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디지털 혁명에서의 생존과 번영-1

  • 저자  : Neil Gershenfeld((닐 거션펠드(Neil Gershenfeld) : MIT의 <비트와 원자를 위한 센터>(Center for Bits and Atoms, CBA)의 책임자)), Alan Gershenfeld((앨런 거션펠드(Alan Gershenfeld) : <이라인 미디어>(E-Line Media)의 대표이자 공동 설립자)), and Joel Cutcher-Gershenfeld((조엘 거션펠드(Joel Cutcher-Gershenfeld) : 브랜다이스 대학(Brandeis University)의 사회정책과 경영을 위한 헬러 대학원(Heller School for Social Policy and Management) 교수이며 <노동과 고용 관계 협회>(Labor and Employment Relations Association)의 회장을 역임))

  • 원문 : Designing Reality: How to Survive and Thrive in the Third Digital Revolution(2018)의 서설(Introduction) 
  • 분류 : 일부 내용정리
  • 정리자 : 민서

3차 디지털혁명에서의 생존과 번영

 

지난 반세기에 걸쳐 두 개의 디지털 혁명이 일어났다. 1차 디지털 혁명은 통신 분야에서 일어났으며 아날로그 전화에서 인터넷으로의 이행을 가져왔다. 2차 디지털 혁명은 컴퓨팅 분야에서 일어났으며 우리에게 개인용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가져다주었다. 현재 무어의 법칙(Moore’s Law)으로 알려진 무어의 예측―컴퓨팅 성능이 앞으로 10년 동안 계속해서 두 배로 증가한다―은 그가 처음 예상했던 10년 동안만 지속된 것이 아니라 50년 동안 유지되었다. 그리고 컴퓨터는 이제 1965년의 컴퓨터보다 10억 배 가량 강력하고 호주머니에 넣을 수 있으며 팔목에 찰 수도 있다.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는 기하급수적인 속도를 따라 잡으려는 노력은 사회의 모든 수준에서 일어난다. 그런데 수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크게 뒤쳐져 있다. 고든 무어의 글이 출판된 지 반세기를 넘긴 오늘날에도 지구의 절반이 넘는 지역에서 아직도 인터넷 접속이 전혀 불가능하며 이에 더하여 수십억의 사람들이 제한되거나 신뢰할 수 없는 접속을 한다. 전 세계 많은 곳에서 (디지털 공명실과 ‘항상 대기중’인 소셜미디어에 추동된) 심화되는 소득•부의 불평등, 기술발전으로 인한 비고용, 그리고 사회적 양극화가 결합되어 사회의 짜임새 자체를 찢어발기고 있다.

 

1, 2차 디지털 혁명의 부정적인 측면은 단순히 우연한 일이 아니었다.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이끈 것도 아니었다. 초기에 내려진 (혹은 내려지지 않은) 결정과 정해진 (혹은 정해지지 않은) 우선하는 것들이 테크놀로지가 개발되고 그 테크놀로지가 시장에 도입되면서 지속적인 영향을 미쳤다. 우리는 새로운 지평을 여는 디지털 통신 능력을 구축했지만 시민담론을 강화할 수 있는 문화적 규범, 피드백 루프 및 알고리즘을 그 안에 구축해 놓지는 못했다. 우리는 엄청나게 효율적인 새로운 전자상거래 모형은 창출했지만 사생활과 안전에 새로운 위협을 도입하기도 했다. 테크놀로지 때문에 사라진 일자리의 충격과 싸우면서도 우리는 디지털 자동화로 가능해진 진전을 중시한다.

 

1, 2차 디지털 혁명의 모든 부정적인 결과를 예견하고 미연에 방지하는 것은 물론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나고 나서야 개인들, 조직들, 제도들이 테크놀로지와의 동반 진화를 촉진하는 것을 중요시하게 됨으로써 우리가 적극적으로 가치를 창출하고 테크놀로지가 발전하면서 생겨나는 피해를 완화시킬 커다란 기회들을 놓쳐 버렸다. 하지만 이제 우리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온다. 이 기회는 3차 디지털 혁명, 즉 제작 영역에서 생긴다.

 

3차 디지털 혁명은 비트를 기반으로 하는 가상세계의 프로그램화 가능성을 원자로 이루어진 물질세계로 가져옴으로써 1, 2차 혁명을 완성한다. 이 물질세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에 엄연히 있으므로 3차 디지털 혁명이 미치는 영향은 이전 혁명들보다 훨씬 더 클지도 모른다. 이 혁명은 여전히 근본적으로 디지털 과학 위에 구축된다. 다만 이제 그것은 비트와 원자 모두가 급격한 속도로 처리될 수 있게 해준다. 통신기술과 컴퓨팅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옮겨가고 그 결과 개인용 컴퓨터, 모바일폰 및 인터넷이 생겨나면서, 제작의 디지털화는 수요가 생길 때마다 즉 무언가를 필요로 할 때마다 언제 어디서나 개인과 공동체가 제품을 생산하고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개별 제작에 대한 전망을 제시한다.

 

초기 메인프레임 컴퓨터와 매우 유사하게, 오늘날 대부분의 본격적인 디지털 제작은 선진적인 연구기관과 대기업에서 일하는 고도로 훈련된 조작자들이 가동하는 엄청나게 큰 기계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곧 엄청나게 큰 이 기계 속에 있는 힘에 누구나 접근 가능해질 것이다. 주머니에 넣어 들고 다니는 컴퓨터가 과거의 메인프레임 컴퓨터가 가졌던 힘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누구든지 데이터를 사물로, 그리고 사물을 데이터로 바꿀 수 있고 비트와 원자로 이루어진 인터넷을 가로지르며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미래가 코앞에 와 있는 것을 이미 볼 수 있다.

 

이 비전은 이론적으로 가능할 뿐만 아니라 우리는 이미 이것이 급격하게 현실이 되어가는 경로 위에 있다. 팹랩(Fablab)은 개인들이 디지털 제작에 필요한 강력한 도구에 접근할 수 있는 공동체에 기반을 둔 제작실로, 2003년에 첫 제작실이 설립된 이후 1년 반마다 그 수가 두 배로 늘고 있다. 그러나 1, 2차 디지털 혁명의 초기처럼 3차 디지털 혁명의 급격한 진행속도는 평범한 관찰자에게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자신의 책 『특이점이 온다』(The Singularity Is Near)에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은 기만적이다”라고 지적한다. “이 성장은 감지 못하는 사이에 시작하고 그런 다음 불시에 맹렬하게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다시 말해 이 성장은 그 궤적을 조심해서 따라가지 않는다면 뜻밖일 수밖에 없다.”

 

『현실을 설계하기』(Designing Reality)의 핵심은 디지털 제작이 진행되는 궤적을 따라가는 것이다. 이 책의 목표는 사람들이 3차 디지털 혁명에 대비하는 동시에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이 책의 지식을 이용하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이 혁명에 작거나 크게 기여할 행동능력이 있다. 우리는 앞으로 여러 분야의 지도자들이 팹에의 접근 및 팹 리터러시(Fab literacy)가 사치품이 아니라 필수품이라는 것을 깨닫기까지 반세기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아직은 3차 디지털 혁명이 초기 단계에 있다. 연구 우선사항들이 정식화되고 있고 핵심기술들이 개발되고 있으며 팹에의 접근 및 팹 리터러시를 보편화하는 데 필수적인 조직과 제도들이 출현하고 있다.

 

지난 수십 년에 걸쳐서 우리는 사실상 한계비용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 음악•비디오•블로그•뉴스•이메일•문자메시지 및 다른 디지털 자료를 복제•변경•공유하는 우리 능력이 긍정적이면서 부정적으로 경제와 사회에 미친 영향을 보아왔다. 이 능력은 테크놀로지의 성격 그 자체에 내재해 있다.

 

디지털 제작은 디지털 통신기술과 컴퓨팅에 속하는 속성의 일부를 공유한다. 1, 2차 디지털 혁명에서 비트는 원자를 간접적으로 즉 새로운 능력과 행동을 창출함으로써 바꾸었다. 3차 디지털 혁명에서 비트는 사람들이 원자를 직접 바꾸는 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다. 이는 아직 원자 수준에서는 실현되지 않았지만, 그 실현에 필요한 것은 물질세계를 변경하기 위하여 디지털 설계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능력이다. 1, 2차 디지털 혁명으로 야기된 엄청난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물질세계—도로•주택•기기들•교통기관•음식—는 현저하게 예전 그대로이지만, 3차 디지털 혁명에서는 물질세계가 구성되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다. 전 지구적으로 디자인(설계)을 공급받지만 제작은 지역에서 하는 방식으로 개인과 공동체가 옷•가구•장난감•컴퓨터와 심지어 주택과 자동차도 제작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런 혁신의 지속적인 흐름이 팹랩의 전지구적 네트워크를 가로질러 이미 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3차 디지털 혁명은 인간 깊은 곳에 간직되어 있는 제작 욕망을 끌어내어 활용한다. 지하실 작업장이 있는 집에서 사는 기계 수리공이든 인도의 시골에 위치한 팹랩에서 일하는 농부든 <메이커 페어>(Maker Faire) DIY 모임에서 활동하는 12살 아이든, 제작은 취미생활자들•예술가들•발명가들•엔지니어들 및 광팬들(덕후들)을 깊이 만족시키고 그들에게 영감을 준다.

 

이 책 곳곳에서 우리는 디트로이트의 <인사이트 포커스>(Incite Focus) 팹랩에 소속된 블레어 에반스(Blair Evans) 같은 사람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블레어는 디트로이트의 이스트사이드에 위치한 30에이커의 땅을 개발했고, 모든 사람이 “적게 일하고 적게 소비하며, 더 많이 창조하고 더 많이 접속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경제적 모형들을 연구하고 있다. 개인과 공동체의 자급자족을 구축하는 것이 새로운 생각은 아니지만, 블레어와 그의 동료들은 디지털 제작 플랫폼들이 식품에서 가구에 이르기까지 실용적인 재화를 협력해서 생산하기 위해 사용될 때 이 플랫폼들이 어떻게 자급자족을 가속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1, 2차 디지털 혁명에서 등장한 큰 문제가 있다. 일자리들이 테크놀로지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로봇공학 및 빠르게 가속화하는 다른 테크놀로지 분야의 진전 때문에 일자리의 무려 절반이 머지않아 자동화될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공장일이나 트럭운전 같은 블루칼라 일자리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호사 보조원의 일에서 방사선학과 심지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이르는 화이트칼라 일자리들도 사라진다. 물론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연관된 새로운 일자리가 사라진 일자리를 대신할 것이라는 다른 예측도 있다. 새로운 일자리가 생기더라도 (이는 결코 확실하지는 않다) 옛날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과 널리 접근 가능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는 것 사이에는 격차가 있을 것이다. 기술적인 진보로 인한 비고용, 소득과 부의 불평등, 그리고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추동하는 끊임없는 변화의 유독한 조합은 많은 사람들을 불안하고 화나게 했으며 세계 도처에서 민족주의 운동을 추동했다. 그러나 증가하는 제작 과정의 민주화는 개인과 공동체의 자급자족이 전 지구적 독립과 지식공유—이는 두려움보다 능력에 기반을 둔다—와 결합하는 더 매력적인 미래를 낳을 수 있다. 이것은 지구화와 지역의 자급자족 사이의 잘못된 이분법을 허물어뜨리고 정치적 분열을 넘어서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보다 지속가능하고 풍요로운 미래를 위한 토대가 개인적이고 공동체적인 수준에서뿐만 아니라 도시와 시골 규모에서도 생겨나고 있다. 우리가 만나게 될 또 한 명의 팹 선구자인 토마스 디에스(Tomas Diez)도 바르셀로나 팹랩 소속으로 세계적인 ‘팹시티’(Fab City) 운동을 이끌고 있다. 토마스는 ‘팹시티’ 운동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도시가 추출적이기보다는 생성적이며, 파괴적이기보다는 복원력이 있고 소외시키기보다는 힘을 부여할 수 있기 위하여 생산을 다시 지역화함으로써 우리는 도시를 그리고 도시의 사람 및 자연과의 관계를 다시 발명할 필요가 있다.”

 

알래스카에서 아마존에 이르기까지 토착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팹선구자들도 있다. 이들은 지역의 자급자족과 공동체 건설에 적합한 고대의 관행들을 살아있는 채로 보존하기 위하여 진보된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지역 문제를 협력해서 해결하기 위하여 지역의 재료들을 사용하는 보다 효과적인 도구를 제공하는 것은, 전통적인 동시에 현대적인 사회에 살면서 주변의 자연과 물질세계에 한층 더 연결되고자 하는 많은 사람들의 깊은 욕망을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녀들을 ‘테크놀로지로부터 벗어난’ 학교에 보내는 실리콘 밸리 임원들에게서, 그리고 디지털로부터 자유로운 휴일이나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지 않는 날’과 같은 기획들에서 가상 세계로 빨려들어 가는 위험에 관한 불안을 본다. 3차 디지털 혁명은 비트로 이루어진 디지털 세계와 원자로 이루어진 ‘현실’ 세계 사이에서 우리가 보다 건강하게 균형 잡힌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는 방향으로 우리를 추동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개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고무하며 필요한 조직을 창출하고 물려받은 제도를 바꾸려는 우리의 열렬한 노력을 통해서만 이 야심에 찬 비전들은 실현될 것이다. 우리가 실로 3차 디지털 혁명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 궤적을 이해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다. 『현실을 설계하기』는 3차 디지털 혁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우리가 어떻게 알지를, 이 혁명이 왜 일어나고 있는지를, 그리고 (결정적인 것으로는) 일어나고 있는 이 혁명에 대비하고 그것을 실현하는 데 당신이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를 제시할 것이다.

 

대중매체에 의해 강화되는 두 개의 극단적인 비전이 테크놀로지와 관련해서 존재한다. 하나는 테크놀로지가 미쳐 날뛰고 로봇이 우리의 일자리를 훔쳐도 인간은 무기력하기만 한 디스토피아적인 비전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는 뒤로 물러나 앉아 있을 뿐이고 테크놀로지가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유토피아적인 비전이다. 우리가 1, 2차 디지털 혁명에서 보았듯이 현실은 이보다 훨씬 더 많은 결들로 이루어진다. 급속히 발전하는 테크놀로지가 가지고 있는 혜택과 위험은 매우 실질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의 삶에 깊은 영향을 미치지만, 우리에게는 이제 개인적·집단적으로 이 영향력을 좋은 방향으로 유도할 힘이 있다.

 

우리는 한층 자급자족적이고 서로 연결되어 있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창출하기 위해 3차 디지털 혁명의 궤도를 바꾸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이행이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대체될 수 없는 노동과 관련해서는 지속적인 고용이 이루어질 것이고, 이와 병행하여 디지털 제작 테크놀로지를 활용하는 새로운 일자리들도 생길 것이다. 새로 출현하는 모형들에서는 개인과 공동체들이 자신들이 소비하는 것을 직접 제작하게 될 것이고, 이는 우리의 일(노동) 개념에 도전할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의 삶의 활동들 사이의 균형을 잡는 데 필요한 새로운 선택지들을 제공할 것이다. 이런 혼합된 사회적 배치가 모든 사람에게 이익이 되도록 만드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수십 년에 걸쳐 디지털 제작 테크놀로지의 능력 및 범위가 10억 배로 증가한다면, 우리는 더 많이 창출하고 더 많이 연결하면서 더 적게 일하고 더 적게 지출하는 비전을 실현할 수 있다. 우리는 “추출적이기보다는 생성적이며 파괴적이기보다는 복원력이 있고 소외시키기보다는 힘을 부여하는” 사회에 대한 ‘팹시티’ 비전을 디딤돌로 삼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