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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식량 위기



 

10년이 채 안되어 전지구적 식량 위기가 올 수 있다.

 

2009년 이래 세계는 다가오는 전지구적 식량위기와 이 위기를 피하기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중심으로 하는 ‘2050년 내러티브’에 집착하고 있었다. 이 내러티브는 2008년에 전지구적 식량가격이 사상 최고를 기록한 직후 전개되기 시작했다. 2008년 당시 사람들은 고통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고 각 정부와 전 세계 지도자들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세계 식량안보를 중심주제로 다루는 컨퍼런스, 팟캐스트 및 대담들이 우리가 어떻게 2050년쯤에 90억 명의 사람들을 먹여 살릴 것인가 하는 질문을 통해 식량위기 문제를 식량 증산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2050년이 우리와 무관할 수 있는 먼 미래라고 하더라도 더 중요한 문제는 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대로 계속한다면 위기는 2050년보다 훨씬 이전에 우리에게 닥치리라는 점이다. 멘커는 모든 사람이 이해할 수 있고 현재의 우리와 관계지을 수 있는 숫자를 사용하여 그 내러티브를 다시 틀 짓는다면 위기를 피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멘커는 폭발적인 수요가 농업 시스템의 구조적인 식량생산능력을 초과할 경우 전지구적 식량과 농업이 도달할 수 있는 티핑 포인트(([정리자]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란 변화가 아주 순식간에 일어나서 그것이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상황이 영원히 바뀌는 지점이다.))에 주목한다. 우리가 어떤 구조적 변화를 도모하지 않은 채로 이 지점에 도달하면, 가격이 급등하는데도 불구하고 공급이 더 이상 수요를 쫓아갈 수 없게 되리라는 것이 그녀의 우려이다. 멘커는 사람들이 굶주릴 수 있고 정부들이 붕괴될지도 모를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이 일은 지난 금융위기나 닷컴 붕괴처럼 주식시장과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멘커는 원래 월스트리트에서 상품거래 일을 했는데 그 일을 하면서, 공급이 폭발적인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는 시점에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시스템이 어떻게 무너졌고 그런 중대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사용되고 있는 데이터는 정작 별로 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의 그 관심은 집착으로 바뀌었다. 바로 그때 멘커는 하던 일을 그만두고, <그로 인텔리전스>(Gro Intelligence)를 설립하여 기업가로서의 여정을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그로 인텔리전스>는 관련 데이터를 마련하여 그것을 모든 수준에서 실행가능하게 만들고, 그럼으로써 의사결정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멘커는 다가오는 전지구적 식량 위기를 어떻게 피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실행 가능한 길잡이를 마련하기 위해 <그로 인텔리전스>가 보유한 페타바이트 단위(([정리자] 1페타바이트(petabyte) =10의 15제곱 바이트))의 데이터를 활용해서 모형을 구축했다.  <그로 인텔리전스>는 티핑 포인트가 실제로 지금부터 10년 후라는 것을, 세계는 2027년쯤 214조 칼로리가 부족할 것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지금까지는 쉽다는 이유로 식량 문제를 무게로 환산하여 이야기해 왔다면 멘커는 식량문제를 칼로리로 바꾸어 이야기한다. 식량에서 핵심은 식량의 무게가 아니라 그 영양학적 가치이며 모든 식품은 무게가 동일하더라도 ‘평등하게 태어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의 생명을 유지시키는 것은 다름 아닌 칼로리이다.

 

멘커는 214조칼로리라는 큰 숫자를 빅맥(Big Mac) 칼로리로 분해해서 설명한다. 빅맥 하나가 563칼로리이므로 2027년에는 3790억 개의 빅맥이 전 세계적으로 부족하게 될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개수는 맥도널드가 이제껏 생산해온 빅맥의 수보다 많다. 그리고 멘커는 40년 전 칼로리 순격차 데이터와 40년 후인 오늘날의 칼로리 순격차 데이터를 비교해서 이 숫자가 지어낸 것이 아님을 설명한다.(([정리자] 칼로리 순격차(net calorie gaps)란 간단히 말해서 한 나라에서 소비된 칼로리에서 바로 그 나라에서 생산된 칼로리를 뺀 것이다.))

 

40년 전에는 몇 안 되는 나라들이 칼로리 순수출국이었고 아프리카 대륙의 대부분, 유럽 대륙, 아시아 대륙의 대부분, 아르헨티나를 제외한 남미대륙이 모두 칼로리 순수입국들이었다. 중국은 한때 실제로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했던 나라이며, 인도는 칼로리 순수입대국이었다. 40년 후인 오늘날, 브라질이 농업의 최강자로서 등장했고 유럽은 전지구적 농업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는 실제로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바뀌어 식량을 자급자족하게 되었다. 그리고 중국은 칼로리 수입대국으로 바뀌었다.

 

어떻게 이런 상황에 이르게 된 것일까?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아주 비슷하게 출발했던 인도와 아프리카는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다. 인도는 녹색혁명을 실행했고 아프리카에서는 단 한 나라도 녹색혁명을 실행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인도는 현재 자급자족이 가능하고 지난 10년 동안 실제로 칼로리를 수출해온 반면에 현재 아프리카 대륙은 연간 300조 이상의 칼로리를 수입하고 있다. 중국은 인도와 매우 비슷한 길을 가고 있었는데 21세기가 시작되면서 상황이 갑자기 뒤집혔다. 중국에서 경제성장과 인구증가가 합쳐져서 빅뱅과도 같은 큰 변화를 일으켰지만 아무도 이것을 미리 예측하지 못했던 것이다. 중국의 이러한 변화는 전지구적 농업시장에 아주 중요한 것이었다. 다행히도 남미가 같은 시기에 급속히 수출국으로 발전하기 시작하고 있어서 수요와 공급은 아직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었다.

 

멘커가 보기에 문제의 본질은 우리가 여기서 어디로 가는가 하는 것이다. 멘커의 예측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현재 상태가 계속 이어질 것이고 칼로리 수입국인 아프리카는 상황이 더 심화될 것이며, 인도에서는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날 것이다. 또한 아프리카의 인구가 인도와 중국의 인구를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2023년쯤에 이들 세 지역을 합친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게 된다. 따라서 멘커의 관점에서 이 지점은 세계 식량안보와 관련하여 정말로 흥미로운 난제들을 제시하는 지점이 되며 그렇게 될 경우 그 몇 년 후에 우리는 그로 인해 심한 타격을 받게 되는 것이다. 

 

10년 후에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까지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인도를 보며 현재의 상황이 계속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멘커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멘커는 경제성장과 아울러 발생하는 인구증가로 인해서 식량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인도가 곧 칼로리 순수입국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우리가 설령 생산 증가를 중심으로 낙관적인 가정들을 하더라도 약간의 뒤집힘은 일어날 것이고 그런 약간의 뒤집힘이야말로 잠재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멘커의 생각이다. 멘커의 이러한 생각은 아프리카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멘커는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질 생산 증가라는 가설을 낙관적으로 생각하더라도 역시 인구증가와 경제성장으로 인해서 아프리카가 계속해서 칼로리 순수입국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의 경우에는 인구의 증가세가 꺾이고 있지만 고칼로리 함유량 식품이 소비되기 시작할 것이기 때문에 칼로리 소비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한다. 멘커가 고민하는 것은 이들 세 지역—인도, 아프리카, 중국—이 합쳐지는 지점에서 발생하게 될 문제이다. 

 

지금까지는 칼로리가 부족한 나라들이 잉여지역—북미•남미•유럽—에서 수입함으로써 이 부족분을 채울 수 있었다. 북미•남미•유럽에서 향후 10년에 걸쳐 생산(량) 증가가 예상되지만 이 증가의 대부분이 실제로는 남미에서 심림 파괴라는 커다란 희생을 치러야 가능해질 일이다. 멘커가 주장하는 부족분 214조 칼로리는 인도•중국•아프리카에서 일어날 수요증가에서 인도•중국•아프리카•북미•남미•유럽에서 일어날 생산증가를 뺀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실제로 북미•남미•유럽에서 생산된 모든 여분의 칼로리를 가져와서 그것을 오로지 인도•중국•아프리카에 수출한다는 가정 하에 나온 수치이다.

 

멘커가 스스로 인정하듯이 그녀가 여기서 제시한 상은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날까’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그런 상이다. 그러면서 이를 바꾸기 위한 방안들로 소비패턴을 바꿀 수도 있고, 음식 쓰레기를 줄이거나 기하급수적으로 산출량을 증가시키는데 과감하게 집중할 수도 있다고 하면서도 정작 멘커 자신은 소비패턴을 바꾸거나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에 대한 언급은 피하고자 한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그런 말들은 잉여 지역의 사람들에게 부족한 지역을 위하여 행동을 바꿔줄 것을 요구하는 식이라는 것이다. 그 대신에 멘커는 중국•인도•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질 수 있는 한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중국은 실제로 농업에 사용할 수 있는 경작지를 확보하는 데 제약을 받고 있고 대규모 수자원 가용성 문제도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인도와 아프리카에 사실상 해답이 있다고 보는 게 멘커의 입장이다. 인도는 잠재적인 산출량 증가라는 긍정적인 면이 있을 뿐 아니라 놀고 있는 경작지가 많지는 않지만 좀 있는 편이다. 반면에 아프리카 대륙에는 엄청난 양의 경작지가 남아있어서 산출량에서 상당히 긍정적인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일례로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의 오늘날 옥수수 산출량은 1940년에 북미의 산출량과 같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에게는 70년의 시간이 주어져 있지 않다는 점이다. 새로운 것을 시도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멘커가 제시하는 해법은 아프리카와 인도에서 농업 산업을 개혁하고 상업화화는 것이다.

 

멘커가 주장하는 상업화는 일반적인 의미의 상업화와 다르다. 그것은 다음과 같다.

 

① 상업화의 관건은 상업적인 영농이 아니다. 더 나은 정책을 공들여 만들고 기반시설을 개선하고 운송비를 낮추고 은행 및 보험업을 완전히 개혁하기 위해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관건이다.

② 상업화의 핵심은 농업을 매우 위험한 사업에서 부를 만들 수 있는 사업으로 바꾸는 것이다.

③ 상업화는 오직 농민들하고만 관련된 것이 아니라. 전체 농업 시스템의 문제이다.

④ 상업화는 또한 우리가 더 이상 소농들에게만 성장의 짐을 지울 수 없다는 사실에 직면하고 있다는 것과, 상업적인 농장을 도입함으로써 소농들도 활용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을 뜻한다.

⑤ 상업화의 핵심은 소규모냐, 상업적이냐, 대규모냐가 아니다. 우리는 상업적인 농업과 나란히 소규모 농업이 공존하여 성공하는 첫 모형을 성공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산업에서 가장 결정적인 성공 도구인 데이터와 지식/정보가 사상 처음으로 그날그날 값이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멘커는 머지않아 사람들이 돈을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내지 최적의 결정을 내리고 의도한 목표에 성공적으로 도달할 확률을 최대화하는 데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멘커는 우리가 이 새롭고 과감한 변화에 집중할 수 있다면 자신이 이야기했던 214조의 격차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이고 세계를 전적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도는 식량 자급자족이 가능한 상태로 남아 있을 수 있고 아프리카는 세계에서 또 하나의 거대한 식량수출지역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어떻게 2027년쯤에 83억 명의 사람들이 먹고 살 214조 칼로리를 생산할 것인가’가 멘커가 생각하는 새로운 물음이고, 멘커는 이에 대해 자신이 제시한 해법을 사람들이 행동으로 옮겨주기를 바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