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 : 변형의 씨앗들



 

2018년 6월 말에 나는 <도시랩>(Laboratorio Para La Ciudad, City Lab)을 통해 미래연구와 관련된 여러 가지 과제로 시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멕시코시티(CDMX)에서 1주일을 보냈다.

가브리엘라 고메즈-몬트(Gabriella Gómez-Mont)가 설립해 지금도 운영하고 있는 <도시랩>은 시장에게 업무보고를 하는 멕시코시티 정부의 실험적인 부서/창조적인 싱크탱크이다. <도시랩>은 도시개발을 위한 기술과 전략 면에서 매우 혁신적이다.

<도시랩>은 도시의 모든 것에 대해 성찰하고 서반구에 위치한 가장 큰 메갈로폴리스에 어울리는 사회적 대본(social scripts) 및 도시로서의 미래를 연구하는 곳으로 도시의 창조성, 이동성, 거버넌스, 씨빅 테크(civic tech, 시민을 위한 기술), 공적 공간 등과 같은 다양한 영역에 걸쳐서 연구하고 있다. 또한 <도시랩>은 다학제간 협동을 수용하기 위해 끊임없이 형태를 바꾸고 있으며, 이 실험을 실행할 때 정치적•공적인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시민사회와 정부 간의 연결고리를 창출하려고 하고 있다.(([옮긴이] http://directorsfellows.media.mit.edu/fellow-profiles/gabriella-gomez-mont/))

나는 1주일 동안 <도시랩>의 <오픈시티> 팀인 란다(Gabriela Rios Landa), 델가도(Valentina Delgado), 무뇨스까노(Bernardo Rivera Muñozcano) 그리고 메이(Nicole Mey)와 함께 작업했다. 그들이 하는 일, 헌신 및 창조성에 굉장히 감동을 받고 돌아왔다. 내가 요청받은 일은 매우 다양했으며 내가 전문으로 하는 다음과 같은 일과 관련되어 있었다.

1. ‘열린 도시로서의 멕시코시티’라는 비전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소 사람들 및 주요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비전만들기 워크숍을 운영하기. 이것은 포괄적이고 참여적인 방식으로 도시개발이 이루어지도록 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2. ‘설계를 민주화하기’에 관하여 강연하기. 이 강연에서 나는 P2P 재단의 관점으로 설계와 코스모지역화(cosmo-localization)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혁명들’을 논의했다.

3. 멕시코시티의 인공지능에 적용하기 위한 예측 거버넌스 전략을 개발하는 설계 세션을 운영하기

4. 또한 나는 커먼즈로서 도시와 공동-거버넌스, 비전 매핑 및 예측실험/브리지 방법에 관하여 <오픈 시티> 팀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말할 필요도 없이 대단한 한 주였다!

 

비전만들기

비전만들기 워크숍과 관련해서, 우리는 ‘비전 사이클’(vision cycles)이라 불리는 기술을 사용해서 워크숍을 시작했다. 이 기술은 발전의 토대가 된 이전의 비전들(‘사용된 미래들’로 간주될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현재의 비전과 그 효과들 그리고 새로 출현하고 있는, 미래를 위한 모든 아이디어들을 발견하는 방식으로 어떤 쟁점의 역사를 맵핑한다. 비전 사이클을 사용한 이후에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마음속으로 미래도시를 그려보는 데 도움이 되는 짧은 시각화 과정을 진행했다. 다음으로 우리는 소헤일 인나야툴라(Sohail Inayatullah)가 처음 개발한 통합적인 비전만들기 방법을 사용하여 선호되는 미래와 버려진 미래를 보고나서 그 다음에 통합된 미래를 개발했다.

세션에서 도출된 한 가지 통찰은 도시에는 많은 자아들이 있다는 것이며 무엇이 도시의 지배적인 자아들이고 어떤 자아들이 버림받았는지를 따져 물어 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자아가 버림을 받고 표현할 길이 없을 때 자아의 행위는 침식적이고 파열적이며 선동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도시의 지배적인 자아와 버림받은 자아 사이의 모순들이 해결되지 않는다면 갈등이 뒤따를 수 있다. 통합적인 비전 제시 방법은 도시의 지배적인 자아와 버려진 자아의 통합이 어떻게 더 전체론적이거나 더 현명한 개발을 낳을 수 있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시각을 제공한다.

 

예측 거버넌스

인공지능 같은 쟁점의 경우,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잠재적인 영향은 크게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인공지능이 경계가 확연한 여러 영역들(기계 학습•신경망•알고리즘•로봇•자동화 등)을 가로지르기 때문에 정의상의 모호성이 존재하며, 쟁점의 속도도 가속화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도시랩>은 이 다면적인 쟁점이 관리되고 통제되는 방법에 대한 일단의 정책들을 개발하는 임무를 맡았다. 이와 관련해서 그들은 나에게 인나야툴라의 다층적 요인 분석(Causal Layered Analysis, CLA) 방법을 적용하고 나서 그 다음으로 (인공지능에 적합한 예측 거버넌스 틀을 만들 수 있는 구성요소를 제공하기 위해 내가 개발한) 예측 거버넌스 설계 틀(Anticipatory Governance Design Framework)을 사용해달라고 요청했다. 워크숍은 말할 필요도 없이 풍성했는데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이끌어 가는 몇몇 핵심 전제, 세계관 및 태도, 그리고 사람들에게 진정으로 힘을 부여하는 길을 제공하는 새로운 신화 및 비유를 탐구했다.

 

발표들

이것 말고도 나는 내가 좋아하는 몇 가지 주제에 대해 발표했다.

커먼즈로서의 도시와 공동-거버넌스. 이것은 발표라기보다 대화였고 솔직히 말하면 내가 그들에게 가르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내가 훨씬 더 많이 배웠다. 이 대화는 내가 가장 크게 배운 사례들 가운데 하나였다. 무엇보다도 그들은 도시 커먼즈에 관한 크리스티안 이아이오네(Christian Iaione)와 셰일라 포스터(Sheila Foster) 등의 연구를 이미 잘 알고 있었다. 특히 그들은 도시 커먼즈 관점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 관점이 볼로냐/바르셀로나/헨트(유럽에서 정치적으로 힘을 가지고 있는 인구가 사는 중소도시들)의 맥락에서 멕시코시티(부자들/권한을 가진 사람들과 가난한 사람들/소외된 사람들로 계층이 크게 나뉜 2천4백만 명의 사람들)의 맥락으로 옮겨질 가능성에는 의문을 가졌다. 그들은 또한 단일한/획일적인 도시 비전을 갖기보다는 오히려 멕시코시티의 정신이 획일적인 방안을 거부한다고 느꼈고 헤테로토피아적 미래들(heterotopic futures), 즉 도시 내부에 있는 복수(複數)의 미래들을 위하여 어떤 기회들이 어디에 존재할지를 궁금해 했다. 무수히 많은 집단들, 콜로니아 지역들(colonias),(([옮긴이] 콜로니아(colonia)는 멕시코-미국 국경 지역을 따라 위치해 있는, 미국에도 멕시코에도 속하지 않은 저소득 주택지역이다. [위키피디아])) 공간들로 이루어진 도시로서 멕시코시티는 공간적 다양성과 함께 시간적 다양성도 나타내는데, 이곳에서 콜롬비아 이전 문명은 콜롬비아 이후의 것 그리고 전지구적/신자유주의적인 것과 중첩되고 맞물려 있다. 그래서 멕시코시티는 선형의 시간에 기반을 둔 단일 문화를 거부한다. 미래는 근대주의적인 용어들로 틀지어질 수 없으며 여러 비전들의 생태계를 필요로 한다.

이 비전들의 생태계와 긴밀히 연결되는 것은 다소 유행에 따르는 스마트/디지털 도시 전략의 개시에 대한 우려이다. 일부 사람들은 이 전략이 도시를 개방적•참여적으로 만들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멕시코시티 같은 장소에서 이미 권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힘을 더해주는 역효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진정으로 ‘열린 도시’는 핵심적인 불평등이 다루어지는 도시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대화에서 분명해졌다. 생존경쟁을 하는 가난한 사람들은 생활임금보다 적은 돈을 벌기 위해 힘들게 일해야 하는 한 도시를 결코 ‘열린’ 것으로 경험하지 못할 것이며 도시에서 교외는 교외 분리 정책에 의거하여 부유층의 주거지로서 거의 제도화되었다. 이런 맥락에서 멕시코시티가 그 정치적 구성에 대한 역사적인 크라우드소싱(CDMX’s historic crowdsourcing of their constitution)을 한 것은 중요한 선례가 되었고 거기서 보편적인 기본소득이 제기되었다(하지만 아무래도 입법과정을 통과할 수는 없을 듯하다).

내재된 커먼즈-거버넌스의 핵심 원리 ―이를 미셸 바우엔스(Michel Bauwens)와 함께 한 논문에서 최근에 발전시킨 바 있다―도 발표했는데 나는 삶의 모든 측면의 민주화에 대해 단순하지만 근본적인 영향이 이 원리에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출판 전의 것은 여기서 볼 수 있다).

‘공통 관심사’라는 이 생각은 커먼즈와 커머너의 범위를 확대하는 데 기여한다. 지구의 생명유지 체계의 경우, 커먼즈로서 이 체계가 가지고 있는 가치는 맥락 전환에 의해 활성화되어야 비로소 이 체계가 공동체에 가치 있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 함축되어 있다. 기후변화 같은 기본적인 쟁점과 관련해서 개인들이 각성하는 바는, 우리 모두가 관심사의 커먼즈(commons of concern)로서 70억의 다른 인간들(및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종들)과 대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에 일어난 일을 통해 우리 각자는 21세기의 이 공유된 관심사에 관여하게 되었다. 지구의 대기는 함축된 커먼즈에서 명시적인 커먼즈로 바뀌었다. 우리의 대기가 모두에게 생존문제가 되었고 갑자기 사람들은, 행동에 뒤따르는 책임감을 갖고서 자신들이 어떻게 이 공유된 관심사에 얽혀있는지를 보는 만큼은 커머너들이 되었다. 이것은 지구 거버넌스의 근본적인 민주화를 암시한다.

내재된 커먼즈-거버넌스의 이런 원리가 그들에게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우리는 이것을 멕시코시티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장시간 토론했다.

비전 매핑과 예측 실험/브리지 방법. 나는 또한 비전 매핑—오픈스트리트맵(OSM)과 지도 인터페이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온라인상에서 편집 가능한 매핑과 비전만들기 과정을 결합시킨 것—에 관한 나의 연구도 발표했다. 연구소의 어떤 팀은 오픈스트리트맵을 이미 어떤 프로젝트에 사용하고 있었으며, 도시 지리와 상상계를 맵핑하기 위해 참여에 기반을 둔 방법을 활용하는 경우와 상당히 겹쳤다. 또한 나는 예측 실험/브리지 방법에 대해 발표했는데, 이 방법은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전반적인 접근법과 매우 일치했다. 이것은 명시적으로 이 연구소가 멕시코시티의 도시 미래를 위하여 새로운 길을 계획하는 과업을 맡은 시 정부 소속의 실험적인 부서이기 때문이다.

 

코스모지역화

나는 코워킹스페이스(coworking space, 개방형 사무실)인 ‘위워크’(wework)에서 코스모지역화에 대해 발표했다. <펩시티 멕시코시티>(FabCity CDMX)와 <미래학>(Futurologi)이 행사를 주관했으며 나는 이 행사에서 벨라스께스(Oscar Velasquez)와 또바르(Inga Tovar)를 만나게 되었다. 대략 50~60명의 사람들과 어울려 형편없는 내 스페인어와 완벽한 스페인식 영어를 자랑할 기회를 가졌다. 내가 P2P 재단에서 동료들과 함께 발전시켜 오고 있는 주제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코스모지역화를 “지역화된 생산을 할 수 있는 하이텍 및 로우텍 능력을 공히 갖추고 있는, 전지구적으로 분산되어 있는 ‘지식 및 설계’ 커먼즈들을 한데 모으는 과정”으로 설명했다.

코스모지역화는 세계시민주의에서 끌어 낸 윤리적 전제–좀 더 효율적으로 생계를 창출하고 지역 환경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해주는 인간 지혜의 유산이 사람들과 공동체에 의해 보편적으로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지역 생산 및 혁신이 서로 지구 커먼즈의 웰빙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에 기초합니다.

나는 인류세(anthropocene) 맥락에서 심층적인 상호화라는 주제에 대해 말했다. 슬라이드는 여기 참조. 오디오는 여기 참조.

그 주 후반에 나는 또바르와 팟캐스트를 했는데 여기서 우리는 <쎈뜨로 유니>(Centro Uni)와 <미래학> 간의 협업인 코스모지역화 즉 ‘설계는 전지구적으로, 제조는 지역에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해당 주제에 관하여 한층 느긋하게 대화를 나누는 식의 팟캐스트였으며 오로지 스페인식 영어로만 진행했다(나는 청중들을 위해 스페인어로 말하려고 했으나 자꾸 영어로 되돌아가서 또바르에게 통역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오디오는 여기 참조.

 

인상과 회상

전반적으로 말해서 나는 멕시코시티 전체에 매우 깊은 감명을 받고 돌아왔다. 멕시코시티는 많은 사회적 문제들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정치적 구성을 크라우드소싱하는 것에서부터 (이런 종류로는 아마 지금까지 최대 규모의 실험일 것이다) LGBT 친화적인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지역이 된 것, 보편적인 기본소득 창출을 시도하는 것, 그리고 물론 <도시랩>의 연구에 이르기까지 지성과 진보적 정치의 오아시스이다. 나는 이 도시가 부활과 잠재적인 변형으로 나아가는 변곡점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것은 생존을 위해 매일매일 투쟁하는 대부분 사람들, 즉 도시에 사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내가 희망하는 것이기도 하다.

멕시코시티의 경우, 커먼즈 거버넌스와 코스모지역화의 전망은 멕시코시티의 가난한 사람들이 여러 수준에서 주변화되지 않고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능력이 사실상 그 관건이다. 공동-거버넌스와 도시 커먼즈의 측면에서 보면, 멕시코시티의 개발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들이야말로 자신들이 사는 도시에 대해 결정을 내릴 능력과 도구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는 것은 원칙에 해당한다. 코스모지역화의 측면에서 원칙은 사업을 하는 모든 공동체가 자신들의 웰빙과 생계를 위해 필요로 하는 것을 생산할 수 있도록 그 잠재력을 해방시켜주는 것이다.

내가 멕시코시티와의 작업에 관심을 가진 것은 가족사에서 연원한다. 어머니는 콜로니아 지역인 로마(Roma)에서 태어나서 외할머니와 이모들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하기 전까지 첫 12년 동안을 그곳에서 보냈다.

나는 멕시코시티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들으며 성장했다. 모두가 아름다운 이야기들은 아니었다. 어머니와 그녀의 가족에게 삶은 힘겨웠고 그들은 아주 아주 가난했으며 생존을 위해 밤낮 없이 싸워야 했다. 이것은 내 정체성에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다. 멕시코시티를 위해 외국에서 자문하러 온 미래학자라는 상대적인 특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극심한 빈민층 출신 어머니의 아들이라는 것을, 그래서 다른 면에서 보면 내가 ‘하층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어머니와 그녀의 가족에게 ‘출세’란 멕시코시티 중심부에서 부자들을 위해 하녀로 일하는 것이었다. 마치 우리가 불평등과 가난의 흔적으로부터 고통을 겪었기 때문에 도시의 전망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는 어떤 것을 다루어야 할 것처럼 느껴진다. 모두가 번성할 도시의 미래에는 버려진 사람들도 통합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