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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커먼즈와 공동의 회복탄력성


  • 저자  :  Sebastien Maire, Tom Llewellyn,
  • 원문 : Transitioning from competition to collective resilience: Q&A with Sebastien Maire, chief resilience officer for the City of Paris (2019.09.17) /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CC BY 4.0)
  • 분류 : 번역
  • 옮긴이 : 에스페라
  • 설명 : 아래는 Shareable.net에 올라있는, 톰 레웰린(Tom Llewellyn)의 세바스찬 메어(Sebastien Maire)와의 인터뷰(2019. 9. 17)의 내용(팟캐스트)을 편집·요약한 텍스트를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인터뷰 전체는 위 글 제목 링크를 클릭하면 들을 수 있다. ‘resilience’(회복탄력성)는 원래 의학 등의 분야에서 쓰이던 것이 생태이론에서도 쓰이게 된 것인데, 더 자세한 설명은 한국어 위키피디아를 참조하라. 여기서는 맥락에 따라 다소 변화를 주어 옮기기도 했다.

[레웰린의 설명]

21세기에 점점 더 확대되고 있는 물리적·사회적·경제적 난제들에 대해 도시를 더욱더 회복탄력적(resilient)으로 만드는 데 헌신하는 전 세계적인 도시자치운동의 선두에는 파리가 있다.

도시와 모든 도시 거주민들이 더욱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시행된 조치들은 매우 필요하다. 6월과 7월은 각각 가장 높은 지구 평균 기온을 기록했으며, 그 사이에 파리는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을 겪었으며 천오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프랑스 전역에서 폭염으로 사망했다.

나는 파리의 회복탄력성 담당 책임자인 세바스찬 메어(Sebastien Maire)와 기후 위기를 직면한 상태에서 회복탄력성을 구축하기 위해 도시가 어떤 일을 해오고 있는지에 대해 길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의 대화는 여섯 가지 주요한 회복탄력성에 관한 문제들, 그러한 문제들에 대응하는 3축 접근방법 그리고 어떻게 그 방법들이 주민들에게 직접 참여할 권한을 주는지 — 많은 경우에 그 과정을 이끌 권한을 주는지 — 에 대한 것이었다.

대화 과정에서 우리는 100개 회복탄력성 도시 프로그램, 공동체 냉장고, 사회적 단결의 역할, 그리고 기후 변화와 사회적 불평등 사이의 불가분한 관계에 대한 그의 의견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기서부터 팟캐스트 내용]

 

질문 (톰 레웰린)

파리가 직면하고 있는 독특한 문제들 중 일부에 대해서, 그리고 이러한 문제들을 대처하기 위해 실행해 오고 있는 프로젝트들 중 일부에 대해서 좀 말씀해 주시겠어요?

 

답변 (세바스찬 메얼)

우리는 파리의 여섯 가지 주요한 회복탄력성 관련 문제들―사회적 단결의 부재, 공기 오염, 기후 변화, 거버넌스의 부재 등―을 확인했습니다. 이 주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세 개의 주요한 축을 구축했습니다. 첫 번째 축은 시민들입니다. 공공 기관, 정치권, 사적 부문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믿는 것입니다. 각각의 주민들은 힘을 가지고 있고, 우리의 역할은 이러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자리를 차지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민들을 교육하고 파리에 대한 정보를 알리는 것을 목표로 일해오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후 변화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해 언제나 행동할 준비가 된 주민들의 자발적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습니다.

두 번째 축은 건물, 도로, 공공장소, 공원, 교통수단 등과 같은 기반시설입니다. 만약 우리가 더욱 회복탄력적이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공공장소를 만드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다시 상상해 보아야 합니다.

세 번째 축은 거버넌스입니다. 만약 우리가 첫 번째 축과 두 번째 축이 성공하기를 원한다면, 우리는 지역의 거버넌스를 변화시키고 개선해야 합니다. 즉, 공공 부문과 사적 부문 그리고 주민들이 서로 협력하는 것입니다.

 

질문

이 축들이 실행되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답변

우리는 나무를 심고 있습니다. 20년 후에 그 나무들이 자라서 그늘을 제공할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모든 도시에서 그와 같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 나무들이 20년 후의 기후 변화 속에서 살아남을까요? 대부분의 도시들은 그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있고, 기후가 완전히 바뀔 것이기 때문에 충분히 자라지 못하고 죽을 나무를 지금 심고 있습니다. 한편, 파리에서는 오늘의 기후와 내일의 기후 모두에서 생존할 수 있는 나무의 종(種)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단순히 파리의 경계 안에서만 정책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비전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모든 주요 문제들 — 공기 오염, 홍수, 테러 공격, 기후 변화 등 — 은 더 넓은 범위에서만 해결책을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당연하게도 교외 지역과 더욱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시골 지역과도 협력해야 합니다. 시골지역이 도시를 부양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파리에서도 도시 농작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파리는 인구가 밀집해 있고 한계가 있어 결코 파리의 농작이 사람들을 부양할 만큼 충분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지속가능한 농업을 발달시키고 싶다면, 그리고 공기 오염을 줄이고 싶다면, 파리 주변에 새로운 농작지 창출을 지원해야 합니다. 미래에 그것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질문

6월과 7월은 이전의 기록을 산산이 깨뜨릴 만큼 전 세계적으로 기록상 가장 더운 두 달이었습니다. 그리고 7월에는 파리에서 역사상 가장 더운 날이 있었습니다. 지구 온난화로부터 야기된 시련들에 대처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서로 협력하고 지원하는 것을 돕기 위해 파리시는 어떤 일을 하고 있습니까?

 

답변

이러한 종류의 충격에 대한 대부분의 대응은 먼저 시민들 자신들에게서 나와야 합니다. 우리는 앞으로 점점 더 자주 이러한 종류의 위기들을 겪을 것이기 때문에 공공 당국과 비상시 서비스는 (이런 일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압도될 것입니다. 폭염 사태는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일상적인 결속력을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훌륭한 사례입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공적 지침들에는 이런 것들이 있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노인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이웃집의 문을 두드려 주세요. 당신 주변에 돌봄이 필요한 임신한 여성이나 아기들이 있는지 알아보세요.’

또 다른 사례로, 우리는 파리에 모든 곳에 자발적 네트워크들을 만들고 있습니다. 폭염 기간 동안 우리는 이웃에게 줄 수 있는, 본인의 집 근처에 어디가 가장 가까운 시원한 장소인지에 대한 정보 등을 포함한 자료들을 자원봉사팀에 보냈습니다.

저는 이것이 위기와 관련한 공공 정책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민들을 믿는 것이죠. 프랑스에서 이는 완전히 새로운 일입니다. 행정문화는, 특히 정부에서 내려오는 문화는 시민들이 위기를 다루는 방법을 모른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만약 우리가 시민들을 참여시키면 더 큰 혼란이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공공 당국만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하지만 당국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 우리는 시민들을 믿어야 합니다.

 

질문

별도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관한 얘기를 해보자면, 같은 자원을 가지지 못하고 재난이나 혼란에 부정적인 영향을 더 크게 받는 소외된 공동체들이 많습니다. 이러한 소외는 많은 경우 우리의 경제 구조에 의해 만들어진 불평등에 기인합니다. 회복 탄력성 담당 책임자의 직위를 가지고 계신 분으로서, 도시의 전체적인 회복력을 낮추는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답변

기후 문제와 불평등 문제는 그 영향뿐만 아니라 해결책에 관해서도 서로 완전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가게 앞 거리에 냉장고를 설치해 놓을 수 있도록 허락해 준 그 지역의 가게 주인들과 협력하여 ‘단결 냉장고’를 설치했고, 이것이 해결책의 한 사례입니다. 주인들은 하루 장사를 끝내고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팔 수 없는 모든 음식을 이 냉장고에 남겨 둡니다. 다른 사람들도 또한 본인들의 음식을 이 냉장고에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노숙자들이나 가난한 사람들이 냉장고에 있는 음식을 마음껏 꺼내 먹을 수 있습니다.

작년에 시범적으로 운영을 해보고 우리는 매일 각각의 냉장고에 약 120킬로(265파운드)의 음식이 보관된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이 냉장고가 아니었다면, 이 120킬로의 음식은 아마도 쓰레기로 버려져서 트럭에 의해 수거되고 50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태워졌을 것입니다. 음식은 이렇게 태워지지 않고 어디로 수송될 필요도 없었으며, 사람들은 현장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쓰레기를 줄이고, 공기 오염을 줄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음식이 필요한 사람들을 먹일 수 있습니다. 냉장고라는 그저 하나의 단순한 물체에 대한 이 전체론적인 접근이 핵심입니다. 단순하고, 로우테크이고, 비용도 저렴합니다. 그저 사고방식의 변화일 뿐이며, 문제와 해결책을 생각해 보는 방식의 변화인 것이죠.

 

질문

장소감각(a sense of place)을 만드는 것은 공동체와 사람들 사이의 결속력을 구축하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입니다. 파리 사람들이 장소감각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서 언급할 수 있는 것이 있습니까?

 

답변

파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작은 수도 중 하나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파리를 생각할 때 아마도 그저 220만 명의 주민들이 있는 시라고만 생각할 것입니다. 하지만 파리는 그 이상입니다. 파리의 대도시권에는 7백만 명의 사람들이 있고, 예를 들어, 채소를 기를 수 있는 시골을 포함한 파리의 지역에는 1,400만 명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또한 파리와 가까운 많은 다른 지역에도 의존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이 문제를 단지 우리들만의, 시로서의 파리만의 문제로 상정하는 것을 멈추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경쟁에 기초한 비전으로부터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더욱 경쟁적이어야 되고, 더 많은 돈을 벌어야 하고, 더 많은 사업을 창출해야 한다는 등의 생각은 새롭게 출현하는 것과는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는 경쟁이 아니라 협력을 해야 합니다. 당신이 아마도 경쟁에서 이길 수도 있겠지만, 이는 반대쪽에 진 사람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만약 다른 영토에서 무언가를 잃고 있다면, 결국에는 나중에 자신의 영토에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직면할 문제들을 고려해 볼 때 이러한 경쟁 구조는 정말 위험합니다.

이러한 회복탄력성 전략과 파리시에서 개발한 다른 프로젝트들 안에서 우리가 시행하고 있는 것은 주민들 그리고 사적 부문 등과 함께 도시 수준에서 협력, 공유, 그리고 함께 돕자고 하는 생각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이는 매우 새로운 방향입니다. 20세기는 이와는 반대였기 때문에 특히 그렇습니다. 20세기는 경쟁에 기초한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시대를 바꾸고 있고, 저는 이것이 정말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위험들 — 우리는 다가오는 수십 년 안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릅니다 — 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누구도 지금까지 알아내지 못한 몇몇 위험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회복탄력성이 있는 도시는 시민들, 적절하게 작동하는 거버넌스, 알맞게 설치된 기반시설을 믿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어떤 것과도 맞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도시는 강해질 것입니다. 이게 바로 우리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