팹아카데미


  • 저자  :  Neil Gershenfeld, Alan Gershenfeld, and Joel Cutcher-Gershenfeld
  • 원문 :  Designing Reality : How to Survive and Thrive in the Third Digital Revolution (2017) 
  • 분류 : 내용 정리
  • 정리자 : 정백수
  • 설명 : 위 책의 1장의 일부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책의 서설의 내용은 이 블로그의 게시글 http://commonstrans.net/?p=1233와 http://commonstrans.net/?p=1246에 정리되어 있다. 이번 정리글의 핵심은 팹랩의 확산과 연계되어 발전된 ‘팹아카데미’라는 이름의 학습모델이다. 한국에서의 일만은 아니겠지만 정리자가 경험한 바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제도권 교육모델(대학 포함)이 형편없이 망가지고 시대에 뒤쳐졌음이 확실하며, 제도권이 스스로 이것을 고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와는 전혀 다른 학습모델의 탐색이 절실하게 필요한데, 정리자 자신은 개인블로그의 글 「‘십오 소년 표류기’ 7」에서 리눅스 같은 프로그램을 함께 만드는 공동체들에서 파생된 학습모델인 ‘넷아카데미’를 간략히 소개한 바 있다. 이번 글에서 소개할 ‘팹아카데미’는 이 ‘넷아카데미’의 새로운 형태라고 보면 될 듯하다. 다만 대학과 무관한 ‘넷아카데미’와 달리 ‘팹아카데미’는 대학과 대학 외부(지구 전역)에 걸쳐서, 양자를 가로질러 존재한다는 점에서 앞으로 한국의 대학들―물론 정신을 차린 대학들―이 본받을 만한 사례일 듯하다.

[팹랩이란?]

팹랩(Fab lab)은 제작(fabrication)을 위한 실험실로서 MIT의 <비트와 원자 센터>(Center for Bits and Atoms, CBA)의 지역사회봉사 프로젝트로 시작되었다. CBA는 컴퓨터과학(‘Bits’)과 물리과학(‘Atoms’) 사이의 경계를 연구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CBA에는 낮게는 천 달러에서 높게는 수백만 달러에 이르는 여러 가지 도구들이 있다. 팹랩은 만일 CBA의 도구들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들이 외부로 널리 쓰일 수 있게 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보려고 했다. 2002년 칼박(S. S. Kalbag)이 학교에서 낙오한 아이들에게 기술을 가르치는 학교를 일부러 인도의 작은 마을 파발(Pabal)에 세웠다. CBA는 비싼 특수목적 랩 장비에 투자하기보다 농업테스트 같은 목적을 위한 랩 기구들을 이 학교에 만들어 주는 협동을 시작했다. 이것을 팹랩 제0호라고 부를 수 있다. 여기서 영감을 얻어서 보스턴의 공동체 활동가 킹(Mel KIng)의 <사우스엔드 테크놀로지 센터>(South End Technology Center, SETC)에 설치되어 2005년 온전한 공동체 팹랩으로 성장한 것이 제1호이다. 제2호는 보스턴의 가나인 공동체가 킹의 랩을 본 후 협동하여 가나의 해안에 있는 쎄스코디-타코라디(Sekondi-Takoradi)에 세운 팹랩이다. 새 팹랩을 열 때마다 또 필요한 누군가가 생겼으며, 이렇게 해서 팹랩은 10년 동안 매해 2.5배씩 늘어났다.

 

팹랩의 수가 두 배씩 몇 번에 걸쳐 증가한 2005년에 닐 거션펠드는 『랩』이라는 책을 썼다. 도어티(Dale Dougherty)는 ‘maker’(제작자)라는 용어를 만들어서 새로이 출현하는, 팹랩에 있는 종류의 도구들을 사용하여 컴퓨팅을 제작과 연결시키는 덕후들의 공동체를 지칭했다. 그는 2006년에 ‘메이커 페어’(Maker Faire)라고 불리는 모임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는데, 이 가운데 가장 큰 것인 2015년의 것에는 145,000명이 방문했다.

 

2006년에는 뉴턴(Jim Newton)이 대부분의 개인들이 구할 수 없는 디지털 제작 도구들에의 접근을 제공하는 텍샵(TechShop)을 창립했다. 텍샵들은 회원제로 운영되었으며 2016년 현재 10개가 있다. 좀 덜 본격적인 것으로서 메이커스페이스들(maker space)이나 해커스페이스들(hacker spaces)이 확대되기 시작하여 동호인들에게 장소를 제공했다. 이 공간들은 제공하는 것은 공간마다 매우 다르지만 현재 수천 개가 있다.

 

2007에는 버닝맨 모임으로 가져간 이동형 팹랩이 처음 선을 보였다. (버닝맨 모임에 대해서는 이 블로그의 글 「커먼즈로서의 버닝맨」 참조.) 이동형 랩은 나중에 시골 지역들을 이리저리 다니며 네트워크 내에 네트워크를 심는 팹랩들이 되었다.

 

이 모든 팹랩들은 3차 디지털 혁명의 초기 발현형태들이다. 이러한 성장기의 생태계에서 팹랩들은 두 가지 변별적 특징을 가진다. ① 팹랩들은 각기 다르다기보다는 모두가 진화하는 일단의 핵심 능력들을 공유하여 팹랩들 사이에서 사람들과 기획들이 공유될 수 있게 해준다. 멧 칼프의 법칙(Metcalfe’s Law):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의 가치는 그 네트워크에 있는 컴퓨터들의 제곱에 비례한다. 피트니스센터에서 운동하면 다른 사람들이 같이 운동한다고 해서 큰 차이가 없지만, 인터넷에 접속하면, 혹은 팹랩에서 작업하면, 다른 컴퓨터들이 접속할 때, 혹은 다른 사람들이 팹랩에서 같이 작업할 때 가치가 증가한다. 팹랩 네트워크에서는 사람도 기획도 모두 이동적이며, 개별적으로는 할 수 없는 것을 집단적으로 성취할 수 있도록 한다.

 

② 다른 변별적 특징은 그 콘텐츠의 연계된 진화이다. 공동사용하는 기계들, 재료들, 부품들, 프로그램들로 시작했다가 지금은 팹랩들에 의해서 그리고 팹랩들을 위해서 개발된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를 위한 오픈 디자인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팹랩이 또 하나의 팹랩을 만들 수 있는 지점을 목표로 잡아서 가고 있다. 팹랩에서 사용하는 각 유형의 기계의 비용은 그동안 저렴해져왔지만, 팹랩에서 만들 수 있는 것에 대한 포부 또한 그에 비례해서 올라가서 전체적인 비용은 거의 비슷하게 공동체의 자원의 규모 정도에 머물러있다.

 

이 두 특징들로 인해서 팹랩들의 모음은 네트워크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각 사이트는 개별적으로는 별 것이 없지만, 이 사이트들을 모아놓으면 중요한 덩치가 된다. 아무도 팹랩을 시작하라고 밀어붙이지 않는데, 사이트들이 계속해서 네트워크에 합류한다. 더 큰 것의 일부가 됨으로써 혜택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놀라움은 팹랩의 사용방식이 세계 전역에서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멜 킹이 이 점을 포착했다. 는 북극에 몇 시간 있더라도 거기서 도시의 랩에서 발견하는 것과 같은 희망과 두려움을 인식하리라는 것이었다.

 

팹랩들에 공통적인 것은 노소가 혼합되어 있고 응용분야가 교육, 오락, 사업에 걸쳐있다는 점이다. 이렇게 다양한 가운데 팹랩들은 도서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1900년 무렵 카네기가 투자하여 공동체 도서관들을 세웠는데, 사업이 완료되었을 때 전국에 걸쳐 약 2500개가 세워졌다. 도서관의 전반적인 사명은 리터러시, 즉 지식에의 접근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도서관들은 이 사명의 달성에서 여러 목적들(사설보육소, 학교 수업, 연구, 시정市政)을 위해 사용되었다. 도서관들은 처음에는 새로운 것이었으나 이제는 문명화된 공동체의 당연한 구성요소가 되었다. 팹랩들 또한 그와 같은 궤적을 그릴 것이다. 다만 이제 팹랩들은 비트에서 원자로의 이동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리터러시를 목적으로 한다.

 

 

[팹아카데미]

 

CBA가 디지털 제작 연구시설을 일단 갖추고 나자 생긴 문제가, 이 도구들이 여러 분야에 걸쳐있고 또 그 작동 규모로 인해서 학생들이 그 사용법을 모두 배우기 위해서는 평생 MIT 수업을 들어야 할 것이라는 점이었다. 그래서 저자는 2001년에 편법으로서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법’(How to Make (almost) Anything)이라는 제목의 새로운 강의를 개설했다. 디지털제작을 연구하는 소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이 강의에 뜻밖에 매해 수백 명의 학생들이 들으러 왔다. 그저 어떻게 물건을 만드는지 배우고 싶다는 이유로 말이다.

 

학생들은 개별적인 기술을 마스터함과 아울러 이 기술들을 통합하는 프로젝트들을 했다. 첫 해의 스타 가운데 하나는 켈리 돕슨(Kelly Dobson, 나중에 Rhode Island School of Design의 Digital+Media학과의 학과장이 된다)인데 그녀는 비명(screams)을 모아두었다가 나중에 내보내는 착용장치를 만들었다. 윤미진(Meejin Yoon, 나중에 MIT 건축학과장이 된다)은 센서들과 등뼈 모양의 구조물들로 가득하여 개인 공간을 방어할 수 있는 드레스를 만들었다. 이런 종류의 기획들이 계속 이어졌다. 저자는 여기서 자신이 묻지 않았던 질문, 즉 디지털 제작이 어디에 쓸모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학생들이 답하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제작 방법을 묻고 있었지 이유를 묻고 있지는 않았는데, 학생들이 디지털 컴퓨팅의 킬러앱은 퍼스털 컴퓨팅이듯이, 디지털 제작의 킬러앱은 퍼스널 제작임을 보여주고 있었던 것이다. 핵심은 상점에서 살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살 수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었다.

 

CBA의 연구도구 사용법 수업이 필요했듯이 팹랩들의 확산도 전지구적으로 사용법을 훈련시키는 문제를 낳았다. 똑똑한 아이들은 지역 교육이 주는 기회를 훨씬 앞서는 기술을 팹랩들에서 배우고는 그 다음에 급격히 능력이 하강하곤 했다.

 

브루볼트(Hans-Kristian Bruvold)는 노르웨이 북쪽의 한 지역학군에서 일종의 문제아였다. 이미 선생들이 가르치는 모든 것을 마스터해서 주의집중을 잘 안하는 학생이었다. 그는 한 팹랩에 나가기 시작했고 거기서 저자를 만났으며 저자는 그에게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법’의 몇 가지 데모 프로젝트를 보여주었다. 다시 만났을 때 저자는 그가 장난감 로봇 트럭에 여러 기술을 통합해 넣은 것을 보고 놀랐다. 몸체를 디자인했을 뿐만 아니라 모터와 제어장치를 통합해 넣고 방풍유리 디스플레이를 추가했다.

 

남아프리카에서도 인종차별시기의 한 흑인거주구인 쏘샹구베(Soshanguve)에 팹랩을 열었을 때 유사한 일이 일어났다. 한 지역 소녀인 모나헹(Tshepiso Monaheng)이 놀랍게도 랩을 이용하여 원격으로 MIT 수업 내용을 따라오고 있었던 것이다.

 

통상적인 관점에서라면 브루볼트나 모나헹 같은 똑똑한 아이들은 멀리 떠나서 더 나아간 곳에서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이동은 유용한 사람들을 그들이 가장 필요로 되는 곳에서 떠나보낸다. 우리는 처음에 세계 전역의 지역 학교들과 짝이 되어 이 진공을 채우려고 했는데, 기술적 숙련보다 훨씬 더 큰 한계는 학교의 엄밀히 통제되는 교육 접근법이 창조성을 질식시킬 수 있다는 것을 늘 발견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팹아카데미(Fab Academy)라고 불리는 것을 시작했다.

 

팹아카데미는 원래 팹랩들이 원격으로 MIT의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법’ 수업을 들을 수 있게 마련한 비디오 링크에서 자라나왔다. 직접 듣는 학생들보다 팹랩들이 더 많아지면, 원격 세션을 별도의 프로그램으로 분리했다. 원래 원격 학생들이었던 지역 멘토들의 존재가 필수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새 학생들은 지역 팹랩에 있는 작업그룹에 합류해서 멘토들, 동료들, 기계들과 함께 작업했다. 그 다음에 우리는 비디오를 사용한 대화식 강의와 협동적 내용공유를 통해 모두를 전지구적으로 연결했다.

 

MIT를 컴퓨터 메인프레임으로 보면 된다. 잘 작동하지만 소수에게만 유용하다. 대형공개온라인 강의(massive open online classes, MOOCs)는 사용자들이 중앙메인프레임에 연결된 터미널 앞에 앉아 있는 시분할 시스템(time-sharing, 각 사용자들에게 컴퓨터 자원을 시간적으로 분할하여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시스템으로서 출력이 사용자에게 표시되고 입력을 키보드에서 읽어 들이는 대화식 인터페이스를 제공할 수 있다) 시기에 상응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 팹아카데미 모델은 학습네트워크상의 노드들을 연결하는 인터넷에 더 가까우며, 이 노드들은 중앙이 아니라 가장자리에서 확대된다.

 

처음에는 저자가 직접 모든 학생들을 지도했다. 그러다가 팹아카데미 모델이 성장하면서 저자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멘토들을 지도했다. 모델이 더 성장하면서 저자는 지역 랩들을 지도하기 위해 출현한 상위노드들(supernodes)을 지도했다. 이런 식으로 이 모델은 인터넷과 유사해졌다. 나무처럼 줄기, 가지, 잎으로 정보가 전달되었다. 인터넷처럼 모든 노드는 다른 모든 노드와 대화할 수 있었다. 팹아카데미의 일주일 생활의 중심은 거대한 화상회의였다. 여기서 누구나 다른 모든 사람을 보고 다른 모든 사람의 말을 들을 수 있다. 이 회의에는 이전 주의 성공과 실패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포함되고 다음 주의 새로운 일감에 대한 대화식 소개가 포함된다. 이 모든 협동과정은 중앙사무실보다는 아씨나리(Luciana Asinari)가 이끄는 분산된 작업그룹에 의해서 뒷받침된다.

 

이 구조에서는 품질 통제를 위해 관계들의 망에서 직접 추적하는 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edu’ 도메인을 얻어내는 것이 필요했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포트폴리오를 만들게 했다. 우리는 미래의 입학, 취업, 투자를 위해서는 미지의 단체로부터의 증명서보다는 포트폴리오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콘텐츠를 만들고 평가를 하는 하나의 주기가 도는 데 약 8개월 걸리지만, 학생들의 진전은 수업을 들은 시간보다는 기술의 숙달에 의해 결정된다. 어떤 학생들은 모든 것을 완료하는 데 몇 년 걸렸다. 학생들의 수준은 홈스쿨링한 천재들, 대학생들, 대학에 가는 대신 이것을 배우는 사람들, 중견 전문가들, 말년에 재훈련하는 사람들, 퇴직 후 취미로 하는 사람들 등 다양하다. 지역 학습 워크그룹들의 전지구적 연결은 팹랩들의 분산된 성격과 멘토링의 필요 사이의 균형을 맞추어 준다.

 

좋은 멘토링이 부재하면 형편없는 생각들이 번성한다. ‘maker’라는 이름은 ‘열정적’이라는 긍정적 의미와 ‘잘 모른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모두 가진다. 메이커운동의 기본 요소는 아두이노(20달러짜리 작은 컴퓨터 보드로서 센서 해독, 출력장치 통제, 네트워크와의 소통이 가능하다)이다. 팹아카데미는 아두이노를 소개한 다음에, 팹랩에서 몇 달러로 부품들을 조립하여 그런 보드를 만드는 법을 보여준다. 그 다음에 학생들은 쌀알만 한 크기에서 데스크탑을 돌릴 수 있는 사이즈의 다른 컴퓨터 칩들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제작자운동의 또 다른 기본요소는 3D프린터이다. 팹랩은 학생들에게 3D프린터 사용법을 보여준 다음에 더 빨리 작동하고 더 크고 강한 것들 혹은 더 정밀한 것들을 만드는 모든 다른 디지털 제작도구들을 사용하는 법을 보여준다. 그런 다음 학생들은 3D프린터를 만드는 법을 배운다. 이런 사례들 각각이 쉬운 기술을 배우는 데서 어려운 기술을 마스터하는 데로 나아가는 경로를 제공한다.

 

‘스스로 하기’(Do-it-yourself)는 앞서 간 사람들의 어깨 위에 서기보다 자신의 발끝으로 서게 하는 방법이다. ‘같이 하기(do-it-together) 혹은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하기‘(do-it-with-others)는 축적된 지식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우리는 뜻밖에도 팹아카데미가 선순환의 심장부에 있음을 발견했다. 각 주기는 최고의 수행 사례들을 팹랩 네트워크 전체에 전파하면서 지역 멘토들로 이루어진 핵심 협동 공동체를 구축하고 나중에 새로운 랩들과 프로그램들을 돕게 될 훈련된 학생 무대를 제공했던 것이다.

 

팹아카데미는 디지털 제작을 가르치기 위해 개발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조합한 것의 많은 부분은 거기에만 맞추어진 것이 아니었다. 기반시설은 원거리학습(distance learning)이 아니라 어떤 종류든 분산된 학습을 위해서 사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저자는 처음에는 놓쳤지만 소통, 컴퓨팅, 제작, 학습 사이의 깊은 관계를 알게 되었다. 디지털 소통이 전지구적으로 상호작용하게 해주고 디지털 컴퓨팅이 지식을 공유하게 해주는 한편 여기에 추가되는 디지털 제작은 아이디어들만이 아니라 사물들을 교환할 수 있게 해준다. 팹랩의 핵심적 도구들이 있으면, 필요한 다른 모든 것을 만드는 것을 가능하게 해서 캠퍼스를 효과적으로 학생들에게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세계의 유력한 유전학자 가운데 하나인 조지 처치(George Church)는 하버드 너머의 학생들과 만나는 데 관심을 가져서 ‘(거의) 모든 것을 키우는 법’(How to Grow (almost) Anything)이라는 이름의 분산된 학급을 팹랩 네트워크에 추가했다. 디지털 제작과 생물학적 제작을 결합시킨 것이다. 생물학자들은 바이오랩에서 필요한 도구들을 만드는 데 팹랩을 사용할 수 있다. (생물학 장치들은 종종 가격이 센 편인 동시에 거추장스럽다.) 팹랩에서 기계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기술이 DNA 증폭을 위한 열순환기나 액체를 다루는 로봇 같은 것들을 만드는 데 사용되어왔다. 더 깊은 수준에서는 생물학 자체가 제작에 사용될 수 있다. 생물학적 과정들은 근본적으로 디지털 방식이며 우리는 팹랩들과 바이오랩들이 합류하면서 이 과정들을 프로그램하는 법을 점점 더 배우고 있다.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은 세계의 주요 예술가들 가운데 하나이다. 처치처럼 그도 그의 영향력을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직접 가르칠 수 있는 학생들 너머로 확대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의 관심은 ‘어떻게’ 물건을 만드는가에 있지 않고 ‘왜’ 만드는가에 있었다. 그래서 그는 만드는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과 그 과정이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기 위해서 ‘왜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가’라는 이름의 다른 분산된 학급을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저자의 학생 피크(Nadya Peek)가 이 점증하는 프로그램들을 ‘(거의) 모든 것의 아카데미’(the Academy of (almost) Anything)라고 불렀고 이 이름 혹은 그것을 줄인 ‘아카뎀애니’(Academany)라는 이름이 고정되었다. 현재 이 아카데미는 그레노블 팹랩(the Grenoble fab lab)을 시작한 몰레나르(Jean-Michel Molenaar)가 관리하고 있다. 제공하는 학습 각각은 지역 워크그룹의 모델을 따르고 멘토들은 대화식 강의를 위해 전지구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내용을 협동적으로 공유한다.

 

팹랩들이 전 세계에 확산되고 있는 동안 저자는 MIT에 새 건물이 짓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일은 시작에서 끝까지 10년 걸렸고 1억 달러가 들었으며 수백 명의 사람들에게 시설이 제공된다. 지난 10년에 걸쳐 출현한 수 천 개의 팹랩들 각각은 약 100명의 사용자들로 구성된 공동체를 가지고 있다. 이 숫자는 명백한 문제를 제기한다. 1억 달러 투자 대 10만 달러 투자의 차이를 정당화는 활동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인가? 기존의 MIT 조직은 희소성의 전제에 기반을 둔다. ① MIT는 랩에 있는 도구, 도서관의 책, 교수들의 시간에 대한 접근을 관리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지원자들을 거절하고 캠브리지의 한 구석에 틀어박혀 있다. 다들 공간을 차지하기 위해 다툰다. ② 온라인 학습플랫폼에 연결된 컴퓨터 앞에 학생이 홀로이 앉아있는 것을 대안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된 이분법이다. ③ 팹아카데미에서 지속적으로 발견하는 것은, 학생들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습공동체들 속에 있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진정한 대안은 원격교육이 아니라 팹랩 아카데미가 보여주는 분산된 교육이다. 그렇다면 이어지는 물음은, MIT 같은 곳에서 행해지는 활동의 어느 만큼이 이런 식으로 분산될 수 있으며 어느 정도의 욕구가 중앙집중화될 수 있느냐이다.

 

저자는 ‘반’이라고 말한다. 팹랩을 열 때마다 MIT에서 같이 작업을 하는 사람들과 동일한 종류의, 놀라운 창의성을 가진 사람들을 발견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어디에나 있으며 동료들, 멘토들, 도구들을 다른 데서는 찾을 수가 없기 때문에 팹랩에 그렇게 꾸준하게 나온다. 그래서 MIT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의 반 정도는 팹랩 환경에서 행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반은 더 많은 비싼 도구들(가령 분자 규모의 분자어셈블러를 개발하는 데 사용하는 나노과학 도구들)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비싼 도구들을 사용하는 기술과 지식은 너무나도 전문화되어 있어서 모두 한 곳에서 집중적으로 활동이 이루어는 것이 타당하다. 이 두 유형의 공간은 대립되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을 만 달러 제작 공간, 십만 달러 팹랩, 백만 달러 수퍼 팹랩, 천만 달러 연구랩들을 가진 하나의 나무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나무를 위로 키우기보다 바깥으로 키워야 지구 전체의 브레인파워를 가져다 쓸 정도로 규모를 키울 수 있다.

 

페이퍼트(Seymour Papert)는 컴퓨터와 교육의 아버지이다. 그는 스위스에서 선구적 아동심리학자 삐아제(Jean Piaget)와 함께 연구했는데, 삐아제는 어린아이들이 과학자처럼, 즉 실험을 하고 이론을 테스트하면서 배운다고 주장했다. 그후 페이퍼트는 MIT에 와서 초기의 리얼타임 디지털 컴퓨터들에 접근하여 어린아이들에게 가능한 실험의 범위를 확대하고 싶었다. 이는 그 당시에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이 컴퓨터들이 너무 비싸고 너무 컸던 것이다. 그 대신에 페이퍼트는 컴퓨터에 연결된 로봇 거북이와 어린아이들이 그 거북이들에게 명령할 수 있게 하는 언어(로고, Logo) 개발했다.

 

페이퍼트와 함께 연구하게 된 사람들 가운데 하나는 케이(Alan Kay)인데, 케이는 GUI와 랩탑의 컴퓨팅 패러다임들을 개발했다. 이 디자인 원칙들은 원래 사업가들로 하여금 스프레트시트를 작성하게 하기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니었고 어린아이들로 하여금 발견하게 하려고 의도된 것이었다. 페이퍼트와 함께 연구한 또 한 사람은 레스닉(Mitch Resnick)인데, 레스닉은 레고 마인드스톰(Lego Mindstorms, 로봇을 만들고 프로그래밍까지 할 수 있는 레고 모델)을 개발했다. 레스닉은 또한 아이들이 프로그램할 수 있는 인기 있는 소프트웨어 스크래치(Scratch, 아이들에게 그래픽 환경을 통해 컴퓨터 코딩에 관한 경험을 쌓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계된 교육용 프로그래밍 언어 및 환경)의 창출을 이끌었다.

 

팹랩이 두 배씩 증가하기 시작하고 팹아카데미도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페이퍼트는 저자를 찾아와서 팹랩에 대해 대화했다. 저자는 팹랩 전체를 역사상의 우연한 사건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페이퍼트는 자신의 옆구리를 찌르는 제스처를 했다. 그는 아이들이 거북이의 움직임을 프로그램할 수는 있으나 막상 거북이 자체를 만들 수 없다는 것이 그에게 늘 골칫거리였다고 말했다. 아이들이 거북이를 만드는 것이 늘 그의 목표였던 것이다. 그렇게 보면 팹랩에서의 학습은 그가 수십 년 전에 시작한 작업과 직선으로 이어진다. 그것은 우연한 사건이 아니었던 것이다. 중앙컴퓨터를 가지고 놀러 MIT에 가는 것에서 컴퓨터를 탑재한 장난감을 상점에서 사서 노는 것으로, 거기서 다시 팹랩에 가서 컴퓨터를 만들며 노는 것으로 이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진행과정이다.

 

[참고] 팹랩 및 팹아카데미 관련 동영상

fablab
https://youtu.be/aPKH60sW_C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