 분할 또한 대두되었다. 유엔이 정한 ‘여성을 위한 10년’(United Nations Decade for Women, 1975–1985) 동안 전 세계 페미니스트들이 세 번의 전 세계 회의에서 함께 모였다. 우선사항에서의 엄청난 차이들이, 특히 노동력과 재생산권에서의 평등권에 중점을 두는 선진지역 여성들과 신식민주의와 가난을 우려하는 후진지역 여성들 사이의 차이가 표면화되었다. 이런 차이들로 인해 페미니스트들은 초국적 페미니즘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노력할 때 여성 문제에 관한 그들의 관점을 확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계급지배(남북 문제)를 포함시킬 수밖에 없었다.((원주8. Valentine Moghadem, Globalizing Women: Transnational Feminist Networks (Baltimor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2005).))

관점을 넓히는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중요한 페미니즘 개념인 상호교차성이, 즉 인종•젠더•계급•민족 및 우리의 ‘자연’관조차 상호적으로 결정된다는 생각이 생겨났던 것이다. 페미니즘 및 반인종주의 활동가이자 법학자인 킴벌리 크렌쇼(Kimberlee Crenshaw)가 이 용어와 가장 관련이 있지만, 이 개념의 배후에 있는 사고는 인종•계급•민족•섹슈얼리티 등의 차이를 가로질러 함께 페미니즘을 조직하고자 하는 다양한 여성 집단들의 경험에서 나왔다. 그들은 여성다움에 대한 공통의 경험― 가시적으로 명백하거나 조직화의 중심 원리가 될 수 있거나 요구 창출의 기반이 될 수 있는 그러한 공통적 경험―이 없다는 것을 알아냈다. 다시 말해 여성이 된다는 것의 의미가 인종•계급•섹슈얼리티•국가 등을 가로지르면서 달라진다는 것을 발견했다. 흑인이나 노동계급이 겪는 경험에 관해서도 똑같이 말할 수 있다. 각 경험은 독특한 차원의 억압에서 나오지만 다른 차원들과 별개로 이해될 수 없다. 엘리자베스 스펠먼(Elizabeth Spelman)이 언급하듯이 젠더•인종•계급은 정체성이라는 목걸이의 ‘팝비즈’(([옮긴이] pop beads : 각기 다른 모양을 한 장난감용의 구슬들로서 자유롭게 꿰었다 분리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다.((원주9. Elizabeth Spelman, Inessential Woman: Problems of Exclusion in Feminist Thought (Boston: Beacon Press, 1988).))

상호교차성의 인식은 맑스주의-페미니즘과 페미니즘적 조직화 일반에 큰 영향을 미쳤다. 주류 페미니즘 및 맑스주의-페미니즘의 기반이었던 정체성 정치—여성은 남성에 의해 그리고 남성과 비교해서 억압받고 있다는 사고—는 여성의 경험을 분할하고 계층화하는 다른 형태의 억압들을 넘어서려는 시도를 했었다. 하지만 이 기획은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억압 체계들을 간과하는 것은, 백인이며 이성애자이고 선진지역에 사는 중산층의 전문직 여성의 경험과 욕구에 특권을 부여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계급, 인종-민족, 남-북 및 여타 형태의 불평등을 어떻게 재생산하고 있었는지를 보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젠더뿐만 아니라 인종•민족•계급•성정체성이 그리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한다는 사고방식이 여성을 억압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가 페미니스트로서 함께 만날 때에 이 차이들이 드러나고 여성들을 계층화하고 분열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들에게 재계에서 성공하는 법을 조언하는 페이스북 최고 경영자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의 책 『린 인』(Lean In)에 관한 페미니즘 논쟁을 생각해 보라. 이 책은 많은 교육을 받고 경제적 지위가 향상된 여성들에게 두려움을 떨쳐내고 더 열심히 일하는 것으로 ‘유리 천장을 깨는’ 법에 대해 알려주지만 이 성공 공식은 피부색과 무관하게 노동계급과 가난한 여성들에게는 애초에 가능성이 없는 공식이다. 한 좌파 페미니스트 블로거가 말했듯이, 페미니즘적 노력에서 우선해야 할 것은 유리 천장(([옮긴이] 유리 천장(琉璃 天障, glass ceiling)은 충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직장 내 성 차별이나 인종 차별등의 이유로 고위직을 맡지 못하는 상황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경제학 용어이다. [한국어 위키피디아]))을 깨는 것이 아니라 ‘집의 지하실이 물에 잠기고 있는’ 가난한 여성들을 옹호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원주10. Laurie Penny, “Don’t Worry about the Glass Ceiling—the Basement is Flooding,” New Statesman , July 27, 2011, https://www.newstatesman.com/blogs/laurie-penny/2011/07/women-business-finance-power.))

상호교차성을 인식하는 것으로 단순한 정체성 정치에 종지부를 찍었다. 여성다움에 대한 보편적인 경험이 없다면 (이는 분명히 사실이다) 여성들은 조직화를 통해 가부장제를 전복시킬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동질적 계급을 구성할 수 없다. 노동자들이 조직화를 통해 자본주의를 전복시킬 수 있는,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젠더와 인종을 가로지르는) 동질적 계급을 구성할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한편으로, 젠더 억압의 경험은 변화를 위한 투쟁에서 다른 차이의 선들을 가로질러 여성들을 한데 모으는 방향으로 작용하는 경향이 있다. 다른 한편으로, 여성들은 다른 불평등들이 존재하는 정반대되는 양극단에 살고 있기 때문에 정체성 정치는 다양하게 억압받고 있는 여성들을 정체성에 기반을 둔 별개의 집단으로 분열시킨다. 이 집단들 각각의 내부에서 갈등이 더 일면서 더 심화된 분열을 조장한다. 페미니즘의 갈래들 사이에서 일어난 이와 같은 정체성에 기반을 둔 분열이 바로 페미니즘의 새로운 ‘제3물결’을 정의하는 특징이 되었다. 백인남성 좌파들의 악몽—페미니즘이 사회주의 운동을 갈라놓고 파괴할 것이라는 생각—이 실현되는 것처럼 보였다.

사회운동과 혁명적인 체계 변화에 대한 비전의 토대인 정체성 정치가 와해된 것은 사회주의 혁명의 전망을 어둡게 하는 다른 역사적 변화들과 동시에 일어났다. 마가렛 새처(Margaret Thatcher)와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은 1979년과 1980년에 각각 반혁명을 시작했다. 노동계급과 환경을 파괴하는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새처가 보인 반응은 “대안은 없다”(“There Is No Alternative”)였다. 레이건이 대통령으로서 한 첫 행동은, 오늘날에도 미국 노동역사에서 그 파문들이 계속되는 악명 높은 사건인 항공 교통 관제사 조합의 파업을 중지시킨 것이었다. 1990년대가 되면 찰스 코크(Charles Koch)와 다른 우파 기부자들—이들은 케인스 학설과 정부규제를 거부했고 ‘자유시장’을 수용했다—이 자금 지원을 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힘을 얻어 자본이 의기양양하게 지배하게 되었다.((원주11. Nancy MacLean, Democracy in Chains: The Deep History of the Radical Right’s Stealth Plan for America (New York: Viking, 2017).)) 노동계급이 주도하는 혁명의 불꽃은 사그라들었다. 노조조직률은 조립라인의 해외 이전과 하향경쟁에 굴복하여 급속하게 하락했다. 소련의 민주주의 실패 및 해체 그리고 가차 없는 정치적 공격에 직면한 노동운동의 쇠퇴와 함께 프랜시스 후쿠야마(Francis Fukuyama)는 널리 인용되는 자신의 책 『역사의 종언』(The End of History, 1992)에서 공산주의와 맑스주의가 죽었다고 선언했다. 맑스주의, 사회주의 및 맑스주의(사회주의)-페미니즘이 모두 구식이 된 것이었다.

 

4. 연대정치의 부상

제3물결을 특징짓는 페미니즘의 분열로 많은 사람들은 페미니즘이 죽어가고 있거나 죽었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페미니즘은 죽지 않았다. 오히려 정체성에 기반을 둔 다른 사회 운동과의 연계를 통해 좀 더 복잡한 새로운 형태의 정치, 즉 정체성 정치를 기반으로 하면서 그것을 넘어서는 ‘연대정치’가 부상하고 있다.

간단히 말해서 페미니스트들, 특히 맑스주의-페미니스트들에게 상호교차성이 제기하는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페미니즘의 실천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페미니스트들인 우리는, 우리의 운동 내부와 사회에서 여성들이 직면하고 있는 다른 형태의 억압들 또한 인정하지 않거나 뿌리 뽑고자 노력하지 않는다면, 여성들을 한데 모아 여성해방을 위해 싸우는 데 나설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페미니즘을 남성들의 억압에 저항하는 여성들의 투쟁으로 바라보는 정치를 넘어서, 우리의 운동들로부터 그리고 우리의 경제와 사회로부터 모든 억압의 형태들—가부장제, 인종주의, 계급 차별주의, 동성애 혐오증, 장애자차별, 신식민주의, 종(種)차별주의 등—을 끝내고자 하는 연대정치를 향할 필요가 있다. 이 부상하는 연대정치는 모든 불평등의 형태를 해체하고자 하는 공유된 목적을 갖고 모든 불평등을 가로질러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연대정치는 페미니즘 운동만이 아니라 일차원적 견해의 부적절성에 부딪혀 상호교차성의 문제와 씨름하는 다른 사회운동들 안에서도 발전해왔다.

페미니즘 내부에서의 이 핵심적 전환은 또 다른 형태의 연대정치가 각 사회운동 내부가 아니라 사회운동들 사이에 유대관계를 구축하고 있는 바로 그 때에 발생했다. 전 세계 사회운동과 NGO 단체들은 노동자•여성•환경 그리고 지구상의 후진지역을 사정없이 파괴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싸우기 위해 ‘운동들의 운동’(movement of movements)에서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이 ‘운동들의 운동’은 1999년 세계무역기구(WTO)에 반대하는 ‘시애틀 전투’에서 전지구적으로 이목을 모았고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의 다른 회의들에 대한 항의로 계속 이어졌다. 2001년에 여성운동, 노동자운동, 환경운동, LGBTQ 운동, 평화운동, 농민운동, 토착민운동 및 여타 사회운동들이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라는 모토 아래 제1차 세계사회포럼(World Social Forum)에서 모여서, 오늘날까지 계속되는 전지구적이고 지역적인 조직화의 물결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세계사회포럼 운동의 핵심 원리는 모든 형태의 착취와 억압을 거부하는 것, 다시 말해 연대정치였다.((원주12. “World Social Forum Charter of Principles” 2002, http://www.universidadepopular.org/site/media/documentos/WSF_-_charter_of_Principles.pdf의 제10 원칙 참조.))

이런 식으로 연대정치는 페미니즘 (그리고 다른 사회 운동) 내부에서 그리고 이 운동들을 한데 모으는 ‘운동들의 운동’ 내부에서 발전해오고 있다. 개인과 조직들이 계속해서 구체적인 초점—특정 억압 유형(젠더, 인종, 계급 등) 내지 특정 쟁점(식량, 의료서비스, 재생산의 자유, 기후변화)—을 가지면서도 점점 더 이 초점을 모든 억압형태에 저항하는 공통의 투쟁 양상들 가운데 하나로 이해한다. 따라서 맑스가 사회주의의 건설자로서 마음에 그렸던 동질적인 산업 노동계급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포괄적인 혁명의 주체, 즉 서로 연결되고 상호적으로 결정하는 일단의 사회 운동들이 등장했다. 이 변혁 주체는 어떤 쟁점을—그저 특권계급에 속하는 소집단이 아니라—억압받는 모든 사람들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그 쟁점을 현재의 전지구적 자본주의 체제를 특징짓는 다수의, 상호의존적인 불평등 및 억압형태들을 해체하고 변형하는 과제에 부합시킨다.

여기서 연대정치의 세 가지 양상이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연대정치는 여성 운동 같은 정체성 정치에 기반을 둔 운동들로 하여금 그 리더십과 정책형성에서 억압받는 하위집단의 구성원들에게 손을 뻗쳐 그들을 끌어들이도록 만든다. 이것이 체면치레처럼 보일지라도 성심으로 실천한다면 그것은 다양한 형태의 억압을 받는 사람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그들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지배적인 소집단(예를 들어, 이성애자인 전문직 백인 여성들) 사이에서 그리고 조직의 이론들 및 강령에서 특권 때문에 발생하는 편견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

둘째, 목표대상이 지배집단—즉 “남성들(혹은 1% 혹은 백인들)은 적이다”—에서 특정한 구조적 불평등을 만들어내고 영속시키는 사회적 개념들, 관행들 및 제도들로 바뀐다. 이것은 정체성 정치 집단들이 상호교차성과 씨름할 때 이 집단들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예를 들어, 동성애 혐오증과 인종차별주의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페미니스트 집단에서 레즈비언들은 동성애 혐오증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성애적 여성들을 보게 되고 유색인 여성들은 인종차별주의를 반대하는 백인여성들을 목격한다. 미국에서 경찰의 만행에 대응하여 등장했고 인종의 정체성 정치에 기초를 두고 있는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 BLM) 운동(([옮긴이] BLM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을 향한 폭력과 제도적 인종주의에 반대하는 사회운동이다. BLM은 경찰에 의한 흑인의 죽음, 인종 프로파일링, 경찰의 가혹행위, 미국의 형사 사법제도 안의 인종간 불평등 같은 광범위한 사안들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항의집회를 연다. [위키피디아] ))은 구성원들의 상당 부분이 백인 ‘동지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이 과정의 훌륭한 예에 해당한다.

셋째, 연대정치는 서로 다른 운동들 사이에서 뿐만 아니라 한 운동 내부의 서로 다른 갈래들 사이에서도 연합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억압들의 상호교차성은 불가피하게 정체성 정치 집단, 예를 들어 ‘여성들’ 내부에서 불평등한 관계를 되풀이한다. 억압받는 소집단들이 내부에서 세계와 자신들에 관한 해방적인 인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공간들, 위원회들 및 조직들을 스스로 창출하고, 그 다음에 여타의 섞여 있지만 대부분 백인/중산층/이성애적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집단과 함께 연합하여 공유된 페미니즘적 목표를 향하여 나아가는 것은 정상적이고 건강한 일이다. 자신들이 직면한 문제에는, 그 문제가 풀리려면 전체론적인 관점에서 그리고 다양한 층의 시민들에 의해 접근되어야 할 필요가 있는 구조적인 뿌리가 있다는 것을 주요 사회운동들이 점차 알게 되면서 이 사회운동들 사이에서의 연합 또한 발전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한 다음 날 열린 <여성 행진>(The Women’s March)은 정체성 정치와 연대정치 사이의 이런 관계를 보여주는 완벽한 예였다. ‘여성들의’ 행진으로서 그것은 명백히 정체성 정치에 뿌리를 두고 있었지만 또한 연대정치의 전형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여성 행진’의 조직화를 시작한 것은 백인여성들이지만 그들은 ‘전국 공동 의장들’(National Co-Chairs) 및 ‘조직가들’(Organizers)로 이루어진 다양한 집단을 구성했다. 결과적으로, “우리 사이에서 가장 소외된 사람들을 지키는 것이 우리 모두를 지키는 것임을 알기에 우리는 함께 서 있다”라고 주장한 ‘여성 행진’의 선언문에서 상호교차성에 기반을 둔 페미니즘이 가장 주목 받는 위치를 차지했다. 그 통합원리는 “젠더정의는 인종정의이자 경제정의이다”였고, 이민자의 권리, 시민권, LGBTQ의 권리, 장애자 및 노동자들의 권리뿐만 아니라 여성의 권리와 환경정의에의 헌신이 전면에 부각되었다. 시민권, 노동, 기후행동 조직들을 포함하여 300명이 넘는 ‘여성 행진’의 후원자들은 페미니즘을 서로 연결되고 상호간에 힘을 주는 ‘운동들의 운동’의 일부로서, 즉 연대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그러한 종류의 운동으로서 자리매김했다.((원주13. “Women’s March 2017,” accessed August 30, 2017, https://www.womensmarch.com.)) 중요한 한 걸음을 내딛은 <여성 행진>은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고 영감을 고취하며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전 대륙에 있는 60개국에서 이루어진 600개가 넘는 후속 여성 행진들에서 행진한 여성들의 수는 총 500만 명으로 추산되었다.((원주14.Together We Rise: The Women’s March: Behind the Scenes at the Protest Heard Around the World (New York: Dey Street Books, 2018), 215 –216.))

 

5. 연대정치에서 연대경제로

상호교차성과 씨름함으로써 페미니즘과 여타 진보적인 사회 운동들은 사회 전반에 걸친 모든 불평등과 억압에 저항하는 정치에 이르게 되었다. 연대정치가 경제적•사회적 변형을 위한 강력한 도구인 것은 모든 사회적 실천과 제도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모든 유형의 불평등을 인지•거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판적 시선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상호교차성의 관점에 기반을 두고 특정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은 페미니즘 연대정치의 훌륭한 한 예로, 세 명의 흑인여성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흑인들에게 가해지는 국가 폭력을 끝내려는 데 집중하면서도 우머니즘적,(([옮긴이] ‘우머니즘’(womanism)은 제2물결 페미니즘 운동이 흑인여성들 및 여타 주변화된 집단의 여성들의 역사와 경험에 관해서 보여준 한계의 발견에 기반을 둔 사회이론이다. 앨리스 워커(Alice Walker)가 『어머니의 정원을 찾아서』(In Search of our Mother’s Gardens: Womanist Prose)에서 ‘womanist’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다.)) 퀴어/트랜스적 관점 또한 긍정했다.((원주15. www.Blacklivesmatter.com/about/ 참조.))

연대정치는 자연스럽게 사회구조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진다. 억압이 한 사람의 경험에서 또는 어떤 특정한 사회적 관행 내지 제도에서 어떻게 서로 연결되는지에 대한 인식은, 억압적인 관습과 제도가 경제적•사회적 총체 내부에서 결합하고 상호작용하는 체계적인 방식에 대한 이해로 진화한다. ‘흑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운동의 경우, 경찰의 만행에 대한 비판적 저항이 학교 시스템과 감옥산업복합체(the prison industrial complex)에 대한 비판으로 진화했다.

페미니즘(과 여타) 연대정치의 발전에서 다음 단계로 취해야 할 중요한 행동은 미래에 대한 긍정적인 비전과 그곳에 도달하는 방식을 중심으로 단결하는 것이다. 그런 비전에는 연대정치를 실천하는 페미니스트들 및 여타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지금 여기서 구체적으로 사회구조의 변화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들이 포함되어야 한다.

포괄적인 사회체계 변형의 비전이 없던 미국의 페미니즘 운동은 지배적인 시스템 내부에서 동등한 기회요구― 가령 남성들이 독점한 경제적 위계의 상부에 여성들이 진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그로 인해 페미니즘은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적인 규칙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는 운동으로 축소되고, 노동력에서의 차별과 재생산권의 결여로만 여성의 억압을 규정한다. 최악의 경우에 이 접근법은 페미니즘을 ‘유리 천장을 깨는 것’, 즉 소수의 여성들이 남성들이 하는 대로 일을 함으로써, 거의 항상 이런 방식으로 최고의 자리에 접근하는 것으로 축소시킨다. 여성의 상호교차성을 나타내기 위하여 여성차별에 인종 및 계급차별을 추가해서, 가령 유색인 여성이 높은 급여를 받는 기술직에 진입하는 것에 초점을 맞출 때조차 우리는 아직도 경제의 기본적인 구조를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 구조는 여성과 그 가족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긴 하지만 ① 경제 위계의 밑바닥에서 여성이 받는 부족한 임금 ② 가족을 돌보는 무보수 노동의 착취와 예속 ③ 소수의 소유자들의 이익을 중심으로 한 전반적인 생산 시스템 조직화 ④ 그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생태계 파괴라는 여러 중요한 면에서 여성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기회의 균등’을 비판하고 뛰어넘으며 체계 차원의 경제적 변형을 추구하는 페미니즘적 변형의 다른 비전, 즉 연대경제 운동이 출현했으며 현재 탄력을 받고 있다. 성장세를 타고 있는 이 운동은 1990년대 유럽과 라틴아메리카에서 출현했고 특히 ‘새로운 경제’(New Economy) 운동, ‘쑤막 까우쎄이’/‘부엔 비비르’(Sumak Kawsay/Buen Vivir)(([옮긴이] ‘쑤막 까우세이’(Sumak Kawsay)는 스페인어 ‘buen vivir’에 해당하는 케추아어이다. 영어로는 ‘good living’, ‘well living’의 의미이다.)) 및 ‘공동체 경제’ (Community Economy) 운동과 겹쳐지는 세계사회포럼 운동을 통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원주16. 연대경제에 대한 개관들로는 Allard, Jenna, Carl Davidson, and Julie Matthaei, Solidarity Economy: Building Alternatives for People and Planet (Chicago: Changemaker, 2008), Emily Kawano, Thomas Neal Masterson, and Jonathan Teller-Elsberg, Solidarity Economy I: Building Alternatives for People and Planet (Amherst, MA: Center for Popular Economics, 2010) 그리고 Peter Utting’s edited collection, Social and Solidarity Economy: Beyond the Fringe (London: Zed Books/UNRISD, 2015) 참조. <사회적 연대경제 증진을 위한 대륙간 네트워크>(the Transcontinental Network for the Promotion of the Social Solidarity Economy, RIPESS, www.ripess.org)와 <미국 연대경제 네트워크>(the US Solidarity Economy Network, www.ussen.org)도 훌륭한 참조처이다.))

연대경제의 틀은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시장경제 내부에 이미 현존하는 해방적인 경제활동과 제도들을 포착하고 그것을 통합적인 신흥 ‘연대경제’의 일부분으로 간주한다. 연대경제에서 기본적인 통합 기준은 경제적 실천이나 제도에 의해 구체화된 가치들이다. 연대적 가치의 목록에는 협력, 모든 차원에서의 공평, 정치적•경제적 참여 민주주의, 지속 가능성 및 다양성/다원주의가 포함된다. 이 틀은 어떤 특정한 관습이나 제도가 모든 가치 혹은 어떤 특정한 가치에 완전히 들어맞지는 않을 것임을 인정한다. 연대경제에 기반을 둔 이 차원들 각각은 스펙트럼 상의 특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 체계변형을 위한 투쟁에는 우리의 경제활동과 제도들이 이 스펙트럼 위에서 불평등에서 연대의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것이 포함된다.

모든 부류의 협동조합들(노동자•소비자•생산자 협동조합)이 연대경제의 핵심적 구성요소를 포괄하듯이,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소비패턴을 촉진하도록 노력한다면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목표 쪽으로 투자가 이동할 것이며 기업도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방향으로 재설계될 것이다. 공동체 텃밭에서부터 버려진 공장이나 땅의 인수 및 공동체 통화 창출에 이르기까지 많은 대표적 실천들은 사람들이 자본주의적인 경제제도의 실패에 대응하여 한데 모이면서 생긴 것이다. 본질적으로 연대경제는 경제에서의 연대정치를 표현한다.

전통적인 맑스주의의 혁명관과는 대조적으로 연대경제의 틀은 자본주의의 혁명적인 전복을 기다리기보다 지금 당장에 사회 전반에 걸친 경제적 변형에 참여하도록 사람들을 북돋운다. 연대경제는 자본주의적인 제도와 나란히 시장 내부에서 심지어 그 제도 내부에서도 번성하고 있다. 긍정적인 체계적 변화에 참여하여 그런 변화를 만들어내는 방식들은 넘치도록 많다. 이런 유형의 변화에 적절한 용어가 혁명/진화(r/evolution)인데, 체계 수준에서 작동한다는 면에서 혁명적이지만 점진적으로 일어날 필요가 있다는 의미에서 진화적이다. 이 변화가 다차원적이고, 다부문적이며 다층적(미시적이고 거시적)이기 때문이다.

 

6. 페미니즘과 연대경제

연대경제의 틀은 심층적으로 페미니즘적이다. 자본주의 경제는 백인 남성이 지배하는 영역으로 구축되어 있으며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특성을 가지는 경쟁―이기기 위한, 다시 말해 다른 남자들을 ‘능가하’거나 지배하기 위한 투쟁―에 의해 규정된다. 남성은 기업가•농부•노동자로서 돈을 추구하는 경제에서 서로 경쟁함으로써 가족을 부양했다. ‘자수성가한 사람’이라는 (백인) 남성의 이상형은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부와 권력을 가진 꼭대기의 경제적 계층이 되는 데 성공한 사람이었다. 기업은 노동자, 소비자 및 생태계의 요구를 냉담하게 무시하면서 이익을 추구하는 생산의 형태로 이 편협한 물질주의적인 이기심이라는 에토스/정신을 구현했다. 다른 사람을 돌보는 일은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의 무급노동과 평가 절하된 노동으로, 또는 여성들이 주를 이루는 저임금 서비스 일로 한정되었다.

연대경제는 남성이 지배하는 경제의 핵심구조에 전통적으로 다른 사람을 돌보는 여성의 일을 투입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자본주의적 시스템에서 경제활동은 자본가의 부를 증가시키도록 구조화된다. 기업의 소유주와 경영자들은 그들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미칠 수 있는 부정적인 영향에 사실상 관심을 갖지 않는다. 노동자들은 해고되어 생계를 빼앗기고, 소비자들은 조종당하고 잘못된 정보에 휘둘리게 되며 환경은 파괴된다. 이 모두가 사업의 정상적인 일부분인 것처럼 이루어진다. 많은 페미니즘 경제학자들이 공언한 것처럼 경제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또한 경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리고 사람과 비인간 생물 사이에서 상호간에 배려하는 유익한 관계를 촉진해야 한다. 연대라는 용어를 부각시키는 연대경제의 틀은 연대정치가 향하고 있는 새로운 시스템의 이런 핵심적인 측면을 긍정한다.

이와 연관하여 경제의 주체가 어떻게 변형되는지를 검토하는 것이 연대경제를 페미니즘 프로젝트로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본주의는 중상류층 백인들 가운데 남편/가장으로서 남성 경제인과 아내/어머니/주부로서 여성 경제인으로 경제의 주체를 양극화한 것에 기반을 두었다. 전형적인 남성 경제인의 노동은 생계비를 버는 일이었다. 즉 적어도 가족 임금을 벌고 경제적 지위가 높아지며 경쟁력 있는 소비에 지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시장’에서의 유급노동이었다. 전형적인 여성 경제인의 노동은 육아를 포함해서 가정에서 무급 노동을 직접 하거나 감독함으로써 남편과 가족을 돌보고 그들에게 봉사하는 것이었다. 반대로 연대경제의 주체에게는 남성 주체와 여성 주체의 최고의 측면들이 혼합되어 있다. 일과 사업활동은 생계 수단, 자기표현 및 자기 개발(초개인주의와 경쟁으로 구성되는 자본주의적인 남성성을 뛰어넘는 긍정적인 형태의 남성성)의 수단이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 사회 및 세상에 봉사하고 도움이 되는(자기 예속을 수반하지 않는 긍정적인 형태의 여성성) 길이 된다.

결과적으로 돌봄 노동 자체의 관행을 변형시키는 것은 연대경제와 ‘거대한 이행’을 깨닫는 데 필수적이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으로 권위적인 자녀양육을 통해 지배와 종속의 두 역할이 산출되며 이는 다시 전통적인 학교 교육을 통해서, 그 다음에는 자본주의적이고 권위적인 회사에서 재생산된다. 불평등한 지배와 복종 관계는 아내 위에 남편 그리고 아이들 위에 부모로 이루어진 가족에서 시작된다. 아이들은 교사가 지도하고 평가하는 학교에 다니고 그 후에는 상관에게 복종을 요구하는 직장에 다닌다. 우리가 경제를 상호적으로 유익하고 평등한 관계를 기반으로 하는 시스템으로 바꾸려면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남을 지배하라거나 종속되라고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를 사랑하고 긍정하는 법, 자립하는 법 및 다른 사람을 존중하고 돌보는 법을 가르칠 필요가 있다. 부모들은 위세를 부리는 존재(전통적인 아버지)이거나 굴종적인 존재(전통적인 어머니)이기보다 그들 자신과의 관계에서 그리고 아이들과의 관계에서 긍정적인 상호관계를 모형화함으로써 가르칠 필요가 있다. 페미니스트들은 여성들의 전통적인 돌봄 노동과 저임금의 돌봄 일에 재정적 지원을 해 줄 것을 주장하는 데 많은 에너지를 쏟았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보살피기•양육•돌봄을 사회를 변형시키는 페미니즘의 렌즈 밑에 둘 필요가 있으며 체계 차원의 변화를 꾀하는 우리 일의 일부로서 우리 모두가 그 일을 더 잘하도록 도와줄 혁신적인 방식을 찾을 필요가 있다.

 

7. 결론

진정한 페미니즘—모든 여성을 해방하고자 하는 페미니즘—은 연대정치, 연대경제 및 혁명/진화로, <거대한 이행 기획>에서 설명된 것처럼 전지구적 시민운동으로 거침없이 이어진다. 여성과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계속해서 이것을 긍정하고 연대정치를 신뢰하는 것이 중요하다. 페미니즘이 온전히 페미니즘적이고자 한다면 혁명적/진화적이어야 한다. 더군다나 모든 진보적인 운동은 반드시 눈을 크게 뜨고 상호교차성의 문제와 씨름해야 하며 조직 내부에서 그리고 조직화과정에서 마주치는 모든 형태의 불평등—남성 지배 및 젠더 억압을 포함해서—을 뿌리 뽑는데 전념해야 한다.

‘운동들의 운동’은 새로운 세계 극장에서 주연배우이지만 아직 대다수 사람들은 이것을 알아채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저항에서 구성으로, 우리가 반대하고 있는 것에서 우리가 찬성하는 것으로 렌즈를 계속해서 바꾸어야 하며 전 세계 많은 연대경제의 사례들로 우리 스스로를 격려해야 한다. 역사상 이 시기의 페미니스트들과 모든 진보주의자들에게 중요한 임무는, 진보적인 활동가들이 함께 모여 시너지 효과를 가진 연계된 대열에 동참하도록 고무하기 위해서 혁명적/진화적인 전진방식을 가시화하는 것이다. ♣

 




블록체인이 파열시킬 산업 19개



 

블록체인이 파열시킬 산업 19개

 

1. 은행업 및 지불업무(banking and payments)

인터넷이 기존의 미디어에 한 일을 블록체인이 은행에 대해서 할 것이다. 블록체인은 은행에 접근하지 못하는 제3 세계의 가난한 사람에게도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Barclays를 비롯한 많은 은행들도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를 채택하고 있다. 이 채택은 점점 더 증가하고 있다. 2017년이면 은행의 15%가 블록체인을 사용.

[사례]

Abra https://www.abra.com/ 비트코인 기반 송금 서비스 앱

 

2. 사이버 안전(cyber security)

블록체인은 암호화되어 있고 제3자의 개입을 배제하며 기록에 변경이 불가능한 분산된 원장 방식이어서 그 자체가 해킹이 거의 불가능하다.

 

3. 공급망 관리

거래가 탈중심화된 방식으로 영원히 기록되고 투명하게 모니터링된다. 낭비를 줄이고 오류를 줄이며 환경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사례]

Provenance https://www.provenance.org/

Fluent https://www.f6s.com/fluentnetwork

Skuchain http://www.skuchain.com/

Blockverify http://www.blockverify.io/

IBM-Maersk https://www.maersk.com/press/press-release-archive/maersk-and-ibm-to-form-joint-venture

 

4. 예측

스포츠, 증권, 선거에서의 예측

[사례]

Augur https://www.augur.net/ 예측시장 프로토콜

 

5. 네트워킹과 사물인터넷

장치들이 직접 소통하고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며 버그를 관리하고 에너지 사용을 모니터한다.

[사례]

Adept : 삼성과 IBM이 합작하여 구축하는 사물인터넷 장치들의 탈중심화된 네트워크.

https://www.coindesk.com/ibm-reveals-proof-concept-blockchain-powered-internet-things/

[정리자 논평] 대한민국의 초강력 ‘중심’이자 ‘오리발’의 재벌인 삼성과 탈중심화된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을 열심히 추구하는 실한 기업으로서의 삼성의 공존! 어느 쪽이 이길지 자못 흥미롭다. 시대의 흐름을 보면 초강력 ‘중심’이자 ‘오리발’의 재벌인 삼성이 점점 삭아서 사라지는 것이 자연의 이치에 부합할 텐데 낡은 것이 혹시라도 정권의 도움을 받아 버티면?

 

6. 보험

보험은 신뢰에 기반을 두는데, 블록체인은 신뢰를 관리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사례]

aeternity https://aeternity.com/

 

7. 사설 교통 및 승차공유

탈중심화된 P2P 승차공유 앱들.

[사례]

Arcade City https://arcade.city/

La’Zooz http://lazooz.org/

전자지갑 : 주차료, 도로사용료, 연료비 자동결제.

[사례]

UBS https://www.ubs.com/kr/en.html

ZF Car eWallet https://car-ewallet.zf.com/site/carewallet/en/car_ewallet.html

Innogy https://www.innogy.com/web/cms/en/3087918/for-your-home/

 

8. 클라우드 저장(온라인 데이터 저장)

안전하고 공격에 튼튼한 저장.

[사례]

storj https://storj.io/

 

9. 자선

비효율과 부패 방지

[사례]

BitGive https://www.bitgivefoundation.org/

 

10. 투표

투표자 등록, 확증, 투표집계에 사용될 수 있다. 변경 불가능하고 기록된 표들의 공적으로 공개된 원장이 선거를 더 공정하고 민주적인 것으로 만들 것이다.

[사례]

Democracy.Earth https://www.democracy.earth/

followmyvote https://followmyvote.com/

 

11. 정부 행정

정부 행정체계는 종종 느리고 불투명하고 부패하기 쉽다. 블록체인이 관료제의 영향을 줄이고 안전, 효율, 투명을 증가시킬 수 있다,

[사례]

두바이는 2020년에 모든 정부문서를 블록체인 위에 올리는 작업을 완료할 것을 목표로 한다.

https://smartdubai.ae/en/Initiatives/Pages/DubaiBlockchainStrategy.aspx

 

12. 공공 복지

이 분야도 느린 행정과 관료제가 적폐인 곳이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가 복지혜택의 평가, 확증, 안전한 분배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사례]

GovCoin * 비디오는 이 곳을 사례로 들었지만, 아마 영국 정부에 의해서 이 기획이 기각된 것인지 http://govcoin.com/라는 주소는 죽어있다. https://financefeeds.com/uk-sees-use-blockchain-nonviable-welfare-benefits-system/ 에 올라있는 2018년 6월 8일자 게시글에는 영국 정부가 복지체계에는 블록체인의 사용이 적합하지 않다고 본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Circles https://www.joincircles.net/ 블록체인 기반의 기본소득을 개발하는 기획.

 

13. 건강관리

병원들은 민감환 데이터를 저장하고 공유하기에 안전한 플랫폼을 필요로 한다. 블록체인이 의료기록을 안전하게 저장하고 승인을 받은 의사들이나 고객들과 공유하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사례]

Gem http://gemhealthcare.com/

Tierion https://tierion.com/

 

14. 에너지관리

에너지 관리는 오랫동안 극히 중앙집중화된 산업이었다. 에너지 생산자와 사용자가 서로 직접 거래할 수 없고 공적 그리드를 거쳐야했다.

[사례]

TransactiveGrid https://lo3energy.com/ 이더리움을 사용하여 고객들로 하여금 탈중심화된 방식으로 에너지를 사고 팔 수 있게 한다. * 비디오에서는 TransactiveGrid를 소개하지만 이것을 개발한 LO3의 최근 프로젝트로 Brooklyn Microgrid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https://minamjah.tistory.com/250 참조

 

15. 온라인 음악

팬들이 음악가들에게 직접 지불하도록 한다. 스마트 계약이 라이센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노래들의 목록작성을 가능하게 한다.

Mycelia http://myceliaformusic.org/

Ujo Music https://ujomusic.com/

 

16. 소매업

중개인과 그에 딸린 수수료 없이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해준다.

[사례]

OpenBazaar https://openbazaar.org/

OB1 https://ob1.io/ OpenBazaar에서 나왔다.

 

17. 부동산

부동산을 사고파는 데서 만나는 관료성, 불투명성, 사기, 공적 기록의 실수 등의 문제를 해결해준다. 종이문서 기반의 기록보관의 필요를 줄임으로써 거래가 빠르게 이루어지도록 한다. 소유권의 추적과 확증, 문서의 정확성의 보장, 소유증서의 이전을 돕는다.

[사례]

Ubiquity  https://www.ubitquity.io/web/index.html

 

18. 크라우드펀딩

크라우드펀딩이 스타트업들이나 기획들에 필요한 기금모금의 인기있는 방식이 되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은 기획 창출자들과 기획 지지자들 사이에 신뢰를 창출하지만 높은 수수료를 물린다. 블록체인 기반의 크라우드펀딩은 스마트 계약과 온라인 평판 시스템을 통해 신뢰를 창출하며 이를 통해 중개인을 제거할 수 있다. 새로운 기획들은 토큰을 발행함으로써 크라우드 펀딩을 할 수 있다. 많은 블록체인 기획들이 그런 토큰 발행을 통해 수백만 달러를 모았다. 블록체인 기반의 크라우드 펀딩의 미래는 불확실하지만 유망하다.

 

19. 기타 데이터와 거래를 다루는 모든 산업이 블록체인에 의해 파열될 수 있다.

 

[보충]

블록체인의 다른 이름은 ‘분산된 원장’이며 또 다른 이름은 ‘스마트 계약’이다. 이렇게 볼 때 무슨 이유인지 몰라도 위 비디오에 포괄되어야 할 것 같은데 포괄되지 않은 직종들이 있다. 그 가운데 몇 개를 제시한 글을 찾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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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Opinion: Blockchain will make today’s accountants (and many Wall Street jobs) obsolete” (2018. 2. 28) * 이 글은 Michael J. Casey, Paul Vigna의 책 Truth Machine : The Blockchain and the Future of Everything에서 발췌한 부분들로 이루어져 있다.

URL : https://www.marketwatch.com/story/blockchain-will-make-todays-accountants-and-many-wall-street-jobs-obsolete-2018-02-28

 

이 글에서 제시한 블록체인에 의해 노후화될 직업은 다음과 같다. (앞의 18개와 중복되는 것은 제외)

 

1. 회계사들

미국의 4대 회계법인들 ―딜로이트(Deloitte), 프라이스 워터하우스(Price Waterhouse), 언스트 영(Ernst Young), KPMG ―은 블록체인의 공격에 대해서 ‘싸울 수 없으면 가담하라’라는 태도를 취하는 듯하다고 한다. 2017년 현재 Deloitte에서만 250명의 인력이 분산된 원장 실험실에서 일하며 다른 셋도 이와 유사하다. 분산된 원장이 현실이 되면 감사와 회계 부문은 노후해진다. 4대 법인의 감사 부문은 회계업이라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이들만이 아니라 감사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위험해진다.

2. 투자 전문직 전체

3. 각종 펀드의 자산관리사들

4. 법률가들

법률가들이 ‘스마트 계약’에 의해 대체되리라는 말은 다소 부정확하다. 실제적 계약 자체는 여전히 인간들에 의해서 협상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률 산업 또한 크게 흔들림을 면치 못할 것이다.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는 법률가들은 이해하는 사람에 비해서 그 가치가 훨씬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법 분야와 컴퓨터 과학 양쪽에 학위를 가지는 사람이 고용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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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해서 블록체인이 부수기만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당연히 짧은 생각이다. 블록체인은 무수히 많은 직업을 새로 만들고 있다. 

[보충 끝]




블록체인과 공유경제의 가치체계 : 백피드의 사례


  • 저자  :  Alex Pazaitis((알렉스 파자이티스(Alex Pazaitis)는 Ragnar Nurkse Department of Innovation and Governance, Tallinn University of Technology에서 파생되었으며 P2P재단의 연구소인 P2P랩의 핵심 구성원이다. 현재 Ragnar Nurkse Department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으며 그의 연구 관심사에는 테크놀로지 거버넌스, 혁신정책, 디지털 커먼즈, 열린 협동조합주의 그리고 블록체인이 포함된다.)), Primavera De Filippi((프리마베라 데 필리피(Primavera De Filippi)는 현재 Berkman Center for Internet & Society at Harvard Law School의 연구원으로서 여기서 클라우드 컴퓨팅과 P2P테크놀로지의 법 관련부분을 연구하고 있다. European University Institute in Florence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학위논문에서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저작권의 법적 문제들을 탐구했다.)), Vasilis Kostakis((바실리스 코스타키스(Vasilis Kostakis)는 Ragnar Nurkse Department of Innovation and Governance at Tallinn University of Technology에 있으며 그도 또한 Berkman Klein Center for Internet & Society at Harvard University 그리고 Institute of Environmental Science and Technology at the Autonomous University of Barcelona와 연관을 가지고 있다. P2P Lab의 창립자이며 P2P재단의 핵심구성원이다.))
  • 원문 : Blockchain and value systems in the sharing economy: The illustrative case of Backfeed (2017.5.25)
  • 분류 : 일부 내용 정리
  • 정리자 : 정백수
  • 설명 : 아래는 Technological Forecasting and Social Change 125(2017)에 실린 논문의 일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블록체인과 공유경제의 가치체계 : 백피드의 사례

 

(···)

 

4. 백피드(Backfeed)와 탈중심화된 협력

인간 행동의 형성, 동기유발, 해석을 결정하는 가치체계는 다음의 세 층으로 구성된다. ① 가치생산 ② 가치 기록 ③ 가치 현실화.

첫 층인 가치생산은 생산양식과 연관된다.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생산수단의 배타적 소유 및 통제, 노동에 대한 위계적 명령, 잉여가치의 생산으로 특징지어진다. 커먼즈 기반 동료생산(CBPP, commons-based peer production)은 자원의 집단적 소유와 관리, 수평적 연계, 자발적이고 허가가 필요 없는 기여와 사회적 가치의 생산으로 특징지어진다.

둘째 층은 의미 있는 행동의 동기를 제공하고 그런 행동을 양성하여 체계의 규모를 키우고 체계를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수단을 제공하는, 연계된 평가의 체계화와 연관된다. 이 층은 생산된 가치를 추적하고 기록하는 데 사용되는 방법을 담고 있다. 자본주의 사업 활동을 촉발하고 자극하는 역할을 하는 복식부기는 수학적 정확성과 추상의 논리를 사업 활동에 이전시키고 가격체계로 고정시켰다. 복식부기는 상인들의 관행으로 탄생해서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발동기인 무역에 고유한 것이 되었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치의 최초의 고유한 디지털 매체는 블록체인이라는 주장이 있어왔다(Ito, 2016; Tapscott and Tapscott, 2016). 테크놀로지로서의 블록체인은 P2P 작업을 문서화하는 목적이 ICT(정보통신테크놀로지)와 결합되는 데서 나왔다. 블록체인은 CBPP에서 발견되는 다중심성(polycentricity), 유동적 연계, 기여의 다수성을 뒷받침할 매체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치 현실화가 이루어지는 셋째 층은 경제적 체계의 논리 내부에서 의미 있는 행동의 합리성과 연관된 새로운 상식의 발전을 포함한다. 자본주의에서 상품의 가치는 상품 속에 담겨 있다가 시장에서 다른 상품과 교환되면서 현실화된다. 이 가치는 화폐단위로 명목적으로 재현됨으로써 해석된다. 정보경제에서는 공유가 정보 커먼즈의 사용가치를 인식 가능하게 만드는 유형의 사회적 관계를 나타낸다. 경제체계가 현실화되는 곳에서 커먼즈에 기여하고 커먼즈로부터 혜택을 얻는다는 의미의 공유능력이 합리적인 것이 된다. 공유경제에서는 공유 가능한 재화의 현실적 가치가 사회적으로 생산되는 사용가치의 효율적 조달을 통해 실현된다. 생산적인 사회적 관계에 그 질적 요소를 효율적으로 할당하는 것이 이 셋째 층이다.

 

4.1 블록체인 혁명(진화)((“[r]evolution”))

백피드는 탈중심화된 조직들을 위한 사회적 운영체제이다. 백피드는 탈중심화된 가치창출과 분배를 위한 분산된 거버넌스 모델을 개발할 목적으로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위에 구축되어 있다(Davidson et al., 2016). 백피드 모델의 기술적 백본(backbone)인 블록체인은 아직은 대체로 실험적 국면에 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개념들을 지칭할 확정된 용어체계가 없다.

블록체인은 분산된 원장 혹은 컴퓨터 네트워크에 의해 분산된 방식으로 기록된 거래들의 데이터베이스이다(Wright and De Filippi, 2015:6).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블록체인은 시간 도장이 찍힌 거래 배치들(batches)를 담은 ‘블록들’(blocks)이라고 불리는 작은 암호화된 데이터 집합들의 직렬적 연쇄로 조직되어 있다. 각 블록에는 이전의 블록에 대한 정보와 복잡한 수학문제에 대한 해답이 담겨있는데, 이 해답은 담겨있는 거래를 유효하게 하는 데 쓰인다. 블록체인을 낳은 혁신은 기존의 테크놀로지들―P2P 네트워크, 암호화 알고리즘, 분산된 데이터 저장, 탈중심화된 합의 메커니즘―의 결합에서 왔다(Wright and De Filippi, 2015). 블록체인은 범용 테크놀로지로서(Davidson et al., 2016) 네트워크에 의해 동의된 특정 사태를 안전하고 확증 가능한 방식으로 기록하는 수단으로서 복무한다(Wright and De Filippi, 2015). 그러한 블록체인은 화폐, 증서, 권리, 지적재산권, 심지어는 투표나 신분등록 데이터를 포함하는 귀중한 정보를 포함하는 그 어떤 시스템에서도 사용될 수 있다(Davidson et al., 2016; Tapscott and Tapscott, 2016).

블록체인은 처음에 암호통화 비트코인의 바탕에 깔린 테크놀로지로서 도입되었다(Swan, 2015). P2P 현금시스템 내의 이중지출 문제를 풀기 위해서(Nakamoto, 2008), 비트코인은 두 가지 혁신적 해법을 도입했다. ① 모든 네트워크 노드들(nodes)이 공유하는 탈중심화되고 변경 불가능하며 부패 불가능한 공적 원장인 블록체인 ②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거래의 유효성을 결정하는 사용되는 방법인 ‘작업증명’(proof of work) 합의 프로토콜(Davidson et al., 2016). 작업증명은 블록체인을 보완하기 위해 생겼다. 이는 네트워크 노드들로 하여금 푸는 데 많은 양의 전산이 요구되는 수학문제들을 풀게 해서 특정 거래 블록을 유효화하도록 한다. 새 블록은 네트워크가 어떤 블록에 담긴 모든 거래의 유효성에 관해 합의에 도달한 이후에 비로소 블록체인에 추가된다(Wright and De Filippi, 2015). 동시에 새 비트코인 토큰이 특정의 블록과 연관된 수학문제를 푼 최초의 사용자에게 부여된다. ‘채굴’이라고 불리는 이 과정은 비트코인 네트워크에 전산 능력을 기여한 사람들에게 보상을 함으로써 네트워크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한편 네트워크를 안전하게 만들도록 설계되어 있다.

비트코인이 고유한 인센티브 메커니즘을 가진 분산된 네트워크의 최초의 구체적인 사례이다(Van Valkenburgh et al., 2014). 비트코인이 이룬 혁신의 뒤를 이어서 다른 분야에서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를 탐구하려는 관심이 증가했다. 새로운 응용프로그램들이 블록체인과 함께 개발되었는데, 여기에는 많은 금융, 비금융서비스들과 함께 디지털 통화, 자동으로 실행되는 스마트 계약 플랫폼들 등이 포함된다(Wright and De Filippi, 2015).

 

4.2 연구의 필요성과 연구 방법

백피드는 블록체인 위에서 실행되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가진 새로운 형태의 거버넌스 모델이다. 프리,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Free and Open-Source Software), 위키피디아, 오픈스트릿맵스(OpenStreetMaps), 카우치서핑(CouchSurfing), 위키하우스(WikiHouse)처럼 탈중심화된 방식으로 협동하는 온라인 공동체들에 많다. 이런 공동체들은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협력하는 다수의 사람들이 하는 작거나 큰 기여를 한데 모은다.

이 공동체들 가운에 일부는 스스로를 유지할 수 있기에 충분한 정도의 가시성을 획득한 반면에 대다수는 종종 국지적으로 혹은 구석진 지역에서 매우 작은 규모로 운영된다. 이 공동체들은 보통 소수의 극히 동기가 강한 기여자들과 그때그때 기여하는 좀더 많은 수의 사람들로 구성된다(Fuster Morell et al., 2014). 이 공동체들은 그 거버넌스 구조에 제대로 된 인센티브 체계가 내장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종종 새로운 기여자들을 더 끌어오느라고 애를 먹는다(Arvidsson et al., 2016).

따라서 이 공동체들에게 규모를 키운다는 것은 일반적으로 더 경직된 위계적 구조로 형식화되고 시장 지향적인 접근법을 채택함을 의미한다. 공동체는 필요한 자금을 축적하고 기여자들에게 경제적 수익으로 보상하기 위해서 회사 혹은 기타 법적 주체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 접근법은 공동체의 원래의 의도― 이는 일반적으로 이윤을 증가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적 관계를 구축하거나 같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분산된 네트워크에서의 협력을 증진하는 것이다―와 종종 충돌한다. 이 문제는 카우치서핑이 비영리 법인에서 영리 법인으로 이동한 사례에 의해 잘 설명된다. 이 이동 이후에 새로운 조직의 가치체계로 진입할 수 없었던 공동체 구성원들은 점차 떨어져나갔다(Bauwens, 2011; Johnson, 2011).

백피드 모델은 이 문제들에 대해 잠재적 해법을 제시한다. 백피드 모델은 이런 공동체들 대부분에서 본 바의 탈중심화된 접근법과 모든 기여의 인식된 가치에 기반을 둔 보상시스템을 반영하는 유형의 거버넌스를 가능하게 한다. 백피드는 미리 정의된 역할 및 과제에 초점을 두지 않고 열려있고 성과에 기반을 둔 모델에 초점을 두는 역동적인 거버넌스 구조를 유지하려고 하는데, 여기서는 모든 사람이 특정의 공동체에 가장 적절하다고 보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기여할 수 있다. 사람들은 공동체의 거버넌스에서 발휘하는 영향력을 반영하는 평판(reputation)으로 보상받는다. 또한 디지털 형태의 경제적 보상(토큰)도 받는데, 이 토큰은 공동체가 제공하는 서비스로부터 혜택을 받는 데 사용될 수 있으며 조직에의 실제적 참여 정도(지분)를 나타내기도 한다.

이런 방식은 대체로 중앙집중화된 크라우드소싱 모델에 의존하며 사람들이 플랫폼에 기여하지만 그 성공으로부터 실제로 혜택을 받지는 않는 공유경제에 특히 적절하다. 백피드의 경우 모든 공동체 구성원이 기여자인 동시에 공동체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실제적 지분소유자이다. 따라서 모두가 서비스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인센티브를 가진다. 성공적일수록 잠재적 혜택도 커지기 때문이다.

이 논문의 방법은 백피드를 특이한 연구사례로서 접근하는 것이다. 백피드는 가치 체계와의 관계에서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를 채택하는 사례로서 특별한 관심을 유발하기 때문에 이 개별 사례를 그 자체로 더 깊게 이해하고자 하는 것이 주된 동기이다. 더 나아가 저자들은 참여에 기반을 둔 접근법을 채택했는데, 백피드 내부 참여자들이 연구에 기여를 하며 그리하여 해당 문제의 심층적 과정들을 맥락 내부에서 더 잘 통찰할 수 있게 된다(Reilly, 2010). 저자 가운데 한 명은 백피드의 옹호자이지만, 다른 두 사람은 논문이 편향적으로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비판적 견제와 균형을 제공했다.

참여에 기반을 둔 접근법을 채택함으로써 이 사례에 관여되어 있고 또한 공동연구자로서 참여한 사람들에게 의미심장한 통찰들과 문제들이 제시된다. 이 접근법의 주된 목적은 관련된 사회집단들에게 유용한 실천적 지식을 산출하고 특수한 조건에서 새로운 형태의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다(Reason & Bradbury, 2008). 참여에 기반을 둔 연구의 결과는 재생산될 수 있고 일반화될 수 있는 발견들이 아니라 연구되는 사례의 변화 혹은 개선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실증적인 접근법이 가장 적합한 것이 아니다. 비판적 주체성과 반성(돌이켜봄)이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한다. 연구자들도 내부를 볼 수 있고 내부에 대한 지식을 가진 동등한 파트너와 함께 함으로써 더 나은 통찰들을 얻을 수 있는 한편, 데이터가 진정한 경험에 토대를 두기 때문에 데이터를 신뢰하며 해석할 수 있다(Reilly, 2010).

백피드 모델은 대체로 이론적이며 실제 공동체에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피상적인 이해에 기반을 둔다. 아직 초기 단계에 있기에 실제적 실행과 관련된 튼실한 경험적 증거가 아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초기의 실험적 시도에서 모은 데이터가 있다. 백피드 프로토콜은 연구자들, 활동가들, 공유경제 기업가들의 네트워크인 위셰어(OuiShare) 공동체에서 시험된 바 있다. 이 구성원들은 파리 위셰어 축제의 조직화를 다루기 위해서 더 탈중심화된 체계를 기꺼이 실험했다. 실험은 2015년 10월의 개시 모임으로 시작되었으며, 이어지는 6개월에 걸쳐 2016년 5월 축제가 시작되기 전까지 진행되었다.

이 실험에서도 참여에 기반을 둔 접근법이 채택되었다. 위셰어 공동체에서 선별된 참여자들이 협동의 동학에 대한 깊은 이해를 가지고 실험에 참여했다. 저자들 가운데 한 명을 포함하여 백피드 기획의 배후에 있는 사람들은 참가한 구성원들과 여러 번 직접 미팅을 가졌다. 플랫폼이 마주치는 문제들에 대한 직접적 피드백을 수집하고 이 문제들을 재빨리 바로잡기 위해서였다. 전체적으로 실험이 원래 예상했던 것만큼 잘 되지는 않았지만, 백피드 프로토콜을 이 공동체의 욕구에 더 잘 맞추기 위해서 어떻게 조정하고 정련할 것인지에 대한 중요한 통찰들을 제공해주었다.

이어지는 절에서 우리는 먼저 백피드의 개념적 모델을 제시하고 그 다음에 그것을 이론적 틀과의 연관에서 논의할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위셰어 실험으로부터 얻은 주된 논점을 이 모델의 주된 한계와 함께 요약할 것이다. 주된 목적은 백피드가 CBPP의 작동과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체계와 어떻게 잠재적으로 연관되어 있는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4.3. 백피드(Backfeed)의 사례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을 바탕으로 토큰을 발행하는 분산된 응용프로그램들로 이루어진 산업의 시작을 나타냈다(Van Valkenburgh et al., 2014). 이 토큰들은 일반화되고 측정 가능한 가치단위를 나타내며 여기에는 그것을 발행한 네트워크들의 규칙이 관여된다. 이 응용프로그램들의 대부분은 이 토큰을 발행하기 위해서 특수한 프로토콜을 실행한다. 일반적으로 이 프로그램들은 네트워크에 자원을 대도록 사용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신뢰받는 중개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거래를 확보한다. 사람들은 바탕에 깔린 테크놀로지 기반시설을 신뢰하는 한에서 P2P 거래에 관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자원과 자산의 공유가 포함되는 더 복잡한 사회적 관계에서는 블록체인만으로는 신뢰받는 상호작용을 발전시키기에 충분하지 않다.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 백피드는 인간관계에 기반을 둔 추가적인 신뢰 계층(layer)을 개발했다. 이 계층은 사람들이 ‘신뢰 없는’(trustless)(([정리자] trustless : 이 말은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혹은 ’분산된 원장‘ 앞에 자주 붙는 형용어인데 불신의 대상이 된다기보다 이른바 ’신뢰할 수 있는 제3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그런 식의 신뢰와 무관하다는 의미로 이해하면 된다.)) 블록체인 테크놀로지 위에서 안전하고 탈중심화된 신뢰받는 상호작용에 참여할 수 있게 해준다. 여기서 탈중심화된 협동체(Decentralised Cooperation, DC)라고 불리는 새로운 유형의 조직구조가 나온다. DC는 조정하는 중앙 혹은 규칙을 지배하는 권위체가 없이 자발적인 기여를 하는 자율적인 주체들이 협동하여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게 해주는 모든 유형의 구조를 가리킨다.

백피드에 영감을 준 것은 ‘스티그머지’(stigmergy, 흔적)이다. 이는 특정 종의 동물(개미, 흰개미, 새)에서 보이는 간접적 연계의 형태로서, 개별 행위자들이 환경에 흔적을 남겨서 다른 행위자들의 행동에 정보로서 반영되도록 한다(Davidson et al., 2016; Marsh and Onof, 2007). 백피드는 자연발생적으로 출현하는 동료들(peers, 같은 지위를 가진 사람들)의 네트워크들의 맥락에서 바로 이 모델을 복제한다. 이는 블록체인 기반시설과 블록체인 위에 배치되는 실제적 응용프로그램들 사이에 놓여있는 범용(generic) 프로토콜 계층을 나타내는 사회적 운영체제를 통해 성취된다. 이 계층은 한편으로 사람들이 집단적으로 응용프로그램들을 개발하여 블록체인 위에 배치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기여를 효율적으로 관리·조정·보상하게 해준다. DC에 기여되는 가치를 확정하기 위해서 백피드는 가치증명(Proof-of-Value, PoV)이라고 불리는 새로운 합의 프로토콜을 만들어냈다. 이는 두 가지 구성요소로 이루어진다. 1) 다양한 기여들의 인지된 가치를 결정하는 데 사용되는 P2P 평가체계 2) 기여된 가치와 공동체의 가치에 대한 전반적 인지와의 일치에 공동체에서의 영향력을 할당하는 평판 체계(Davidson et al., 2016).

 

4.4. 백피드 프로토콜 ― DC 내부에서의 상호작용

DC에서 행위자는 자유롭고 창발적인 방식으로 공동체의 목표에 기여할 수 있다. 개인이나 개인의 한 측면이 행위자일 수도 있고 집단 혹은 독립적인 단위로 행동할 수 있는 다른 주체가 행위자일 수도 있다(가령 하나의 DC는 다른 DC에서 행위자가 될 수도 있다). 행위자들은 익명적이며 자신의 신분에 대해서 어떤 유형의 정보를 드러낼지를 자신이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DC의 모든 행위자들은 행동의 기록(기여와 평가의 이력을 알려주는 로그)과 지분의 기록(토큰과 평판의 총합)을 추적하는 특유의 계정을 가지고 있다. 이런 식으로 어떤 행위자의 활동에 대한 정보가 네트워크에서 모든 사람과 공유된다.

기여는 DC에 잠재적 가치가 있는 모든 유형·무형의 행동으로 구성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일련의 코드, 디자인, 아이디어, 혹은 서비스일 수 있다. 각 기여의 가치는 참여에 기반을 둔 평가과정을 통해 결정되는데, 여기서 행위자들은 자신들의 평판 점수에 따라 기여(자신들의 기여 포함)를 평가한다. 이 과정은 조직 내에서의 그들의 영향력의 지표가 된다.

DC 공동체 내부에서 기여가 긍정적으로 평가될 때마다 기여자에게 보상이 주어진다. 보상은 특정 양의 경제적 토큰과 평판으로 구성된다. 토큰 분배는 DC에 기여하게 만드는 인센티브로서의 역할을 하고 평판 점수는 공동체의 가치체계와의 부합의 정도를 나타낸다. 특정의 기여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는 평판 점수에 기반을 둔 체계에 의해 계산된다. 기여자에게 분배되는 토큰의 양은 평가자들의 평판만이 아니라 DC의 전체적 평판을 구성하는 모든 중요한 평가들의 중앙값에 의존한다. 토큰은 DC 공동체의 평판의 최소 50%가 일정한 기여의 평가에 참여한 이후에 발행된다.

DC에서 토큰은 가치를 담은, 이전 가능한 단위로서 보상수단, 교환수단, 지불수단, 부의 척도로 사용될 수 있다. 토큰은 가치가 창조되었음을 나타낼 뿐이며 원래 발행되어 소지한 개인과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전될 수 있고 대부분의 다른 통화들과 교환될 수 있다. 이와 달리 평판은 어떤 개인이 DC의 가치체계와 일치하는 수준을 나타내기에 그 개인과 연결되어 있어서 이전될 수 없다. 평판 점수는 두 가지 방식으로 오를 수 있다. ① 공동체(전부 혹은 일부)에 의해서 가치있다고 인식되는 기여를 통해서 ② 다른 이들의 기여를 유용하게 평가함으로써(여기서 평가란 공동체의 다른 구성원들의 평가와 일치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평가의 대상은 조직에의 기여만이 아니라 조직의 전반적 가치체계와 평가의 일치 여부이기도 하다. 평판은 기여자들 각각의 기여의 중앙값이 양수값에 도달할 때마다, 즉 DC 평판의 50% 이상이 어떤 기여를 가치있는 것으로 간주할 때마다 기여자에게 부여된다. 따라서 새로운 평판은 공동체 내의 합의 없이는 부여될 수 없다. 각 평가에 대하여 부여될 평판의 정확한 점수는 개별 DC마다 선택된 평가 세트(1점에서 5점까지로 구성되는 5점 척도처럼, 기여 평가에 쓰일 가능한 값들의 세트)에 기반을 두고 사례별로 다르게 확정된다.

평가주체가 평가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들의 평판의 일부를 걸어야 한다. 즉 평가를 하면서 평가자의 평판의 일부가 감해진다. 프로토콜은 사람들이 기여를 초기 단계에서 평가하도록 장려한다. 이는 각 평가에 걸린 평판을 더 먼저 일치한 평가를 했던 모든 평가자들에게 재할당함으로써 성취된다. 그래서 평가가 먼저 이루어질수록 얻을 수 있는 잠재적 보상이 커진다. 궁극적으로 사람들이 동일한 기여에 유사한 평가를 하더라도 공동체의 전반적인 평가와 가장 일치하는 평가가 잃은 평판을 되찾을 수 있으며 종종은 원래 가졌던 것 이상의 평판을 얻을 수 있다.

 

4.5. 백피드 생태계 ― 탈중심화된 협동체들과 시장 사이의 상호작용

백피드는 모든 DC가 고유의 토큰을 만들기를 제안한다. 각 DC는 그 목적과 비전이 가장 가치 있는 것으로 보는 요소들을 강조함으로써 그 진화과정에서 유기적으로 출현한 고유한 가치체계를 부각시킬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종류의 DC 토큰들은 DC를 특징짓는 특수한 가치관의 표현이며, 이 가치관이 DC 내부에서 토큰의 발행과 분배를 결정한다. 앞에서 말했듯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때마다 새 토큰들이 발행되는데, 여기서 가치란 해당 DC의 가치관에 따른 가치이다. 사람들은 DC의 활동에 그 가치관과 일치하는 기여를 함으로써 이 토큰을 모을 수 있다.

동시에 DC 토큰은 더 넓은 생태계에서 DC가 제공하는 가치를 나타낸다. 토큰이 DC가 제공하는 생산물이나 서비스와 교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토큰은 시장 가치를 획득하는데, 이 가치는 다시 DC의 생산물 혹은 서비스의 인식된 가치에 의해 결정된다. DC가 안정된 사용자 베이스를 가진 성숙한 수준에 도달하면 토큰 가치는 다른 DC의 토큰이나 심지어는 법정 화폐에 비해서 더 안정된 가치로 결정(結晶)화될 수 있다. DC에 기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DC나 다른 토큰 소지자들로부터 토큰을 구입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여러 DC들로 이루어지며 다수의 가치체계들이 DC들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출현하는 생태계를 상상할 수 있다. DC들이 이 생태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이며 서로의 생산물과 서비스들을 필요로 하는 정도에 따라 서로를 뒷받침한다. 가령 유기농을 하는 DC1과 팹랩(FabLab)(([정리자] ‘팹랩’(FabLab)은 디지털 장치들을 제작하는 소규모 작업실들을 가리킨다.))인 DC2가 있다고 하자. 어떤 시점에서 DC1은 농기구들을 만들기 위해 DC2의 서비스를 필요로 할 수 있다. 이 경우 DC1은 그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해서 일정 수의 DC2 토큰을 획득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DC1은 DC2의 활동에 기여하여 보상으로 토큰을 얻거나 아니면 DC2의 토큰을 구매하는 데 투자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DC2의 토큰의 시장 가치는 간접적으로 상승한다.

이와 유사하게, DC 유형이 아닌 전통적인 사업체나 지역 자치체가 팹랩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선택이 가능하다. 또한 지역 주민들도 DC1으로부터 그 생산에 기여하거나 토큰을 구매함으로써 유기농 생산물들을 즐길 수 있다. 이렇듯 DC 생태계는 고립되어 있지 않으며 DC들은 시장 및 공공 부문과 연결될 수 있다. DC들은 더 많은 사람들을 자신들의 생산과정에 관여시키기 위해, 또한 자신들의 비전과 사회적 임무를 공유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사회적 영향력를 사용할 수 있다.

 

4.6 논의

비트코인 혁신은 정부에 의해서도 금융기관에 의해서도 통제되지 않는 탈중심화된 디지털 통화와 지불체계를 부각시킴으로써 전지구적 금융체계를 뒤흔들어놓았다. 그러나 비트코인 프로토콜에 코드화된 가치 체계는 전통적인 가격 체계와 별로 다르지 않다. 따라서 공유의 동학에 효과적으로 반응하는 민첩성을 결여하고 있다. 이와 달리 가치증명 프로토콜은, 미리 정해져 있고 그 다음에는 일종의 통화에 의해 양적으로만 재현되는 가치인식에 의존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치에 대한 다양한 인식들을 나타낸다. 백피드는 채굴 과정을 일반화함으로써 훨씬 더 광범한 기여들을 수용한다. 공동체에 가치를 가져온다고 생각되는 것이면 어느 것이나 수용한다. 가치증명 프로토콜은 초점을 알고리즘에서 인간관계로 이동시키며 공동체의 가치와 일치되는 활발한 참여와 의미 있는 기여를 보상한다.

앞에서 말한 가치의 세 층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DC가 첫째 층에서 이루어지는 가치창조의 핵심을 나타낸다. 백피드는 사람들에게 공동의 목표에 기여하도록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CBPP의 동학을 합리적인 것으로 만든다. 기여자들은 미리 정해지지 않은 역할과 과제에 관여하고 허가 없이 그 창조적 에너지 혹은 여타 자원을 공동체와 공유할 수 있다. 생산적 공동체들은 공동체의 규칙에 따라 관리되고 활용되는 사용가치를 구현하는 커먼즈를 창출할 수 있다.

둘째 층에서 백피드는 블록체인의 가장 유망한 기능 가운데 하나―질적으로 상이한 기여들을 나타내는 능력을 가진, 가치의 탈중심화된 기록―를 배치한다. 가치증명 프로토콜은 각 기여의 가치를 결정하는 탈중심화된 합의 메커니즘을 제공한다. 동시에 평판 시스템이 공동의 목표에의 관여와 공동체의 가치와의 일치의 수준에 상응하여 공동체 내에서의 성과를 증진한다. 그리하여 의미 있는 협동에 담긴 가치의 인식을 체계화한다. 궁극적으로 백피드는 기여의 다양성이라는 면에서는 더 나아간 다원주의를 지향하며 사회적 관계의 거버넌스라는 면에서는 다중심성을 지향한다.

마지막으로 셋째 층과 관련해서 말하자면, 가치가 사람들의 공유능력을 반영하는 새로운 유형의 경제 모델이 구상된다. 이는 DC의 활동에의 활발한 참여 및 현실적 관심과 연결된 토큰의 기능을 통해서 성취될 수 있다. 사람들이 토큰을 통해 DC 생태계에서 생산되는 생산물들과 서비스들로부터 혜택을 얻을 수 있게 됨으로써 토큰의 가치는 사람들에게 현실적인 것이 된다. 이런 식으로 DC의 토큰들은 각 생산물들과 서비스들의 인식된 이용 가능성만이 아니라 광범한 생태계에 가져오는 더 일반적인 혜택을 나타내는 가치의 퀀텀이 된다.

백피드가 가치의 세 층과 맺는 상호관계가 아래 그림에 제시되어 있다. 

더 중요하게는 백피드가 현실화하는 가치체계는 사용자들/생산자들의 공동체가 생산과정을 통제하는 새로운 사업논리의 실행 가능성을 촉진한다. 개인들이 자신들의 성과에 기반을 두고 또한 자신들의 기여의 인식된 가치에 기반을 두고 상호화된 자원으로부터 혜택을 얻게 되면서 위계적 명령과 통제는 부적절하게 된다. 더욱이 토큰의 교환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들이 다른 공동체와 거래할 수 있으며 또한 전통적인 시장 지향적 조직들 및 정부 기관들과도 공존하면서 같이 작동하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이렇듯 백피드는 더 개방적이고 성과 위주의 거버넌스에 블록체인을 적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개방적인’이 동등한 지위를 가지고 참여하는 능력을 가능하게 함을 의미한다면, ‘성과주의’는 대의라는 의미에서 인식된 성과에 기반을 둔 힘의 공정한 분배와 관련된다. 개방성과 성과주의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또한 이 원칙들만으로 사회에 대한 더 나은 비전을 낳으라는 법도 없다. 그러나 이 원칙들은 사회적 공유의 동학과 긴밀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커먼즈를 산출하는 여러 공동체들에서 예증된 바 있다. 이렇게 볼 때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는 공유경제를 위한 중요한 기회를 부여해주며 사회가 더 공정하고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할당할 잠재력을 부여해준다.

백피드 모델에도 여러 한계들이 있다. 백피드는 단지 기술적 솔루션일 뿐이다. 아무리 세련된 수학모델이라도 외부의 뜻밖의 사건들을 만나면 실패할 수 있다. 비트코인이 그 명백한 사례이다. 비트코인(2009년 출시)은 7년이 지난 시점에서 그 프로토콜은 여전히 탈중심화되어 있으나 실제로 비트코인 네트워크는 네트워크의 75% 이상을 통제하는 소수의 마이닝 풀들(mining pools)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다(Blockchain.info, 2017). 이 모델은 외적인 경제적·정치적 세력이 시스템에 개입하여 그 탈중심성을 침식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와 대조적인 것이 위키피디아이다. 사람들은 위키피디아 모델이라고 할 만한 것을 이론적으로 포착하는 데 실패하지만, 위키피디아는 실제로 잘 작동한다. 왜 사람들이 기여하는지를 설명할 경제적 모델은 없지만 일련의 사회적·정치적 동학이 이 체계를 작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 편집자들 대다수의 주된 기여 이유는 자신들이 전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주제에 관하여 지식을 자발적으로 공유하겠다는 생각이다(Wikimedia Foundation, 2011). 동시에 위키피디아에 기여하는 사람들은 기부를 할 가능성도 가장 높은 사람들이다(Khanna, 2012). 더 나아가 위키피디아는 기여자들에게 크레딧을 주도록 특별히 설계되어 있지 않지만 이것이 특정 공동체들 내에서는 간접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듯이 보인다(Forte and Bruckman, 2005). 따라서 이론적 모델의 정확성과 무관하게 경험적 분석이 항상 필요하다.

백피드 모델이 사회적으로 생명력이 있을지 아닐지를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위셰어의 실험은 이 모델의 주된 한계를 드러내주었다. 무엇보다도 기여를 기록하고 이 기여의 범위를 실제로 정하기를 꺼리는 태도가 공동체 구성원들 일부에게서 포착되었다. 백피드 모델 또한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기여를 평가할 때, 더 나쁘게는 자신의 기여를 평가받을 때 생기는 감정을 고려하는 데 실패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공동체 구성원들이 백피드가 제안하는 바와 같은 평가제도의 사용이 많은 사회적 관계와 상호작용을 단순한 시장경제에서의 거래로 환원화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음을 위셰어 실험이 보여준 것이다. 이것이 위셰어 공동체 구성원들 일부 사이에 일종의 불편함을 빚어냈는데, 이들은 특히 정서적 친밀함이나 다른 사람들에 대한 돌봄과 연관된 일부 상호작용들은 양적인 혹은 질적인 평가과정에 의해 물들여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백피드나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만으로 권력관계, 과도한 영향, 탐욕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테크놀로지 기반시설이 인간관계에 내재하는 문제들을 그저 코드작성을 통해 제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또한 어떤 조직에서 궁극적으로 실행될 거버넌스 모델을 심층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조직에서 가장 의미 있다고 간주되는 유형의 생산적 관계들이 발전하고 증가하도록 촉진하고 제고할 수는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각 구성원의 의식적이고 계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갈등이 잘 다스려지고 체계가 생명력 있고 지속 가능해지도록.

이런 우려들은 블록체인 테크놀로지와 관련된 더 일반적인 한계를 설명해준다. 그 적용 가능성은 인간 상호작용의 많은 측면들에 적절한 듯이 보이지만, 큰 규모에서의 실행은 아직 미지수인 것이다. 이 테크놀로지는 실로 확산력 있고 복원력 있지만, 여전히 전산 영역의 외부에서는 작동할 수 없다. 토큰이든 화폐 단위든 그 논리는 여전히 높은 정도로 수량화 논리이다. 복식부기 회계가 자본주의적 정신의 추상화되고 합리화된 비인격적 논리와의 관계에서 발전했듯이 블록체인도 경제적 사태를 압도하는 기계와도 같은 대응성 및 예측성과 연관될 수 있다.

테크놀로지를 통홰 분산된 체계들을 촉진하여 규모를 키우고 생명력 있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테크놀로지를 통한 해법의 설계와 배치를 이끌어야 하는 것은 공유의 진정한 동학과 그 심층에 놓여있는 인간의 사회성이다. 좁은 이론적·경험적 관점에 갇히지 않고 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ICT, 사회과학들, 철학, 윤리학 등 여러 분야들이 함께하는 포용적 접근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5. 결론

이 글의 주된 동기는 테크놀로지의 변화에 상응하여 경제에서 현재 진행되는 변형을 탐구하는 것이었다. 우리는 행동들을 특정의 맥락에서 의미 있는 것으로 결정하는 광범한 논리와의 관계에서 가치체계가 행하는 역할에 초점을 맞추었다. 연구 대상은 공유경제였으며 주된 연구 논점은 ‘어떻게 가치가 사회적 공유의 동학에 기반을 두고 평가되고 분배될 수 있는가’였다.

우리는 우리의 이론적 탐구를 경제사상에서 가치를 역사적으로 살펴봄으로써 시작했다. 자본주의를 지배적 생산양식으로서 수립하고 교환력을 가치의 주된 표현으로 결정한 일련의 상황들을 짚어냈다. 나중에 우리는 정보경제의 맥락을 자원할당과 교환의 새로운 양상인 공유경제를 낳은 요인들에 대한 이해를 돕는 한에서 검토했다. 노동의 변화하는 조건과 정보의 성격에 초점을 두면서 생산관계의 변형이 검토되었다. 이에 대한 반응으로 ‘커먼즈 기반 동료생산’(commons-based peer production, CBPP)이라 불리는 새로운 생산양식이 진정한 공유경제가 기능할 수 있는 영역으로서 제시되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테크놀로지가 CBPP의 동학을 결정(結晶)화할 수 있는 가치의 매체로서, 새로운 경제체계의 지배적인 합리성으로서 논의되었다.

가치와 관련된, 상호연관된 세 층은 새로운 가치 체계를 통합할 구성요소들을 해독하기 위해 구상되었다. 첫 층인 가치생산은 CBPP의 동학 및 사용가치의 기여자 공동체에서의 공유와 연관된다. 둘째 층과 관련해서는 블록체인 테크놀로지를 CBPP에의 기여자들의 가치를 효과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가치기록의 매체로서 검토했다. 우리는 참여에 기반을 둔 평가와 평판에 기반을 둔 영향력에 의존하는 백피드의 사례를 통해 탈중심화된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마지막으로 토큰 기반의 경제모델이 제시되었는데, 이는 가치 실현이라는 마지막 층을 제공하면서 임시적으로 이 새로운 가치체계를 통합하는 것이었다. 협동적 과정을 통해 발행된 토큰은 창조된 가치의 공정한 몫을 나타내며 기여자들에 대한 보상을 나타낸다. 그리고 동시에 산출된 생산물들과 서비스들의 인식된 가치를 반영한다. 백피드 및 블록체인 테크놀로지와 관련해서는 일정한 가능성과 한계가 제시되었다.

한편으로 백피드 프로토콜은 커먼즈를 창출하기 위해 사회적 공유에 관여하는 생산 공동체들이 포용적이고 합의에 기반을 둔 접근법을 통해 자신들만의 가치체계를 구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동시에 백피드 프로토콜은 공동체들이 서로, 그리고 시장과 인터페이스하고 궁극적으로는 규모를 키우고 지속 가능하게 되도록 해줄 수 있다. 따라서 이 프로토콜은 공유경제에서 커먼즈의 순환에 연료를 제공하는 다양한 가치체계들에 의해 구성되는 생태계를 구상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런 생태계에서 가치는 효용 극대화로부터 멀어지고 사회의 일반적인 이익을 향하는 방식으로 인식되게 될 것이다.

다른 한편, 백피드 혹은 이와 유사한 평가체계의 적용은 생산 공동체들의 내적인 관계들에 신뢰, 상호성 및 내적 동기와 관련된 일정한 문제를 제기한다. 더욱이 이 테크놀로지는 아직 초기 단계에 있으며 현실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경험적 데이터가 필요하다. 더 일반적으로는 블록체인만으로 공동체들로 하여금 힘 및 영향력과 연관된 문제들을 풀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범위에 관한 충분히 근거 있는 의문이 존재한다. 동시에 블록체인이 어떻게 큰 규모로 작동될지를 예측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어떻든 블록체인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혹은 백피드의 궁극적 성공과 무관하게 그 개념적 모델이 제시하는 것은 공유경제가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에 대한 흥미로운 시나리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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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립토경제와 가치를 되찾기


  • 저자  :  Uriah Marc Todorof, Erin Manning, Brian Massumi
  • 원문 : “Interview with Erin Manning and Brian Massumi” (2018.3) 
  • 분류 : 일부 내용 정리
  • 정리자 : 정백수
  • 설명 : 마쑤미(Brian Massumi)의 『가치의 재가치화에 대한 99개의 테제』(99 Theses on the Revaluation of Value: A Postcapitalist Manifesto)의 일부를 이 블로그에서 소개한 바 있는데(과 이곳으로 가면 된다), 아직 중요한 부분의 소개가 안 된 상태이다. 그 사이에 토도로프(Uriah Marc Todorof)가 『가치의 재가치화에 대한 99개의 테제』의 내용을 놓고 마쑤미 및 그의 동료 매닝(Erin Manning)과 한 인터뷰를 접하게 되었다. 이 인터뷰의 내용을 보면 ‘99개 테제’ 기획의 대략적인 취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기에 여기 그 인터뷰의 일부를 소개한다. 이 인터뷰의 일부는 https://thenewinquiry.com/a-cryptoeconomy-of-affect/ 에도 실려 있다. 마쑤미는 들뢰즈·가따리의 『천 개의 고원』의 영역본(A Thousand Plateaus, 1987)의 역자이며 매닝은 정치철학자로서 최근에는 The Minor Gesture(2016)라는 책을 냈다. 이들은 집단적 교육을 실험하는 연구실험실인 쎈스랩(SenseLab)(몬트리올)에서 같이 작업한다. <세 생태학 연구소>가 여기서 나온 기획 가운데 하나이다.

 

토도로프

— 암호통화의 바탕에 있는 가치 개념은 무엇인가? 그것은 자본주의적 가치 개념과 어떻게 다른가?

 

마쑤미

— 암호화폐 설계자들은 전통적 정의(교환수단, 가치저장, 회계단위)를 취하는 경향이 있다. 화폐에 대한 전통적 시장 정의는 실제로 화폐가 자본주의 경제에서 작동하는 방식에 상응하지 않는다. 자본주의 경제는 잉여가치의 생산을 바탕으로 돌아간다. 자본의 정의 자체가 ‘현재 투자한 일정한 액수의 화폐로부터 미래에 더 많은 액수를 생성할 잠재력’이다. 비트코인의 설계의 배후에 있는 자유주의(개인주의)적 시장근본주의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의 가장 큰 특징인 자본 자체를 간과했다. 자본이 비트코인을 따라잡았고 투기적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함으로써 그 전통적인 화폐 기능이 거의 총체적으로 붕괴되기에 이르렀다. 

비트코인에 설계해 넣은 경제 이데올로기는 자본주의 초기의 자유시장에 기반을 둔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이다. 이는 특히 금융자본이 지배하는 오늘날 자본이 작동하는 방식에 상응하지 않는다. 블록체인이 혹은 블록체인으로부터 발전되어 나온 기술이 진보적인 사회 혁신을 낳으려면 경제에 대한 훨씬 더 복잡한 비전이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금융자본과의 씨름이 필요하다.

 

매닝

— 우리의 크립토 경제 작업인 <3E 과정 씨앗은행>(the 3E Process Seed Bank)에서는 가치에 대한 낡은 정의로 시작하지 않는다. 우리는 가치의 문제에 대해 더 넓은 물음을 던진다. 가치란 무엇인가? 가치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조건은 무엇인가? 가치는 어떻게 힘의 관계에 진입하는가? 가치는 힘의 관계로부터 분리될 수 있는가? 금융적 가치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이렇게 광범한 것은 교환수단으로서의 화폐 너머에 있는 화폐 형태들―파생상품, 옵션, 선물(先物) 같은 형태들―과 씨름하지 않는다면 잠재력 있는 대안경제 전략을 놓칠 수 있다는 것을, 혹은 이런 경제적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활동가로서의 우리의 작업이 침식되리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정리자] 쎈스랩의 한 웹페이지에 나와있는 ‘3E Process Seed Bank’에 대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3E 과정 씨앗은행>은 <세 생태학 연구소>의 대안대학 기획을 위한 ‘창조적 과정 발동기’로서 기능할 것이다. <3E 과정 씨앗은행>은 오픈소스가 될 것이다. 다른 협동체들에 제공되어 그들의 욕구에 맞추어 쓰는 템플릿이 되도록 할 것이다. 이 목적을 위해서 우리는 경제공간연구소(Economic Space Agency , ECSA)(http://ecsa.io) 및 홀로체인(https://holochain.org) 같은 혁신적 단체들과의 협동을 열심히 모색하고 있다.”

 

마쑤미

— 우리는 화폐 가치의 경우처럼 가치를 양적으로만 전제하지 않고 기본적으로 질적인 것으로 사고하고 싶다. 자본주의 경제에서 가치의 질적 토대가 가시화되는 지점들이 있다. 그럴 경우 이 질적 토대는 ‘외부성’(externalities)이라 불린다. 즉 가격에 영향을 미치지만 그 자체로는 수량화될 수 없는 것들이다. 그 고전적 사례는 (녹지 혹은 좋은 학교 혹은 지역의 문화 등의 이유로) 삶의 질의 인식이 동네마다 부동산 가격에 서로 다르게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 삶의 질 요인은 가격에 반영되지만 그 자체로는 수량화될 수 없기 때문에 도심지의 미친 듯이 높은 가격과 젠트리피케이션 공세에서 볼 수 있듯이 시장의 왜곡을 낳게 마련이다. 가치의 화폐적 표현은 바로 이것이다. 즉 무언가 다른 것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이다. ‘무언가 다른 것’은 질적인 것이기에 항상 포획의 손아귀를 빠져나간다. 이것이 시장을 왜곡하거나 시장에 의해 왜곡된다. 그래서 우리가 묻고 싶은 것은 ‘가치에 대한 질적 관념을 다시 경제의 중심으로 되돌리는 방법이 있는가?’이다.

 

마쑤미

— 여기서 우리는 가장 큰 문제에 직면했고 이 문제는 우리를 상상의 한계까지 밀어붙였다.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경제가 작동하려면 상호작용의 질들을 어떻든 기록해야 한다. 우리는 이런 생각으로 우리가 ‘정동측정기’(affect-o-meter)라고 부르는 것을 발명하려고 시도했다.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안경제에 열쇠가 된다. 우리는 말 그대로 정동 경제를 발명하고 싶다. 관계의 내연성(intensities)을 바탕으로 돌아가며 개별 생산물보다는 그 내연성을, 그 과정을 가치 있는 것으로 여기는 경제이다. ‘정동측정기’는 디지털 방식으로 협동적 상호작용의 질적 분석을 수행한다. 우리는 창조적 활동의 기록을 사용하여 우리의 플랫폼을 화폐화하는 데 사용하고 싶다.

[정리자] ‘intensities’에 대해서는 이곳의 2번 각주 참조.

 

매닝

— 더 세부사항에 들어가기 전에 우리가 어떤 종류의 활동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지 말해야 할 듯하다.

 

마쑤미

—쎈스랩(SenseLab)은 집단의 질적으로 상이한 경험들을 양성하는 창조적 협동의 형태들을 실험하는 실험실이다. 이 경험은 우리가 ‘삶의 잉여가치’(surplus values of life)라고 부르는 것인데, 이 잉여가치의 생산은 집단적이어서 개별 부분들이나 투입물들로 분해되면 그 경험의 내연성의 의미를 잃는다. 우리는 이것을 창발적 집단성(emergent collectivity)이라고 부른다. 이 창발적 집단성이라는 과정이 우리의 생산물이며, 창조적 활동의 전파가 우리의 목적이다. 우리는 <3E 과정 씨앗은행>을 씨앗 집단의 창조적 실천을 돕도록 고안된 창조적 과정 발동기로 간주한다.

대부분의 집단적 행동은 단지 그 개별 부분들의 총합이라고 생각된다. 모든 것이 개별적 투입 그리고 궁극적으로 개별적 이익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우리가 아는 것 이상을 욕망한다고 말하는 것, 그리고 개별 이익을 넘어서 미지의 내연성으로 가는 것이 우리의 기획의 에토스이다.

이것은 다른 것을 알기가 아니라 다르게 알기, 지식의 새로운 양태를 발명하기이다. 이는 집단 에너지를 그 어떤 개인이나 개인들의 단순한 집합이 미리 그릴 수 없는 창발로 상승시킴으로써만 이루어질 수 있다. 여기에는 항상적인 조율과 돌봄이 필요하다. 이것이 프로그래밍에, 그리고 우리가 오프라인에서 서로 상호작용하는 데 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확신이다.

 

토도로프

— 쎈스랩에서 개발하고 있는 모델이 다른 조직 형태로 옮겨놓아질 수 있는가?

 

매닝

— 우리는 모르지만 이런 종류의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 즉 같이 일하는 방식들을 창조하고, 새로운 형태의 협동을 발명하며, 복잡한 생태학적 조우 모델에 관여하는 사람들, 새로운 형태의 가치를 발명하는 사람들이 전 세계에 존재한다. 우리의 물음은 스타트업들이 보통 가지고 있는 ‘어떻게 규모를 키울 것인가?’가 아니라, ‘기록되지 않는 것을 기록하는 기술을 어떻게 창조할 것인가’이다.

<3E 과정 씨앗은행>은 <세 생태학 연구소>(the Three Ecologies Institute)의 자매 기획에서 나온 것으로서, 학습과 삶이 지금과 다른 어떤 것이 될 수 있는가의 문제와 깊은 연관을 가진다. 우리는 이 연구소에서 펠릭스 가따리(Félix Guattari)의 세 생태학 정의―개념적인(심리적인, 정신적인) 것, 환경적인 것, 사회적인 것―에서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세 생태학을 가로질러 가치를 횡단적으로 사유하는 데에는 금융적 차원의 가치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겨우 2년 전이다.

우리는 <세 생태학 연구소>를 나이, 배경, 학습스타일과 무관하게 우리가 계속 함께 학습할 수 있는 방법들을 발명하는 데 바쳐진 사유와 삶의 양태들을 강화하는 곳으로 본다. 우리는 이 연구소가 대학에 반대되는 곳으로 보지 않는다. 대학에 기생하는 곳(“a parasite”)으로 본다. 여기서 ‘곳’(site)에 강조를 둘 수도 있다. 대학 제도와의 관계를 유지하지만 다른 논리로 작동하는 부차적 장소(para-site), 부차적 기관(para-institution)이다.

[정리자] ‘기생충/기생물’이라는 의미의 단어 ‘parasite’의 뒷부분 ‘site’를 영어 철자 그대로 단어로 보아서 ‘장소’라는 의미로 활용했지만, 사실 ‘parasite’의 ‘site’는 어원상 ‘음식’을 의미하는 그리스어의 ‘σῖτος’(sitos)이다.

자본주의를 그냥 걸어서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매우 순진한 생각일 것이다. 우리는 순진하지 않다. 신자유주의는 우리의 자연 환경이다. 따라서 우리는 우리가 전략적 이중성(strategic duplicity)이라고 부르는 태도로 움직인다. 우리는 무턱대고 반대하지 않고 자본주의 체제의 작동과 함께 움직이되, 매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질적인 논리를 양성하면서 그렇게 한다. 대학이 잘 하는 것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 가운데 하나는 참으로 흥미있는 사람들을 끌어 모은다는 점이다. 대학은 삶을 바꾸는 모임들을 촉진할 수 있다. 그러나 체계로서는 실패하고 있다. 이 체계적 실패는 점점 더 심화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상상하는 것은 <세 생태학 연구소>가 <3E 과정 씨앗은행>의 도움을 받아서 대학의 일부가 되지 않으면서도 (혹은 대학의 논리에 포섭되지 않으면서도) 대학이 잘 하는 것들의 일부와 중첩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는 것이다.

 

마쑤미

— 가치의 문제로 되돌아가서, 우리는 통상적인 경제적인 원칙들을 하나도 따르지 않는 플랫폼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를 창조하고 싶다. 개별적 소유나 몫도 없을 것이고 내부적으로는 회계단위도 통화나 토큰도 없을 것이다. 거래가 활동모델이 되지 않을 것이다. 개인의 이익이 인센티브로서 사용되지도 않을 것이다. 사람들이 경험의 내연성을 함께 창조하여 단독으로 혹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일하면서 창조했던 것을 창발적으로 초과하는 복잡한 관계공간만이 존재할 것이다. 자기조직적이 될 것이며 분리된 행정구조나 위계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고 심지어는 형식적인 의사결정 규칙들도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는 아나키즘적이다. 그러나 조직의 결여보다는 조직 잠재력의 잉여를 가동함으로써 그렇게 된다. 또한 그 어떤 개인적 가치도 유효하지 않다는 의미에서 그것을 코뮤니즘적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모든 것은 커먼즈이다.

 

매닝

— 언더커먼즈이다.

 

마쑤미

— 그렇다. 언더커먼즈(undercommons)는 프레드 모튼(Fred Moten)과 스테파노 하니(Stefano Harney)가 창발적 집단성을 가리킨 단어로서 우리에게 온 영감들 가운데 하나이다. 우리는 창발과 과정을 양성하고 싶지만, 동시에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들을 찾고 싶다. 이는 전략적 이중성(duplicity)이 현재 우리가 아는 바의 경제로 확대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에 완전히 생소한 논리에 따라 움직이면서도 자본주의 경제에 기생해야 한다.

[정리자] “··· 언더커먼즈는 우리가 거기서 반란을 일으키고 비판을 하는 영역이 아니다. 언더커먼즈는 우리가 ‘환난의 바다에 맞서서 무기 들고 대적해서 끝장내는’ 장소가 아니다. 언더커먼즈는 항상 여기 있는 공간이자 시간이다. 우리의 목표는―여기서는 항상 ‘우리’라고 말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방식이다― 환난을 끝장내는 것이 아니라 저 특수한 환난을 대적해야 할 것으로서 만들어내는 세계를 끝장내는 것이다···”(Jack Halberstam, from “The Wild Beyond: With and for the Undercommons” (Introduction to The Undercommons: Fugitive Planning & Black Study by Stefano Harney and Fred Moten).

우리가 생각하는 것은 협동적 과정이 근본적으로 반자본주의적인 원리들에 따라 플랫폼 기능을 거치게 만들고 삶의 잉여가치의 집단적 생산에 중심을 두며 그러한 생산을 막(膜)으로써 지배적인 경제로부터 분리하는 것이다. 막은 분리를 창출하는 동시에 통과하는 운동을 허용한다. 막에는 구멍들이 나있다. 우리는 창조적 과정이 문턱을 넘어갈 때, 그리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왔다 갔다 할 때 일어나는 질적인 이동을 기록하는 방법들을 찾으려고 한다. 기록되는 것은 삶의 잉여가치의 생산의, 그 썰물과 밀물의, 정동적 내연성이다. 막이 하는 일은 그 질적 흐름들을 숫자적 표현으로 옮겨놓는 것인데, 이것이 암호화폐에 새겨질 것이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협동적 창조의 에너지로 크립토를 채굴할 것이다. 창발적 집단성을 화폐화할 것이다. 암호통화는 창조적 과정을 진행시키고 다른 기획들로 분기시키는 우리의 능력으로 우리가 구축할 수 있는 믿음에 의해서 ‘뒷받침될’ 것이다. 대안교육의 실험인 <세 생태학 연구소>의 활동이 그 증거이다.

막이 두 면 가운데 화폐경제와 접하고 있는 면에서는 인정받을 수 있고 수량화될 수 있는 가치 운동의 산출이 이루어질 것이다. 플랫폼 내부에서 진행되는 창조과정이 화폐 경제의 논리에 의해 식민화되는 것을 막이 막아줄 것이다. 우리는 두 세계의 가장 좋은 것을 취하려고 한다. 통화가 단지 투기수단이 되지 않는 것이 필수적일 것이다. 우리의 경제 공간은 다른 경제 공간들의 생태계에 거하면서 블록체인/포스트블록체인 자율적 조직을 협동적 노력들에 맞추는 실험을 할 것이다. 여기서도 열쇠가 되는 것은 어떻게 질적인 분석을 사용하여 창조적 내연성의 운동을 기록할 것인가의 문제―어떻게 숫자를 살살 달래서 경험의 질과 연대를 맺게 하는가의 문제―에 실행 가능한 해법을 찾는 것이다. 노라 베잇슨(Nora Bateson)이 개발한 ‘웜 데이터’(warm data)란 새로운 개념이 있다. 이는 우리의 목표와 유사한 목표를 가진 데이터이다.

 

토도로프

— 당신들은 다른 모든 것으로부터 분리하는 막을 가진 체계를 창출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 또한 자본주의 외부로 걸어 나갈 만큼 순진하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당신들의 웹사이트 어딘가에서 ‘추상을 점령하기’라는 어구를 본 적이 있다. 그럼 당신들이 개발해내는 이 경제는 추상적인 것을 ‘점령하는’ 것인가?

 

매닝

— 만일 우리가 추상적인 것을 점령하고 있다면 우리는 영토와 무관한 방식으로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사유 실험이다. 우리가 그 씨앗을 심지만 다른 이들에 의해서 그리고 다른 이들과 함께 계속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어찌어찌해서 과정 씨앗을 산출했는데 그것이 우리를 떠나서 우리가 상상할 수 있었던 모든 것을 넘어서게 된다면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브라이언은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내 생각에 우리가 무언가를 점령하고 있다면, 점령 대상은 상상이다. 탈자본주의적 상상.

 

마쑤미

— 종종 임시적 자율지대(a temporary autonomous zone, TAZ)라고 불렀던 것을 창출하는 것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가 모두 자본과 공모자라는 것을 알면서, 그리고 그저 걸어서 자본주의를 유유히 빠져나올 수는 없다는 것을 알면서 그렇게 한다. 만일 자본을 유유히 빠져나온다면 그것은 검토되지 않은 전제를 지니고 나오는 것이 될 것이고 모든 것이 무너질 것이다. 우리는 전략적 이중성을 구사하면서 자본과의 공모관계로부터 출발하고 그 공모관계와 함께 움직이고 싶다. 기만적이 된다는 말이 아니다. 동시에 두 영역에서 움직인다는 말이다.

우리는 아나코-코뮌주의적 논리를 따라 임시적 자율지대를 창출하는 동시에 그것을 기존의 신자유주의 경제에 접목시킬 수 있으면 한다. 좋든 싫든 신자유주의가 오늘날 우리의 삶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신자유주의의 촉수는 사방팔방으로만이 아니라 우리의 내면까지 뻗쳐서 그 장악력을 느슨하게 하기 위해서는 힘들게 노력해야 하고 좋은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에 사는 방법들을 찾아야 하는 한편, 장차 올 탈자본주의적 세계를 미리 보여주는 미래성의 불꽃들을 발산해야 한다. 따라서 함께 살기라는 의미의 점령이다. 임시적 자율지대는 따로 떨어진 세계가 아니다. 현재 있는 그대로의 세계 속에 있는 구멍이며, 거기서 무언가가 자랄 수 있다. 이 지대는 기존의 세계를 떠난다는 기만적인 생각이 없이 들어설 수 있는 관계적 공간이다. 즉각적인 대체를 목적으로 삼기보다는 보완함으로써 시작한다. 이 보완이 자라서 우리의 ‘함께 살기’를 더 많이 끌어들여 마침내 지배적인 경제와 맞설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의 ‘추상을 점령하기’는 ‘월가를 점령하라’가 하려는 일을 다른 식으로 하려는 것이다. 즉 화폐를, 금융을 점령하고 가치를 되찾으려는 것이다. 월가와 금융 세계는 현재의 지배적 경제 부분이다. 이들과 씨름하지 않고서는 자본주의에 맞설 수 없다. 파생상품이나 신용파산스왑(credit default swaps) 같은 지배적인 금융도구들은 고도로 추상적이다. 이 도구들은 모두 자본주의적 형태의 잉여가치생산을 바탕으로 돌아간다. ‘더 많이’를 향한 투기적 에너지를 바탕으로 돌아간다. 만일 우리가 금융을 점령하기를 바란다면, 함께 사는 새로운 삶의 양태를 창조하기 위해서 이 투기적 에너지를 되찾아 와야 한다. 우리는 상상을 점령하고 싶다. 그러나 그것은 집단적 상상이어야 한다.




기업에서 크립토네트워크로


  • 저자  :  조지 자카다키스(George Zarkadakis)
  • 원문 : Do platforms work?” (2018.5.28) 
  • 분류 : 내용 정리
  • 정리자 : 정백수
  • 설명 : 자카다키스는 과학 작가, 소설가, 인공지능 엔지니어이다. 최근의 저서로 In Our Own Image: Savior or Destroyer? The History and Future of Artificial Intelligence (2016)가 있다.

 

자카다키스는 이 글에서 회사의 대표적인 형태인 코퍼레이션(corporation)이 쇠퇴하고 플랫폼이 새로운 형태로 등장하고 있음을 포착해서 제시한다. 코퍼레이션의 사전적 의미는 ‘단일한 법 주체(법인)로서 행동하고 그렇게 법에서 인정받는 회사, 혹은 집단 혹은 조직’인데, 자카다키스가 말하는 코퍼레이션은 여기서 법인 형태의 회사이다. 실제로 ‘corporation’이라는 말은 맥락에 따라 ‘기업’, ‘(주식)회사’, ‘법인’ 등으로 옮길 수 있는데, 여기서는 다른 형태의 법인을 배제하기 위해서 그냥 ‘코퍼레이션’이라고 옮기기로 한다. ‘corporation’은 어원상으로는 ‘법’의 의미도 ‘인’(person)의 의미도 없다. ‘통합’이 그 원래의 의미이다. 즉 여러 요소들이 통합되어 하나의 단일한 법 주체가 되었다는 말이다.

자카다키스는 ‘코퍼레이션’(즉 회사로서의 법인)에 어떤 요소들이 통합되었는지를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코즈(Ronald Coase)의 1937년 회사(firm) 이론을 원용하여 설명한다. 코즈는 다음의 세 요소를 통합하여 하나의 회사(company)로 만드는 것이 비용을 세 측면에서 최소화해준다고 설명했다.

① 자원 확보(resourcing) : 적절한 숙련과 지식을 가진 사람들을 필요할 때마다 회사 외부에서 찾기보다는 회사 내부로부터 찾아 구하는 것이 덜 비싸다.

② 거래하기(transacting), 혹은 과정 및 자원을 관리하기 : 다수의 외부 계약자들에게 시선을 두고 있는 것보다는 회사 내부에 팀을 두는 것이 관리 부담이 덜하다.

③ 계약하기(contracting) : 회사 내부에 작업이 생길 때마다 매번 규칙과 조건을 새로 협상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계약에 들어있는 규칙과 조건이 계속 유지된다.

이 세 비용을 줄임으로써 코퍼레이션은 경제활동을 증가시키기는 데 최적의 구조가 되었다고 코즈는 주장한다.

그런데 상황이 변했다. 소프트웨어, 인터넷, 인공지능 덕분에 코즈가 말한 비용들이 회사 외부의 도구를 사용하더라도 회사 내부의 도구를 사용하는 것만큼이나 줄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 시장을 통해 프리랜스 노동자들을 발견하는 것이 정규직 노동자들을 채용하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고 덜 위험하고 더 빠를 수 있다. 협동 도구들이 관리자가 없는 형태의 노동이 들어설 공간을 열어준다. 그리고 계약비용은 블록체인 프로토콜의 출현 덕분에 상당히 하락할 수 있다. 이러한 혁신의 결과로 새로운 방식의 노동이 출현하고 있다. 이제 노동은 개방적이고 숙련에 기반을 두며 소프트웨어에 의해 최적화된 일련의 상호작용을 의미하게 된다. ‘코퍼레이션’이 있던 자리에 ‘플랫폼’이 들어서는 것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다.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 희망을 주는 것인가 아니면 위협적인 것인가?’이다.

『플랫폼 혁명』(Platform Revolution, 2016)이라는 책에서 파커(Geoffrey Parker), 반 앨스타인(Marshall Van Alstyne), 그리고 초우더리(Sangeet Paul Choudary)는 사업체들이 예전에는 ‘파이프’(선형 모델)였는데 이제는 ‘플랫폼’(네트워크 모델)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혁명 이전에 회사들이 재화와 서비스를 생산하여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과정은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의 흐름이라는 형태를 띤다. 마치 파이프들이 심해 유정을 차에 휘발유를 급유하는 사람에게 연결하는 것과 같다. 이와 달리 플랫폼들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뚜렷한 구분을 무너뜨린다. 사용자들도 가치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플랫폼들은 파이프 형태와는 다른 기반시설을 필요로 한다. 사업체의 주요 과제는 창조자들과 소비자들을 거래가 일어나기에 적절한 비율로 끌어 모으는 것이다. 두 (혹은 더 많은) 집단들 사이의 교환을 양성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플랫폼들은 사실 시장과 매우 유사하다. 그런데 이제 경제적 가치가 회사 외부에서만이 아니라 내부에서도 생성될 수 있는 것이다.

우버가 그 고전적인 사례이다. 소비자들이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승차 주문을 쉽게 만들기에 충분한 운전자들이 플랫폼에 있어야 한다. 다른 한편 운전자들이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기본 소득을 보장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소비자들이 있어야 한다. 이 둘 사이의 평형을 찾으려면 상당한 선행 투자가 필요하다. 소비자들이 아직 없더라도 돈을 지출하거나 공급자들이 뛰어들 인센티브를 주어야 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어떤 지점에서 이른바 ‘네트워크 효과’가 발동한다. 플랫폼이 더 많은 공급자들과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것이 되고 이로 인해 거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제 플랫폼의 소유자는 모든 거래에서 일정 몫을 플랫폼사용료(‘rent’)로 취함으로써 돈을 벌 수 있다. 네트워크가 커지면 소유자가 버는 돈도 커진다. 이런 식으로 플랫폼은 경제적으로 가치를 낳는 것이 된다.

그런데 모든 플랫폼들이 똑같이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인터넷의 첫째 국면)에는 웹을 돌아다니면서 모두가 상당히 평등한 지위에 있는 대화방과 포럼 형태의 열린 공간을 만나곤 했다. 그런데 인터넷의 둘째 국면에서는 이 공간들이 폐쇄되고 네 개의 거대한 첨단기술 회사들―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이 제공하는 사유화된(proprietary) 서비스들에 의해 대체된다. 사용자들은 효율성과 편의 때문에 그런 플랫폼들로 이동했다. 이렇게 해서 오늘날 우리가 보는 첨단기술 과점(寡占) 현상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이 사업체들은 중앙집중화되어 있고 소수가 소유하고 있다. 이것이 함축하는 바는 크다. 소비자 데이터가 이윤과 권세를 위해 마구 이용될 수 있고 개발자들은 기업 우두머리들이 정한 규칙을 지켜야 한다. 그리고 이 규칙들은 소수의 특수한 이해관계에 따라 예측 불가능하게 바뀔 수 있다. 요컨대 인터넷이라는 경쟁의 장이 더 이상 평평하지 않고 플랫폼을 소유한 거물들을 향해 크게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플랫폼들은 회사가 사용자들과 관계하는 방식을 재발명했을 뿐만이 아니라 또한 일이 행해지는 방식을 재발명했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일을 인간들과 알고리즘들의 혼합이 실행하는 과제들로 분해했을 때, ‘긱 경제’(노동이 임시적이고 숙련 기반이며 온디맨드 식)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우버의 운전자이든 업워크(Upwork)를 통해 계약한 금융분석가이든 구글이나 아마존의 개발 사업에서 마이크로태스크를 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든, 그 생계가 수요의 주기적 변동에 의존한다. 잉여 이윤은 플랫폼의 소유자에게 돌아가는데, 이 소유자는 고용과 관련된 보호장치들을 제공할 의무가 없다. 여기에 자동화와 인공지능의 위협을 더한다면 그 결과는 적자생존이라는 시나리오가 된다.

회사를 ‘제대로 된’ 직원들로 플랫폼화하더라도 인간 본성과 충돌할 수 있다. 현재 아마존이 소유하고 있는, 신발과 의류를 파는 디지털 숍인 자포스(Zappos)는 약 1,500명의 직원을 채용하여 매해 3십억 달러 상당의 제품을 판다. 2013년에 자포스는 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가 발명한 자기조직화 방법인 ‘홀러크라시’(holacracy)라고 부르는 시스템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홀러크라시는 피라미드식 위계 대신에 ‘서클들’을 중심으로 조직된다. 각 서클은 마케팅 같은 전통적인 시장 기능과 동시에 특수한 기획이나 과제에 집중하는 다른 ‘하부서클’도 포함할 수 있다. 노동자들은 하부서클을 가로질러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으며, 일에 방해가 되는 관리자는 없다. 그 대신에 소프트웨어가 개인들과 팀들의 협동과 수행을 가능하게 하고 ‘전술 미팅들’이 직원들로 하여금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에 대한 피드백을 제공하도록 한다. 그런데 홀러크러시가 약속하는 유연성과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관찰자들은 이 시스템이 노동자들의 정서적 욕구를 수용하지 못하며 인간을 디지털 자본주의의 운영체제 위에서 돌아가는 프로그램으로 환원시킨다고 비판한다. 이와 유사하게 우버 운전자들은 자신이 사람 같이 느껴지기보다는 앱이 조작하는 로봇 같이 느껴진다고 말한다. 일을 과제들로 분해하고 그 할당을 자동화함으로써 오늘날의 인간 노동자들은 내일의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에 의해 축출될 위험이 있는 것이다.

노동하는 사람들이 디지털 군주들에 종속된 이류 농노들로서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기를 바라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는 불가피한 것이 아니다. 노동자들이 직접 플랫폼을 통제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래로부터의 자기조직된 사업네트워크를 트레버 숄츠(Trebor Scholz)는 ‘플랫폼 협동조합주의’라고 불렀다. 가령 일단의 운전자들이 우버와 유사한 플랫폼을 구축하지 말란 법이 없다. 그것을 개발할 소프트웨어 도구는 오픈소스라서 쉽게 구할 수 있다. 개발하고 설계할 재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참여할 인센티브를 줄 수 있다.

실제로 이런 자율적 기획이 이미 존재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승차공유 플랫폼인 라주즈(La’Zooz)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 누구나 가입하여 주즈(Zooz) 토큰을 벌 수 있다. 이 토큰으로 차를 탈 수도 있고 이 사업의 소유권의 지분을 나타내는 가치를 저장할 수도 있다. 해당 앱으로 20킬로 이상을 운전하거나 설계에 코드를 기여하거나 다른 사람을 참여시킬 때마다 토큰을 벌 수 있다. 주즈 토큰의 이중적 목적은 ① 플랫폼의 소유권을 민주화하는 것 ② 사용자들이 자신들이 창조하는 가치로부터 혜택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폐쇄된 플랫폼에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증가하면 플랫폼사용료가 빼내어져 주주들 혹은 자본 소유자들에게로 간다. 이와 달리 토큰화된 플랫폼에서는 사용자들의 거래가 창조한 가치가 사용자들이 소유한 토큰의 가치를 증가시킨다. 요컨대 사용자들은 네트워크 효과가 낸 경제적 가치를 멀리 있는 주주들에게 뺏기지 않고 토큰을 통해 최대의 이득을 볼 수 있다.

민주화된 구조의 또 하나의 사례는 ‘탈중심화된 자율조직’(decentralised autonomous organisation, DAO)이다. 이는 2016년 5월에 블록체인 기반의 플랫폼인 이더리움(Ethereum)을 바탕으로 선을 보였다. DAO의 목표는 리더가 없는 벤처 자본 펀드가 되는 것이다. 관리구조도 없고 이사진도 없으며 직원도 없다. DAO는 DAO 토큰을 보유한 18,000명 이상의 ‘이해관계자들’에게 소유권을 확대했다. 이들은 투표권도 가진다. 모든 펀딩 결정은 투표에 의해 결정되며 그 결과에 따라 자동으로 실행된다. 그런 다음에 이윤과 손실이 토큰 소유자들에게 분배된다. 참여자들은 다수결 투표 기반으로 거래를 안전하게 하는 규칙들을 통해 ‘온체인’(on chain)으로 결정에 대하여 직접적 발언권을 가진다. 그들은 또한 토론그룹과 같은 사교적 구조들을 통해 ‘오프체인’(off-chain)으로도 발언권을 가진다.

DAO는 신뢰받는 투자관리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 작동 주기는 ‘스마트 계약들’ 안에 함입되어 있다. ‘스마트 계약’이란 소프트웨어 코드로 작성된, 실행에 관한 규칙들을 담은 합의(agreements)이다. DAO는 비록 초기에 겪게 마련인 어려운 문제들― 여기에는 2016년 6월의 대대적 해킹 사건도 포함된다― 을 안고 있지만, 새로운 유형의 자치적인 조직이 어떻게 창출되는지를 원칙적으로 보여준다.

이제 인터넷 진화의 제3기가 ‘크립토네트워크들’(cryptonetworks)에 의해서 도래하고 있다. 이 플랫폼들은 본래 탈중심화되어 있으며 참여자들은 네트워크에서의 거래에서 토큰(혹은 ‘암호코인’)을 구매하고 소비한다. 권위를 가진 중앙이 없이 합의에 도달하거나 거래가 기록된다. 토큰과 합의라는 이 두 요소가 민주적·공동체적 거버넌스 모델을 낳는데, 이는 이전에는 신뢰받는 제3자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참여자들은 코인을 팖으로써 간단하게 퇴장하거나 극단적인 경우에는 과거의 버전을 떠나 새 버전으로 분기하는 새로운 규칙을 채택하는 ‘하드포킹’(hard-forking)을 함으로써 퇴장할 수 있다.

크립토네트워크들은 노동자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자신들의 플랫폼을 건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는 노동자들이 주인이고 소득이 공정하게 분배되며 이윤과 손실이 공유된다. 토큰의 동학이 참여자들의 이익이 공통의 포부와 목표를 중심으로 정렬될 수 있게 만든다. 토큰의 가치의 인정이 네트워크의 성장을 통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는 크립토네트워크의 초기에 있다. 규모와 수행성에서 아직 심각한 기술적 결함들이 존재한다. 현재로서는 블록체인이 처리하는 거래들의 수가 중앙집중화된 소프트웨어들이 처리하는 엄청난 수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그리고 블록체인 위에서 거래를 안전하게 확보하는 데 드는 에너지의 양이 기술적인 이유로 시간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왜 크립토네트워크들이 미래의 플랫폼일 수 있다고 낙관하는가?

중앙집중화된 플랫폼들이 개발자들을 질식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데이터로 돈을 버는 데 혈안이 되어서 상상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은 응용프로그램을 내기 위해서 승인을 받아야 하는 앱스토어나 구글플레이에 좌절하고 있다. 플랫폼 집단주의 경제가 플랫폼 자본주의의 승자가 모두 가져가는 식의 접근법보다 더 큰 자유와 보상을 제공한다.

협동하는 집단들의 상호연결된 생태계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재화를 생산하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다. 예전에 코퍼레이션이 있던 자리에 이제는 위계를 일소하고 공동선을 위해 협동하는 세포들(cells)의 네트워크가 들어설 수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회사 구조는 사용기한이 다했는지도 모른다. 사회가 플랫폼의 경제를 수용할 수 있고 소유권이 노동자들에게로 이동하면 더 공정하고 복원력 있으며 민주적인 사회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근본 가치를 가진 네 유형의 토큰


  • 저자  :  Nick Tomaino
  • 원문 : “On Token Value” (2017.8.7)
  • 분류 : 일부 내용 정리
  • 정리자 : 정백수

 

근본 가치를 가진 네 유형의 토큰

토큰 유형 기능/설명 사례
전통적 자산 토큰

전통적 자산을 암호기술로 재현함

[설명] 전통적 자산은 증권, 부동산, 황금 등이다. 이 유형의 토큰이 가장 보기 힘들다. 시장 가치로 따져서 상위 10개 가운데 이 유형은 없다.

[주석] 상위 10개 코인

① Bitcoin (BTC) ② Eethereum (ETH) ③ Ripple (XRP) ④ Bitcoin Cash (BCH) ⑤ Litecoin (LTC) ⑥ Nem (XEM) ⑦ Eethereum Classic (ETC) ⑧ Dash (DASH) ⑨ IOTA (IOTA) ⑩ Monero (XMR)

USDT (Tether)

DGD (DigxDAO)

이용권 토큰

(usage token)

디지털 서비스에의 접근을 제공함
[설명] 중앙집중화되지 않은 방식으로 통제되는 서비스에 접근할 때 토큰이 필요하다. 프로토콜이라고 부르는 것을 일반인은 공적 디지털 서비스라고 이해하면 더 쉽다. 이 토큰의 근본 가치는 디지털 서비스의 바탕에 있는 자원의 특유함과 탈중심화된 디지털 서비스 자체의 효용에 의해 결정된다. 오늘날 가장 흔한 유형이며 비트코인이 가장 잘 알려진 사례이다. 상위 10개 토큰 가운데 9개가 이용권 토큰이다.

BTC

ETH

BAT (Basic Attention Token)

노동권 토큰

(work token)

탈중심화된 조직에 노동을 기여할 권리를 제공함

[설명] 기여한 노동에 대해서 보상을 받기도 하지만 항상 그런 것은 아니다. 노동권 토큰의 근본 가치는 토큰 보유자가 탈중심화된 조직에서 얻는 효용에 의해 결정된다. 이 효용은 보수(fee)의 형태로 올 수도 있고 성가(聲價)의 형태로 올 수도 있다. 노동권 토큰들은 위의 두 유형보다 훨씬 덜 이해되고 있다. 사례들이 많지는 않고 몇 개―Augur의 Reputation (REP), Maker DAO의 Maker (MKR)―있다. Augur의 경우 탈중심화된 예측 시장을 이용하는 데 REP가 필요하지는 않다. 그러나 그 대신에 REP는 이해관계자에게 사건들의 결과에 관해 보고할 권리를 부여한다. 이 보고는 전체 체계가 제대로 기능하는 데 필요하다. Maker의 경우 MKR을 보유한 이해관계자들이 탈중심화된 조직을 다스리는 사람들로서 조직이 제대로 기능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여러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REP

MKR

혼합형 토큰

(이용권 + 노동권)

Hybrid

(usage + work)

디지털 서비스에의 접근과 노동을 기여할 권리를 제공함

[설명] 많은 미래의 토큰들은 이용권 토큰과 노동권 토큰의 기능을 동시에 가질 것이다. 이더리움이 작업증명에서 지분증명으로 전환할 때 ETH는 이용권 토큰(Ethereum Virtual Machine을 사용하려면 Gas―이더리움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작동의 실행 수수료―가 필요하다)인 동시에 노동권 토큰(거래를 확증하고 그 작업에 대해 보수를 받는 권리를 ETH가 부여할 것이다)이 될 것이다. Protocol Labs의 Filecoin(FIL)이 또 하나의 혼합형 토큰의 사례가 될 듯하다. 탈중심화된 저장 시스템을 이용하는 데에도 FIL이 필요하고 시스템에 저장 공간을 기여하는 데에도 FIL이 필요하다. 앞으로는 혼합형 토큰이 상위 10개 토큰 가운데 더 많은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FIL

ETH (with Ca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