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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 디지털 혁명에서의 생존과 번영-2

  • 저자  : Neil Gershenfeld, Alan Gershenfeld, Joel Cutcher-Gershenfeld

  • 원문 : Designing Reality: How to Survive and Thrive in the Third Digital Revolution(2018)의 서설(Introduction) 
  • 분류 : 일부 내용정리
  • 정리자 : 민서

3차 디지털 혁명에서의 생존과 번영- 2

 

디지털 제작의 힘과 전망을 실현하는 데 필수적인 것은 3차 디지털 혁명에 동력을 공급하는 테크놀로지를 이해하는 것과 테크놀로지와 함께 진화해야 하는 사회체계를 향상시키는 것이다.

 

저자들 가운데 테크놀로지를 이해하도록 해주는 길잡이는 닐 거션펠드이다. 닐은 20년 동안 디지털 제작의 선구자로 일해오고 있으며 코앞에 와있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미래를 들여다보는 일에서 업적을 가지고 있다. 그는 『생각하는 사물』(When Things Start to Think, 1999)에서 사물인터넷으로 알려지게 된 것을 미리 내다보고 그것을 실현하는 데 기여했으며 『팹』(Fab, 2005)에서는 팹랩들과 메이커 운동들(maker movements)의 출현을 설명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디지털 제작의 힘과 전망을 소개했다.

 

『현실을 설계하기』에서 닐은 이 추세가 어떻게 3차 디지털 혁명으로 이어졌는지를, 이 추세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이해될 수 있는지를, 그리고 진화하는 연구 로드맵의 미래에서 이 추세가 어떻게 보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그는 사물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물을 구성하고 있는 소재의 짜임새를 디지털화한다면, 『스타트렉』식의 복제기(물질재조합장치) 같은 것도 가능함을 보여준다.

 

닐은 팹랩 운동의 우연한 기원 이야기로 1장을 시작한다. 그런 다음 그는 공동체 팹랩들이 전 지구적 네트워크 전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방식을 살펴보고, 그 과정에서 오늘날의 디지털 제작 과정들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이미 힘을 부여하고 있는지를 부각시킨다. 노르웨이 북쪽 끝에서 아프리카 남쪽 끝까지, 시골 마을에서 불규칙하게 확대되는 도시에 이르기까지 공동체에 기반을 둔 팹랩들은 혁신을 분출시켰고 디지털 제작의 힘과 잠재력의 초기 징후들을 제시했다.

 

3장에서 닐은 3차 디지털 혁명의 핵심을 이루는 과학적 토대의 역사를 현재의 시점에서 탐구한다. 그는 이 토대가 어떻게 생명이 분자 제작을 위한 기계를 발전시킨 40억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지를 설명하고, 그 바탕에 있는 신뢰성, 모듈방식, 지역성 및 가역성이라는 원칙이 어떻게 디지털 통신기술, 컴퓨팅 및 제작을 통합하는 핵심적인 아이디어로 기여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는 테크놀로지가 그 최종 형태에 도달하기 훨씬 전에 그것이 함축하는 바를 포착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다는 역사적 교훈을 강조한다.

 

닐은 이 3장에서 라스의 법칙(Lass’ Law)을 소개하는 데 이것은 디지털 제작에 적용되는 무어의 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법칙의 이름은 셰리 라시터(Sherry Lassiter, 일명 ‘Lass’)에게서 온 것이다. 선도적인 <팹 재단>(팹랩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과 함께 라시터는 <비트와 원자를 위한 센터>의 지역사회봉사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팹랩 요청서들의 더미가 커져가는 속도를 보고 팹랩의 수가 1년 반마다 대략 두 배가 된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팹』을 쓸 때 닐은 이런 급격한 성장을 상상하지도 못했다. 그 당시 <비트와 원자를 위한 센터>는 몇 개 안되는 최초의 팹랩들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닐에게 2003년은 팹랩의 시작점이고 10년 이상이 지난 지금 팹랩들의 수는 두 배가 되었다. 이제 라스의 법칙을 적용하면 향후 10년 정도에 걸쳐 100만 개의 팹랩에 해당하는 능력이, 그리고 그 다음 10년에 걸쳐 10억 개의 팹랩에 해당하는 능력이 생성됨을 의미한다. 공간을 채우는 10억 개의 시설이 들어선다는 말이 아니다. 테크놀로지의 융합, 접근성 및 범위에서의 진전을 이렇게 표현한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서 중요해진 것은 오늘날 존재하는 바와 같은 팹랩이 아니라 물리적 형태를 제작하고 그 기능을 프로그램하는 능력이다.

 

닐은 팹랩에서 현재 사용하는 도구들의 목록과 그 도구들에 대한 설명으로 5장을 시작한다. 그런 다음 그는 다음과 같이 뚜렷이 구분되는 4단계를 개관한다. ① 공동체 제작(기계를 통제하는 컴퓨터가 추동함) ② 개인 제작(기계를 만들 수 있는 기계에 바탕을 둠) ③ 보편적 제작(디지털 재료로의 이행을 표시함) ④ 유비쿼터스 제작(재료가 프로그램 가능함).

 

그런데 3차 디지털 혁명의 핵심요소들이 랩에서 등장해서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우리는 이 영향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는가?

 

사회 시스템이 3차 디지털 혁명을 가속화하는 기술과 함께 효과적으로 진화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도록 안내하는 길잡이는 조엘과 앨런이다. 조엘과 앨런은 첫 번째 랩을 시작한 이후 팹랩 운동에서 닐과 함께하고 있다. 조엘은 일리노이 주 섐페인 어배너에서 팹랩을 시작하는 것을 도왔고 팹 네트워크를 가로질러 새로운 이해관계자 연대 방법을 적용하는 것을 주도했다. 앨런은 팹랩에 맞는 지속가능한 모형을 연구했고 그가 설립한 <이라인 미디어>는 <팹재단> 및 <비트와 원자를 위한 센터>와 협력해서 미국의 <방위고등연구계획국>의 자금지원을 받아 디지털 제작의 미래를 탐구하는 비디오 게임을 작업했다.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할 때 조엘과 앨런은 전 세계 팹랩들을 방문했고 수십 명의 팹 선구자들을 인터뷰했으며 수백 명의 이해관계자들을 조사했다.

 

닐은 테크놀로지 로드맵을 연구하고 테크놀로지를 활용할 만한 도구와 기술들을 제안한다. 조엘과 앨런은 사회적 로드맵을 연구하고 사회 시스템과 기술 시스템이 함께 진화할 수 있게 하는 방법과 사고방식을 제안한다. 2장에서 조엘과 앨런도 현재 구축된 전 지구적인 팹랩의 네트워크를 관찰하면서 글을 시작한다. 그러나 닐과 다르게 그들은 힘을 북돋고 즐거움을 주는 측면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팹랩 네트워크에 스며드는 긴장과 문제들도 부각시킨다. 개별 제작의 전망과 자신이 소비하는 것을 제작하는 개인의 능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제작이 대부분 사람들에게 현실이 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멀다. 팹에의 접근, 팹 리터러시 및 진정으로 민주화된 기술을 보장하는 생태계의 양성을 중심으로 하는 중요한 문제들이 있다. 팹 생태계 도처에 있는 분리현상들을 관찰하는 것은 그 바탕에 함입되어 있는 전제를 그리고 상충하는 가치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창을 제공한다. 현재의 작업흐름을 완전히 익히는 데 어려움이 따르기 때문에 오늘날 팹랩의 혜택들은 결과보다는 제작과정에서 나온다. 앞으로 디지털 제작이 우리가 소비하는 것을 만드는 데로 나아가려면 결과에 비중을 더 두는 방향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4장에서 앨런과 조엘은 어떻게 무어의 법칙이 기술적 구축물 못지않게 사회적 구축물인지를 강조한다. 무어의 법칙은 결코 물리학 법칙이 아니며 관찰의 기록인데, 이것이 회사를 위한 핵심 사업전략이 되고 산업의 벤치마크가 되며 마지막으로 더 좋고 더 빠르고 더 값싼 디지털 기술을 활성화하는 틀이 된 것이다. 4장은 사회적인 변화와 기술적인 변화의 상호교직이 새롭지 않다는 것을 설명한다. 그런데 사회과학은 테크놀로지에 대한 반응으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지배적인 관행은 테크놀로지의 공동창출보다는 테크놀로지에 대한 관찰이다. 보다 진취적인 입장 취하기는 개인들·조직들·제도들이 변화의 속도를 이해하는 데서 시작한다. 긍정적인 사회변화를 위해서는 속도 제한장치와 속도 가속장치가 핵심적인 역할들을 할 것이며, 기술적 체계와 사회적 체계를 효과적으로 함께 진화시키기 위해 디지털 플랫폼과 새로 출현하는 생태계가 가진 힘을 이용하는 데 있어서는 1, 2차 디지털 혁명에서 배운 교훈들을 상기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조엘과 앨런은 6장에서 디지털 제작의 미래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작업을 구체적으로 안내한다. 그들은 다섯 대륙의 팹 선구자들과 공동으로 만들어낸 야심적인 여덟 개의 시나리오를 설명한다. 이 시나리오에서 사회적 체계와 기술적 체계는 함께 진화한다. 미래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심상지도(mental maps, 인지지도)만이 아니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심상지도가 필요하다. 이 더 나은 미래를 현실로 실현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조엘과 앨런은, 모든 사람이 3차 디지털 혁명에서 의미•목적•존엄성을 찾을 수 있도록 새로운 사고방식을 촉진하고 효과적인 방법을 적용하는 틀을 제안하고 있다.

 

『현실을 설계하기』의 세 저자들은 3차 디지털 혁명에 과학•테크놀로지•사회과학•인문과학의 관점을 적용한다. 각 저자는 책에 상이한 렌즈를 갖다 댄다. 각 저자의 렌즈를 통해 어떤 것은 명확해지고 다른 어떤 것은 불분명해진다. 이 책을 쓰기 위해 함께 모였을 때 일치한 의견들보다 일치하지 않은 의견들이 훨씬 더 중요했다. 서로 다른 분야들이나 영역들이 집단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복잡하고 급속히 바뀌는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협력할 필요가 있을 때면 언제나 그렇다.

 

지금 우리는 가능성 높은 궤적들을 예견할 수 있으며, 아직 시기가 일러서 우리가 후회할 방식으로 테크놀로지가 우리를 형성하기 전에 우리가 테크놀로지의 형성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독특한 역사적 순간에 서있다. 3차 디지털 혁명의 임팩트는 1, 2차 디지털 혁명의 임팩트보다 크지는 않더라도 그 만큼은 될 것이다. 우리는 우리의 존재방식의 심장부로 파고드는 수많은 새로운 기회 및 도전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애리조나 주립 대학의 리터러시 학자 제임스 폴 기(James Paul Gee)는 자신의 논문 「리터러시: 글쓰기에서 패빙으로」(“Literacy: From Writing to Fabbing”)에서 이 기회와 도전들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고 있다.

 

팹은 우리가 현재 겪는 것보다 한층 더 심한 불평등의 세계, 다시 말해 몇 명만이 아이디어를 비트로 바꾸고 다시 비트를 원자로 바꾸거나 그 반대로 원자에서 비트를 거쳐 아이디어로 나아가는 과정을 행하는 연금술에 참여하는 세계를 창출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질료—물건들, 세포들, 재료들—를 단지 몇 명이 소유하고 사용하는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팹은 새로운 리터러시이고 우리는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되어 갈지 아직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특별하고 어떤 의미에서 결정적인 것이다.

 

우리 중 몇 명이 호모 파베르가 될 것인가? 인간은 항상 최고의 도구 제작자였다. 곧 모든 사람이 세계를 만드는 도구를 사용할 수 있을 만큼 도구의 가격은 저렴해 질 것이다. 우리가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만들고자 한다면 말이다. 우리 중 몇 명 혹은 대부분 혹은 모두가 세상을 존재하게 하는 신과 같은 창조자가 될 때, 우리는 하나의 종으로서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것인가 아니면 더 나쁜 세상을 만들 것인가? 팹과 리터러시의 관계는 불과 인간발전의 관계와 같다. 다시 말해 불은 길을 밝힐 수도 있고 태워 버릴 수 있는 도구이다.

 

불이 길을 밝히는 쪽으로 이용되도록 영향을 미칠 힘이 우리에게 있다. 우리는 디지털 제작이 민주화되면서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비트를 지렛대로 삼아 원자를 능란하게 다루는 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우리는 비유적으로나 말 그대로나 현실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