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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이 아니라 커먼즈로서의 식량

 



오늘날 극심한 기아와 넘쳐나는 식량이 공존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글로벌 식량시스템이 정말 많이 생산하고 정말 많이 낭비할지라도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적인 필수품들 중 하나인 식량이 왜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그토록 부족한 것인가? 이 질문들은 반(反)기아 활동가, 농업 지도자이자 식량을 커먼즈로 여길 것을 주창하는 호세 루이스 비베로 폴(Jose Luis Vivero Pol)을 오랫동안 괴롭혔다.

식량이 넉넉한 가운데 끊임없이 계속되는 기아의 이유를 연구하면서 비베로는 실질적인 문제는 우리 사회가 식량을 상품 즉 시장 가격으로 가치를 평가받고 전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물건으로 취급하는 데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식량이 상품이라는 생각은 사회들이 식량을 공유하는 방법을 그리고 먹을 것이 충분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확신시킬 방법을 찾은 수천 년의 인간역사를 벗어난다. 식량을 상품으로 여기는 것은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식량을 가질 여유가 없게 됨을 따라서 굶주리거나 영양학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건강에 좋지 않은 음식을 먹어야함을 필연적으로 의미한다.

나는 비베로 폴과의 인터뷰—커머닝의 한계(Frontiers of Commoning)에 관한 나의 최근 팟캐스트(에피소드 22)—에서 이 주제들을 살펴보았다.

비베로 폴은 벨기에에 있는 루뱅 가톨릭 대학교에서 식량이행 학술연구교수로 일한다. 그는 식량을 탈상품화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식량 시스템을 구조적으로 다시 생각하는 것을 필요로 하는 장기간에 걸친 기획임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는 상품으로서의 식량은 생명체의 자연스런 질서가 아니라 인위적인 사회적 구성물이라고 강조한다.

실로 식량 커먼즈는 인간 역사 내내 규범이었고 오늘날 과도하게 시장화된 세계에서조차 널리 퍼져있다.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서 식량을 재배하기 위한 커먼즈로 여전히 관리되는 땅(토지)의 양은 20~30% 가량이다. 아이슬란드에서는 땅의 40%가 아직도 커먼즈로 관리되고 있다.

비베로 폴이 커먼즈로서의 식량이라는 바로 그 아이디어를 농업, 기아 및 생태지역의 생태학적 이슈들에 관여하는 활동 지향적인 많은 활동가들 사이에서만이 아니라 특히 학자들 사이에서 부각시킨 것은 선구적인 작업이었다. 그의 기본적인 목표는 대규모 농업기업(Big Ag)에 대한 실천적이고 실제적인 기능을 하는 대안으로서 많은 다양한 식량커먼즈를 가시화하는 것이다. 이 점과 관련해서 획기적인 성과는 이 주제를 다루는 29명의 저자들과 39장으로 이루어진 2020년에 출판된 주요한 선집인 『커먼즈로서의 식량에 관한 루틀리지 안내서』(Routledge Handbook of Food as a Commons)이다. 비베로 폴, 토마소 페란도(Tomaso Ferrando), 올리비에 드 슈떼(Olivier De Schutter) 우고 마떼이(Ugo Mattei)가 이 책을 공동 편집했다.

비베로 폴이 공동 조직한 최근 웨비나에서 버몬트 대학의 건드 연구소(Gund Institute) 소속 쌤 블리스(Sam Bliss) 교수는 식량을 공급하기 위한 “시장 외부의 활동들”이 비록 크게 잘 알려져 있지 않을지라도 널리 퍼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사에 의하면 정원가꾸기, 물고기 잡기, 식량모으기, 사냥하기, 물물교환하기, 공유하기, 선물하기, 쓰레기통 버려진 음식 수거하기가 버몬트 주에서 널리 실천되고 있다.

블리스는 시장에 포함되지 않는 식량원이 추출적인 상품 시스템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제공한다는 것에 주목한다. 식량 커먼즈를 통해 사람들은 (종종 값비싼) 시장에 의존하는 것을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연의 한계를 고려할 수 있다. 이는 예를 들어 식량모으기나 사냥하기로부터 거둬들인 수확물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시장판매는 금지된다.

반대로 대부분의 국가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대규모 농업의 집중 시스템은 대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정부보조금에 기초를 두고 있다. 미국,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 러시아, 중국, 인도는 모두 자유시장이 식량을 재배하고 분배하는 가장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이라는 이론에 따라 식량을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하지만 이 서사는 사회적 신화이다. 위에서 언급된 나라들의 농업은 아주 많은 보조금에 기초를 두고 있는데, 이 보조금은 공적 부를 기존의 부자들에게 거저 주는 현실을, 토양•서식지•물에 생태학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을, 그리고 돈이 거의 없는 이들에게 생기는 굶주림을 고려하지 않는다.

대규모 농업기업들은 동등하지 않은 경쟁조건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고 비베로 폴은 지적한다. 그들은 자유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식량시장은 화석연료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조금을 지원받는 시장이다. 기본적으로 이 기업들은 공적자금을 통해 보조금을 아주 많이 지원받기 때문에 이익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는 정치가들이 “항상 시장, 시장, 시장을 이야기하고 있을지라도 비밀리에 농업 시장들은 보조금을 받아야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그 시장들은 완전한 재앙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한다.

비베로 폴은 공적자금이 영세농가 농부들, 농업 커먼즈, 푸드뱅크, 학교 점심 프로그램 및 생태지역 프로젝트들을 돕는 데 더 유익하게 쓰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우리가 식량에 관한 서사를 바꾸면 국가 정책과 법적인 틀들은 긴밀히 협력하여 다른 방식으로 식량과 관련된 법규화를 실행할 것이다. 물론 식량을 분배하는 시장들이 여전히 있을 것이지만 건강한 식량이 모든 사람에게 적절한 가격으로 제공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새로운 형태의 시장 규제와 공적 개입 그리고 커머닝의 새로운 공간도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