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 이행과 P2P (2)
- 저자 : 미셸 바우엔스(Michel Bauwens), 바실리스 코스타키스(Vasilis Kostakis), 스따꼬 뜨론꼬소(Stacco Troncoso), 안 마리에 우뜨라뗄(Ann Marie Utratel)
- 원문 : “Commons Transition and P2P : a Primer” (2017.5.9) /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
- 옮긴이 : 정백수
- 다음은 이 글의 2장의 전반부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2.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이란 무엇이고 그것이 어떻게 P2P 경제를 형성하는가?
‘economy’(경제)라는 말의 그리스 어원은 가내 자원의 관리를 가리킨다. 건강한 가정에서 볼 수 있는 돌봄 지향적 상호작용을 어떻게 더 큰 규모로 확대하여 네트워크화된 공동체들이 우리 모두의 집인 지구의 자원을 파수하는 경제로 만들 수 있을까?
생산양식으로서의 P2P의 역사
관계에 기반을 둔 P2P의 동학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인류의 여명기부터 존재해왔으며 원래 유목적인 수렵채취 사회에서 우세한 관계형태였다. 그 후 부족들의 연대로 구성된, 씨족에 기반을 둔 사회형태에서는 상호성이 P2P를 제치고 우세한 위치를 차지했으며, 나중에는 전자본주의 국가들과 제국들을 특징짓는 위계에 기반을 둔 자원배분이 우세하게 되었다. 이러한 전개과정 내내 커먼즈와 P2P 논리는 유럽 봉건제나 아시아 제국들의 경우에서처럼 매우 중요한 기능들을 보유했다.
일단 산업자본주의 단계에 도달하자 (그리고 나중에는 국가사회주의 제체들에서) P2P와 커먼즈 동학은 실질적으로 주변화되었다. 그러나 거기서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다. 오늘날 풍성한 P2P 기반의 테크놀로지 덕분에 커먼즈와 P2P는 그 동학이 결합되면 전지구적 수준으로까지 규모가 커질 수 있는 부활을 맞고 있다. 이러한 비전에 따르면 커먼즈와 P2P는 국가와 시장 기반 모델들의 가능성을 넘어서는 복잡한 사회적 인공물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서 P2P에 의해 가능하게 되는 관계들은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commons-based peer production, CBPP)의 출현을 낳았다. 이는 법학자 요하이 벤클러(Yochai Benkler)가 만들어낸 용어로서 가치를 창조하고 분배하는 새로운 방식을 가리킨다. P2P 기반시설은 개인들로 하여금 소통하고 스스로 조직하고 궁극적으로는 비(非)경합적 사용가치를 지식·소프트웨어·디자인의 디지털 커먼즈라는 형태로 공동으로 창조할 수 있게 해준다.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백과사전인 위키피디아, 리눅스 같은 오픈소스 기획들, 아파치 HTTP 서버, 모질라 파이어폭스(Mozilla Firefox)나 워드프레스, 그리고 위키하우스, 렙랩(RepRap), 팜핵(Farm Hack)과 같은 오픈디자인 공동체들을 생각해보라.
핵심 개념 :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에서는 기여자들이 열린 기여 시스템들을 통해서 공유된 가치를 창조하며, 참여 실천들을 통해서 공동의 작업을 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공유 자원들을 창조한다. 열린 투입, 참여적 과정, 커먼즈 기반 산출로 구성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자본의 축적이 아니라 커먼즈의 축적이 이루어지는 주기이다. |
가치창조의 새로운 생태계로서의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은 우리에게 가치창조의 새로운 생태계의 출현을 보여준다. 이 생태계는 세 단체로 구성된다. ① 생산 공동체 ② 커먼즈 지향적 기업가 연합(들) ③ 비영리 지원단체.
이 급속히 발전하는 생산양식을 남김없이 서술하기는 불가능한데, 아래의 표가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 생태계들의 가장 오래되었고 가장 잘 알려진 사례들 가운데 다섯을 설명해준다.
생산 공동체 | 리눅스 | 모질라 | GNU | 위키피디아 | 워드프레스 |
기업가 연합 | Linux Professional Institute, Canonical 등 | Mozilla corporation 등 | Red Hat, Endless SUSE 등 | Wikia Company 등 | Automatic Company 등 |
비영리 지원 단체 | 리눅스 재단 | 모질라 재단 | 프리 소프트웨어 재단 | 위키미디어 재단 | 워드프레스 재단 |
이제 이 단체들 각각과 그 특성들을 서술해보자.
1. 생산 공동체
생산 공동체는 어떤 기획에의 기여자들 전부로 구성되며 그들이 자신들의 작업을 조정하는 방식을 포함한다. 이 단체의 구성원들은 보수를 받을 수도 있고 생산되는 사용가치에 대한 특수한 관심으로 인해 자발적으로 기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모두가 공유될 수 있는 자원을 생산한다.
2. 기업가 연합
커먼즈 지향적 기업가 연합은 공통의 자원에 기반을 두고 시장을 위한 부가가치를 창조함으로써 이윤이나 생계의 확보를 시도한다. 기여자들은 참여하는 기업들에 의해 보수를 받을 수 있다. 디지털 커먼즈 자체는 시장의 외부에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희소하지 않고 풍성하기 때문이다.
기업가들, 공동체, 그리고 (이것들이 의존하는) 커먼즈 사이의 관계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이 관계가 생성적(generative)이냐 아니면 추출적(extractive)이냐 하는 것이다. 이는 서로 다른 두 개의 극을 가리키지만 현실에서 모든 조직들은 두 극을 일정 정도로 포함하게 된다. 생성적 관계와 추출적 관계 사이의 차이를 알 수 있게 해주는 좋은 사례는 산업형 농업과 퍼머컬처의 차이이다. 전자의 경우에는 토양이 더 메말라지고 덜 건강해지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토양이 더 비옥해지고 건강해진다.
추출적 소유 | 생성적 소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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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융적 목적: 단기간에 이윤을 극대화하기 | 1. 삶의 목적 : 장기적으로 삶의 조건들을 창출하기 |
2. 부재 구성원 : 소유가 기업의 삶과 분리되어 있다. | 2. 토착 구성원 : 소유가 당사자들의 손에 쥐어져 있다. |
3. 시장에 의한 거버넌스 : 자본시장에 의한 자동조종 통제 | 3. 사명에 의해 통제되는 거버넌스 : 사회적 사명에 헌신하는 사람들에 의한 통제 |
4. 카지노 금융 : 주인으로서의 자본 | 4. 이해관계자 금융 : 친구로서의 자본 |
5. 상품 네트워크 : 가격과 이윤에만 초점을 두는 교역 | 5. 윤리적 네트워크 : 생태적·사회적 규범들을 집단적으로 유지 |
추출적 기업가들은 이윤을 극대화하는 것을 추구하며 보통 생산 공동체의 유지에 충분한 재투자를 하지 않는다. 그 한 사례가 페이스북이다. 페이스북은 같이 창조하는 공동체들―페이스북은 그 가치창조와 실현에서 이 공동체들에 의존한다―과 이윤을 나누지 않는다. 우버나 에어비앤비는 교환에서 수익을 징수하지만 수송이나 숙박 기반시설의 창출에 직접 기여하지 않는다. 이 조직들은 사용되지 않는 자원들을 이용하는 서비스들을 개발하지만, 추출적 방식으로 작동한다. 더 나쁜 것은 이들이 경쟁적 사고방식을 창출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이 시스템에의 참여자들이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으로 임대를 하기 위해 새 건물을 짓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이에 덧붙여, 추출적 기업들은 매우 많은 사회적 혹은 공적인 기반시설들(가령 우버의 경우에는 도로들)을 무임승차 식으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달리 생성적 기업가들은 그들이 같이 생산하고 같이 의존하는 공동체들과 커먼즈를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최선의 경우는 기업가들의 공동체가 생산 공동체와 실제로 동일한 집단인 경우이다. 기여자들이 생계를 버는 수단들을 직접 구축하는 한편, 커먼즈를 산출하고 잉여를 자신들의 복지와 (그들이 공동으로 산출하는) 전반적인 커먼즈 체계에 재투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건강하고 생성적인 공동체들이 메타경제적 네트워크들(meta-economic networks))을 중심으로 모일 수 있다.
핵심 개념 : 메타경제적 네트워크들 공동체 지향적 사업에서부터 그 사업에 의해 향상되는 공동체들에 걸쳐 있는 메타경제적 네트워크들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을 커먼즈를 생성하는 협력적인 유대(紐帶) 구조들과 결합시키는, 친화성에 기반을 둔 네트워크들이다. 상호신용체계, 아이들 돌봄 협동조합, 공동체 은행, 새 생산물 배급센터들, 교육, 그리고 법 상담소 등이 결합된 연합체계를 상상해보라. 사람들이 사회 지향적 기획들에서 함께 작업하는 두드러진 사례들로는 까딸로니아 통합 협동조합(the Catalonian Integral Cooperative, CIC, 스페인 까딸로니아), 상호부조 네트워크(the Mutual Aid Network, (미국 위스콘신주 매디슨, 현재 국가의 경계를 넘어 확대 중이다) 그리고 엔스파이럴(Enspiral, 뉴질랜드, 현재 모든 곳에서 복제되고 있다)이 있다. 엔스파이럴에 대해서는 아래 사례연구를 참조하라. |
3. 비영리 지원단체
셋째 단체는 비영리 지원단체이다. 많은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 생태계들이 생산 공동체들과 기업가 연합들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니라 협동의 기반시설을 뒷받침하고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을 위한 능력을 강화할 독립적인 거버넌스 단체 또한 포함한다.
이 단체들은 보통 비영리인데, 커먼즈 기반 피어 생산의 과정 자체를 지도적으로 이끌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위키피디아의 지원단체인 위키미디어 재단은 위키피디아 생산자들의 생산을 강제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는 기획들의 기반시설과 네트워크들을 종종 관리하는 프리&오픈소스 소프트웨어 재단들도 마찬가지이다.
이와 달리 전통적인 NGO나 비영리 조직들은 희소성을 원리로서 ‘인정하는’ 세계에서 움직인다. 이들은 문제를 포착하고 자원을 찾으며 이 자원을 지도의 방식으로 문제 해결에 할당한다. 커먼즈와 연관된 지원단체들은 풍요의 관점에서 움직인다. 이들은 문제들을 인지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돕고자 하는 기여자들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이 단체들은 기여 공동체들과 기업가 연합으로 하여금 (당면한 문제에 해결책을 제공하는) 커먼즈 기반 피어생산 과정에 관여할 수 있게 해주는 협동 기반시설을 유지한다. 지원단체들은 라이선스제도를 통해 커먼즈를 보호할 뿐만 아니라 참여자들과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갈등을 관리하는 것을 돕고 기금을 모으며 커먼즈에 필요한 일반적 능력구축을 (가령 교육이나 자격증명을 통해) 촉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