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의 자연 — 대중적 장르를 통해 커먼즈 바라보기
- 저자 : David Bollier
- 원문 : Future Natures: On Seeing Commons through Popular Genres
- 분류 : 번역
- 옮긴이 : 루케아
- 설명 : 아래 글은 데이빗 볼리어의 홈페이지(https://www.bollier.org)의 2025년 2월 1일 게시글을 우리말로 옮긴 것이다. 이 블로그의 글들에는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Creative Commons Attribution 3.0 License가 적용된다.
커먼즈에 관한 학술연구에서 영국 서섹스 대학에 있는 <미래 자연 센터>(the Centre for Future Natures)와 함께 하는 학자들과 연구원들만큼 창조적인 연구방식에서 대담한 학자들은 없다. 인류학자이자 특별연구원 앰버 허프(Amber Huff)가 이끄는 <미래 자연 센터>는 ‘위기의 생태계, 커먼즈 및 인클로저’를 연구하지만, 그 주요 결과물은 논문들과 책들이 아니다. 만화책들, 잡지들, 소셜미디어, 비디오들 및 팟캐스트 같은 대중적 장르들에서 넘쳐나는 다수의 창조적인 작품들이 그 주요 결과물이다.
위기로 허물어지는 근대적 삶을, 특히 인클로저를 경험하는 것이 어떤 기분인가? 커머닝의 내적이고 사회적인 만족감을 밝히는 것이 어떤 느낌인가? 위기와 붕괴의 이 순간이 무엇처럼 느껴지는가? 어떤 경험들과 감정들이 사회협력과 연대를 위해 필요한가? 어떻게 그러한 주체적인 요소들이 커먼즈 및 미래의 새로운 비전을 창출하기 위해 조직될 수 있는가? 이런 물음들이 <미래 자연 센터>가 중요한 주안점을 두는 사항이다.
<미래 자연 센터>에서 진행 중인 과감한 학술적 실험에 대해 더 배우기 위해 나는 <커머닝의 프론티어>(에피소드 59)에서 앰버 허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허프는 인류학자들, 생물학자들을 비롯한 여러 학자들조차도 세상을 연구할 때 내러티브 창출 작업을 하고 있음을 언급하면서, “스토리텔링은 인간 경험에서 정말로 보편적인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스토리텔링이 전문 지식의 위계를 무너뜨리는 것에 그리고 접근성이 있는 방식들로 이야기들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학제간 접근법을 위해 정말로 좋은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순수하게 학술적인 기여를 요구하는 대신에 <미래 자연 센터>는 사람들에게 비디오, 사진, 구술역사 및 팟캐스트에 기여하도록 요청한다. <미래 자연 센터>의 더 용감한 모험들 중 하나는 잘 알지 못하는 주제들을 설명하는 만화책들을 출간하는 것이었다. 하나는 (예를 들어) 만화책 형식으로 독자들에게 커먼즈를 소개한다. 또 하나는 자본주의의 가치창출을 설명하지만 또 다른 하나는 어떻게 균류의 행동이 근본적인 대안 미래를 지도그리는 것을 도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전통주의자들이 이 초반의 작업들 가운데 다수가 엄밀하지 않거나 동료평가에 잘 맞지 않는다고 여기는 반면에, 허프는 다음과 같이 서둘러 지적한다. “오늘날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과제들은 다면적이고 다차원적입니다. 그 과제들은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경험됩니다. 그것은 역사에, 사회적 위치에, 처한 환경적 관계들에, 여러분의 생계가 무엇인지에, 여러분의 교육적 전망이 무엇인지에, 여러분의 능력이 무엇인지에 달려있습니다.”
스토리텔링은 다른 사람들의 관점—특히 역사적으로 주변화된 사람들의 관점—을 더 가시적으로 만들고 그 관점을 유효하게 만드는 방법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토리텔링은 세상을 이해하고자 하는 방식에서의 힘의 이동을 달성할 수 있으며 전통적인 학문적 형태의 스토리텔링에서 어느정도 벗어나 보통은 들리지 않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증폭시킬 수 있다.
허프는 만화책과 영화 같은 인기 장르들에는 지속적인 호소력이 있다고 말하는데 이는 오늘날의 혼란스러운 시기에 이 장르들이 우리가 (전적으로 기괴하지 않더라도 비정상적인 것을 증가시키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도록 돕기 때문이다. 허프는 “‘기이한 것’이 바로 지금 이토록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어째서인가요?”라고 묻는다. 그녀는 우리의 방향상실이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우리가 공유한 대규모 경험에, 극단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추동되는 소셜 미디어에서의 발언에 그리고 성난 정치운동에 상당히 기인한다고 보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이 세상을 이해하기 위한 우리의 일반적인 기준에 문제를 제기한다고 한다. 그녀의 말에 따르면 전통적인 경계(선)들이 무너지고 있으며 새로운 정상 상태들이 공표되고 있는 것이다.
이 문화적인 붕괴에도 불구하고 허프는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도록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사람들을 조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대중문화 장르들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고 감정적으로 공감을 주는 스토리텔링 형태들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허프에 따르면 만화책, 소설 영화 및 팟케스트는 “우리가 소비하는 예술을 통해 우리 자신을 세상에 위치시키는 방식들로서 우리 삶의 일부였다.”
<미래 자연 센터>가 연구했던 한 인기 장르는 허프가 커먼즈와의 관계와 함께 ‘기이한 생태계(weird ecology)’라고 부른 것이다. 팟캐스트 에피소드 하나는 (예를 들어) 민간 공포 이야기들이 영국의 커먼즈와 관련되어 있다는 생각을 탐구한다. 한 영화에서는 영국 남부에 위치한 전 노르만족의 사냥터인 그로블리 우드(Grovely Wood)에 있는 유령들에 관한 역사적 이야기들을 발굴한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들이 우리의 근대적 상황에 어떤 기여를 해야 하는가? <미래 자연 센터>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리의 대다수가 급속한 세계화의 영향들을 경험한 방식은 시간, 공간, 생태계, 인과관계 및 자립적 행동에 대한 우리의 일상적 인식을 불안하게 했다. 근원적 생태계는 ‘기이한 생태계’를 통해 기이한 허구에 직면한다. 기이한 생태계 탐색하기는, ‘자연적’이라고 간주되는 것, ‘자연’의 작용방식, 그리고 인간과 다른 피조물 사이의 관계나 차이에 관한 우리의 전제들을 문제 삼는데 도움이 된다. 기이한 생태계들은 정적인 지리적 지형이 아니라 오히려 마주침, 참여 및 변형으로 이루어진 활동 공간들이다.
‘기이한 것’을 철저히 탐색하기 위해 스토리텔링의 관례들을 살펴보면서 허프는 <미래 자연 센터>와 <씨 체인지>(Sea Change)라 불리는 단체 간의 협력에 관하여 이야기했다. 그 단체는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을 만든 것으로 잘 알려져 있을 것이다. 완전히 지쳐버린 한 과학자가 자신의 해안가 작은집 근처에 사는 문어와 나누는 뜻밖의 우정에 관한 이 영화는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전 세계적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하는 매우 인기있는 이야기가 되었다. 이 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요즈음 느끼는 다른 살아있는 피조물들로부터의 사회적 소외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영화에 대한 허프의 설명은 나로 하여금 <미래 자연 센터>가 “학술적인 신랄함으로 사회적인 치료”를 제공한다고 생각하도록 했다. 이 표현은 환원적인 어구일 수 있지만, 분명히 <미래 자연 센터>의 핵심활동은 학술적 스토리텔링의 하이브리드적 혁신들 일부와 근대적 세계 및 커머닝에의 참여이다.
앰버 허프와의 인터뷰 내용은 여기서 들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