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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의회, 커먼즈에 주목하다

* 아래는 2015년 6월 26일자 데이빗 볼리어의 블로그 게시글 “The European Parliament Focuses on Commons”를 옮긴 것이다. 사람 이름과 기관 이름의 옮김은 다소 부정확할 수 있다.  데이빗 볼리어의 블로그의 글들은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가 적용된다. 

 

유럽 의회, 커먼즈에 주목하다

옮긴이 : 정백수

유럽 의회1가 공통재와 관련된 새로운 인터그룹을 통하여 커먼즈에 공식적으로 주목하고 있다. 이 인터그룹은 <공통재 및 공공 서비스에 관한 유럽 의회 인터그룹>이라고 알려진 더 큰 그룹의 산하 그룹이다. 이 그룹은 5월 25일 브뤼셀 유럽 의회에서 처음 회의를 가졌다. 이 초기 단계에서는 이 그룹이 유럽 의회에서나 대중에게나 영향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인지를 말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그것이 커먼즈 행동주의가 의미심장한 새로운 문턱을 넘어가고 있음을 나타냄은 분명하다.

 

인터그룹들이란 의회의 공식적 포럼들로서, 여기서 의원들·정치조직들·운동들은 자신들의 견해를 널리 알리고 일정한 주제에 주의를 집중시키려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커먼즈 네트워크의 소피 블로먼(Sophie Bloeman)2은 이렇게 쓴다. 

 

인터그룹들은 비록 입법권은 없지만, 유럽 의회에서 대표될 수 있기에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최소한 그것은 여러 당이 참여하는 포럼으로서 거기서 참여자는 견해를 교환하고 특정 주제들에 관한 아이디어를 비공식적으로 제안할 수 있다. 그러한 인터그룹에 참여하기를 선택한 사람들, 의원들, 시민사회 혹은 로비스트들은 어떤 주제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공유하며, 어떻게 일을 이루어낼 것인가에 뜻을 모을 수 있다.

 이제 커먼즈 인터그룹도 생길 것이다. 이 그룹은 공유된 관점에서 정책에 관한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다. ‘커먼즈’가 현 시대의 중요한 테마들을 구상하는 데 중요하고 유용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바로 이 공유된 관점이다. 아주 많은 인터그룹들이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 그룹이 정치적 타협의 결과임은 불가피한 일이다. 이 그룹은 녹색당, 좌파그룹 GUE,3 거대한 사민당(S&D), 지금 베페 그릴로(Beppe Grillo)가 자신의 <오성당>4과 함께 속해있는 EFDD 그룹5 소속의 유럽 의회 의원들로 구성되었다. 물을 공통재로 확보하려는 운동(the movement on water as a commons)이 이 인터그룹이 가동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정치적인 이유로 <커먼즈 인터그룹>은 <공통재 및 공공 서비스에 관한 유럽 의회 인터그룹> 산하의 두 하위그룹 중 하나이다. GUE 소속의 유럽 의회 의원 마리사 마티아스(Marisa Matias)가 <커먼즈 인터그룹>의 의장이다.

 

블로먼은 이 인터그룹의 구성 자체를 “커먼즈가 정치세력이 되었으면 하는 열망과 그러한 정치세력화의 담론을 확인해주는 것”으로 본다. 그러나 그녀는 또한 이렇게 물음을 던진다. “커먼즈 혹은 공통재라는 넓은 범위를 가진 인터그룹이 어떻게 유용할 수 있는가? 유럽 의회의 일상적 활동은 결국 구체적인 정책들, 정책제안에 대한 수정, 투표와 관련된 것이 아닌가?”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psyCommons에서 블로그 활동을 하는 영국인 데니스 포슬(Denis Postle)은 이 모임에 대하여 그리고 그 전망에 대하여 그가 염려하는 바를 이렇게 썼다. 

“토론이 필요하다”고 여러 번 요구가 제기되었다. 그러나 토론은 주로 연단에서의 카리스마적이고 종종 시끄러운 일련의 프리젠테이션들에 압도적으로 종속되었다. 커먼즈나 공통재는 “좋은 아이디어였다,” “우리는···해야 한다,” “우리는···를 필요로 한다,” “우리는 ···해야 한다” 등등의 권고들이 여러 번 양념처럼 추가되었다. 커먼즈에 대한 말은 많았지만, 커먼즈에서 온 말은 분명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내가 다른 참여자들에게 “우리가 누구인지를” 그리고 우리 가운데 얼마나 많이 커머닝을 직접 경험했는지를 묻기 위해 발언을 했을 때, 청중의 3분의 일 가량이 손을 들었다. 이것으로 보아 아마도 청중에게 설교를 덜 하는 것이 적절했을 것 같다. 

 

이는 첫 모임이었으므로, 불확실성이나 서투름은 너그러이 봐줄 수 있다. 그러나 다 고려해볼 때, 프리젠테이션은 공통재 자원(common goods resources)―즉 도시의 물 공급―에 대하여 할 말이 많았고 커머닝(commoning)에 대해서는 그다지 할 말이 없었다. p2p 거버넌스, 헌신, 정서적 표현력에서 자라나오는 야릿한 꽃이 바로 커머닝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이 모임은 (그렇게 보였긴 한데) 구좌파가 정치적 구미에 맞는 새롭고 유망한 풍미와 친구가 되려고 시도하는 모임이었는가? 커피 브레이크도 없었고 모임 이전의 잡담 말고는 모인 참여자들 사이의 상호작용도 없었다. 대의제 정당의 낡은 패러다임 아닌가?

 

그러나······ 의장 마리사 마티아스는 회의 서두의 발언에서 두 개의 과제를 개괄했다. “어떻게 국가의 논리 바깥에서 생각할 것인가”와 “어떻게 커먼즈의 관리 문제를 다룰 것인가”이다. 이 둘 모두 신자유주의가 선호하는 바를 근본적으로 반박하는 것이었다. 아마도 이 <공통재 인터그룹> 회의는, 뜻밖에 그리고 거짓말 같게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되고 있는 정치적 혁신의 소식을 구 정치에 도입하는 하나의 방식인지도 모른다. 

<커먼즈 인터그룹>의 등장은 유럽에서 일고 있는 다른 커먼즈 기획들의 물결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최근 바르셀로나에서 명시적으로 커먼즈 과제를 가진 선거들이 있었다. 볼로냐를 비롯한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의 시정부들이 공적 부문과 커먼즈의 새로운 제휴를 촉발시켰다. 그리스, 이탈리아 등지에서는 커먼즈 축제가 열렸다. 파리의 물 공급은 다시 시의 통제 아래 두어지게 되었다. 그리고 특히 사회당의 활동이 쇠퇴함에 따라서 프랑스의 학계와 대학원생들 사이에서는 커먼즈 패러다임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커먼즈 인터그룹>은, 유럽 의회 소속의 기관이기에, 커먼즈 의제를 진전시키는 데서 심각한 도전들에 직면할 수 있다. 커먼즈의 다양한 정의(定義)들, 목소리들의 다양성, 수십 개의 적절한 주제들에 집중될 수 있는 방대하게 열린 의제들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그렇더라도, 신임을 얻은 유럽 정치정당들 사이에 커먼즈에 대해 논의하고 커먼즈에 정치적 존재감을 부여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관심이 존재한다는 점은 의미심장하다. 이것은 엄청난 발전인 것이다.

 

이렇듯, 커먼즈에 관한 상충하는 견해들을 논파해 들어가고 유럽 공공정책이 소홀히 한 영역을 가시화하는 포럼이 현재 존재하고 있다. 커먼즈가 그저 자원일 뿐인지 아니면 사회적 활동이기도 한 것인지, 무엇이 커먼즈로 간주되어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커먼즈들을 종획으로부터 가장 잘 방어할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도록 하자. 또한 커먼즈를 지원하고 보호할 수 있는 많은 혁신적인 정책 기획들에 대해서 들어보기로 하자.

 

중요한 대화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