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생공락 보전을 통해 분리된 인간과 자연 사이에 다리를 놓기
- 저자 : David Bollier
- 원문 : Bram Büscher: Bridging the Human / Nature Divide through Convivial Conservation
- 분류 : 번역
- 옮긴이 : 루케아
- 설명 : 아래 글은 데이빗 볼리어의 홈페이지(http://www.bollier.org)의 2024년 1월 8일 게시글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블로그의 글들에는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가 적용된다.
보전운동(conservation movement)은 자본주의 정치경제의 제한에 항상 맞추어왔다. 보전운동의 많은 부분이 전지구적 시스템의 시장 증가, 사유재산 및 수익 내기를 축하한다. 보전운동이 자연보호 지역들을 만들어냄으로써 이 시스템이 가진 끔찍한 생태 파괴를 (비정상적인 PR 주도의 방식으로) 보상하고자 노력은 하지만 말이다.
좀더 최근에 와서는 보전 기관이 시장에 기반을 두는 보전 형태들, 예를 들어 생태관광, 사냥, 외래종 식물 유전자의 특허 출원을 대놓고 용인하기에 이르렀다. 땅이 ‘자연 자본’으로 재규정되었으며 땅 자체의 보호를 다짐하는 시장(市場)들에게 땅에서 나는 것들이 바쳐졌다.
보전에 대한 이 두 가지 접근법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이 접근법들이 인간을 자연과 전적으로 분리된 것으로 여기는 데—이는 생물학적으로 불합리한 전제이다—있다.
그렇다면 그렇게 여기는 대신에 인간이 자신을 자연에 통합된 일부라고, 즉 존중하는 마음으로 인간 이외의 생물과 관계를 맺을 수 있고 심지어는 그 삶을 회복시키고 재생시키는 힘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다면 어떻게 될까?
네덜란드 출신의 활동가이자 학자인 브람 뷔셔(Bram Büscher)가 보전을 재발명하기 위해 가지고 있는 비전이 바로 이것이다. 그는 바헤닝언(Wageningen) 대학의 개발 및 변화의 사회학 그룹(Sociology of Development and Change Group)의 교수로서 땅이 보전되는 방식과 관련된 전제들 자체를 바꾸는, 한층 더 커먼즈에 기반을 두는 접근법을 발전시키기 위해 자본주의 자체가 가진 추출 논리를 넘어서고자 한다.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뷔셔의 수단은 새로이 시작된 야심찬 국제적인 프로젝트인 <공생공락 보전 센터>(Convivial Conservation Centre)이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는 사고를 가진 점점 더 많은 수의 보전주의자들, 생태주의자들, 농부들, 활동가들 및 학자들이 야생 보호구역을 통해서 땅을 ‘요새처럼 보호한다’는 생각뿐만 아니라 주변 풍광들을 돈 버는 ‘자연 자본’으로 전환시키는 생각을 거부하는 일에 그와 뜻을 함께 했다. 공생공락 보전은 자본주의 자체의 생태적 병리현상들을 다루면서도 사람들을 건설적인 방식으로 자연에 재통합하여 그 통합된 전체의 온전함을 양성할 수 있는 새로운 실천들과 정책들을 원한다.
나는 성장하고 있는 이 운동에 대해 더 알아보려고 팟캐스트 <커머닝의 프론티어> (에피소드 53)에서 뷔셔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뷔셔는 2020년에 출간된 책 『보전 혁명: 인류세 너머로 자연을 보존하기 위한 발본적인 생각들』(The Conservation Revolution: Radical Ideas for Saving Nature Beyond the Anthropocene)을 쓰는 과정에서 공동저자인 플레처(Robert Fletcher)와 함께 자신의 비전의 많은 부분을 발전시켰다. 책에서 저자들은 근대 보전운동의 바로 그 전제들이 재검토되고 극복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보전의 핵심은 ‘보호에서 연결까지’ 나아가는 데 있다는 것이다. ‘공생공락(적)’이라는 단어는, 보전이 지구를 대상으로 즉 상품이나 자본으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지구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야생상태 보전 지대(wilderness zones)를 정하여 보호하는 경우의 문제점은 그것이 핵심적인 문제를 즉 자본주의적인 ‘개발’을 방관하는 데 있다고 뷔셔와 플레처는 주장한다. 또한 그런 지대들을 정한다고 해서 땅이 어떤 토착적 원시 상태로 회복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게 회복된다고 보는 것 자체가 근대주의적 환상이다. 역사를 통틀어, 특히 토착 문화들을 통틀어 인간은 땅과 공생관계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인간 그 자체가 혹은 야생상태 보전 지대의 부족이 문제가 아니다. 자본가 주도의 추출과 환경파괴가 문제다. 보전 운동이 진지한 방식으로 그 문제를 다루기 시작할 수 있는가?
그 첫 단계는 현대의 보전 노력들을 향해 한층 비판적인 입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뷔셔와 플레처는 ‘신보호주의자들’(neoprotectionists)이 인구증가, 개발에 제한을 두고 심지어 소비 및 경제성장에도 제한을 두려고 한다고 점에 주목한다. 그러나 신보호주의자들의 세계관에서는 인간이 자연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이는 모든 인간을 프레임에서 배제하는 자연 촬영술에서 이상화되는 사고방식이다. 또한 이 사고방식은 생물학자 윌슨(E.O. Wilson)이 주창하는 <자연은 절반을 필요로 한다>(Nature Needs Half) 캠페인에 나타난다. 이 캠페인은 지구의 나머지 절반을 파괴하는 자본주의적인 자연착취 경쟁을 말하지 않은 채 인간을 세상의 땅의 절반에서 추방하자고 제안한다.
또 하나의 그룹 즉 자칭 ‘신보전주의자들’(new conservationists)이 있는데 그들은 자본주의적인 개발과 보전을 혼합하길 원한다. 그들의 전략은 ‘자연을 구하기 위해 자연을 팔기’라고 일컬어져 왔다. 그것은 시장을 중심적인 역할로 끌어올리고 더 많은 생태관광, 사냥터들 그리고 의약품 물질특허를 위한 생물 탐사를 제안한다. 또한 ‘신보전주의자들’은 예를 들어 기업들에게 ‘생태계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도록 요구하는 시장 주도의 정책안들을 좋아한다.
그러나 “문제의 논리를 해법을 위한 논리로 사용하는 것은 결코 효과가 없다”라고 뷔셔는 경고한다. “자연을 단순히 상품이나 자연 자본으로 바꾸는 것은 자연을 오염시키는 것 혹은 종들을 살상함으로써 자연으로부터 추출하는 것만큼 많은 돈을 결코 벌지 못한다.” 식물과 동물의 생명 그리고 자원들을 자연으로부터 뺏는 것은 보통은 공짜이거나, 종들을 생존시키고 그것들 대신에 다른 지속가능한 수입원을 찾는 것보다 비용이 훨씬 적게 든다. 아무튼 시장에 기반을 두는 보전의 규모는 무한히 작다고 뷔셔는 말한다. 그것은 “지속 불가능한 실제적 [자본주의] 경제의 극히 작은 일부”에 해당한다.
보전주의자들에게 요구되는 과제는 자연/인간의 이분법과 자본주의 시장에 대한 믿음 둘 다를 뛰어 넘는 것이다. 사회비평가 이반 일리치(Ivan Illich) 등으로부터 힌트를 얻은 뷔셔와 플레처는 ‘공생공락 보전’을 제안한다. 그들은 이 접근법을 커먼즈에서 영감을 받은, 비자본주의적이고 비이원론적인 것이라고 생각한다(자연과 인간은 깊이 서로 얽혀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공생공락 보전의 목표는 시장에 내다팔기 위해 자연을 착취하거나 자연을 보호구역으로 가두는 것이 아니라 인간 이외의 존재들 및 생태환경과 서로 맞물려 있으며 경계가 없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를 영속적으로 구축하는 것이다. 이 관계가 생기도록 뷔셔는 지역의 평범한 사람들이 주위 풍광을 돌보는 동안 어엿한 삶을 살 수 있는 ‘보전 기본소득’을 제안했다. 또한 그는 한층 확대된 ‘민주적인 자연관리’를 요구하며 우리가 “‘자본으로서의 자연’보다 오히려 ‘커먼즈로서의 자연’ 그리고 ‘관계 속에 놓인 자연’”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불행히도 요즘에는 시대에 역행하는 보전 추세들이 많다.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상실 그리고 한층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실천들을 다룬다고 주장하는 크립토 시스템 및 기타 첨단 기술 시스템들이 그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것이다. 드론과 원격 기술 그리고 감시와 인공지능의 현대적 형태들을 갖추고 있는 우리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자연으로부터의 소외를 심화시키고 있다. “별안간 동물들이 컴퓨터 화면 상에서 숫자와 픽셀과 모형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들을 어떤 식으로든 다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상 이 기술들은 나머지 자연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능력으로부터 크게 한 발짝 벗어나 있다. 나머지 자연과의 의미 있는 관계는 이 기술들로는 불가능하며 모든 사람들, 특히 이 기술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들은 이 점을 알고 있다.”
뷔셔는 나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다른 많은 주제들을, 특히 커먼즈의 중요성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역동적인 상호관계와 관련한 주제를 다룬다.
“보전 정치, 정책 및 실천을 체제 차원의 변화를 옹호하는 쪽으로 다시 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공생공락 보전 센터>는 그 작업의 열 가지 핵심 원칙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공생공락 보전 선언문’을 최근에 출판했다. 그 선언문에는 “인간과 인간 이외의 종들이 서로를 침해함이 없이 공평하게 공존하는 통합된 공간을 조성하라”와 “보전을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의해 그리고 모든 생명체를 위해 공통으로 소유되고 관리되는 전(全) 지구적 커먼즈의 파수로 이해하라”와 같은 원칙들이 포함되어 있다. 브람 뷔셔와의 인터뷰 내용은 여기서 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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