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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냉전 2.0



트럼프 대통령은, 만일 중국이 6월 29-30일에 일본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 만나서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관세전쟁과 중국의 수출 및 기술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완화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시진핑 주석을 협박했다.

중국 지도자들과 미국 지도자들 사이의 만남이 실제로 일어나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실질적 협상 같은 것이 될 수는 없다. 그런 만남은 정상적인 경우 미리 계획된다. 전문화된 공무원들이 함께 작업을 해서 국가의 정상들에 의해 발표될 합의안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런 준비가 있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다. 트럼프 대통령은 권한을 위임하지 않는다.

그는 협박으로 협상을 개시한다. 여기에는 아무런 비용이 들지 않으며 혹시 그에게 공짜로 생기는 것이 있을지 모른다(적어도 그는 모른다). 미국이 바라는 것을 충실하게 따르기로 동의하지 않는 나라가 있다면 미국은 그 나라를 해칠 수 있다는 것이 트럼프의 협박 내용이다. 그런데 현재의 경우에는 바라는 것이 매우 비현실적이어서 미디어도 그것에 대해 말하기를 곤란해 한다. 미국은 경제적으로 항복하라는, 그 어떤 나라도 받아들일 수 없는 불가능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표면에서는 무역전쟁인 듯이 보이는 것이 본격적인 냉전 2.0이다.

미국이 바라는 것: 다른 나라들의 신자유주의적 굴종

걸려있는 것은, 중국이 과연 러시아가 1990년대에 했던 것―즉 옐친 같은 신자유주의적 계획자 역할을 할 꼭두각시를 세워서 경제에 대한 통제력을 정부로부터 미국의 금융 부문과 그 계획자들에게로 이전시키는 것―을 하는 데 동의할 것인가 아닌가이다. 그래서 실제로 싸움은 중국과 세계의 나머지 나라들이 어떤 종류의 계획을 택할 것인가를 놓고 벌어진다. 더 제고된 번영을 가져올 정부들에 의한 계획인가 아니면 수익을 추출하고 긴축을 부과할 금융 부문에 의한 계획인가?

미국은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수출농산물, 미국의 석유(혹은 미국 대기업들과 그 연합세력이 통제하는 나라들의 석유), 정보, 군사기술에 의존하게 만들고자 한다. 이런 무역의존성으로 인해 미국 전략가들은 미국의 요구에 저항하는 나라들에게 제재를 부과하여 기본적인 식량, 에너지, 통신 그리고 교체용 부품들을 그 나라의 경제로부터 박탈할 수 있게 된다.

그 목적은 전지구적 자원에 대한 금융적 통제력을 획득하고, 무역 ‘파트너들’로 하여금 미국이 지적 재산에 대한 독점가격책정‘권’을 향유하는 생산품들에 대해 이자, 사용료 및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무역전쟁이 노리는 것은 미국이 통제하는 식량, 석유, 은행업 및 금융, 혹은 첨단기술 재화에 다른 나라들이 의존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에 응하지 않으면 굴복할 때까지 긴축과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트럼프에게 승리를 기꺼이 양보할 중국

협박 자체에는 비용이 별로 들지 않지만, 만일 트럼프가 이 협박을 밀어붙여서 중국에 부과할 관세로 인해 생활비용과 사업비용이 증가한다면 그는 선거 시에 농업경영자들, 월가, 증권시장, 월마트 그리고 IT 부문의 많은 부분을 자신의 적으로 돌리게 될 것이다. 그의 외교적 협박은 실제로는 만일 중국이 순순히 따르지 않는다면 미국의 수입업자들과 투자자들에게 제재를 부과함으로써 미국 자신의 경제의 목을 베게 되는 그러한 협박이다.

중국의 응답이 어떨지 쉽게 알 수 있다. 중국은 물러서서 미국이 자멸하도록 놔둘 것이다. 중국의 협상자들은 중국이 어떻든 계획했던 것을 매우 기꺼이 ‘제공할’ 것이며 트럼프가 그것이 자신이 얻은 ‘양보’라고 떠들어대도록 놔둘 것이다.

내 생각에는 시진핑이 제공할 큰 사탕이 중국에게 있다. 트럼프를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할 수 있다. 우리는 오바마가 가진 것을 그도 원한다는 것을 안다. 그가 더 자격이 있는 것 아닌가? 어떻든 그는 유라시아를 결속시키는 것을 돕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를 이웃 나라들과 연합하도록 밀어붙이고 있으며 유럽에 손을 뻗고 있다.

트럼프는 이 말에 들어있는 아이러니를 깨닫기에는 너무 자기도취적일지도 모른다. 아시아와 유럽이 무역·금융·식량·IT에서 미국의 제재 위협으로부터 독립하는 데 촉매가 되면 미국은 앞으로 출현할 다자주의 세계에서 고립되게 될 것이다.

미국이 중국의 신자유주의적 옐친에게 (그리고 러시아의 또 하나의 옐친에게) 바라는 것

좋은 외교관은 ‘No’가 대답일 수밖에 없는 요구를 하지 않는다. 중국이 그 혼합 경제를 해체하고 자국의 경제를 미국이나 기타 전지구적 투자자들에게 내놓을 가능성은 결코 없다. 미국이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에 교육·도로·통신 및 기타 기본적인 기반시설에의 집중적 공공 부문 지원을 함으로써 세계 산업에서 우월한 위치를 점하는 데 성공한 것은 비밀이 아니다. 오늘날의 사유화되고 금융화되었으며 ‘새처화’된 경제는 고비용 비효율 경제이다.

그런데 미국의 관리들은 중국의 어떤 신자유주의적 관리나 ‘자유시장’당을 밀어줘서 옐친과 그의 미국 조언자들이 러시아에 끼친 것과 같은 피해를 중국에 끼칠 꿈을 계속해서 꾸고 있다. 미국이 생각하는 ‘서로 이득을 보는’ 합의란, 중국이 독립적인 경쟁자가 아니라 미국의 금융 및 무역 위성국가가 되는 데 동의하는 한 성장을 허용받는 그런 합의이다.

트럼프는, 한때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었으나 지금은 미국과 유럽의 많은 곳에서 신자유주의자들에 의해 파괴된 바로 그 경제전략을 다른 나라들이 쫓는다는 이유로 떼를 쓰고 있다. 미국의 협상자들은 미국이 산업 경쟁에서의 우위를 잃고 고비용의 자산소득자(rentier) 경제가 되었다는 것은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 미국의 GDP는 금융·보험·부동산 부문의 자산소득, 이윤 및 자본이득으로 주로 구성되는 ‘텅 빈’ 것이다. 미국의 기반시설은 쇠퇴하고 있고 노동은 시간제 ‘긱’ 경제로 축소되었다. 이러한 상태에서 무역 협박이 발하는 효과는 경제적으로 자립적이 되려는 다른 나라들의 노력을 가속시키는 것이 될 수 있을 뿐이다.




금융 대 경제


  • 저자  :  Michael Hudson
  • 원문 : 유튜브 동영상 Finances vs Economy, Credit vs Money (2012년 3월)
  • 분류 :  내용 정리
  • 정리자 : 정백수
  • 설명 : 2012년 2월 이탈리아의 리미니(Rimini)에서 ‘현대 화폐 이론’(Modern Money Theory)를 주제로 열린 1회 이탈리아 풀뿌리 경제학 대회(the first Italian grassroots economic summit)에서 마이클 허드슨이 한 발제의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정리한 것이다. 이 발제의 영어 스크립트는 https://neritam.com/2012/05/19/modern-money-theory/ 에서 볼 수 있다.

[마이클 허드슨]

저는 중앙은행과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의 차이에 대해 말해보려고 합니다.[이에 앞서 Stephanie Kelton이 현대화폐이론의 기초를 설명하는 발제를 했다.―정리자] 중앙은행이 화폐를 창출하고 상업은행(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은행)은 신용을 창출한다고 합니다. 2008년 이후 3년 동안 우리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화폐창출과 신용창출을 목격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임금은 지난 30년 동안 하락했고 소비자 물가와 상품가격은 변동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있었습니다. 이자율이 20%에서 오늘날의 4분의 1%로 떨어지면서 역사상 최대의 증권시장 가격 상승이 일어났습니다. 부동산 가격, 증권가격, 주식 가격이 상승했습니다. 그 결과 부의 가치(대부분의 부는 인구의 1%가 소유하고 있습니다)가 임금에 비해 상승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종류의 계급전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종래의 고용주(자본가)와 고용인(노동자) 사이의 전쟁이 아닙니다. 금융과 경제 사이의 전쟁입니다.

산업자본주의에서 신용은 노동을 고용하는 자본투자에 들어갑니다. 오늘날에는 그렇지 않습니다. 상업은행들이 신용을 창출할 때 이는 부에 대한 청구권의 창출이고 모기지 부채의 창출이며 기업 부채의 창출이고 개인적인 부채 및 학자금 융자의 창출, 신용카드 부채의 창출입니다. 바로 이점에서 상업은행 신용창출은 중앙은행의 화폐창출과 다릅니다. 중앙은행이 화폐를 창출할 때에는 장기적이고 공적인 목적에서 그렇게 합니다. 정부지출과 공적 기반시설에의 자본투자에 재정을 댑니다. 역사 전체에 걸쳐서 대부분의 나라들에서 공적 기반시설―도로, 통신 시스템, 철로, 상수 및 하수 시스템 등―에의 자본투자는 모두 제조업에의 자본투자 전체보다 더 컸습니다.

미국에서 뉴욕시의 부동산 가치는 미국 제조업 전체의 설비의 가격보다 높습니다. 미국에서 사용되는 교과서는 이런 차이를 무시합니다. ‘MV = PT’[Money×Velocity = Price×Transaction]라는 공식이 있습니다. 화폐 공급이 증가하면 가격이 오른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교과서에서 말하는 가격 수준은 소비자 물가와 상품가격만을 포함합니다. 교과서 어디에도 신용공급과 자산(부동산, 주식 및 증권)의 가격 사이의 관계에 대한 언급은 없습니다. 그런데 미국 경제에서 신용의 99%는 이 금융 청구권들에 지출됩니다. 매일 국민총생산 전체와 맞먹는 양이 뉴욕 어음교환소와 시카고 상업거래소를 통과합니다. 지불의 방대한 양이 금융부문에 속합니다. 지난 10년여 동안 늘어난 은행대출 전체가 다른 금융기관에 대출한 것입니다.

교과서는 은행들이 산업에 대부하여 기계를 구입하고 공장을 지어 노동자를 고용하도록 하는 행복한 그림을 보여줍니다. 이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 허구입니다. 미국 경제에서 모든 증가된 자본투자는 은행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기업의 이익잉여금(retained earnings)에서 옵니다. 은행들은 새로운 자본투자를 낳기 위해 대부하지 않습니다. 모기지, 자본금, 부동산, 이미 존재하는 자산을 담보로 대부하지 새로운 자산의 창출을 위해 대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정부화폐를 말할 때 우리는 경제에 박차를 가하는, 경제성장과 새로운 투자를 촉진하는 정부지출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정부투자 및 중앙은행 화폐창출의 기능은 민간은행의 기능과는 매우 다릅니다. 정부의 화폐는 그야말로 부채입니다.[정부가 화폐를 발행하는 것은 정부가 빚을 지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정리자] 당신의 호주머니에 들어있는 리라[이탈리아의 통화―정리자]는 부채입니다. 지폐도 부채입니다. 그러나 이는 아무도 그 상환을 생각하지 않는 부채입니다. 이를 상환한다는 것은 호주머니에 통화가 남아있지 않게 됨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정부에 의한 화폐와 신용의 창출을 이렇게 공익서비스(public utility)로 보는 이론이 현대 화폐 이론(Modern Monetary Theory)이다.―정리자]

상업적 부채[공익이 아니라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부채―정리자]는 상환을 전제로 하며 이자를 낳습니다. 이 상업적 부채가 늘어나자―모기지, 기업에의 은행대출, 기업사냥을 위한 부채 등―엄청난 부채 간접비용이 경제에 큰 부담으로 지워집니다. 상업은행들이 더 많이 대부하면 할수록 이 부채의 간접비용을 감당하기 위해서 더 많은 이자가 지불되어야 합니다. 문제는, 부채를 갚는 데 지출되는 화폐는 재화와 서비스에 지출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상업은행들이 부채를 창출할 때에는 재화와 서비스에 지출되던 소득이 부채서비스 비용을 지불하는 데로 돌려집니다. 이것이 바로 부채디플레이션(debt deglation)입니다. 부채디플레이션이 오늘날처럼 오래 진행되면 금융자본주의의 후기 단계인 부채디플레이션 단계, 긴축 단계로 들어서는데, 바로 유럽이 오늘날 이 단계에 와 있습니다.

화폐에 대한 이 모든 전문적인 논의에는 정치적 측면이 있습니다. 정부가 화폐를 창출한다면, 혼합된 경제, 즉 사적 자본투자와 공적 자본투자가 혼합된 경제가 창출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유럽의 모든 나라들과 미국을 부유하게 만든 경제입니다. 경제에 비용가격[이윤을 붙이지 않은 가격―정리자]으로 공급될 공적 기반시설에 정부가 투자하여 그 기반시설을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부가 화폐를 창출할 수 없게 되면, 경제에 필요한 모든 신용이 상업은행들에 의해 창조되게 되면, 상업은행의 신용창조가 부채 디플레이션을 낳으며, 정부가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 재정을 댈 수 없다면, 상업은행들은 ‘좋아, 그러면 파시오’하면서 기반시설을 사유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그리스, 아일랜드에서 보고 있고, 아이슬랜드에서 본 것입니다. 이렇게 금융이 기반시설을 가로채는 일은 상업적 은행업자들이 중앙은행이 신용을 창조하지 못하도록 하는 능력에 의해서 일어납니다.

대부분의 기반시설은 은행의 방대한 양의 새로운 대부를 통해 구매됩니다. 그래서 상업은행의 정치적 전략은 맨 먼저 중앙은행으로 하여금 화폐를 창출하지 못하게 하고 그 다음에 정부들이 (이자 없는 부채를 내지[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말한다―정리자]) 말고 상업은행들로부터 빌릴 필요가 있다고, 상업은행들에 이자를 지불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그런 다음, 정부들은 이자를 지불하기 위해서 기반시설을 팔아넘겨야 하는데, 그 결과 오늘날 은행업자들이 과거에는 군사침략을 통해 이루었던 재산탈취를 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새로운 종류의 전쟁입니다. 금융이 사회 전체에 대해서 벌이는 전쟁입니다. 노동뿐 아니라 산업에 대해서,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부에 대해서 벌이는 전쟁입니다. 이 전쟁에서 도구는, 정부의 화폐창출이 인플레이션을 낳을 것이라고 사람들이 믿게 만드는 것입니다. 여러분 모두는 지난 30년 동안 여기 이탈리아에서 물가가 그다지 오르지 않았고 임금이 그다지 오르지 않았으며 오른 것은 주택가격이고 살 곳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평생 갚을 빚을 져야 함을 보았을 것입니다. 미국에서 학생들은 교육을 받아 직장을 구하기 위해서 십년 갚을 빚을 져야 합니다. 100년 전에는 정부가 교육이 무상으로 이루어지도록 재정을 대는 것이 이상(理想)이었는데 말입니다.

교과서들은 마치 경제가 빚 없이 실질적 교환을 기반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제시합니다. 오늘 우리가 여기서 논의하고 있는 것을 교과서들이 언급하지 않는 것은 상업은행의 신용창조와 권력 장악에 대한 대안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깨닫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인 보들레르는 사회가 악마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 그 지점에서 악마가 승리한다고 말했습니다.[“악마의 가장 교묘한 책략은 당신이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게 만드는 것이다”(“La plus belle des ruses du diable est de vous persuader qu’il n’existe pas.”)는 보들레르의 Spleen de Paris의 “Le Joueur généreux”(「관대한 도박꾼」)에 나온다.―정리자] 금융 부문은, 은행들이 부풀리고 있는 가격이 자산 가격, 부동산 가격, 증권 및 주식 가격임을 당신이 보지 못하고, 상업은행들의 역할은 사회 위에, 노동 위에, 산업 위에 군림하는 부의 권력을 증가시켜 은행업자들로 구성되는 새로운 지배계층―19세기 후반에 비판을 받은 지주들보다 훨씬 더 큰 부담을 사회에 지우는 지배계층―을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당신이 보지 못하는 지점에서 승리합니다.

200년 동안 고전경제학은 산업자본주의로부터 봉건주의의 잔재를 제거하려고 했는데, 이 잔재란 세습 귀족계급의 사적 토지소유와 상업은행들이었습니다. 상업은행들은 정부로 하여금 빚을 지게 하고 그 다음에 담보권을 행사하여 부채를 독점과 교환했습니다. 영국에서는 바로 이런 식으로 무역회사들이 형성되었습니다. 동인도회사, 독점을 누린 영국은행 등. 미국에서도 철도를 통해 유사하게 독점이 창출되었는데, 철도 건설용 불하 토지의 사유화를 통해 최대의 토지소유자들이 나옵니다. 발자끄는 그의 소설에서 모든 가족 재산 뒤에는 종종은 발견되지 않는 거대한 절도가 존재한다고 쓴 바 있습니다. 그런데 현대 경제학은 오늘날 일어나고 있는 모든 절도, 자본 이전(移轉), 이전 지불(transfer payments)을 마치 그것이 생산적인 양, 마치 모든 소득이 근로소득인 양 취급합니다. 세계의 모든 정부는 ‘국민소득 및 생산계정’(NIPA)을 발행하고 있는데, 여기서 지대(임대료)는 토지소유자들(집주인들)의 소득으로 되어있고 이자는 은행업자들의 소득으로 되어 있습니다. 미국에서 금융 부문은 모든 신고된 기업소득의 40%를 차지합니다. 그래서 새로운 설비에 투자되어 노동을 고용하는 산업자본으로부터 경제적 잉여가 빠져나와 금융자본으로 흘러들어가는 일이 일어납니다. 금융자본이 대출되어 이자를 받고 그 이자를 다시 대출하며 이것이 반복되어 미국인들이 복리의 마법이라고 부른 기하급수적인 증가가 이루어집니다. 복리의 증가는 너무 커서 그 어떤 정부의 지불 능력도 훨씬 넘어섭니다. 그 결과는 채무불이행이 될 수밖에 없는데, 오늘날 유럽과 미국은 금융 부문이 자산을 탈취하고 공적 도메인, 공기업, 도로, 방송 시스템, 항구 등을 사유화하는 정도에 이르렀습니다. 이런 자산을 사유화할 때에는, 가령 도로를 사유화할 때에는 ‘구매자들’이 이자를 지불해야 하며 배당금을 지불하고 회사 경영진에게 엄청난 액수의 봉급을 주며 증권인수업자에게 금융 수수료를 지불하고 경영진에게 스톡옵션을 제공하며, 그런 다음에는 이 공공서비스의 가격을 가능한 한 최고의 자산소득를 끌어내는 지점까지 올립니다. 경제는 통행료 징수로 전환됩니다. 통행료 징수소를 주택에 접근하는 곳, 도로에 접근하는 곳, 전화 시스템에 접근하는 곳, 신용카드에 의한 지불에 사용될 돈을 위한 신용에 접근하는 곳에 설치합니다. 갑자기 우리는, 경제를 작동시키는 비용에 돈을 지불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특권에, 금융 부문에, 그리고 자산소득자(rentiers)라고 불리던 층―이들은 단지 얻어낼 것을 청구할 뿐이며 부를 자신들의 수중으로 빨아들입니다―에 지불하는 상황에 처하게 됩니다.

미국에서 생산과 소비로 이루어지는 현실 경제는 지난 30년 동안 실제로 쇠퇴했습니다. 지금 경제에서 모든 성장은 자산소득자 부문으로, FIRE 부문(finance, insurance and real estate)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가는 간접비용에서 일어납니다. 지금은 이 부문에 법시스템과 독점시스템이 포함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교과서도 모르고 아무도 모르는 새에 예전에 산업자본주의로서 분석되던 것이 금융자본주의로 전환되었습니다. 이 금융자본주의는 100년 전에 생각했던 종류의 것과는 전혀 다릅니다. 산업에 자금을 대는 것이 아니고 경제적 기생과 간접비용에 자금을 대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마치 부자가 되는 길은 빚을 져서 그 돈으로 가격이 부풀어 오를 자산을 사는 것인 양 제시됩니다. 부동산이나 공기업의 가격이 오를 때, 이는 실제로 가치가 증가해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주택이나 재산은 은행이 대출해주는 만큼의 값을 가지며, 대출조건이 느슨해지면 경제의 지불능력을 훌쩍 넘어서는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자산 가격에 생기게 됩니다. 마감 기한이 여지없이 옵니다. 금융 자본주의는 거품 경제로 전환됩니다. 은행들이 채무불이행을 그리고 연쇄적 지불의 단절을 피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더 많은 돈을 빌려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은 ‘돈을 빌려서 부채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라고 설명됩니다. 갚을 수 없으면 은행에서 돈을 더 빌리고, 그저 그만큼 이자를 추가한다는 것입니다. 1970년대에 라틴아메리카가 바로 이런 식의 상황이었으며 그러다가 마침내 갚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부채는 삭감되어야 했습니다.

정부의 중앙은행 화폐창출로부터 상업은행 신용창출로의 이러한 전환의 필연적 결말은 파산, 부채의 삭감입니다. 나의 분석의 기저에 있는 기본 전제는 ‘갚을 수 없는 부채는 갚게 되지 않을 것이다’입니다. 내가 아는 월가의 모든 분석가들은 이 점을 알고 있습니다. 정치적 문제는 ‘어떻게 갚지 않는가?’입니다. 은행들로 하여금 담보권을 행사하게 함으로써 갚지 않는가? 오늘날 미국의 모든 부동산의 4분의 1에는 그 가치보다 더 많은 돈이 담보대출로 걸려있습니다. 이는 자택소유자의 4분의 1―거의 1천만 명입니다―이 자신의 재산으로부터 물러나는 것이 이익이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도날드 트럼프도 그럴 겁니다. 물론 골드만삭스도 나쁜 투자로부터 물러날 것입니다. 그런데 개인들은 빚을 갚아야 한다는 말을 듣습니다. 부자들의 빚만이 갚을 필요가 없다고 합니다. 99%가 부자에게 진 빚만 갚아야 한다는 겁니다. 경제의 작동방식에 대한 이해가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부자가 되는 길은 실제로는 돈을 빌려 가격이 오르기를 희망하는 재산을 사는 것이 아닙니다. 오늘날 미국, 스페인, 아일랜드, 영국에서처럼 가격이 붕괴하게 되더라도 부채는 그대로이며 네거티브 에쿼티(negative equity) 상태[집값에서 부채를 제하면 마이너스가 되는 상태―정리자]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여기가 재산이 채무자에게서 채권자에게로 넘어가는 지점입니다. 그래서 오늘날 돈을 버는 길은 인구의 99%로 하여금 1%에게 빚을 지게 하는 것입니다. 빚을 지는 것이 돈을 버는 길이라고 사람들이 생각한 역사적 시기는 결코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가령 앨런 그린스팬(Alan Greenspan)이 미국의 자택소유자들에게 집의 가치를 담보로 돈을 빌리라고, 빚을 지라고, 집을 돼지저금통이라고 생각하고 임금이 더 이상 받쳐주지 못하는 생활수준을 유지하라고 말했을 때, 이런 쓰레기 경제학에 속아서 그렇게 합니다.

미국 노동자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 교육을 받게 하기 위해서 돈을 들여야 하고, 이전에는 공적으로 지원되던 것에 돈을 들여야 하는 사이에, 은행들은 갑자기 교육을 금융화하고 공적 부문을 금융화하며 심지어는 기업 부문과 산업 부문도 금융화했습니다. 교과서에서 증권시장은 산업에 자금을 대고 부채가 아닌 자기자본을 제공하는 수단으로서, 즉 산업투자를 해서 노동을 고용할 수단으로서 제시됩니다. 그러나 지난 30년 동안 일어난 일은 이런 것이 아닙니다. 증권시장은 기업사냥꾼들과 경영권 매수를 위한 도구가 되었습니다. 돈을 빌려 회사를 사고 그 회사가 얼마나 이윤을 만들어낼지 계산하여 그 이윤을 은행업자들에게 지불하는 것, 마치 부동산 투자자들이 건물을 사듯이 회사를 사는 것입니다.

미국의 도날드 트럼프든 이탈리아 혹은 유럽의 투자자든 부동산 투자자들이 상업적 재산을 구매하기를 원할 때, 그들은 얼마나 많은 임대료 수익이 생길지를 계산합니다. 그들은 서로 입찰하여 경합합니다. 담보를 얻기 위해, 그 재산을 구매하기 위해 가장 많은 임대료를 은행에 기꺼이 지불하는 사람이 낙찰을 받습니다. 이것이 ‘다른 사람들의 돈을 사용하기’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실제로 다른 사람들의 저축을 사용하는 것은 아닙니다. 은행들이 컴퓨터 키보드로 입력하여 새로 창출한 돈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은행들은 대출자를 위해 은행계좌에 대출액을 적어 넣음으로써 (대출자는 담보 부채든 아니면 개인 부채든 차용증서에 그 이자를 갚겠다고 서명을 합니다) 자유롭게 화폐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은행들은 이런 화폐창출이 인플레이션을 낳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정부의 화폐창출만이 인플레이션을 낳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부가 상업은행들이 신용을 창출하는 방식과 똑같은 방식으로 자신들의 컴퓨터에 가서 전자적으로 화폐를 창출하지 말란 법이 없습니다. 문제는, 여러분들이 보았듯이 상업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낳는데도 왜 정부의 화폐창출은 인플레이션을 낳는다는 말을 듣고 상업은행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을 듣는가 하는 것입니다. 은행들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본이득[capital gain, 사업에 의한 이득이 아니라 자산의 가격이 올라서 거둔 이득을 말한다.―정리자]을 거두기를 바라면서 모든 자산소득(rent)과 모든 기업 이윤을 은행에 내게 함으로써 돈을 법니다.

미국에서 기업사냥꾼들과 부채를 통해 기업을 매수하는 회사들은 비용절감, 임금삭감, 정리해고, 다른 나라로의 아웃소싱을 통해, 그리고 특히 연금기금을 탈취하여 그것으로 은행 빚을 상환하여 부채를 삭감하고 자기자본을 늘림으로써 자본이득을 거둡니다.

몇 년 전에 제가 자란 도시 시카고에서 부동산 투기자인 쌤 젤(Sam Zell)이 돈을 빌려 최대의 신문인 <시카고 트리뷴>(Chicago Tribune)을 샀습니다. 그는 ‘사원 주식소유 플랜’을 약탈했습니다. 그는 그 돈으로 그에게 <시카고 트리뷴>을 살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에게 진 빚을 갚았습니다. 그는 직원들을 해고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시카고 트리뷴>이 소유한 야구팀인 <시카고 컵스>를 팔았습니다. 그런데도 그는 회사를 매우 잘못 경영하여 회사가 파산했으며 그 바람에 사원 주주들이 쓸려나갔습니다. 사원들은 그가 그들의 돈을 훔쳤다고 주장하면서 그를 사기죄로 고소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에 한 연설에서 ‘사기는 없다, 모두 합법적이다, 그것이 바로 자유시장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자유시장의 ‘자유’는 금융 세력이 탈취할 자유, 분식회계를 할 자유, 빌 블랙(Bill Black) 교수가 말하는 일[블랙은 회사나 조직을 통제하는 자가 자신이 통제하는 회사나 조직을 사기를 치는 ‘무기’로 사용하는 행태를 가리키는 ‘통제 사기’(control fraud)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정리자]을 할 자유로 재정의되었습니다.

사기가 돈을 버는 데 본질적으로 토대가 되었다고 말하는 것은 새로운 경제를 말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비록 아무도 그렇게 말하지는 않지만 말입니다. 부자가 되는 길을 돈을 훔치는 것이라고 말하는 교과서, 부자가 되는 길을 돈을 빌려서 가치가 상승할 재산을 사는 것이고 경제를 위축시키고 공적 도메인으로부터 재산을 탈취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교과서는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발자끄 같은 소설가나 보들레르 같은 시인이 교과서에 나오는 노벨상을 탄 경제학자들보다 경제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인가요? 왜 교과서를 보기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러가야 하는 것인가요?

오늘 우리가 이 모임에서 하려는 것은 실제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새로운 상을 제시하고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평행 우주 대신에 현실 경제학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쌔뮤얼슨(Paul Samuelson)은 미국에서 학생들을 세뇌하는 데 사용되는 자신의 교과서의 시작 부분에서 경제 이론의 기준은 그 공리들의 일관성이라고 말합니다. 이는 내가 대학에서 문학을 공부했을 때 들은 말입니다. 소설을 읽을 때에는 불신을 정지시켜야 합니다.[‘willing suspension of disbelief’(불신의 기꺼운 정지)라는 말의 출처는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콜리지(S. T. Coleridge)의 Biographia Literaria(1817)로서 시에서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를 포용적으로 대하는 태도로서 말한 것이다.―정리자] 공상과학소설을, 작가가 일관적이라고 생각하는 등장인물들을 믿어야 합니다. 스릴러나 미스터리 영화를 보러갔다 나올 때에는, ‘잠깐, 무언가 빠졌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난 것이지’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쌔뮤얼슨이 하지 않은 말은 이 전제들이 현실적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은 경제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배우지 않고 다른 행성에서 평행우주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듣습니다. 정부도 없고, 사기도 없고, 전체 경제가 실질적 교환에 의해서 작동하고, 부채도 없고, 모든 사람들이 다른 모든 사람들을 도우려 하고, 아무도 돈을 상속받지 않으며, 모두가 자신들이 가진 소득과 부를 일해서 버는 그런 평행 우주 말입니다. 실제 현실은 이와 반대인데, 이는 오늘날 소설에서만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현실을 잘못 이해하는 일이 1년, 2년을 가고 10년, 20년을 가며 이제 한 세기가 지난다면, 그리하여 경제에 대한 거짓된 상이 그려진다면, 그 배후에 이익을 보는 특수한 세력이 있다고 확신을 해도 좋을 것입니다. 현실에 대한 거짓된 상은 자연스럽게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는 지원을 받아 일어납니다. 은행업 부문이 대학들에서 가르쳐지고 신문에서 널리 전파되며 은행의 후원을 받는 정치가들이 말하는 쓰레기 경제학을 지원해 왔으며 이를 통해 사람들이 마치 화성에 살고 있는 것처럼, 실제와는 다른 종류의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믿게 만들고자 했고 공중에 속하는 것을 탈취하려는 금융 계층은 없는 척 하고자 했습니다.

경제성장과 완전고용을 목적으로 하는 정부에 의한 중앙은행 화폐창출과 경제의 축소, 긴축, 낮은 임금, 낮은 산출량을 목적으로 하는 상업은행 신용창출 사이의 차이는 이렇게 귀결됩니다. 그리스가 당하는 것을 여러분도 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당신들의 항구와 땅과 관광지역들과 상·하수도 시스템을 주면, 우리는 당신들에게 사용료를 물리고 당신들이 연금으로 받아가기를 기대하는 돈의 규모를 줄여 우리가 쓸 것이다’라는 말을 듣게 되는 것이죠.

과거에는 이런 일을 하려면 군대가 필요했는데, 오늘날에는 군대 없이 행해집니다. 여러분들이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고, 은행들이 그리는, 세상에 대한 허구적인 상을 믿는 한에서는 말입니다.

감사합니다.




외로움을 줄이는 10가지 혁신적 기획들


  • 저자  :  Ryan Conway 외
  • 원문 : “10 innovative projects from around the world that reduce loneliness” (2018. 3. 13) / Attribution 4.0 International (CC BY 4.0)
  • 분류 : 번역
  • 옮긴이 : 에스페라

4월 10일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교(SFSU)에서 열린 ‘외로움 전염병에 대한 공동체의 해결방안’(Community Solutions to the Loneliness Epidemic)이라는 행사가 있었는데 같은 날이 우리의 신간 『공유도시―공유 공유재의 활성화』(Sharing Cities: Activating the Urban Commons)의 1주년 기념일이었다. 여기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는 이 책은 일상에서 사람들이 공유하는 것을 돕는 전 세계의 많은 사례연구들을 보여준다. 공유는 사회적 고립을 자연스럽게 해결하는 위대한 치료법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어떻게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의 근본적 욕구를 채워주면서 하나가 되는지를 보여 준다. 아래에는 외로움을 줄이는 사례들에 대한 연구 가운데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다. 각 글 끝에 저자의 이름이 쓰여 있다.

  1. 일본 액티브 라이프 클럽: 적절한 비용의 노인 돌봄을 위한 타임 뱅킹

65세가 넘는 사람들이 인구의 사분의 일 이상을 차지하는 일본과 같은 나라에서는 어떻게 하면 세금을 내는 나머지 사람들에게 큰 부담을 주지 않고 질 좋은 수준으로 노인들을 돌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절박한 문제이다. 1970년대 이후, 타임 뱅킹 방법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전되어 왔다. 일본어로 이러한 실천들을 다 합쳐서 ‘후레아이 키푸’(fureai kippu)[ふれあい切符, Caring Relationship Tickets]라고 부른다. 노인들을 도우면 ‘시간 점수’(time credit)를 얻는다. 이 시간 점수는 나이가 들었을 때 본인이 스스로 상환받을 수도 있고, 다른 도시에 사는 더 나이가 많은 가족 구성원에게 선물할 수도 있다. 점수는 현금으로 지급될 수도 있다. 시간을 내서 참여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전문적인 돌봄노동자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대부분 돌봄노동은 청소, 마당 치우는 일, 일반적인 교우와 같은 기본적인 일들이다. 몇몇 타임 뱅크들은 지역 정부 또는 준정부 단체에 의해 운영된다. 가장 많은 수의 타임 뱅크들이 <일본 액티브 라이프 클럽>(Nippon Active Life Club)이라 불리는 비영리 네트워크에 소속되어 있다. 클럽은 회원들의 회비에 의해 유지되고, 회원들은 돌봄노동에 대한 대가를 시간 점수나 현금으로 지급한다. 2016년 초 현재(As of early 2016) 전국에 약 18,000명의 회원들과 124개의 사무실이 있다. <사와야카 복지 재단>(Sawayaka Welfare Foundation)에서 더 자세한 사항을 알 수 있다. ―라이언 T. 콘웨이(Ryan T. Conway)

  1. 휴마니타스: 돌봄을 받는 노인들이 기숙 학생들과 만나 세대 간 삶을 공유하다

네덜란드의 데벤테르 도시에 있는 한 장기 요양원인 <휴마니타스 리타이어먼트 빌리지>(Humanitas Retirement Village)은 학생들에게 한 달에 30시간 노인 거주자들을 도와주는 데 대한 대가로 무료 숙박시설을 제공한다. 현재 여섯 명의 학생들이 이 타운에 거주한다. 이 제도는 서로에게 이익을 준다. 젊은 층인 학생들은 무료로 숙박시설을 이용하고, 노인 거주자들의 요양과 서로 간의 소통을 촉진할 수 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동의한 것에는, 노인들에게 이메일과 소셜미디어 사용하기와 같은 다양한 기술들을 가르치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도 포함된다. 이러한 교류들도 중요하지만, 관계가 발전하도록 도와주고 외로움을 덜어 주며 노인들의 정신 건강에 긍정적으로 이바지하는 것은 바로 ‘가까이 사는 것’이다. ― 섀론 이드(Sharon Ede)

  1. <엠버시 네트워크> ― 목표 지향적 젊은 전문가들을 위한 새로운 ‘협동 하우징’ 모델

도시의 젊은 전문가들은 비싼 주택 가격, 사회적 고립, 경력 구축의 어려움 등에 자주 직면한다. 글로벌 공생 운동의 선구자 중 하나인 <엠버시 네트워크>(Embassy Network)는 이 세 가지 난제 모두를 하나의 새로운 ‘공유주택 모델’로 해결한다. 네트워크 하우스의 건물들은 각각 5명에서 20명까지 수용한다. 건물들은 개조된 저택, 휴양시설, 그리고 작은 호텔들이다. 거주자들은 식비, 정기적인 공동 식사, 공용 공간, 자동차를 공유하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력을 서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그들은 일반적으로 자신들의 일을 통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어 하는 사회적 기업가들, 프리랜서들, 그리고 젊은 전문가들이다. <엠버시 네트워크>는 동료 사이의 지원, 정기적인 공개 행사, 지식을 공유하는 단기 방문객들, 그리고 북아메리카·중앙아메리카·유럽에 있는 9개의 모든 <엠버시 네트워크> 건물들에 대한 접근을 통해, 자기계발과 경력 발전을 위해 용기를 북돋아 주는 환경을 조성한다. 여기에서 공생 커뮤니티를 찾아보라. — 닐 고렌플로(Neal Gorenflo)

  1. 코우어보드 ― 서로 맞는 싱글맘(홀보듬엄마)들을 연결해 공동거주하게 해주기

아이들을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많은 싱글맘들은 경제적으로 부담 없고 좋은 집을 확실히 소유하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일한다. 미국에서는 ‘한 부모’들의 약 40% 정도가 저임금 직업에 종사하고 있고, 싱글맘들은 심지어 더 오랜 시간 동안 일하는데도 심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혼자서 힘들게 감당하기보다는 집에 대한 금전적, 현실적 부담을 공유하는 것이 삶을 더 편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코우어보드>(CoAbode)는 서로 같이 살 수 있는 싱글맘들을 연결해 공동거주하게 해주고 육아의 고생을 덜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서비스이다. 공동 거주 주택에서 엄마들은 음식을 공유하고 자녀를 함께 양육함으로써 금전적 비용을 줄이고 시간적 여유가 생기며 서로 지원할 수 있게 된다. 회원 가입은 무료고 120,000명이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 브루클린, 샌디에이고, 워싱턴DC를 포함한 미국의 많은 도시에 회원들이 있다. ―섀론 이드(Sharon Ede)

  1. 쎄바 카페 ― P2P 방식의 베풂이어가기 실험

<쎄바 카페>(Seva Cafe)는 P2P 베풂의 실험적인 시도와 음식 공유의 가족 모델로서 인도의 아마다바드(Ahmedabad)에서 출범했다. 전체 조직은 손님들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는 일곱 명 내지 여덟 명의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매일 운영된다. 선물(膳物)경제 모델에 근거하여 식사는 무료로, 무조건적인 선물로 제공된다. 손님들은 값을 치르거나 이 조직에 자원하는 것을 원할 수도 있지만, 그 둘 중 어느 것도 꼭 요구되는 것은 아니다. <세바 카페>의 계산서에는 “0/-”라고 적혀있고 이렇게 각주가 달려있다. “당신의 식사는 이전에 온 누군가가 당신에게 주는 선물이었습니다. 선물의 연쇄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이후에 와서 식사할 사람들을 위한 ‘베풂이어가기’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전체 재정 절차와 운영은 매우 투명하게 이루어지며 카페는 선물주기의 에너지로 운영된다. <쎄바 카페>는 또한 많은 나라에 ‘카르마 키친’(Karma Kitchen)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것은 베풂이어가기를 하는 식당들의 더 큰 추세의 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 쿠시부 발와니(Khushboo Balwani)

  1. 레스토랑 데이 : 음식공유를 통한 문화간 상호작용 촉진하기

큰 도시에는 여러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가까이에 산다. 그러나 사람들이 자신이 사는 도시 안에서 다양한 전통을 경험하고 서로 뒤섞일 수 있는 기회들은 종종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을 모으고 문화간 상호작용을 촉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핀란드 헬싱키의 지역 조직가들은 <레스토랑 데이>(Ravintolapäivä)를 만들었다. 2011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음식에 대한 열정이 있는 누구라도 자신의 집이나 공공장소에서 하루 동안 ‘레스토랑’을 운영하도록 하는 ‘푸드 축제’로 시작했다. 비록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팝업 레스토랑들이 식사에 대한 돈을 받긴 하지만 이윤 창출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협동과 문화 교류에 중점을 둔다. 행사 기간 동안 전 도시의 거리 축제에서 매우 다양한 요리를 제공하는 수백 개의 이 비공식 레스토랑들은 헬싱키를 변화시켰다. 이 행사는 분산된 조직을 통해 개최된다. 개별 자원봉사 레스토랑 주인들은 장소를 찾아내고, 메뉴 정하기와 초대 관련 일을 처리하며 식사 가격을 정할 책임을 진다. 현재 <레스토랑 데이>는 27,000개 이상의 팝업 레스토랑들이 75개국에서 3백만이 넘는 지역 주민들에게 음식을 제공해 준 세계적인 운동이 되었다. — 쿠시부 발와니(Khushboo Balwani)

  1. 키친 셰어 : 가정요리사를 위한 지속 가능한 공동체 자원

주방기구를 살 때 돈을 필요 이상으로 쓰거나 찬장 공간을 과하게 사용하는 경우가 생긴다. 특히 빠듯한 예산과 작은 집을 가진 도시 주민들의 경우에 그렇다. 그러나 건강한 식사를 향한 관심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색다른 음식을 마련하는 기술을 시도하고 있고, 이때 특별한 주방기구가 필요할 수도 있다. 2012년에 시작된 오리건주의 포틀랜드에 있는 <키친 셰어>(Kitchen Share)는 가정요리사를 위한 주방도구 도서관이다. 지역 주민들은 음식 탈수기, 믹서, 주스 만드는 기계와 같은 여러 다양한 주방 도구를 빌릴 수 있다. 회원들은 <마이턴>(myTurn)에서 저렴한 대여도서관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400개가 넘는 물품들을 온라인으로 대출할 수 있다. 포틀랜드의 두 장소에서 운영되고 있는 <키친 셰어>는 주민들이 돈을 저축하고, 이웃들에게서 새로운 기술을 배우며, 환경 발자국(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도록 도와준다. 가정 요리를 위한 비영리 공동체 자원으로써 <키친 셰어>는 가입할 때만 한 번 기부하는 것을 요구하고,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도시를 만드는 동시에 비싸고 부피가 큰 물품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하도록 해준다. 이러한 도구들을 가지고 대여 도서관을 시작하는 것에 대해 알아보라 — 매리언 웨이메스(Marion Weymes)

  1. 엔스파이럴: 상호 이익을 위한 공유 가치를 생성하는 사회적 기업들의 네트워크

뉴질랜드 웰링턴에 근거지를 둔 탈중심화된 기업 공동체인 <엔스파이럴>(Enspiral)은 사회적 문제에 깊은 관심을 쏟는 노동자들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2010년에 시작되었다. 때때로 ”열린 가치 네트워크”라고 불리기도 하는 <엔스파이럴>은 협동을 촉진하는 공간과 플랫폼을 제공함으로써 사람들이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젝트에 시간과 기술을 투여할 수 있게 해준다. 네트워크의 허브는 <엔스파이럴 재단>(Enspiral Foundation Limited)인데, 이 재단은 공동 자산을 보유하고 구성원들 및 관련된 회사들 사이의 상호작용을 촉진한다. <엔스파이럴>은 여러 나라에 있는 300명 이상의 사람들과 22개의 다양한 벤처기업들을 포함하는 분산된 지도관계를 계속 실험하는 중이다. <엔스파이럴>에 관여하는 사람들 가운데 반 이상이 웰링턴에 근거지를 두고 있으며 나머지 사람들은 호주, 북미, 아시아, 유럽 지역에 분산되어 있다.

효율적이지만 <엔스파이럴>은 쉽게 복제될 수 있는 단순한 ‘오려 붙이기’ 모델이 아니다. 연계된 목적의식을 통해 아래로부터 유기적으로 자라나고 있는 단체들의 잠재력을 입증하는 일단의 공유된 도구들 및 실행사례들이다. <엔스파이럴>은 특정 상황에서 발휘되는 강점들을 제고하기 위해 하이퍼로컬한[hyperlocal, 구체적 공동체의 관심사와 긴밀하게 연관된―옮긴이] 활동들에 집중하고, 공동체가 함께 배울 수 있도록 우수 사례를 공유하는 것을 강조하며, 다른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고 응용될 수 있는 오픈소스 도구를 만드는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 아마도 가장 중요한 것은, 가치를 공유하는 단체들이 ‘상호성 우선’의 정신을 가지고 사회적 연대의 맥락 속에서 자원을 구축하고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을 <엔스파이럴>이 증명하는 것이다. — 대런 샤프(Darren Sharp)

  1. 키시너우 시민 센터: 공터가 공동체 모임을 위한 공원으로 탈바꿈하다

한때 몰도바의 키시너우(Chisinau) 시에는 삼각형 모양의 방치된 땅이 있었다. 자동차들이 늘 그 위를 지나갔다. 몇몇 사람들은 이곳에 쓰레기와 건축 잔여물을 버렸다. 지금 이 장소는 <키시너우 시민 센터>(Chisinau Civic Center)로 알려진 활기 넘치는 공적 공간이 되었다. 지역의 비정부기구(NGO)인 <오베를리트 협회>(Oberliht Association)가 이 땅을 변형하기 시작했고 지역 당국뿐만 아니라 예술가들, 건축가들, 과학자들, 학생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이 여기에 함께했다. 맨 처음에는 인근 주민들을 공원 복원에 참여시킬 방법으로 공원에 공동야유회가 열렸다. 그 다음으로 행사 조직자들은 인근 주민들의 도움으로 공원 한가운데에 나무로 된 플랫폼을 설치했다. 그 결과 <시민센터>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자 지역 주민들의 모임이나 영화상영, 게임, 전시, 공연을 위한 장소가 되었다. — 캣 존슨(Cat Johnson)

  1. 리페어 카페 재단이 물건들을 고침으로써 공동체를 구축하다

2009년에 포스트마(Martine Postma)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환경에 좋은 일을 하고자, 그리고 지역 사회 안에서 사회적 소통을 구축하고자 최초의 <리페어 카페>(The Repair Café)를 조직했다. <리페어 카페>는 물건을 고치는 기술이 있는 사람들과 고칠 물건이 있는 지역 주민들을 한 달에 한 번 동네의 편리한 장소에서 연결해 주었다. 수리 전문가들은 주민들과 지식을 공유했고, 주민들은 지역 사회의 작은 도움이 있다면 물건을 얼마든지 고칠 수 있고 수리가 그렇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들은 망가진 물건을 대체하기 위해 새 물건을 구매하는 대신에 기존의 물건을 수리하는 것이 가져다주는 가치를 직접 경험하게 되었다. — 대런 샤프(Darren Sharp)




재앙을 부르는 한국의 성장제일주의?



한국은 기술 및 상업 성장에 초점을 맞춘 경제전략을 밀어붙일 것인가 아니면 늘어나는 경제적 격차와 닥쳐오는 기후위기에 지구보존을 목표로 하는 포용적 정책들로 맞설 것인가?

이것이 <2019년 한국포럼>에서 한국의 미래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많은 외교전문가들, 정당지도자들, 학계인사들, 정부 고위 관리들 및 (노벨상 수상자 한 명을 포함한) 다른 참석자들이 당면하고 있는 핵심 질문이었다. [노벨상 수상자는 뉴욕대 교수 토마스 사전트(Thomas Sargent)로 201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다.―옮긴이]

4월 25일에 열린 행사는《코리아타임즈》(The Korea Times)와 그 자매신문이며 한국 최대 일간지 가운데 하나인《한국일보》(Hankook Ilbo)가 공동주최하는 연례행사 중 가장 최근 것이었으며 이 신문사의 65주년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이 행사는 또한 한국경제의 현황, 그 과제들 그리고 그 지도자들이 나라를 위해 가지고 있는 포부들에 관한 매우 계몽적인 특강이기도 했다.

둔화되고 있는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어떻게 증가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 핵심주제였다. 일부 강연자들은 성장의 성과들을 보다 잘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서 한국이 사회적ㆍ환경적 지표에서 처참한 성적을 기록한 것을 문제로 다루는 것은 의제로 상정되지 않았다. 기후변화도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이런 성장 수사(修辭)는 선진국들 사이에서 자주 보이지만 한국전쟁동안 거의 폐허가 되다시피 했을 때 이미 가난한 나라였던 한국에서 이 수사가 줄기차게 주목을 받고 있는 근원을 재검토 해보는 것도 가치는 있다. 한국은 잿더미에서 빠르게 일어서서 ‘아시아의 호랑이’(Asian Tiger)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세계 선진경제국들 중 하나가 되었는데, 이는 종종 한강의 기적(한강은 서울이 위치하고 있는 곳이다)으로 불린다. 이것이 경제성장을 고무적인 국가신화와 결부시킨다.

한국의 미래 비전을 놓고 씨름하기

환영사에서 한국일보 회장 승명호(Seung Myung-ho)는 한국이 경제성장이 둔화된 10년 동안 경쟁력을 잃고 있는 점에 관하여 우려를 표명함으로써 이 분위기를 조성했다. 30년간 연속적으로 일구어 낸, 한국의 믿기 힘든 경제성장은 새로운 세기에 들어서면서 둔화되기 시작했다. 승명호는 성장을 촉진하고, 유례없는 파열을 약속하는 인공지능·자율주행자동차·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을 포함한 강력한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물결인 4차산업혁명(4IR)에 적응하기 위한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의장인 문희상(Moon Hee-sang)은 반론 같은 것을 제시했으나 성장 내러티브를 문제 삼지는 않았다. 그는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며 성장경제의 성과를 더 잘 공유할 대통합의 필요성을 이야기했다.

성장주의가 포럼에서 내러티브를 장악하긴 했지만, 일부 연사들은 성장이 치를 비용이 다뤄져야 한다고 미온적으로나마 주장했다.

예를 들어 한국은 OECD 행복지수(OECD’s Better Life Index, BLI)와 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달성에서 거의 하위를 차지한다.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인 윤종원(Yun Jong-won)은 사회적•환경적 비용이 늘어나면서 실질소득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떨어진다고 언급했고 성장이 공유되고 삶의 질이 향상되는 새로운 가능한 패러다임을 간략하게 제시했다.

게이오 대학교 교수인 이사오 야나기마치(Isao Yanagimachi)는 둘로 나뉜 한국의 노동시장을 간략하게 소개했다. 즉 한편으로 점차 쇠퇴하는 중심부에서는 한국의 대규모 다국적기업들(재벌들이라 불린다)에 소속된 노조가입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옹호하고 있고, 다른 한편으로 커지고 있는 주변부에서는 전례 없는 프리랜서들, 소규모 자영업자들, 그리고 플랫폼노동자들이 빈약한 임금, 열악한 노동조건, 형편없는 사회보장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익숙하게 들리는가?). 한국 노동시장의 한 가지 특이사항은 노동조합이 산업별이 아니라 기업별로 조직된다는 것인데 이로 인해 서로 다른 기업에서 일하는 동종의 노동자들 사이에 임금격차가 생긴다.

마지막 3부를 시작하는 두 개의 발제중 하나를 내가 했는데 그 발제에서 나는 한국인들 모두가 격변의 시대를 뚫고 나갈 준비가 되도록, 보다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나라를 구축할 비전과 능력을 갖도록, 그리고 그들 스스로의 생계를 더 잘 창출할 수 있도록 사람에게 투자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한국이 차량공유(ridesharing)를 허용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어서 나는 또한 한 가지 충고로서 미국에서의 차량공유의 부정적인 영향―주행거리의 증가, 정체의 심화, 더 많은 교통사고 등등―을 이야기했다.

차량공유는 국가 미래를 알아보는 리트머스시험지일 수 있다

차량공유를 둘러싼 갈등은 한국에서보다 더 높을 수는 없다. 택시기사들이 내가 전 세계에서 본 가장 격렬한 반대를 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비극적이게도 최소 세 명의 기사가 항의의 표시로 분신하는 일도 일어났다. 나는 또한 몇 가지 가능성 있는 방향들을 제시했는데 이를테면 노동을 지원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플랫폼 협동조합을, 4차 산업혁명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운영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디지털 권리를 위한 도시 연합을 그리고 보다 지속가능한 공동체들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공유이웃들과 공유도시들을 각각 제시했다. 나는 한국이 한국전쟁으로 폐허된 상태를 극복하는 데 쏟은 바로 그 집중력을 기후변화 같은 세계적으로 가장 큰 문제들과 씨름하는데 쏟을 것을 제안하며 발제를 마무리했다.

카풀•택시 태스크포스 위원장인 전현희(Jeon Hyun-hee)는 나중에 택시회사와 차량공유 세력의 사이의 첨예한 갈등에 대해 내부자로서 설명을 했다. 택시운전사들이 그녀의 발언을 방해했고 물을 뿌렸다고 한다. 그녀는 택시운전사들이 자신들의 입장이 약화될 것을 두려워한 나머지 그녀와 이야기하는 것조차 거부했다고 말했다.

나 다음의 발제자는 서울대학교 교수인 이재열(Lee Jae-yeol)이었으며 그의 발제는 내 발제와 대조되도록 의도된 것이었다. 열정적인 테크놀로지 전도사인 그는 테크놀로지가 사회전반에 걸쳐서 과도하게 포화된 상태를 특징으로 하는 피할 수 없는 미래상을 그렸으며 한국이 이 움직임을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한국포럼>에서 프로그램을 확인해 보니 3부의 두 번째 발제자는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인 최재붕이었고 이재열은 3부의 사회를 맡았다.―옮긴이] 

이어지는 패널토론에서 이 주제가 강화되었다. 내가 그런 기술결정론(technological determinism)이 한국사회에서 권위적인 요소들을 강화할 수 있음을 경고하자 서로 치고 받는 논의가 활발해졌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인 토론자 최성진(Choi Sung-jin)은 테크놀로지스타트업 문화는 자유행위자들에 의한 문제해결이 핵심이라고 능숙하게 반박했다.

컨퍼런스가 끝날 때 가지게 된 느낌은, 한국의 경제적 과제들이 대체로 다른 선진국들의 상황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유사성은 한국의 성공의 표시이기는커녕 아주 위험하다는 인상을 내게 안겨주었다. 우리시대 특유의 과제들을 인정하지 않는 경제성장 가도에 한 나라가 강하게 집중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전 세계적으로 닥쳐오는 생태계 붕괴를 고려할 때 자멸을 초래할 것처럼 보인다.