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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LGBT들은 ‘백인 구원자’가 자신들을 구하기를 기다리고 있지 않다

 

  • 저자 : 루 페레이라(Lou Ferreira). 루는 ‘2020~2021 백래시 추적(2020-2021 Tracking the Backlash)’의 국제 조사 연구원이다.
  • 원문 : LGBT people globally are not waiting for ‘white saviours’ to rescue them (2021. 6. 8) https://www.opendemocracy.net/en/5050/lgbt-people-globally-are-not-waiting-for-white-saviours-to-rescue-them/(This article is published under a Creative Commons Attribution-NonCommercial 4.0 International licence.)
  • 분류 :  번역
  • 옮긴이 : 채희숙
  • 설명 : 이 글은 넷플릭스에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피터 태철: 세상이 미워한 남자Hating Peter Tatchell>(크리스토퍼 에이모스Christopher Amos, 호주, 2021)에 관한 짧은 비평글을 번역한 것이다.

전 세계 LGBT들은 피터 태철 덕분에 자유를 얻은 것이 아니지만, 넷플릭스의 신규 다큐멘터리를 보면 그렇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엘튼 존(Elton John)의 후원으로 지난달에 개봉된 <피터 태철: 세상이 미워한 남자>는 유명하고 논란이 많은 영국의 LGBT 인권 활동가와 그의 반세기 넘는 캠페인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다양한 목소리와 결정적인 맥락을 제외함으로써 이 시기의 더 넓은 이야기를 반영하는 데 실패한다. 그리고 유감스럽게도 태철을 모든 곳에서 퀴어를 구하는 ‘백인 구원자’와 같은 인물로 보여준다.

이것은 훨씬 더 풍부하고 힘있는 작품일 수 있었다. 그러나 도리어 이 영화를 보면서 세 가지 주요한 이유로 나는 좌절했다.

1. 사라진 목소리들

유명한 게이 배우들인 스티븐 프라이(Stephen Fry)와 이안 맥켈런(Ian McKellen)을 포함에서 거의 전부 백인 남성 영국인인 인터뷰 출연자들은 영국 안에서 그리고 국제적으로 태철의 LGBT 권리를 위한 50년 넘는 캠페인과 시민불복종 활동을 돌아본다.

우리는 태철이 10개국 넘는 곳에서 벌인 시위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그가 2018년 축구 월드컵을 앞두고 푸틴의 반LGBT 정책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러시아 여행을 준비하는 것을 본다. 그러나 우리는 그가 옹호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거의 듣지 못한다. 풀뿌리의 승리들은 당사자가 아닌 영국 유명인들의 이야기들에 가려진다.  

누가 푸틴의 러시아에서 성적 권리에 반대하는 백래시에 따르는 인적 희생을 설명하는가? 스티븐 프라이다. 러시아 LGBT는 체포와 동성애혐오 폭행을 담은 푸티지에 등장한다. 그러나 그들은 마치 태철 이야기의 소품에 불과한 것처럼 배경에 있다. 우리에게 직접 이야기를 하는 유일한 러시아 활동가에게서 우리가 듣는 것은 태철의 도움에 감사하는 말뿐이다.

2. 사라진 맥락

태철은 영국의 LGBT에게 1980년대는 “악몽과도 같은 시기”[인용은 영화 자막을 따름-옮긴이]였다고 회상한다. 대처의 보수당 정부가 학교에서 동성애를 소위 ‘조장’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률 28절을 내놓은 한편 에이즈바이러스(HIV,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의 확산은 반동성애 차별을 악화시켰다. 태철은 동성애자 및 양성애자 체포의 급증을 언급하면서 “경찰은 우릴 보호하지 않고 오히려 박해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여기서 사라진 것은 당시의 반인종주의 투쟁을 어떻게든 반영하는 것이다. 1980년대에 경찰의 보호를 기대하는 것은 모두가 누리지는 못하는 특권이었다. 흑인 시민권 운동은 태철이 그 운동에서 자신이 영감을 받았고 “그들의 이상, 가치, 방법을 [배워서] 나의 인권 운동에 적용했습니다”라고 말할 때 잠시 거론된다. 

반LGBT 차별이 어떻게 인종 또는 젠더에 기반을 둔 억압과 교차하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는데, 이는 특히 흑인 트랜스 여성을 폭력의 위험에 처하도록 계속 내버려둔다. 또 스크린에서 밀려나있는 것은 바로, 장애인의 권리에서 광부들의 노동쟁의에 이르기까지 1980년대에 떠오른 영국의 다른 시민권 투쟁들이다.

3. 백인 구원주의?

2001년 태철은 호텔로비에 매복했다가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Robert Mugabe)에 대해 고문‘죄’를 근거로 한 시민체포를 극적으로 시도했다. 그는 영화에서 “짐바브웨의 인권 운동가는 제가 국제적으로 무가베 정권의 만행을 알릴 행동을 취해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해왔습니다”라고 설명한다.

러시아에서 태철에 관해 보도된 바처럼 이 다큐멘터리는 짐바브웨 활동가들에게서 직접적으로 듣는 장면을 오직 하나만 제공한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것은 지역 운동원들이 백인 영국인에게 감사하고 있는 클립이다. 그들이 수년 동안 자국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것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또 다른 장면에서 우리는 태철이 런던의 이슬람사원 바깥에서 캠페인하는 것을 본다. “[우리는] 무슬림 공동체와의 결속력을 다지고자 합니다”라고 그는 설명한다. 런던에는 자신들의 공동체 안에서 그런 연대를 형성하고 있는, 유색인종이 이끄는 수많은 단체들이 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점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피터 태철: 세상이 미워한 남자>은 LGBT 권리운동의 전체 역사를 제시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다른 이들의 목소리와 역할을 무시하고, 태철이 세계의 퀴어를 구하는 1인 시위 기계인 것처럼 그를 위치지은 것에 변명이 되지는 않는다.

전 세계 LGBT는 백인 영국 남성이 나서서 자신들을 구해주는 것을 기다리고 있지 않다. LGBT가 그러한 것을 기다리고 있다고 암시하는 것은 그릇된 이해를 낳으며 모욕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