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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항의운동은 이주노동자들을 무시하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 저자  : Promise Li
  • 원문 : Hong Kong’s protest movement must stop ignoring migrant workers(2019.8.23) / 이 글은 독립온라인잡지 www.opendemocracy.net에서 최초로 발행되었다.
  • 분류 : 번역
  • 옮긴이 : 채희숙
  • 설명 : 이 글의 저자 프라미스 리(Promise Li)는 <연대>(Solidarity[U.S.])의 회원이자 전직 상근 조직가이고, LA 차이나타운에 있는 <평등한 발전을 위한 차이나타운 공동체>(Chinatown Community for Equitable Development, CCED)의 입주자 조직가다. 그는 현재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과정 중에 있다. 이 글에 사용된 이름들 ‘클라리스’와 ‘홉’은 신분 보호를 위해 변경된 것이다.

 

8월 5일, 35만 명 이상의 노동자들이 홍콩에서 여러 세대 만에 처음 일어난 총파업에 참여했다. 항공편이 모두 취소됐고 도시의 교통체계는 혼란에 빠졌다. 이 파업은 최고 행정관이 입법부를 건너뛰고 범죄인 인도 결정을 지시하는 전례 없는 권력을 승인하는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수 주간 항의운동의 정점이었다. 이 항의운동은 노동자와 학생 사이 결속을 인상 깊게 보여주었으며 최근 잇따른 도시의 대중 집결에서 중요한 진전이었다. 그러나 총파업에서는 드물게 노동조건에 대한 분명한 요구가 없었다. 중국으로부터의 자치권 운동은 수백만의 사람들을 거리에 집결시켰지만, 그 파업이 드러냈듯이 이 운동은 몇몇 연대의 길들을 간과하고 있다.

동남아시아에서 온 이주가사노동자들은 이 도시의 현재 투쟁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다소 도외시되고 있다. 대부분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서 온 (총파업의 규모보다 더 큰) 거의 40만의 이주노동자들이 홍콩에서 극히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한다. 대부분은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에 오지만, 거의 80%는 빚을 지고 있고 채용기관의 착취적인 관행에 묶여있다.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이주노동자들은 홍콩경제에 126억 달러 이상 기여하고 있다.

이 노동자들 중 많은 이들이 항의운동을 찬성하고 있으며, 홍콩의 민주화를 지지하는 <홍콩노동조합연맹>(Hong Kong Confederation of Trade Unions, HKCTU)에 소속되어 있기도 한 몇몇 이주자조합은 조합원들이 거리로 나가도록 강력하게 북돋았다. 그러나 다양한 압력이 그들의 참여를 제한하고, 항의운동의 요구들은 이주 노동자들의 중요한 관심사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았다. 일부는 취업비자가 취소되는 것이 두려워서 참여할 수 없었다. 필리핀영사관은 이주노동자들의 항의운동 참여를 단념시키는 안내문을 보냈다. 필리핀 이주노동자인 클라리스(Clarisse)는 많은 고용주들이 항의운동에 참여하는 것을 탐탁찮아하며 그중 일부는 법적으로 의무화된 휴일을 갖지 못하도록 막았다고 말한다. 게다가 그녀는 이주자들이 주로 모이는 지역들은 경찰과 시위대 사이 충돌의 핵심장소가 되었다고 지적한다.

<국제가정노동자연맹>(International Domestic Workers Federation, IDWF)의 지역 코디네이터인 피쉬 입(Fish Ip)에 따르면, ‘위챗’(WeChat)과 ‘왓스앱’(Whatsapp)과 같은 이주노동자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가짜 정부안내문과 심지어 죽음 위협까지도 익명으로 떠돌고 있다. 한 메시지는 그중 상당수가 심지어 가사노동자도 아닌 네팔, 인도, 파키스탄 사람들이 항의운동에 참여하면 그들을 공격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위협했는데, 그 메시지는 홍콩 내에 얼마나 다양한 소수인종들이 섞여있고 표적이 되는지를 보여준다. 홍콩경찰이 총파업 전날 필리핀 댄서를 괴롭히고 체포했다는 보도는 이런 공포를 더욱 악화시켰다. 다른 위협들은 위안랑(Yuen Long)에서 있었던 시위대에 대한 공격에 일부 소수민족들이 연루되었다는 소문에서 비롯된 보복으로서 표현되었다.

 

이주자에 대한 광범위한 무관심

홍콩은 취업과 관련된 여러 기본적인 권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바이와 같은 다른 주요 중심지보다 이주노동자에게 일하고 조직하기에 더 좋은 장소로 여겨지고 있다. 1996년부터 홍콩에서 일해 온 필리핀 사람 홉(Hope)은 범죄인 인도 법안이 이주자와 지역민 모두에게 마찬가지로 범죄인 인도 법안이 적용되어 더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의 길을 열어줄 것을 우려한다. 무엇보다도, 그녀는 노동조합을 결성할 권리 및 집회의 자유를 위한 권리가 위태로워질 것을 걱정한다. 홉은 필리핀영사관으로부터 시위는 가사노동자들이 신경 쓸 문제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클라리스는 “우리는 홍콩에 살면서 일하고 있으며, 이곳은 우리의 제2의 고향이고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영향을 받을 것이다”라며 그런 입장을 거부한다.

홍콩 이주노동자들의 곤경에 대한 무관심이 만연해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는 대체로 민주화 운동과 정부 모두에게 무시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들과의 인터뷰들은 이주자들이 홍콩을 제2의 고향으로 보는 복잡한 시선을 드러낸다. 그리고 최근 보고서는 이주가사노동자들이 더 많은 동아시아 여성(특히 엄마들)이 노동인구에 포함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제한된 참여에도 불구하고 이주자들은 이미 시위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들의 노동은 더 많은 가족들이 관여되는 것을 가능하게 한다.

항의운동은 일반 대중들로 하여금 그들의 도시의 구조적 이슈에 대한 이해를 재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주노동자의 권리는 사각지대로 남아있다. 예를 들어 경찰의 치안활동에 대한 불신이 증가하는 것은 급진화를 위한 새롭고 결정적인 진전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상황에 대한 침묵은 시위대의 요구들이 가진 지속적인 약점을 드러낸다. 그 약점은 홍콩의 고난이 지구화된 착취경제 및 새로운 형태의 식민지화의 구조적 영향과 깊게 연관되어 있음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가사노동자이자 항의운동을 전반적으로 찬성하는 <인도네시아이주노동자동맹>(Indonesian Migrant Workers Alliance, IMWA)의 회원인 스링 아틴(Sring Atin)은 그 운동의 요구들이 이주자의 이슈를 구체적으로 다루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녀가 집결의 주요 초점으로 보는 새로운 범죄인 인도 정책에 대항하는 싸움은 “가장 소외된 지역사회에 양질의 어엿한 노동조건을 보장하라는 노동자의 요구를 포함해야 한다.”

이 이슈를 둘러싼 근시안적인 견해는 종종 지역주의 이데올로기를 구성하는 배타적이고 외국인혐오증적인 감정을 드러낸다. ‘홍콩 정체성’과 연관되어 있는 민족국민주의 감각은 중국 본토인 전체에 대한 노골적이고 무비판적인 외국인혐오증을 촉진한 <홍콩 토착민>(Hong Kong Indigenous)과 같은 많은 지역 집단들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었다. 이런 배타적인 감정은 홍콩의 투쟁에 보조적으로 보이는 이주노동자의 문제에 와서 더욱 미묘하고 다양하게 나타난다.

 

계급과 인종: 운동의 사각지대들?

홍콩은 중국과 미국의 지정학적 투쟁 사이에 끼어있다. 윌프레드 챈(Wilfred Chan)은 『반대』(Dissent)에서 이 도시가 “이런 중간지대의 관점에서 생존을 위한 반자본주의, 반권위주의 정치를 다시 상상하는 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일지 묻는다. 그 해답은 도시의 노동자계급운동에 있고 새로운 연합들에 대한 상상을 필요로 할 것이다. 초국적인 반자본주의 정치의 잠재성이 이미 여기에 있다. 즉, 이주자 및 지역민이 전지구적 금융 허브로서의 홍콩 정체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거의 모든 곳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도시에 말이다.

그러나 항의운동 내의 민족 간 분열은 도시의 노동경제 및 제도적 구조의 식민지적 유산에 대한 이해의 심화를 방해한다. 홍콩의 불완전한 탈식민화 과정이 낳은 결과들 중 다수를 감당하는 것은 동남아시아의 여성 가사노동자들이다. 홍콩은 젠더특정적인 착취적 노동관행의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식민지시기에 부유한 가정들은 종종 무임금 또는 저임금의 중국 여성 가사노동자들인 ‘무이 짜이’(mui tsais)에게 의존했다.

오늘날 자국에 존재하는 젠더 및 경제 불평등과 같은 요소들 때문에 자신들의 나라에서 밀려난 동남아시아의 디아스포라 여성들이 필수적인 돌봄노동을 지속하고 있다. 이주자 연구 학자인 라셀 파레냐스(Rhacel Parreñas)는 이것을 “재생산노동의 국제적 분업”이라고 부른다. 그녀는 자신의 책 『지구화의 하인』(Servants of Globalization)에 다음과 같이 쓰고 있다.

가사노동을 다른 나라로 공급하거나 받는 국가 모두에서, 대부분의 여성들은 젠더평등주의적인 가사노동의 분업을 달성하지 못했다. 대신 그들은 인종 그리고/또는 계급 특권을 이용해서 덜 특권적인 여성들에게 재생산노동의 책임을 이전시켰다.

이주민과 초국적 네트워크가 홍콩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소속에 대한 무비판적이고 배타적인 생각은 인종적 분할을 계속 강화시키고 있다. 홍콩의 극심한 부정의에 진정으로 도전할 수 있는 급진적인 운동은 보편적인 참정권에 대한 요구를 넘어서서 반드시 서로 다른 소외된 집단 간의 연결을 구축해야 한다.

이주노동자의 요구를 강조하는 일이 중국의 권위주의로부터 주의를 딴 데로 돌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반대로 그것은 노동을 그 모든 복잡한 역학 속에서, 즉 탈식민주의 홍콩 내부와 홍콩 너머 모두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게 한다. 왜 홍콩의 동남아시아 여성들의 임금이 그렇게 낮으며, 고국에서는 그보다도 더 낮은가? 홍콩과 중국의 정부는 이런 억압의 네트워크에 어떻게 연루되어 있거나 어떻게 적극적으로 이 네트워크를 촉진하는가? 소외된 집단들은 이 항의운동에 얼마나 참여 가능한가? 이것들은 시위대들이 홍콩 전체의 해방과 민주주의를 원한다면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질문들이다.

이주자노동조합들과 단체들은 이런 이슈들을 눈앞에 보이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수년간 승리를 거두었음에도 그들은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에 대항하는 대중적 연대 행동을 집결시킬 수 없었다. 현재의 항의운동을 좀 더 폭넓게 만들자는 그들의 요구는 그 운동에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항의운동을 지지하는 자기조직화한 전업주부들의 최근 청원이 시사하듯, 가사 돌봄노동은 합법적인 노동일뿐 아니라 광범위한 투쟁의 조건을 분명히 하는 종류의 노동이다.

누가 시위대의 구호 ‘오직 자기만이 자기의 홍콩을 구할 것이다’(自己香港自己救)의 ‘자기’(自己)에 포함되는가? ‘자기’ 중 일부에 지역적인만큼 초국적이기도 한 디아스포라 집단들이 포함될 때, 우리의 행동주의와 분석은 어떻게 되는가? 이런 질문들은 그저 학문적인 것이거나 사변적인 것이 아니다. 그것들은 홍콩 해방투쟁의 구체적인 한계를 결정한다.

중국의 권위주의적 자본주의 아래 있는 홍콩에서 온갖 억압과 전투를 벌이는 일은 중화사상, 홍콩 민족국민주의와 같은 배타적인 이데올로기의 짐을 덜어내는 것을 반드시 수반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의 식민주의적 야망과 싸우기 위해서 우리는 반드시 자기 내부를 봐야만 한다. 자유는 검은 가면을 쓴 전위만이 아니라 전선에 없는 많은 이들에게도 있다. 우리는 지역민에 누가 포함되어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지역적인 것이 초국적인 것과 연관되어 있는지를 다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홍콩의 경우, 자본주의에 맞서 전지구적으로 벌어지는 풀뿌리들의 싸움과의 결정적 연결고리는 홍콩의 이주노동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