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그룹들의 네트워크가 중요한 5가지 이유
- 저자 : 리처드 D. 바틀렛(Richard D. Bartlett)
- 원문 : “5 Reasons to Build a Network of Small Groups, Rather than a Mass Movement of Individuals” (2017.4.16) /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
- 옮긴이 : 민서
- 리처드 D. 바틀렛은 오큐파이 운동에서 영감을 얻어 개발한 의사결정 소프트웨어 (Decision-making software, DM software)인 루미오(Loomio)의 공동설립자이며 오픈소스 하드웨어의 열렬한 팬이다.
개인들의 대규모 운동보다 소규모 그룹들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5가지 이유
우리는 현재 미국 전역을 여행하는 중이며, 활동가들―도시 지역 조직자들에서부터 블랙 블록(black bloc) 무정부주의자들,(([옮긴이] 블랙 블록은 자신의 정체를 숨기기 위해 검은 옷을 입고 스카프•선글라스•스키 마스크•헬멧이나 여타 얼굴을 가리고 보호하는 장비들을 착용하는 항의자 집단들을 일컫는 이름이다.)) 귀농(back-to-the-land) 공동체주의자들((옮긴이] 귀농 운동(Back-To-The-Land movement)은 다양한 역사적 시기에 걸쳐있는 수많은 토지운동을 포괄하는 용어이지만 공통적으로 사람들에게 소규모 농지를 마련해서 소규모로 자기 자신을 위해서든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든 식량을 재배하라는 요청을 하고 있다. 귀농운동 개념은 활동가인 볼튼 홀(Bolton Hall)에 의해 20세기 초 미국에서 대중화되었지만 실천적인 면에서는 그 이전에도 유럽이 우세했다.))과 진보적인 대규모 운동가들에 이르기까지―과 만나고 있다.
대부분 미국 좌파 정치담론은 거대한 규모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환경론자들은 지구를 구하고 싶어 한다. 진보적인 사람들은 #하나의진정한해시태그(#OneTrueHashtag)에 수백만 명의 사람들을 모으고 싶어 한다. 이 여행을 준비할 때 나는 초기의 모임들 가운데 하나로 지역에서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 조직과 만났는데 그들은 그들의 노력을 어떻게 전국적인 규모로 확대할 수 있을지에 대하여 격앙되어 있었다. 내 조언은 이렇다. 전국적인 관료제 조직을 키우는 데 시간낭비하지 마라. 현재 작동하고 있는 것에만 충실 하라. 그리고 사람들이 당신을 모방할 수 있도록 모든 것을 공개하라.
나는 미국인들이 계속해서 거대한 움직임을 만들어나갈 것임을 알고 있다. 얼마나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내가 조그만 규모에 집중하는 이유를 함께 나누고 싶었다. 나는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의 스냅샷을 제시할 것이다. (나는 내가 옳다고 당신을 설득하기보다 오히려 내가 얼마나 틀렸는지를 배워서 몇 달 후 되돌아갈 작정이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듯이 장기간에 걸친 인간 생존은 우리가 현 상황을 근본적으로 다른 행동과 구조들로 대체하는 데 달려 있다. 나는 그 과제의 뿌리가 본질적으로 문화에 내려져 있고 문화를 성장시킬 최적의 장소는 소규모 그룹 안에 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생각하고 관련시키고 의사소통하는 새로운 방식에 함입한 활동가들을 일정 수 이상 확보할 때까지 어떤 대규모 운동이라도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할 것이다.
그래서 여기에 ··· 소규모 그룹에 집중하는 다섯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이유 1: 새로운 습관을 배우는 장소
나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남자아이로 자랐다. 말을 할 수 있기도 전에 나는 젠더에 관한 엄청나게 멍청한 교훈들을 배우고 있었다. ‘남자아이는 매니큐어를 바르지 않는다’와 같은 몇 가지 교훈들은 비교적 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들은 약점을 보여주지 않는다’와 ‘여자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와 같은 대부분 교훈들은 독이 되었다.
나는 또한 정직하고 시스젠더인(([옮긴이] 시스젠더(cisgender)란 자신이 태어날 때 부여받은 ‘신체적 성별(sex)’과 본인의 ‘젠더 정체성'(gender identity)이 일치하는 사람이다. ‘트랜스젠더’의 반대말이다.)) 노동자 계급 백인으로서 일부일처제를 따르고, 오른손잡이이며 영어를 사용하고, 정상적인 지능을 가졌으며, 신체가 튼튼하고, 육식을 하는 프로테스탄트로 자랐다. 이 다양한 차원들 각각은 나를 성장시켰던 다면(多面)의 용기(容器)를 형성했고 모두 영향을 미쳤다. 몇 가지 영향들은 비교적 해가 되지 않았지만 대부분은 심각하게 형편없는 행동을 초래했다. 오랫동안 나는 내 형편없는 행동을 드러내고 결과적으로 형편없는 관계들을 맺는 삶을 경험했다. 내 남성성에서 가부장제 요소를 없애는 법을 배운 것은 내가 들어가 일할 작고 결속력이 강한 그룹을 발견한 바로 그 때였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자. 루미오에서 우리는 모든 일을 공평하게 나누게 될 것이며, 아무도 자신들이 원치 않는 일을 하도록 강요당하지 않을 것이며, 모든 사람의 기여는 인정될 것이라는 분명한 협정을 맺었다. 내가 심지어 알지 못했던 종류의 노동―감정노동―이 전적으로 존재했다는 것을 내가 서서히 알아차리기 시작했던 것은 우리가 그런 협정을 한 직후였다. 장난감 가게의 여자아이용 코너에서 장난감을 찾지 않도록 훈련받았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나는 돌보고, 격려하고, 달래고, 적응하고, 준비하고, 초대하고, 모으고, 뒷정리하는 일을 쳐다보지 않도록 훈련을 받았다. 협동조합에 속한 페미니스트 남녀들이 나에게 그 일에 주목하도록 하여 공평하게 내 몫의 일을 하는 방법을 나에게 가르쳐주었을 때 비로소 나는 이 노동에 관해 배웠다. 지금 우리는 팀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감정노동을 분배하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당신은 결속력이 강한 소규모 그룹에서 당신이 권하고 싶은 행동을 선택할 수 있고, 서로가 새로운 습관을 배우도록 돕는 데 어느 정도 에너지를 쓰고 싶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나는 내 남성성을 해독(解毒)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중인데, 형편없는 내 다른 편견들 가운데 몇 가지를 없애버리는 데도 같은 방법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그리고 이 방법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또 다른 예감도 든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억압적인 구조 내부에서 성장한 사람들과 단체를 조직할 생각이라면, 당신은 사람들을 자신들의 해묵은 유독한 습관들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상호작용의 프로토콜을 계획할 수 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이유 2: 관용을 실천하는 장소
많은 좌파 사람들이 관용에 관해 이야기하길 좋아하지만 솔직히 우리들 대부분은 관용을 베푸는데 아주 형편없다.
지난주 협동조합에 갔을 때 누군가가 “불법 이민자”라고 말한 나의 잘못을 지적했다. 그때 내가 그 말로 의미했던 것은 “밀입국 노동자”였다. 하지만 그 사람은 말 그대로 그 다음 문장에서 모든 트럼프 지지자들을 “미치광이”라고 일축했다.
나는 사람들을 “불법”이라 부르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는 데 동의하지만 “미치광이”도 마찬가지다. 핵심은 우리들 대부분은 줄곧 멍청한 말을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교육을 많이 받아 충분히 신중하다면 어휘를 순화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당신은 멍청이가 아니라는 것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우리가 완전히 정화되기 이전이라도 우리는 함께 일하는 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결속력이 강한 소규모 단체에서 일할 때 우리는, 우리 모두가 상당히 품위 있는 인간이고 있는 힘을 다해 노력을 하고 있으며 기꺼이 더 좋은 교육을 받아 말을 더 사려있게 하고자 한다는 것을 서로 입증할 기회를 가지게 된다. (여전히 이따금씩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멍청한 말을 하긴 하겠지만 말이다.)
엔스파이럴(Enspiralal)에서 우리는 작은 “생계 팟”(livelihood pod)들이 등장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는 이곳, 이곳 그리고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각 팟은 스스로 불안정한 생계를 꾸려 나갈 수 있지만 함께 일하며 보다 행복하게 지내기로 결정을 내린 3~5명의 프리랜서들로 이루어진 그룹이다. 각 팟의 구성원들은 긱 경제(gig economy)의 들쑥날쑥한 소득편차를 평준화하기 위해 자신들의 소득의 일부를 공유하기로 약속한다.
내 경험상 사람들이 물질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협력할 수밖에 없을 때 사람들은 차이를 관용하는 데 훨씬 더 능숙해진다. 사람들은 “서로 의견이 맞지 않는 것을 인정하자”와 “이 제안이 통과되면 나는 단체를 떠나야 한다”를 재빨리 구별할 수 있게 된다. 이것은 내가 결속력이 강한 소규모 그룹들 이외에 어디에서도 결코 배우지 못한 기술이다.
나는 우리 모두가 차이를 다루는 데 꽤 형편없다는 것이 개인주의―이 말로 내가 의미하는 바는, 개인의 노력은 그 개인에게 수익을 가져오며 모든 욕구가 개인과는 무관한 거래로 충족될 수 있다는 체계적으로 훈련된 사고방식이다―의 부작용 중 하나라고 믿고 있다. 만약 우리가 어느 정도 서로에게 묶여 있지 않다면 우리의 의견이 다르든 말든 나에게 무슨 상관인가? 당신이 항상 단체에서 떠날 수 있고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차이로부터 배우는 자극은 있을 수 없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정확히 똑같지는 않은 사람들과 함께 단체를 조직할 계획이라면, ‘차이를 이해하는 우리의 능력을 어떻게 증가시킬 수 있는가’라고 질문하는 게 어쩌면 유용할지 모른다.
이유 3: 아마추어 치료를 위한 장소
나는 우리가 힐링(치유)을 제공하는 노동관계를 조직화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나는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사회에서 불완전한 부모에게서 태어난 것만으로 트라우마를 입는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유전자 제비뽑기에 운이 나쁠수록 더욱 많은 트라우마와 좌절들이 우리 위에 층층이 쌓일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모든 사람은 기본적으로 치료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 중 일부는 우리에게 적합한 어떤 사람으로부터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만큼 운이 좋지만 대부분은 운이 좋지 못할 것이다.
나는 치료를 아주 단순하게 이해하고 있다. 나는 그것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와의 일련의 친밀한 대화라고 생각한다. 즉 “기분이 어때요?”라고 묻고, 무조건적으로 긍정적인 관심을 가지고 대답에 귀를 기울이며 눈을 쳐다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음… 음… 듣고 있어요”와 같은 말을 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보다 더 있을지 모르지만 핵심은 두 명 혹은 그 이상의 경기자가 하는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중 일부는 전문적인 치료사에게 돈을 지불하거나 연인이나 가까운 친구가 그 일을 해 주길 기대한다. 나로서는 내 직장 관계들을 포함해서 내 모든 관계가 치료효과를 갖게 되기를 바라고 싶다.
루미오와 엔스파이럴에서의 일에서 내가 집중하는 것은 치료효과를 갖는 조직구조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 힐링은 1대 1 관계에서 그리고 페스티발과 피정(避靜)처럼 크게 변형시키는 사건들에서 일어나지만 나는 지속적이고 신뢰할 수 있고 계속적인 치료에 적합한 소규모 그룹을 무한히 지지하는 사람이다.
나는 사람들이 헌신하기 위해 소규모 그룹에 참여할 때에도 그들이 아마추어 공동 치료사가 되기에 충분한 신뢰와 친밀감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우리는 거의 그룹 모임에서만 우리의 감정에 대해 항상 이야기한다. 우리는 서로의 경험으로부터 배운다. 우리는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자고 서로에게 상기시켜 준다. 작은 그룹 안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을 드러내고 서로에게 실수하고 용서하고 함께 계속가기를 실천한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들과 함께 단체를 조직할 계획이라면 어떻게 치료효과를 발하도록 일을 조직할 수 있는가를 질문해보는 것이 흥미로울 것이다.
이유 4: 살아있는 증거를 생산하는 장소
우리의 조직 안에서 윤리적 행동을 입증하는 것보다 제도들로부터 윤리적 행동을 요구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우리는 위계 없이도 소규모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하는 게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하면서 루미오에서 지난 5년의 시간을 보냈다. 나는 우리의 상황이 독특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말하자면 우리는 남태평양에 위치한 초특권을 지닌 쪼그만 기업이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방식을 공유함으로써 강제력을 쓰지 않고도 사람들의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주장에 신뢰성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 나는 지난 6개월 동안 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협동조합 안내서를 읽었다고 말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다. 그것이 그 자체로 “증거”가 아닐지 모르지만 커먼즈가 항상 비극적이지는 않다는 것을 증명하는 점증하는 일단의 작업에 좋은 기여가 될 지도 모른다.
엔스파이럴은 루미오처럼 협동조합들로 구성되어 있고 다른 생계팟들(livelihood pods)도 소규모로 비(非)위계적으로 조직화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소규모 그룹들을 함께 연결하고 한층 더 큰 규모를 수용하기 위해 우리의 자기거버넌스(self-governance) 실천들을 성장시키는 방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우리는 현재 대략 250명의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네트워크 전체에 걸친 소유권 공유를 목적으로 한, 아주 튼튼하고 적응력이 대단히 높으며 점점 더 분산되는 체계를 갖추고 있다(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초지역적 실험으로 보아, 향후 1~2년에 걸쳐 수천 명의 사람들을 포함시키기 위해 우리가 현재의 풀(pool)을 확대할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은 타당하다. 그리고 대부분 우리는 아주 진지하게 은하계 의회를 위한 사회적 네트워크를 만들어가고 있는 <스커틀버트 Scuttlebutt> 사람들처럼 훨씬 큰 규모에 대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만약 당신이 억압을 끝내기 위해 조직화할 계획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함께 일하는 방식에서 평등과 존중을 명확히 나타낼 수 있는가?
이유 5: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장소
탈중심화된 리더십, 커먼즈 관리, 그리고 자기거버넌스와 관련된 우리의 실험은 너무 사소하고 너무 늦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아마도 3차 대전이나 기후 대재앙(climate catastrophe)이 가져올 대대적인 죽음을 막지 못할 것이다. 나는 현 문명의 이러한 반복을 넘어서길 기대하는 명석한 사고를 하는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다. 만약 우리가 세상의 종말에 다가가고 있다면 내 시간을 어떻게 쓰는 것이 가장 좋은가라고 나는 가끔 나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함께 일하는 법과 커먼즈를 성장시키는 법을 배우라는 대답으로 계속 되돌아간다. 내가 망상에 잡혀있는지 모르지만 이것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해야겠다. 그리고 우리가 미국 활동가 공간들을 여행하는 동안 나는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역시 기분 좋은 일이리라는 가설을 확인해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