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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와 커먼즈

 



코로나와 커먼즈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에 현재의 ‘혼란한 이행기’와 ‘다음에 올 것’을 위한 발판을 마련할 목적으로 라모스(Jose Ramos)—앞으로 나올 세계-지역적 생산(cosmo-local production)에 관한 책의 책임 편집자—의 도움을 받아 역사의 리듬 및 순환에 관한 문헌을 검토해오고 있었다.

요컨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다.

1) 사회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단계에서 혼란한 이행들을 거쳐서 나아가며 이것은 인간의식과 사회경제적 구조 둘 다의 측면에서의 실질적인 변이들이다.

2) 이 변화는 비선형이며 내부적이거나 외부적인 충격을 거쳐서 진행된다.

분명히 코로나는 외인성(外因性)―즉 예측할 수 없는 외적요인에서 온 것―이기도 하지만, 엄청나게 파괴적인 우리의 생태적 관행들이 팬데믹 발생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코로나는 내인성이기도 한 충격이다. 이것은 인간 삶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수요와 공급 모두에 의해 추동되는 경제체제에 이중 충격을 일으키는 이중의 불운이다. (경제위기가 수요와 공급 어느 하나에서 통상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코로나가 본격적인 이행을 하는데 충분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커다란 가속기’는 될 것이며, 코로나는 이미 짧은 시간동안 많은 것을 바꾸었다. 녹색/P2P/커먼즈 이행을 가속화하는 긍정적이기만 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거나 네이오미 클라인의 ‘쇼크 독트린‘(([옮긴이] 네이오미 클라인(Naomi Klein)이 동명의 저서 『쇼크 독트린』(The Shock Doctrine)에서 제시한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의 글 http://commonstrans.net/?p=1397 참조.))과 같은 부정적이기만 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급진적인 변화들이 뒤섞여 있다는 것을 보고자 한다면 로마(제국)의 멸망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라.

그렇지만 몇 가지 예비적 결론들은 다음과 같다.

1) 시장은 그런 위기의 순간이 닥치면 해법을 찾는데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하며 대기업과 소기업의 90%는 국가의 지원이 없으면 파산할 것이다. (바로 지금 대형 은행들이 미국의 필수 의약품들의 값을 부당하게 올리도록 대형 제약회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자신들의 공동체에 뿌리를 내리고 있으면서 어떻게든 이 공동체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많은 중소기업들을 평가절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자본주의적인’ 다국적 기업들과 금융기관들은 가난한 사람들이 적정 비용으로 진단을 받지 못하거나 의약품이 부족해서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낼 것이고 그 때문에 인구 전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다.

2) 국가들은 약하고 지도자들은 실수를 저질렀지만 국가라는 제도는 사회적 장이 단편화된 데서 오는 혼란한 반응들을 피하기 위해 그리고 모든 사람이 훨씬 더 심각한 위험에 처하지 않도록 시장을 단속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없어서는 안 될 것으로 드러났다.

3) 현행의 다자주의 체제(([옮긴이] 다자주의 체제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의 글 http://commonstrans.net/?p=1544참조.))는 유용했지만 (가령 WHO) 또한 상당히 약하고 비효율적이며 적어도 임무를 수행하는데 불충분했다. 국가 및 다자 기구들의 결함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역설적이게도 이것들이 없었다면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죽었을 것이다. 전반적으로 보아 국가 및 다자 기구들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초기 대응 지연과 초기 실수 이후로 대부분이 비교적 지각 있는 정책을 택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이 맥락에서 국가 형태를 폐지하는 것이 심각한 재앙과는 다른 어떤 것이 될 것이라는 환상을 품어서는 안 된다.

4) 우리는 이례적인 시민정신과 시민사회의 협력적인 기동(機動)을 보았는데 이것은 위기에 적응하는데 그리고 시장과 국가 실패를 완화시키는데 필수적이었다. 수많은 지역적 및 초지역적 집단들(local and trans-local groups)이 의료장비들—시장은 의료장비들을 비축하지 않았고 국가는 제때에 주문하지 못했다—을 신속하게 생산할 수 있는 기술적•과학적인 커먼즈를 창출하기 위해 움직였다. 인공호흡기가 없다면 환자는 죽는다. 마스크가 없다면 의료인이 감염되고 시민들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계속해서 서로를 감염시킬 것이다. 대규모로 검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완화에서 억제로 나아갈 수 없는데 이 모든 노력에서 시민사회 집단들이 앞장을 섰다.

5) P2P/커먼즈/오픈소스의 노력을 통해 드러난 것은 초지역적, 초국가적 대응을 위한 새로운 기구들의 씨앗들이다. 이 씨앗들은 현시점에서 국가적/다자주의적 체제를 (비록 이 체제가 불충분할지라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이 체제를 크게 강화할 수는 있다. (우리는 앞으로 국제 및 다자기구들이 아니라 훨씬 더 강한 초국적 기구들을 필요로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초국적 기구들의 경우에는 생태적•사회적 정의가 서로에게 강하게 의존적이기 때문에 인간경제가 지구의 경계 내에서 그리고 받아들일 수 있는 사회적 형평성 한도 내에서 작동하는 것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도 여전히 지배적이고 필요한 현 체제는 시장참여자들(market players)을 살리면서도 강압하는/동원하는 새 입법을 통해 현재 하고 있는 것처럼 그들을 이리저리 부릴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현 체제는 그 자체로 효율적일 필요가 강하게 있는 초지역적•초국적 전문지식을 갖춘 집단지성과 함께 일하며 이 집단지성을 기동하는 것을 도울 필요가 있다. ‘파트너 국가(partner state)’(([옮긴이] 파트너 국가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의 글 http://commonstrans.net/?p=468참조.)) 실행과 공적 커먼즈 프로토콜을 향한 이 과정은 (자동적으로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 현 위기의 부정적인 결과들 중 하나일 수 있는 강압적•권위적인 국가 중심 모델의 대안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커먼즈 운동의 역할은 무엇인가?

1) 하나는, 상호부조적 자기조직화뿐만 아니라 시장과 국가의 실패를 넘어서려는 다양한 오픈소스 활동들을 통해서 이미 해왔던 것처럼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입증하는 것이다.

2) 구조적으로 적응하고 개혁을 이루고자 노력하기 위해 이 교육적인 위기의 기회를 활용하자. 다시 말해 우리는 지역적일 수만은 없으며 초지역적으로 존재해야 한다. 즉 기존의 제도들을 변화시키기 위해 그리고 커먼즈 중심의 개혁과 변형 정책들을 제안하기 위해 제도적인 삶의 모든 수준에서 노력해야 한다.

코로나는 심각한 위기이지만 기후는 훨씬 더 심각한 위기이다. 역설적인 방식으로, 코로나에 대응하는 세계적 움직임은 그 취약성과 실수들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기관들이 일단 우리의 생명과 그들의 합법성이 위험에 처하기만 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얼마나 빨리 선택을 조정하고 바꿀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이것은 기후변화에의 적응과 생태학적 변형에도 좋은 징조이다. 그러나 실수를 하지 말자. 이것은 우리에게 유용한 가르침을 주는 위기들 중 하나일 뿐이다. 새로운 삶으로의 분기를 위한 심층적인 변형은 우리가 유럽에서 11세기와 16세기에 했던 것과 같은 수준의 ‘의식의 변이’를 필요로 한다. 이번에는 그 변이가 전지구적이고 상당히 동시적일 필요가 있을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아직 그러한 변이의 지점에 도달하지 않았지만 그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강한 선행조건들을 명확하게 눈앞에서 보고 있으며 현재의 위기가 바로 이 선행조건들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자연의 한계들 안에서 살아가면서도 다른 모든 생명형태들과의 상호의존성을 깨닫는 새로운 안정적인 시스템으로의 필요한 변형을 가져올 교육적인 재난들 가운데 첫 번째일 뿐이다. 그러나 이것은 생태학적 위기를 초래하는 추출적인 체제들과 인간사회가 항상 강구해온 재생성적인 대응들 사이에서 진동해온 순환의 역사를 피할 필요가 있다. 대신에 우리는 수 세기와 수천 년을 지속할 수 있는 견실한 경제와 사회체제로 나아갈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